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42)
#340
금의환향(錦衣還鄕)
김덕성.
한국 5000년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님과 함께 성웅(聖雄)이라는 이름을 허락받은 단 둘뿐인 위인.
한국에서 김덕성의 위상은 단순한 영웅을 넘어 이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반열인 살아있는 신의 영역에 도달한 상태였다.
김덕성 전용기가 일본에서 날아오른 순간부터 한국의 모든 방송사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김덕성 귀국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그분의 귀국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방금 성웅 김덕성님의 존안이 새겨진 전용기가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이륙했습니다.]한국항공에서 김덕성 재단에 기증한, 김덕성의 얼굴과 성웅 김덕성 재단의 마크가 새겨진 전용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중계된다.
서울부터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까지.
DMZ부터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까지.
서해 5도부터 가거도에서 울릉도와 독도까지.
설악산부터 지리산을 거쳐 한라산까지.
청와대부터 국회의사당, 관공서, 대기업 본사, 공장, 학교, 식당, 미용실, 카페, 상가, 군부대까지.
대한민국 방방곡곡, 시골과 도시, 서울과 지방을 따지지 않고 TV, 라디오, 너튜브를 포함한 모든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 전역에 김덕성 귀국 생방송이 중계되고 있었다.
평소라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을 명동과 홍대를 위시한 서울의 번화가도 지금만큼은 쥐 죽은 듯 아무도 없었다.
모두 김덕성의 귀국 방송을 보기 위해 집 또는 가까운 가게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성웅 김덕성님 귀국 기념 임시공휴일 지정 안건 국무회의 통과······. 사실상의 신년 연휴······.]게다가 정부에서는 김덕성의 귀국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사람 대신 거리를 메운 것은 태극기였다.
펄럭.
관공서는 물론 상가와 빌딩에 아파트까지.
한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건물과 가로수, 전봇대에 태극기가 걸려서 휘날리고 있었다.
그 정점은 광화문광장이었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김덕성의 동상이 세워진 광화문 광장에는 추산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거대 스크린으로 김덕성 귀국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김덕성 님이 탑승하신 전용기가 대한민국 영공에 들어섰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김덕성 님께서 탑승하신 전용기를 호위합니다.]영상 속에서 대한민국 공군 마크가 그려진 전투기들이 등장해 김덕성 전용기를 호위한다.
[성웅 김덕성 님이 귀국하다니······. 어흑흑흑······. 너무 감격스럽습니다.]생중계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눈물을 글썽이며 통곡했지만,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위대한 성웅의 귀국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울음바다가 된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가 등장한다.
“김덕성 님 만세!”
“김덕성 님께서 귀국하셨다!”
“어흑흑흑흑”“김덕성 님······. 날 가져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전국에서 울음과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민족과 겨레의 위대한 영웅.
빌런으로부터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을 방어한 살아있는 신.
김덕성의 귀국을 환영하는 태극기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기사가 쏟아지면서 카메라가 이제는 김덕성국제공항이 된 양양국제공항을 비춘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순간, 김덕성이 마침내 공항에 도착했다.
*
쾅! 콰광!
저 멀리서 포성이 울린다.
예포를 쏘는 모양.
아니 나 왔다고 무슨 예포야.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지려던 그때.
요란한 소음과 하늘에 뜬 전투기가 함께 형형색색의 비행운을 남기면서 곡예비행을 한다.
[김덕성 님의 귀국을 축하하는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이 지금 막 펼쳐지고 있습니다.]현장에서 사회자가 긴장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에어쇼?
날 본다고 에어쇼라고?
솔직히 내 얼굴과 태극 마크가 새겨진 전용기를 봤을 때부터 황당했는데, 점점 더 내 상식을 벗어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에어쇼와 함께 현장에 있던 군악대가 애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빌어먹을 애국가 타임이 끝나자, 푹신한 레드 카펫 양옆에 선 국군 의장대가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펄럭.
공항 곳곳에 세워진 태극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김덕성 님을 향해, 받들어! 총!”
“충! 성!!”
척!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내게 경례하는 의장대.
군필자였던 나였기에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거의 VIP급 의전인데, 이런 행사에 동원되는 의장대는 밥 먹고 이거만 연습한다.
병사들 입장에서는 이가 갈려야 정상인데, 어째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환희와 희열까지 느껴지는 모습이 어색함을 넘어서 공포다.
히로인들과 함께 레드 카펫을 걷는다.
그 끝에서 만난 건.
“김덕성 님. 귀국을 환영합니다.”
웃는 표정으로 내게 악수를 권하는 대통령.
뒤에는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성웅 김덕성 님, 대한민국 귀국을 환영합니다.’ 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있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일단 대통령의 손을 붙잡은 순간.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비처럼 쏟아진다.
거의 광공해를 연상시키는 수준.
“귀국 환영식은 간소하게 준비해봤는데, 마음에 드셨습니까?”
대통령이 하하하 웃으며 내게 말한다.
뭐?
간소?
이게······. 간소?
[파트너. 내가 간소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지?]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예포 21발에 블랙이글스 에어쇼에 국군 의장대 사열까지 했는데 간소라고?
상식을 벗어난 대통령의 발언에 나는 벗어나려는 혼을 간신히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 네. 마음에 드네요. 하하하하.”
“하하 이거 환영식인데 너무 간소해서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역시 민족과 겨레의 성웅이신 분답게 소박하군요.”
소박?
내가 지금 대체 뭘 듣고 있는 거지?
대통령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그때.
“그럼 일행분들과 함께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하시죠.”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의 말을 받은 것은 건 양복을 빼입은 중년인.
“김덕성 님. 이쪽입니다. 차량은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중년인이 비굴할 정도로 90도로 깍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두 손으로 내게 공손하게 명함을 건넨다.
[강원도지사] [박성진]명함에 적힌 직책은 강원도지사.
“부끄럽지만 김덕성 님의 휴가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강원도지사가 그 자리에서 바로 내게 엎드려 큰절한다.
큰절?
아니 갑자기 왜 절해?
“저 강원도지사 박성진!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김덕성 님!”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가 다시 터진다.
진심으로 당황스럽다.
아니 왜 이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아니, 저. 알겠으니까 좀 일어나십쇼. 도지사님.”
나는 큰절하고 있는 도지사의 손을 잡아 강제로 일으켰다.
초롱초롱.
도지사의 눈이 반짝인다.
“성웅 김덕성 님께서 저 같은 일개 정치인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시다니,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어흐윽! 흑!”
급기야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는 강원도지사.
돌겠네, 대체 왜 울어.
“흠흠. 오늘만큼은 박 도지사가 조금 부럽군요. 하하하하.”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통령이 웃으면서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소녀도 아니고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아저씨들이 무슨 아이돌 광팬처럼 저러고 있으니 속이 울렁거린다.
“됐으니까 차량 안내나 해주세요.”
나는 울렁거림을 참으면서 도지사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김덕성 님!”
도지사가 고개를 숙인 뒤에야, 나는 마침내 일행과 함께 차량을 탑승할 수 있었다.
나와 히로인들이 탑승한 차는 대형 리무진 밴.
밖에서 내부를 확인 불가능한, 검은 방탄유리 너머에는 리무진 밴과 똑같은 차량 두 대가 앞뒤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경호 차량과 경찰 오토바이가 에워싸고 있었다.
양양에서 평창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상황.
대신 도로변에는 수많은 현수막과 함께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김덕성 님의 귀국을 환영합니다. – 삼정그룹 임직원 일동] [김덕성 님의 귀국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로테그룹 임직원 일동] [김덕성 님을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 강원도]재벌그룹, 강원도에서 내건 현수막부터 지자체, 향토기업, 심지어 부녀회 등 수많은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이 시야에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드벌룬은 물론 내 얼굴과 귀국 환영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행선까지 하늘에 떠 있었다.
이놈의 나라는 올 때마다 쪽팔린다.
“우와아아아.”
옆자리에 앉은 에리가 창 밖을 바라보면서 탄성을 터뜨린다.
신기한 모양.
하긴 내가 봐도 신기하다.
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는 와중에도 차는 열심히 달렸고.
[어서 오십시오! 성웅 김덕성님! 자택보다 더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 평창군수 및 평창군민 일동]평창군수가 내건 현수막과 함께 마침내 내 개인 리조트가 있는 평창에 도착했다.
*
김덕성 환영식을 마친 뒤.
대통령은 눈물을 닦으면서 청와대로 복귀했다.
빌런 습격 사건 이후 복구가 완료된 청와대 지하 벙커.
그곳에서 소집된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김덕성의 보좌 요원인 한서진과 대화하고 있었다.
“자네가 말한 대로, 빌런이 침입하면 성웅 김덕성 님과 그분의 동료분들이 최대한 활약할 수 있게, 그분의 리조트 근처에 조치해두었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지하 벙커 메인 모니터에서 한서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덕성 님의 요구를 수용하는 건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아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일세. 그나저나 한서진 요원.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하렘 계획을 국민들한테 공표하자고?”
[예. 전 세계 최고액 현상범인 소울 리퍼를 김덕성 님께서 붙잡는다면 김덕성 님의 위상은 국내에서 급상승, 국민 여론도 하렘 계획을 수용할 것입니다.]한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대통령의 귓가에 꽂힌다.
“계획의 공표라······.”
지금까지 김덕성 하렘 계획은 대외에는 비밀 사항으로 추진되던 계획.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기에, 국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하렘 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공표해야될 터.
“자네 말대로 그때가 적기일 것 같군. 자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고민하던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
한서진의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적기가 있다면, 강원도에서 일어날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고 김덕성에 대한 국민적 우호 여론이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가 바로 적기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한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린다.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
한서진의 선창에 대통령이 후창하고, 곧이어 청와대 참모들이 복명복창한다.
그녀가 기획한 김덕성 하렘 계획이 마침내 마지막 직전 단계에 도달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