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41)
할 말은 그게 끝입니까?
“그뿐만이 아닙니다. 특전 제공 때문에 다회차 관람객이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잇습니다.”
한서진이 태블릿 PC 화면을 터치한다.
아니 아직 안 끝났다고?
그러자 너튜브와 포털 사이트 기사가 떠 있던 화면이 전환된다.
[이번 검머영웅 특전 실화냐? ㅋㅋㅋㅋㅋ] [랜덤 포토카드 마코토 나왔음ㅋㅋㅋ 시노자키님이랑 교환할 사람?] [- 솔직히 마코토는 좀…] [- 마코토 누가 빤다고] [- 지이이이이이…] [솔직히 정실은 시노자키 님이지 ㅋㅋㅋㅋ] [애니메이션에도 작화빨 개쩔었음 ㅋㅋㅋ 누가 봐도 정실 ㅋㅋㅋ] [- 예끼,,, 이놈들,,, 고운,,, 올리비아,,, 공주님이,,, 정실이니라,,,,] [- 네다틀 ㅋㅋㅋ] [- 물로켓빠는 틀딱 올리비아단 수준 ㅋㅋ 당연히 작화 제일 잘나온 카스미 선배님이 정실이지;] [- 작화로도 미모 구현 불가능인 은하 제일 미소녀 에리링님이 최종 승자 아님?] [JGV 왕십리점에서 누가 특전 한꺼번에 들고 튐 ㄷㄷㄷ] [되팔렘들 악랄하네] [- 그거 누구임?] [- 미쳤나 ㅋㅋㅋㅋ] [- 너튜브 렉카들이 벌써 되팔렘 신상 다 털었다는데 ㄷㄷ (링크)] [- 실시간으로 욕먹는중 ㅋㅋㅋ] [한줄평] [이 시대의 성웅에게 바치는 헌사 ★★★★★] [현실과 이상의 완벽한 하모니 ★★★★★] [한국 애니메이션의 쾌거 ★★★★★] [성웅 서사는 좋지만 마무리는 조금 아쉬워 ★★★★☆] [- 마지막에 9점 준 놈 누구임?] [- 눈이 없네 ㅋㅋㅋ] [- 이래서 평론계 요즘 못믿겠다는거임 ㅋㅋㅋ] [- 평론가 수준 ㅉㅉ] [유명인들 검은 머리 소년 영웅담 다회차 예약 인증······.] [역대 최다 오프닝 성적 ‘검은 머리 소년의 영웅담’ 상영관 대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90% 임박······.] [(부끄러운 자화상) 비싼 가격에 암표 매매하고 특전 ‘먹튀’까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삼정경제연구소 “성웅 ‘김덕성’ 경제 효과 직접 효과, 간접 효과, 선전 효과, 안보 효과 등 총합 추산 10조원 육박한다” 보고서 발표. 성웅 김덕성 경제효과 집중 분석.] [여야 국회의원 및 광역단체장 ‘검은 머리 소년의 영웅담’ 단체 관람······. 극장 안은 눈물바다로] [한국 방한한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검은 머리 소년의 영웅담 아냐는 질문에, “미스터 킴이라면 잘 안다. 지금부터 그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다.” 대답해] [‘검은 머리 소년의 영웅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노린다······.]계속되는 국뽕 파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르뤼에의 심연을 엿본 기분.
보는 것만으로 미친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그 와중에 두 유 노는 왜 하냐고.
아카데미상은 왜 노리고.
대체 평론가 욕은 왜 하는 거야? 진짜 집단으로 미쳐버린 건가?
부끄러워 죽겠다.
“그래, 잘했으니까 이제 보고 그만해도 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태블릿을 그녀에게 건넸다.
한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 이제 잘래. 피곤해.”
편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에 누워 있으니 자연스럽게 잠이 온다.
이제 자야겠다.
“좋은 밤 되시길.”
탁.
한서진이 불을 끈다.
[잘 자라, 파트너. 오늘 수고했어.]흑태자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수면에 빠져들었다.
*
문화제 둘째 날 아침.
학생회장실.
슈오우 학원 학생회의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듯 넓은 내부 면적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사무실.
오늘도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실행위원회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은발 미소녀가 거기에 앉아 있었다.
슈오우의 모든 생도를 대표하는 학생회장, 사이온지 아리스였다.
“흠······.”
아리스가 말끝을 흐린다.
서류에 집중하고 싶어도 집중이 안 된다.
자꾸 어제 일이 떠올라서다.
문화제 첫날.
현장 점검이라는 핑계로 김덕성과 함께 있던 그 날의 기억이 계속해서 아리스의 눈앞에 맴돌았다.
같이 점을 보고, 생도들이 운영하는 일일 노점에서 간식을 같이 먹고, 코스프레 카페도 가고, 같이 영화를 보고 귀신의 집까지 같이 들렀다.
‘누가 봐도 이건 영락없는 데이트 코스······.’
거기까지 생각한 아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두근.
심장이 뛴다.
아리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그건 데이트가 아닙니다. 현장 점검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녀가 낮은 혼잣말로 스스로의 연심을 부정한다.
학생회장으로서, 실행위원장으로서 현장 점검을 했을 뿐이다.
그래, 그것뿐이다.
[헤매던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서 사랑을 쟁취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에요.]아리스의 귓가에 어제 들었던 점술 결과가 울려 퍼진다.
용기를 내라.
그 말이 그녀의 등을 떠미는 것 같다고 생각한 아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미신에 불과합니다. 믿지 않습니다.”
점술은 미신이다.
믿지 않는다.
그렇게 애써 연애운 결과를 머리에서 지우려는 아리스의 귓가에 부회장의 또다른 목소리가 울린다.
[가령, 마음에 두고 있는 분과의 행복한 결혼이라던가. 퇴근한 그분을 현관에서 맞이할 때 알몸 앞치마 차림으로 식사, 목욕, 아니면 저부터? 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결혼 생활 말이죠. 회장님.]화악.
아리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알몸 앞치마라니.
식사, 목욕, 아니면 저부터라니.
그런 파렴치한 상상을 한 적은 맹세코 절대로 없다.
하지만 만약 학원을 졸업하고 결혼을 한다면.
‘그렇다면······.’
그가 결혼 상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비밀과 정체를 알고도 받아들여준 그라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리스가 새빨개진 뺨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대체 무슨 파렴치한 망상을 하는 겁니까. 나는······.”
아리스가 마른세수를 하면서 자책했다.
두근, 두근.
하지만 그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아리스가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좀 그랬습니다.’
아리스의 머릿속에 김덕성과 함께 봤던 ‘검은 머리 소년의 영웅담’이 떠오른다.
올리비아, 마코토, 에리, 린, 카스미의 분량은 충실했지만, 아리스 본인의 분량은 거의 없었다.
히로인도 아닌 조연 수준.
“그런 분량과 비중은 말도 안 됩니다! 교토에서 김덕성군과 있었던 일만 생각해도······.”
거기까지 혼잣말하던 아리스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교토에서 동침한 일은 김덕성과 이미 없었던 일로 하기로 서로 약속한 상황.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없는 둘만의 비밀이다.
둘만의 비밀.
거기까지 생각한 아리스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러고 보니 그때가 처음이었죠.’
시골 소녀인 자신의 정체를 세이라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킨 건.
아리스의 머릿속에 과거의 자신이 떠오른다.
양 갈래로 땋은 촌스러운 머리, 도수 높은 뱅뱅이 안경, 말을 더듬고 소심하며 사투리가 유난히 심해서 따돌림당하던 초라한 모습.
‘그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시골 소녀의 모습을 버리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 왔는가.
사투리 교정부터 상류층 고급 교양 교육까지.
안 보이는 곳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만들어진 모습이 지금의 학생회장 사이온지 아리스였다.
아리스는 그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다.
다시 손가락질받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고향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소심했던 그녀 때문에 매일 걱정했던 아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제 소녀 가장이 된 그녀는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저는 그때의 시골 소녀가 아니라 슈오우의 학생회장이자 완벽 초인. 지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아리스의 얼굴이 굳는다.
최근 들어 많이 풀어졌다.
자신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아직 이럴 때가 아니다.
아직 자신은 학생회장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
아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던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린다.
아리스의 차분한 은빛 시선이 열린 문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아리스와 대조되는 찬란한 백금발이 인상적인 미소녀, 올리비아가 있었다.
그 옆으로는 린, 에리, 마코토, 카스미가 있었다.
탁.
마지막으로 하루가 문을 닫으며 들어온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아리스의 시선이 올리비아를 향한다.
탁.
올리비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여기 있는 모두를 대표해서 서, 서서서선전포고 하러 왔어요! 회장 선배!”
그녀가 말을 더듬으며 얼굴을 붉힌다.
“황녀님, 힘내.”
“올리브 언니, 너무 말 더듬지 말고 해.”
에리와 하루의 응원이 올리비아의 귓가에 들린다.
두근, 두근.
올리비아의 심장이 뛴다.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와 아리스의 은빛 눈동자가 서로 마주친다.
입학 수석, 백금의 기사공주, 프랑스의 고귀한 황녀인 올리비아지만, 학원 최강이자 학생회장인 사이온지 아리스 앞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금의 그녀는 선전 포고라는 말을 듣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그게 무슨 소리죠?”
꿈틀.
아리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마, 말 그대로예요!”
탁.
올리비아가 품에서 미인대회 포스터를 꺼내 데스크 위에 올려놓는다.
“미스 슈오우 선발대회······?”
“여, 여여여기서 이긴 사람이 그 왕바보······. 아니 김덕성의 후야제 포크댄스 파트너가 되는 걸로! 선전포고하는 거예요!”
올리비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소리친다.
두근.
그녀의 심장이 뛴다.
모두의 시선이 아리스에게 향한다.
아리스의 눈길이 미스 슈오우 선발대회 포스터로 향한다.
그녀의 귓전에 후야제라는 말이 맴돈다.
후야제.
캠프파이어 앞에서 포크댄스를 춘 남녀가 커플이 된다는 학원 전설이 아리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두근.
아리스의 심정이 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아리스는 자신의 감정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미신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점술, 학원 전설.
전부 미신에 불과하다.
후야제 포크댄스를 함께 출 정도면 이미 서로에게 호감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인게 분명하다.
포크댄스는 계기에 불과할 뿐, 커플이라는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니 학원 전설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자신은 학생회장.
미인대회에 참가할 여유는 없다.
성공적인 문화제 운영만으로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니까.
게다가 아까 각오하지 않았는가.
더는 느슨해지지 않기로.
학생회장의 직무에 충실하기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그렇게 애써 연심을 억누르고, 스스로를 합리화한 아리스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예상치 못한 아리스의 반응에 모두의 눈동자가 커진다.
“저는 슈오우의 학생회장······. 당신들의 선전포고 같은 장난에 어울려줄 여유 같은 건 없습니다.”
심지어 뭐든 아는 하루마저도 아리스의 반응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침묵이 흐르는 상황.
하루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뭐야, 아-쨩 언니. 왜 그래? 초 이해할 수 없는데. 뭐 잘못 먹었어? 혹시 나중에라도······.”“쿠로사와 양.”
아리스가 말허리를 자른다.
“저는 아-쨩이 아니라 사이온지 아리스입니다. 앞으로는 사이온지 선배, 또는 회장 선배라고 예의를 지켜 부르십시오.”
“에에에에······.”
아리스의 차가운 눈길과 진지한 대응에 말문이 막힌 하루의 손이 살짝 떨린다.
아리스의 거절로 하루가 그린 그림이 완전히 파투난 상황.
모두가 당황한 상태에서 아리스가 말한다.
“할 말은 그게 끝입니까? 저는 실행위원회 회의가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탁탁.
아리스가 서류를 정리해서 파일에 끼운 뒤, 파일을 허리에 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바람과 함께 거침없이 학생회장실을 나가는 아리스.
그 뒷모습을 보던 하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린다.
“아-쨩 언니, 대체 뭐야······.”
탁.
학생회장실 문이 닫히며 하루의 목소리를 삼켰다.
*
같은 시각.
학생회관 복도.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복도 중앙.
거기에 마에다 신지가 있었다.
푸른 샤기컷이 인상적인 미소년인 그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마에다 신지의 안경이 반짝인다.
[D-day입니다.] [약속, 잊지 않으셨기를.]발신자 불명의 문자가 마에다 신지의 안경에 비친다.
오늘이 바로 디데이.
‘흐흐흐, 기다려라. 사이온지 아리스.’
천박한 서민과 놀아난 아리스를 응징하고, 그녀의 정체를 만천하에 알리는 날.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수중에 넣는 날이다.
신지는 음흉한 웃음을 감추면서 안경을 고쳐 쓰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문화제 둘째 날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