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31)
제 329화
모태 귀축
빌헬미나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녀에게 있어 남동생은 가족이자 전부였다.
그렇기에 빌헬미나는 남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를 되살리고 싶었다.
소중한 남동생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부활 연구였다.
하지만 부활이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연구에 비용을 후원해줄 정신 나간 인간은 없었다.
오직 한 사람.
메사이어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그와 협력했다.
메사이어는 단순히 비용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연구를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빌헬미나는 메사이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믿었다.
신세계라는 터무니없는 이상에 찬동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신용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가 남동생을 죽인 흉수이자 진범이라니.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흑, 흐으윽, 흐아아아앙······.”
눈물이 주륵주륵 흐른다.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은 빌헬미나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다.
기만당했다.
배신감이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김덕성의 말대로라면 메사이어는 그녀의 남동생을 죽인 뒤에 계획적으로 그녀 본인에게 접근해서 지금까지 그녀를 좋을 대로 이용해먹은 셈이었다.
“······흐윽······.”
빌헬미나가 어깨를 떨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단의 대장로, 소울 리퍼 디에고 모랄레스.
리그와 교단은 협력 관계였기에, 리그의 고위 간부였던 빌헬미나 역시 대장로와는 몇 번 만남을 가진 적 있었다.
그런데 그가 설마 데미안의 원수였을 줄이야.
협력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최악의 원수이자 배신자였으며, 다른 원수 역시 놓쳤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메사이어에게 칼끝을 돌릴 수는 없었다.
김덕성의 말대로, 복수보다는 부활이 우선이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소중한 남동생의 영혼이 대장로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빌헬미나가 양손으로 양쪽 눈을 가린다.
그녀의 손아귀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사방이 막힌 듯한 답답한 느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빌헬미나의 전신을 지배했다.
‘데미안······. 나······. 어쩌면 좋아······.’
그녀가 버릇처럼 죽은 남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고 있던 그때.
“진정하십쇼.”
그녀의 귓가에 김덕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애처럼 울다니.
누가 라노벨 세상 아니랄까 봐, 당황스럽다.
웹소설이라면 이런 전개는 없었을 텐데.
라노벨 세상에 빙의한 내 팔자다.
히로인들의 시선이 내게 쏟아진다.
겉모습만 소녀지 사실상 70대 이상 할머니인 언더테이커가 우는 광경은 내가 보기에는 영 별로였는데, 히로인들에게는 동정심이 든 모양이다.
하긴 그래야 라노벨이지.
“후배 군. 이럴 때는 남자답게 여자를 울린 책임을 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 후배 군은 타고난 귀축에 나쁜 남자지만, 여자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니까.”
등 뒤에서 카스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타고난 귀축은 대체 뭐냐고.
모태 귀축이야?
카스미 선배의 말에 다른 히로인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호시노 양의 말이 맞아. 파트너. 네가 울렸잖아. 빨리 신사답게 누님을 달래드려.]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말이 울린다.
내가 울렸나? 자기 혼자 울었지?
내 책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내 앞날을 위해서라도 언더테이커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진정하십쇼.”
내 말을 들은 언더테이커가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가 말한다.
“······.”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그녀와 내 시선이 허공에서 서로 얽힌다.
“검은 귀축······.”
언더테이커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한다.
“······나······. 이제 어쩌면 좋아?”
그녀가 천천히 내게 말한다.
뜬금없이 어쩌면 좋냐니.
이 말의 진의가 뭐지······. 하고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는 상냥한 라노벨 세상이니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모든 사람은 겉과 속이 일치했고 말을 빙빙 돌리는 법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언더테이커가 한 어쩌면 좋지라는 말의 의미는 정말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대답해줘야지.
“내가 당신의 복수도, 부활도 전부 이루어 주지.”
언더테이커는 소중한 자원.
귀환 후까지 무조건 살려서 데려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녀를 포섭해야 한다.
내 말을 들은 빌헬미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그러니까 메사이어 대신 지금부터는 나한테 협력해. 난 이미 놈의 적인데다 당신을 절대 속이지도, 배신하지도 않을 테니까. 약속하지.”
내 말을 들은 빌헬미나의 뺨이 떨린다.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메사이어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방금 알아차린 빌헬미나였다.
그런데 쉽사리 다른 사람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치트키가 있었다.
[파트너의 신뢰는 이 흑태자 님이 보장할 테니까 안심해도 좋아. 누님.]내 옆에 선, 반투명한 정령 모습으로 실체화한 흑태자가 엄지를 척하고 들어올리면서 나를 보증한다.
그렇다.
파이브 크라운즈의 일원이자 그녀와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흑태자의 보증이라면, 얼마든지 나를 믿게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라노벨 세상이니까.
예상대로 흑태자의 말을 들은 빌헬미나의 눈동자가 더 크게 흔들린다.
동요하고 있는 상황.
“······.”
빌헬미나의 침묵이 다시 이어진다.
“정말······. 복수도······. 부활도······. 검은 귀축이······. 해주는 것?”
빌헬미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에서 그녀가 바라던 데미안 하이젠버그의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7권에서 교단의 대장로를 쓰러뜨리고, 데미안의 소울 젬을 획득한 주인공이 언더테이커에게 건네준 이후 언더테이커는 부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데미안의 사자의 소생은 세상의 섭리를 거스르고, 영혼의 안식을 방해하는 일이다, 뭐 이런 클리셰적인 대사를 내뱉으며 그녀를 직접 설득한 후에야 언더테이커는 눈물을 흘리면서 부활을 단념했고 데미안의 영혼은 성불했다.
그런 라노벨다운 고구마 스토리가 언더테이커의 엔딩이었다.
하지만 설정집에서는 IF 스토리로 부활 방법이 쓰여 있었다.
부활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은 만능 촉매인 현자의 돌.
하지만 원작에서 현자의 돌은 최종 결전이 끝나고 파괴되어 소멸한다.
제조 방법 역시 메사이어의 죽음과 함께 불타 사라지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블랙 스톤이 내 몸속에 있으니, 이걸 이용해서 현자의 돌을 만들어내면 된다.
사자 소생이 섭리에 맞지 않는다고?
세상의 섭리, 영혼의 안식 같은 건 엿이나 먹으라지.
그따위 고구마 전개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맞다.
나는 소인배고 사이다패스다.
고구마 따위는 두고 볼 수 없는 성격이다.
부활? 하고 싶으면 하는 게 맞다.
그러니 빌어먹을 원작 따위는 따라갈 생각이 없다.
“그래. 반드시.”
“······약속······. 해······. 그럼······. 믿어······.”
스윽.
언더테이커가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이 빌어먹을 새끼손가락 약속은 좀 안 하면 안 되나?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언더테이커는 필수 인재니까.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 새끼손가락을 그녀의 새끼손가락과 마주 걸었다.
“약속······. 어기면······. 바늘 천 개······. 삼키기······.”
언더테이커가 엄지 도장을 꾸욱 찍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설정집에 박힌 언더테이커의 국적은 미국.
그런데 미국인이 대체 왜 일본식 손가락 약속을 하는 건데.
해괴한 약속 방식에 어이가 터져버린 그때.
“히히······.”
언더테이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는다.
“검은 귀축······. 약속······. 지켜야 해······. 배신하면······. 바늘······. 천 개······.”
빌헬미나가 나를 바라보면서 텅 빈 눈동자로 말한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빌어먹을 어린애 울음소리를 안 들어도 되니까 다행이긴 하네.
“아, 그래.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응······. 믿을게······.”
빌헬미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겨우 벗어났네.
아무튼 언더테이커 포섭은 성공했다.
“그럼 이제 리그로 돌아가. 가서 메사이어한테 지금처럼 협력하는 척해. 연락망은 유지하고.”
내 말을 들은 빌헬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빌헬미나 포섭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바로 리그에서 탈퇴시킬 수는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녀를 이쪽으로 완전히 전향시키는 건, 메사이어가 본모습을 드러낸 이후여야 한다.
지금은 그녀를 스파이로 심어서 리그 내부 정보를 빼먹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
끄덕.
언더테이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이쯤에서 당근을 주는 게 맞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빌헬미나에게 말했다.
“네 동생의 영혼은 내가 교단에서 빼낼 거야. 성공하면 그쪽에서 반응이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소울 젬 보관실은 교단의 최고위 인사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비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내게는 교단의 모든 창고에 드나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 성녀가 있다.
물론 데미안의 소울 젬을 빼낸다면 그 즉시 원작 17권처럼 대장로와 성녀 사이의 교단 내전이 일어나겠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다.
포 호스맨 네명 중 한 명이 죽고, 한 명은 감옥에 수감되고, 한 명은 내게 포섭됐다.
이제 남은 EX랭크 빌런은 메사이어, 독타 쉬나벨, 대장로의 셋뿐.
이제 슬슬 교단 내전을 통해서 독타 쉬나벨과 대장로를 정리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는 메사이어 놈에게 당하기만 했지만, 이제 앞으로는 내가 상황을 주도할 것이다.
웹소설 빙의자 주인공답게 사이다를 뻥뻥 터뜨리겠다는 말이다.
“!!”
빌헬미나의 눈동자가 커진다.
“저, 정말······.”
“정말이니까 빨리 리그로 돌아가. 한서진, 넌 오늘 데이트가 끝나면 빌헬미나랑 비밀 연락망을 구축하도록.”
“알겠습니다. 김덕성님.”
내 말을 들은 한서진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응. 검은 귀축······. 말 들을게······.”
언더테이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 정문 앞에 선 채 우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흔들흔들.
언더테이커가 조막만한 손을 흔들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스윽.
로비 문이 열린다.
문을 가로막았던 바위는 히로인들이 들어오면서 부순 모양인지 잔해만 남은 모양.
설마 저거 가지고 데스 랜드에서 기물 손괴로 우리 고소하지는 않겠지?
“나······. 갈게······. 안녕······. 라울······. 검은 귀축······.”
탁.
언더테이커가 희미한 목소리로 인사를 남기면서 로비 문이 닫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드디어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이제 남은 건 내 손으로 교단 내전을 유도해서 남은 빌런을 상잔시키는 것과, 메사이어의 학원 부수기를 대비하는 것뿐이다.
내가 그렇게 장래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고 있던 그때.
“이봐요 당신!”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히로인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한 발짝.
올리비아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대체······. 지금까지 어떤 조직과 싸워왔던 거죠?”
머리가 어질하다.
이제 2라운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