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50)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이라이트 조명이 무대를 비춘다.
세이라는 실격됐으니 2번 참가자가 실질적인 1번 참가자일 터.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이목이 무대로 쏠린다.
무대 커튼이 열린다.
“초 귀엽고 완전 섹시한 레이스퀸 여동생 하루쨩 등장이야!”
가슴골 쪽이 푹 파인 상의와 짧은 미니스커트 형태의 하의가 세트인 레이싱 모델 복장을 입은 하루가 혀를 삐죽 내민다.
끝이 붉게 물든 그녀의 사이드테일이 흩날린다.
“이번 미스 슈오우는 하루의 차지라구! 니시시시. 왜냐하면 하루가 제일 어리고, 제일 귀엽고 제일 섹시한 레이스퀸이니까!”
하루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는다.
그녀가 손에 든 양산을 살짝 흔든다.
와아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진다.
제일 어린 건 맞는데 본인 입으로 제일 귀엽다고 하다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던 그때.
삑.
심사위원석에서 누군가 점수 버튼을 누른다.
“패션과 태도가 불량하기 짝이 없군. 0점이다.”
점수를 매긴 건 시노자키 이치로.
[0점! 0점 나왔습니다! 협회장님 점수입니다!]노도카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
유지의 표정이 굳는다.
설정에 따르면 유지는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성격.
그가 버튼을 누른다.
삑.
“정말 귀엽네요. 10점 만점에 10점 드리겠습니다.”
유지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10이라는 숫자가 전광판 아래에 떠오른다.
파츠츠츠츳!
협회장 이치로와 여장한 유지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시작부터 학연 혈연 지연을 통한 점수 매기기라니.
이게 진정 공정한 짓인가.
[그럼 나머지 심사위원단분들도 2번 참가자, 쿠로사와 하루에게 점수 매겨주세요!]노도카의 지시와 함께 다른 심사위원들이 버튼을 누른다.
삑.
0점, 0점, 0점.
짜기라도 한 듯 0점의 세례가 쏟아진다.
“으으으으으······.”
하루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0점 세례에 충격 받은 모양.
남은 건 나 혼자뿐.
[파트너. 몇 점 줄 거야?]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오빠인 유지를 제외하면 전부 0점이라니.
밸런스를 위해서라도 내가 10점을 줘야겠다.
삑.
점수 버튼을 누른다.
[김 군! 10점! 10점 눌렀습니다. 쿠로사와 하루 양 총합 점수 20점!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덕성 오빠! 오빠라면 초 섹시한 레이스퀸 하루의 매력을 알아줄 줄 알았어! 니시시시. 역시 하루가 제일 귀엽지? 그렇지?”
내 점수를 본 하루가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그녀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가 짤랑짤랑 소리 내며 부딪힌다.
그냥 불쌍해서 준 건데.
그러려니 하자.
“······하루, 나는?”
“뭐야? 유지 오빠? 오빠가 10점 주는 건 초 당연하잖아. 흥. 그래도 뭐, 고맙긴 하네.”
유지의 질문에 나와는 달리 사무적인 태도로 응답하는 하루.
그 모습을 본 유지는.
“고맙다······. 하루가 고맙다고 해줬어. 하루가 고맙다고 해줬어!”
누가 라노벨 주인공 아니랄까 봐, 호구처럼 고맙다는 말에 꽂혀서 고맙다고 해줬어를 연발하고 있었다.
“두고 봐, 미스 슈오우의 자리는 초 카와이 레이스퀸 여동생 하루가 차지할 거니까!”
마지막까지 이쪽을 바라본 하루가 걸어서 퇴장한다.
[네, 2번 참가자 퇴장합니다. 다음은 3번 참가자!]노도카의 진행이 계속된다.
하루 다음은 누구지?
[시노자키 가문의 아가씨이자 삭풍의 사무라이로 유명한 시노자키 린 양 입장합니다!]노도카가 호명한 사람은 시노자키 린.
뒤이어 무대 커튼이 열리고, 드라이아이스 연기 연출과 함께 조명이 무대를 비춘다.
시노자키 린이 거기 있다.
빨간 하의와 하얀 상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일본식 무녀복이었다.
“다들 반갑군. 내가 3번 참가자, 시노자키 린이다.”
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 그때.
삑.
협회장 이치로가 버튼을 누른다.
“완벽하군. 역시 내 딸이야. 무녀복도 더없이 잘 어울려. 10점을 줄 수밖에 없군.”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전광판에 나타난 숫자는 10.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 봐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누르다니.
그 모습을 보던 유지가 입술을 깨문다.
“······미안해, 시노자키.”
그가 사과의 의미를 내뱉으면서 버튼을 누른다.
삑.
숫자 0이 유지 자리 바로 아래 전광판에 떠오른다.
“쿠로사와, 너······.”
당황한 시노자키 린.
호구인 주인공 유지지만, 협회장이 여동생에게 0점을 준 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삑, 삑, 삑.
유지가 0점을 주자 뒤이어 다른 심사위원들이 버튼을 누른다.
쏟아지는 0의 세례.
린의 얼굴이 굳는다.
“큿······.”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린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한숨이 나온다.
어째 짠 것처럼 이번에도 한 명 빼고 다 0점이냐.
이러면 어쩔 수 없다.
삑.
버튼을 누른다.
[김덕성군 10점! 10점 나왔습니다!]아마노 노도카가 호들갑을 떤다.
무녀복을 입은 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다.
“덕성, 너라면 내 진가를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현재 쿠로사와 하루 양과 시노자키 린 양이 20점으로 동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한고비 또 넘겼네.
린이 들어간다.
[그럼 4번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4번 참가자! 경국지색의 쿠노이치, 은하 제일 미소녀 니시자와 에리 양!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이번에도 어김없이 터지는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걷히며 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하 제일 미소녀 에리링 등장☆”
찡긋.
에리가 윙크한다.
목에 여전히 걸려 있는 개목걸이의 금속 부분이 조명을 받아 빛난다.
“오늘의 에리링은 하의실종 와이셔츠 패션이야! 은하 랭크 미소녀 에리링”
에리가 웃는다.
그녀 말대로 지금 에리의 복장은 밑단이 긴 커다란 와이셔츠를 입은 상태.
잘 보면 하의도 입었지만, 긴 와이셔츠 밑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정석적인 하의실종 패션 그 자체.
“우오오오오오! 학원의 아이돌! 니시자와 쨩이다!”
“에리쨩 최고!”
“진짜 예쁘다······.”
“역시 도내 최고 미소녀······. 니시자와 에리!”
에리가 등장하자마자 술렁이는 관중석.
린과 하루의 등장때도 환호성이 있었지만, 에리의 환호성은 질이 다른 수준.
하긴 미모만 따지면 지금까지 내가 봤던 모든 사람 중에 에리가 제일 예쁘긴 하다.
“에리링, 이 옷을 입고 개목걸이를 차고 매일매일 주인님한테 봉사하고 있어······. 히히······.”
에리가 붉어진 얼굴로 개목걸이를 매만진다.
그녀가 웃는다.
“니시자와 양! 진짜 천사 같아!”
“매일매일 봉사라고?”
“도내 최고 미소녀의 봉사를 매일 받는다고······.”“역시 검은 귀축······.”
“부러워!!”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지던 그때.
삑.
누군가 버튼을 누른다.
학생회 부회장 모리시타 미호였다.
“의도가 불순하군요! 니시자와 양!”
전광판 아래 0점이 떠오른다.
에리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불순 이성 교제는 용서할 수 없어요!”
모리시타 미호를 시작으로 심사위원단이 계속 버튼을 누른다.
쏟아지는 0의 세례.
그걸 본 에리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는다.
아니 왜 자꾸 0점 주냐고.
아직 점수를 안 준 심사위원은 나와 유세라뿐.
“주인님······.”
에리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린다.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눈빛.
“역시 서진이 말이 맞았네······.”
유세라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한국어로 작게 중얼거린다.
삑.
그녀가 버튼을 누른다.
[10점! 유세라 심사위원님 10점입니다!]귓가에 노도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하하.”
유세라가 어색하게 웃는다.
한서진이 뭔가 귀띔이라도 해준 건가?
10점을 받은 에리의 얼굴이 살짝 펴진다.
삑.
버튼을 누른다.
[김덕성군도 10점! 총합 20점입니다!]노도카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내 점수를 알린다.
에리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고 미소가 피어난다.
“주인님! 고마워! 에리링, 앞으로도 주인님한테 잔뜩 봉사할게!”
에리가 웃으며 퇴장한다.
“봉사라고?”
“잔뜩?”
“검은 귀축······. 무서워······.”
“역시 하렘왕······.”
엑스트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 좋은데 왜 저렇게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는지 모를 일이다.
머리가 아프다.
나는 이마를 감싸면서 한숨을 쉬었다.
[다음은 5번 참가자······.]귓가에 노도카의 목소리가 울린다.
[암살왕자 카미야 마코토 양입니다.]마코토라고?
시선이 돌아간다.
얼굴을 잔뜩 붉힌 마코토가 거기 있다.
그녀가 입은 옷은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홀터넥 스웨터.
인터넷에서는 일명 ‘동정을 죽이는 스웨터’로 유명한 옷이었다.
커다란 가슴이 그대로 보인다.
“우우우우······.”
얼굴을 붉힌 마코토가 손가락을 꼼지락댄다.
그녀의 초록색 단발이 조명을 받아 빛난다.
“부, 부끄러운데······.”
안 그래도 소심한 성격인 그녀가 그렇게 말한 순간.
“10점.”
삑.
리츠코가 버튼을 누른다.
“완벽하데이.”
10점을 본 마코토의 눈동자가 커지던 그때.
“흥. 누가 완벽하다는 거지.”
협회장이 리츠코의 말에 차갑게 웃으며 버튼을 누른다.
전광판에 떠오르는 0점.
마코토의 어깨가 풀이 죽는다.
뒤이어 쏟아지는 0점 세례.
이쯤 되면 짠 게 아닐까?
이번에도 나만 남았다.
“주군······.”
마코토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한숨을 쉬면서 버튼을 누른다.
10점.
2번부터 5번까지 전부 20점이라니.
이러면 나중에 관객 투표로 우승자가 결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고마워! 주군······. 히히. 내 옷, 마음에 들어?”
그제야 자신감을 찾은 마코토가 얼굴을 붉힌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린다.
라노벨 히로인답게 미소녀 축에 속하는 그녀가 웃는 모습은 나름대로 귀여웠다.
[5번 참가자 퇴장했습니다. 다음 6번 참가자는······. 별빛의 마녀 호시노 카스미입니다!]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뾰로로롱♪
유치한 효과음과 함께 하늘에서 보랏빛 섬광이 떨어진다.
콰광!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마법소녀 매지컬☆카스밍 등장이야!”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는 마법소녀 코스튬의 카스미 선배.
그녀의 손에는 보랏빛 마력을 뿌리는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매지컬 카스밍이라니.
그런 호칭은 어디서 들은 거야.
내가 다 부끄럽다.
“후후. 매지컬☆카스밍의 마법으로 모두를 카스밍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들겠어! 나쁜 남자에다 검은 귀축인 후배 군의 마음도 이번에야말로 GET☆할 거야.”
뾰로로롱.
카스미 선배의 손에 들린 마법봉에서 끔찍할 정도로 유치한 소리가 난다.
지금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어이가 없어지려던 그때.
삑.
누군가 버튼을 누른다.
“호시노 양! 선생님의 가르침을 훌륭하게 소화했군요! 10점 만점에 10점 드릴게요!”
마유즈미 선생님이었다.
같은 마법소녀끼리 뭔가 통하는 거라도 있는 모양.
“후후후, 고마워요. 선생님.”
뾰로롱.
카스미 선배의 마법봉에서 효과음이 자꾸 나오던 그때.
삑.
협회장 이치로를 시작으로 또다시 0점 세례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각자 지지하는 참가자가 다른 것 같은데. 파트너.]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하긴 이치로는 딸인 린에게 10점을 줬고, 유지는 여동생인 하루에게 10점을 줬으니.
서로 자기가 미는 후보를 우승시키기 위해서 다른 참가자를 견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유세라가 에리에게 10점을 준 이유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서진의 부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내가 거기 편승해서 0점을 줄 수는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10점을 주는 게 맞는 판단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버튼을 눌렀다.
[검은 귀축! 또다시 10점! 하렘 멤버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그의 의지 표명일까요?]하렘 멤버는 무슨.
이제는 공식 행사에서도 당당하게 검은 귀축이라고 부르는 모습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럼 다음 참가자는······. 고귀한 프랑스의 황녀! 백금의 기사공주, 입학 수석!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양입니다!]다음 참가자의 등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카스미 선배가 퇴장하고, 올리비아가 입장한다.
조명 아래 빛나는 긴 백금발, 푸른 눈동자가 보인다.
“당연히 우승은 이 고귀한 프랑스의 황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몫이에요!”
흥.
올리비아가 볼을 부풀리면서 팔짱을 낀다.
그녀가 입고 나온 옷은 한복.
정확히는 전통적인 한복이 아니라 검은색과 하얀색 조합의 메이드복으로 개량한 한복이었다.
프릴이 달린 메이드 에이프런을 입은 올리비아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린다.
“그의 전속 시녀는 오직 저뿐이니까요! 다른 도둑고양이들의 접근은 용납할 수 없어요! 그리고 미스 슈오우의 왕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도 오직 고귀한 보나파르트의 황녀인 저밖에 없어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
올리비아가 입을 가리며 아가씨 웃음을 흘린다.
이제는 익숙해진 전속 시녀 선언.
아니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돌겠네, 정말.
이런 게 라노벨 가스라이팅인가?
삑.
이번에는 벨라가 버튼을 누른다.
“완벽합니다. 아가씨.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
벨라가 10점을 누르자마자 경쟁적으로 0점이 쏟아진다.
그 광경을 본 올리비아가 볼을 부풀린다.
“흐, 흥. 따, 딱히 세간의 평가 따위에는 신경 안 쓴다고요!”
힐끔.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파트너. 설마 내 사랑스러운 동생한테 0점을 줄 생각은 아니겠지?]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럴 생각은 당연히 없다.
삑.
10점을 누른다.
“10점, 당연한 점수 따위에 감사할 줄 알았나요? 흥.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올리비아가 볼을 부풀리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 본인은 고마운 모양.
츤데레가 이래서 문제다.
“어차피 왕관은 제 차지니까요. 대기실에서 지켜보도록 하죠!”
올리비아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퇴장한다.
[다음 참가자는······. 학원 최강! 실버 퀸! 사이온지 아리스 학생회장님입니다!]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아리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리스 등장과 함께 관중들이 술렁댄다.
“회장님!”
“사이온지 선배······. 저 옷은!”
“세상에······.”
엑스트라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
사이온지 아리스가 입고 나온 복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