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46)
전부 책임지겠다.
책임지고 방패가 되겠다.
그 말을 들은 아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아리스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리스가 흐느낀다.
그의 체온이 뺨에 느껴진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마치 아빠의 품에 안긴 것처럼.
두근.
아리스의 심장이 뛰었다.
“내 편······.”
아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선배 편입니다.”
그에 호응하듯 김덕성의 목소리가 아리스의 귓가에 들린다.
화악.
아리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두근, 두근.
아리스의 심박수가 올라간다.
“무, 무슨 일이 있어도······?”
아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쓰담.
김덕성의 손이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박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아리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내, 내 편이 되어준다고······.’
아리스가 말을 더듬는다.
네 편이 되어주겠다.
어린 시절에 따돌림을 당할 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 해줬으면, 듣고 싶었으면 했던 말.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다.
언제나 혼자였다.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모두가 그녀를 비난했다.
의지하고 싶었지만, 의지할 장소가 없었다.
슈오우 학원에 입학하고, 완벽 초인의 가면을 쓴 이후에는 친한 사람도 늘어났지만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없었다.
완벽 초인 학생회장 아리스는 모두의 관심과 기대, 의지를 받는 대상이었지 누군가를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리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완벽 초인이라면, 학생회장이라면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가끔 이사장인 세이라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세이라는 또래 생도가 아닌 이사장.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는 관계였고, 워낙 바쁜 탓에 실제로 만날 일도 별로 없었다.
거기에 세이라는 응석을 부리기에는 적합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리스가 거꾸로 응석받아줄 때가 더 많았다.
군중 속의 고독.
그것이 지금까지 아리스의 생활이었다.
아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제, 제가 당신을······. 의지해도 괜찮은 겁니까?”
아리스가 김덕성에게 질문했다.
사실은 누구보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에게 응석 부리고 싶었다.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은 어른이 되기 싫었다.
애써 완벽 초인의 가면을 썼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불완전했다.
아리스의 내면은 따돌림당하던 중학생 시절부터 단 한 뼘도 성장하지 않았다.
단지 갑옷을 입었을 뿐이었다.
학생회장이라는 갑옷을.
“괜찮습니다.”
쓰담.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는 김덕성의 말에 아리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리스가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으, 응석 부려도 괜찮습니까?”
“상관없습니다.”
망설임 없이 돌아오는 김덕성의 대답.
화악.
아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두근, 두근.
아리스의 심박수가 뛴다.
그녀의 시야에 김덕성의 얼굴이 보인다.
문득 그날의 기억이 아리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교토 연수 시절, 샴페인을 마셨다가 멋모르고 취해서 자신의 본모습을 그에게 들켰던 날.
그날 밤에 느꼈던 그의 감촉도 이렇게 포근했었다.
다른 기억도 줄줄이 떠오른다.
여름 학교 때 사고로 입술 박치기를 했던 추억, 매일매일 함께 특훈했던 기억, 여름 축제를 함께 즐겼던 기억, 문화제 준비 때 함께 다니며 라멘도 먹고 옥상을 그에게 소개시켜줬던 기억, 바로 어제 문화제 현장 점검을 함께했던 추억까지.
그와 함께한 모든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리스는 깨달았다.
‘가는 한 번도 내 정체를 까발린 적이 없데이.’
눈앞의 남자, 김덕성은.
단 한 번도 시골 소녀라는 자신의 정체를 발설한 적이 없다.
자신의 정체는 자신의 가장 큰 심리적 약점.
악의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을 얼마든지 조종해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는데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비밀을 함구해주고, 배려해줬을 뿐이었다..
마에다 신지도 김덕성을 통해서가 아닌 마에다 재벌의 힘을 사용하는 다른 루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입수했다는 것이 그 반증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었고, 구교사에서 마에다 신지의 입을 통해서 비밀이 드러나 패닉에 빠졌을 때 자신을 진정시켜주었다.
그런 남자가 자신을 믿으라고, 믿고 의지하라고 하고 있었다.
두근.
아리스의 심장이 뛰었다.
‘내는······.’
아리스가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 위로 심장 박동이 거세게 느껴졌다.
심장이 아플 듯 조여온다.
지금까지 애써 억눌렀던, 그를 만나기만 해도 아플 듯 간질간질한 정체불명의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인마를 좋아하고 있었데이······.’
아리스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날.
교토 연수 때 우연찮게 같이 동침했을 때부터.
그날 그의 품에서 아버지의 온기를 느꼈을 때부터.
정체가 들켰는데도 비밀을 지켜주고, 시골 소녀의 모습까지 포용해줬을 때부터.
그 오래전부터 사실은 그에게 반해버렸다는 사실을.
그에게 품은 연심을 지금까지 어린아이처럼 학생회장이라는 지위를 핑계 삼아 억지로 부정해왔다는 사실을.
아리스는 학생회장의 가면이 의미 없어진, 시골 소녀로 돌아간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으읏······.”
아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반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두근.
연심을 자각한 소녀의 심장이 쉴 새 없이 뛴다.
아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으으으으······.”
아리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완벽 초인을 연기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없이 피나는 노력을 해온 아리스였다.
하지만 완벽 초인 공부에는 연애에 대한 대응책 같은 건 없었다.
‘우짜면 좋지, 우짜면······.’
아리스의 머릿속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가 뱅글뱅글 돈다.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날 미워하지 않을까?
오만 가지 생각이 아리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아리스의 뇌에 과부하가 걸린 그때.
“선배. 이제 좀 괜찮습니까?”
그녀의 귓가에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근.
김덕성의 목소리를 들은 아리스의 심장이 요동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 잠깐만······.”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꽈악.
아리스가 양팔로 김덕성의 허리를 구속한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 주세요, 아니 있어 줘······.”
따뜻하고 포근한 그의 품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아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두근.
아리스의 심장이 뛰었다.
공포가 아닌 설렘으로.
*
[캬, 파트너. 선수야 선수. 그런데 사이온지 양 편애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 동생한테도 이렇게 스윗하게 책임진다고 해준 적 없잖아.]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편애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올리비아 약혼식 때도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아니 내가 원작의 흐름을 비틀어서 생겨난 피해 전부를 나는 책임질 것이다.
어쨌건 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될 일도 없었을 테니까.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내가 전부 책임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흑태자에게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래서 나는 침묵을 택했다.
대신 얼굴을 붉히면서 내 품에 안겨 있는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떨림이 점차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이제 좀 진정되셨습니까?”
아리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품에서 천천히 떼어낸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리스의 눈이 빨갛게 퉁퉁 부어 있다.
아리스를 간신히 설득해서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일이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엑스트라들, 아니 생도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아리스에게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녀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정으로 일이 전부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시죠.”
“어, 어데를?!”
아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면서 사투리 섞인 목소리로 답한다.
완벽 초인 학생회장이 아닌, 시골 소녀 아리스의 모습.
원작에서도 7권 이후부터 종종 등장하던 모습이다.
더불어서 내가 좋아하던 모습이기도 하고.
“생도들 앞이요.”
“그, 그건······.”
아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내가 진정시켜주기는 했지만,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도들의 반응을 보여줘야만 했다.
속으로 각오를 다진다.
안 그래도 아까 오글거리는 멘트를 해서 내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사라질 지경이었지만, 아리스를 대중 앞에 내세우려면 그것보다 더 오글거리는 멘트를 해야만 한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만 믿으십쇼.”
라노벨 주인공 같은 멘트를 치자 아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녀가 입술을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빨개진 귓불이 보인다.
“으, 응······.”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겠데이······. 내는 김덕서이 니, 니만 믿겠데이······.”
개미 기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아리스가 말한다.
덥석.
그녀가 소심한 손길로 내 소맷자락을 잡는다.
“대, 대신 니도 가, 같이······. 내랑 같이 있어줘야 한데이······.”
아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같이 있어주는 것.
그거야 어렵지 않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으, 응······.”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더듬거리는 아리스.
소심한 대답과는 반대로 내 손을 더 꽈악 잡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본의 아니게 아리스와 손을 잡은 채로 옥상을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옥상 난간을 내려가 생도들이 모여 있는 학원 복도에 도착한다.
생도들의 시선이 아리스를 향한다.
“으으으······.”
아리스가 앓는 소리를 낸다.
나에게 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지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정체가 들킨 지금, 생도들에게 미움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겠지.
“괜찮습니다. 선배. 다들 선배를 좋아해 줄 겁니다.”
아리스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자, 아리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리스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저길 봐! 회장 선배야!”
“어디? 어디?”
“진짜 회장 선배네!”
“검은 귀축이랑 같이 있잖아?”
생도들이 웅성거리자 아리스가 위축된다.
스윽.
그녀가 내 등 뒤로 숨던 그때.
“회장 선배! 보고 싶었어요!”
“사이온지 선배, 칸사이 출신이었어요? 사투리 완전 귀여워요!”
“이렇게 귀여운 선배를 따돌린 그 녀석들이 나빴어!”
“마에다 선배, 완전 실망이야. 우리의 회장 선배를 그렇게 음해할 줄이야······.”
“원래부터 음침해서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마에다 자식.”
“사투리 해줘요! 사투리 또 듣고 싶어요!”
“회장 선배! 대단해! 그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다니······. 나였다면 다 포기했을 거야.”
“최고예요! 사이온지 선배!”
“회장님, 눈이 퉁퉁 부었어.”
“울지마! 회장 선배!”
“검은 귀축이 달래준 거야? 보기보다 상냥한걸.”
생도들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운다.
라노벨 세상에 떨어진 이후, 검은 귀축 유니버스 망상이나 하던 엑스트라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에······?”
아리스의 눈동자가 커진다.
내 손을 잡은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선배. 제가 괜찮을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내 예상대로 상냥한 세상이니만큼 아리스의 비밀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리스를 등 뒤에서 끌어낸다.
아리스의 은빛 눈동자가 흔들린다.
“다녀오십시오. 생도들한테. 학생회장으로서.”
내 말을 들은 아리스의 은빛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한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김덕성군. 그리고······.”
아리스가 내 곁에 다가온다.
쪽.
내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살짝 닿았다 떨어진다.
아리스의 볼 뽀뽀였다.
“꺄아! 회장 선배! 대담해!”
“특종! 회장 선배! 검은 귀축한테 뽀뽀하다!”
“검은 귀축, 회장 선배까지 함락시킬 줄이야······.”
“역시 연습실에서 매일 그렇고 그런 짓을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크흑······. 회장 선배마저 검은 귀축의 손아귀에 떨어지다니······.”
귓가에 엑스트라들의 호들갑이 들려온다.
뽀뽀를 끝낸 아리스가 붉어진 얼굴로 내게 떨어지면서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아리스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내가 당황한 그 순간.
내 시야에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화려한 백금발, 푸른 눈동자를 지닌 미소녀.
볼을 부풀리고 있는 츤데레 공주님, 올리비아의 등장이었다.
아니 올리비아 얘는 또 언제 여기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