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48)
#346
내리갈굼(삽화 有)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아가씨 웃음이 식당을 가득 울린다.
비니 위에 고글을 비스듬하게 올려 쓴 올리비아가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아가씨 웃음을 터뜨린다.
“이번 승부, 제가 전부 승리했어요! 후후후후후.”
척.
올리비아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말한다.
추운 바깥과 따뜻한 안쪽의 혼도 차이인지 올리비아의 코 끝과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별로 안 궁금했던 승부 결과가 드디어 나온 모양.그래도 이긴 사람이 올리비아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올리비아의 뒤를 이어 린이 살짝 분한 얼굴로 들어온다.
“큿······. 이번에는 지고야 말았지만 다음은 절대 패배하지 않겠다······.”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숙이는 린.
“······저도 스키는 꽤 탄다고 자부했지만, 패배할 줄은 몰랐습니다.”
린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리스.
그녀가 입술을 깨물면서 손을 파르르 떤다.
“하와와와와······. 간발의 차로 패배한 것이와요······.”
에반젤린의 목소리도 들린다.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하와와하는 에반젤린.
여전히 어지러운 말투가 따로 없다.
“으읏······. 이 몸의 몸 상태만 정상이었어도······. 모두를 제치고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거늘······.”
마지막으로 들어온 세이라가 울분을 터뜨린다.
아니 세이라는 애들 싸움에 너무 진지한 것 아닌가?
“좋아요. 그럼 승자의 권리로서, 그리고 전속 시녀로서 당신과······.”
들어선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가 나와 마주친다.
그녀의 얼굴이 빠르게 붉어진다.
“데, 데데데데이트를 하겠어요!!”
눈을 질끈 감은 올리비아가 말을 더듬는다.
데이트라.
“어, 그래.”
못 할 것도 없다.
내가 수락하자 올리비아가 빨개진 얼굴로 볼을 부풀린다.
그녀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돌리면서 말한다.
“흐, 흥! 다, 당연한 결과 따위, 별다른 감흥도 없으니까요!”
츤츤대는 걸 보면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
그녀가 얼굴을 붉힌 채 내 옆자리에 앉는다.
올리비아가 앉자 다른 히로인, 에반젤린, 세이라, 아리스, 린이 자리에 착석한다.
마지막으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식당에 합류한 유지가 하루 옆에 앉는다.
다행히 식당은 넓었기에 테이블은 넘쳐나는 상황.
끼리리릭.
한서진이 기다렸다는 듯 카트를 끌고 온 뒤,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묵탕과 속초 닭강정, 속초 아바이순대, 평창 황태구이, 영월 메밀전병, 춘천 닭갈비 등 강원도 음식이 한가득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
“강원도지사와 도민, 지역사회가 김덕성 님의 방문을 기념하여 제공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로, 마찬가지로 칠성 호텔 조리장 경력이 있는 김 셰프가 직접 조리하였습니다.”
한서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무슨 조선시대 왕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런 짓을.
이러다가 전국 팔도 특산물이라는 특산물은 다 먹어보게 생겼네.
돌겠다.
“흠, 이것이 강원도의 요리인가? 맛있어 보이는군.”
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어묵꼬치를 집어든다.
“하와와와와······. 말로만 듣던 춘천 닭갈비인 것이와요!”
옆에 있던 에반젤린이 눈빛을 반짝인다.
영국에 사는 공주가 그걸 어떻게 말로 들어.
“그럼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시길.”
한서진의 말과 함께 히로인들이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어묵 국물을 한 그릇 떠서 먹었다.
역시 겨울에는 어묵 국물이지.
부산에서 잡은 해산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어묵 국물이 넘어가자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김덕성 님. 어떻습니까? 어묵탕의 맛은?”
옆에 있던 한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어묵을 간장에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부산어묵답게 어묵 맛은 제법 좋았다.
전체적으로 괜찮다.
맛도 확실히 있다.
하지만 뭔가가 조금 아쉽다.
“괜찮은데······. 역시 동네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 맛은 안 나는 것 같은데······.”
추운 겨울, 밤 늦게 학원이 끝난 뒤 얼마 안 되는 용돈을 쪼개서 시장에서 사먹던 그런 추억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건강식이랍시고 MSG를 안 써서 그런가?
“그, 그런······.”
내 말에 한서진이 당황한다.
그녀의 표정이 살짝 흔들리면서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간다.
한서진의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즉시 김 셰프한테······.”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린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지금 한서진은 무슨 육군참모총장이 일선 부대 방문해서 병사식당에서 병사들이랑 같이 짬밥 먹다가 국이 좀 짜다고 말한 이야기를 들은 대대장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때 참모총장 부대 방문이 끝난 뒤, 빡쳐서 내리갈굼을 여기저기 살포하고 다녔던 대대장 같은 꼴이 될 터.
고작 내 취향 때문에 칠성 호텔 조리장 출신 셰프가 내리갈굼당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맛있다고.”
“알겠습니다. 입맛에 부족함이 없다니 다행입니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시길.”
한서진의 얼굴이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온다.
겨우 후폭풍을 차단했다.
다행이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라면을 후루룩 삼키면서 춘천 닭갈비, 영월 메밀전병 등을 입 안에 쑤셔넣었다.
향토 음식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강원도지사가 신경 쓴 대로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정말 별일 없겠지?
*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장 집무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동아시아의 물류 거점인 부산항이 있는 해안 도시.
300만 인구를 총괄하는 부산광역시의 총책임자, 부산광역시장 이형식은 지금 집무실에 걸린 전화를 받으면서 연신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집무실에는 부산광역시 전도와 함께 태극기, 부산광역시 깃발과 함께 성웅 김덕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 네. 김덕성 님께서 저희 부산 어묵을 포장마차 오뎅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고요?”
강원도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이 시장의 얼굴이 충격에 빠졌다.
스키장 하면 뜨끈뜨끈한 오뎅이 아닌가?
일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성웅 김덕성 님께서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에서 먹었던 하동 녹차가 대박이 터졌던 사실을 이 시장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부산의 자랑인 부산어묵을 광고하기 위해서, 스키장에는 어묵과 어묵 국물이 빠질 수 없다는 논리로 성웅 김덕성 재단에 어필하여 호남, 영남, 충청 등 수많은 지역 특산물과의 피터지는 경쟁을 뚫고 그분의 밥상 위에 부산 자갈치 시장 해산물과 함께 올라간 것인데.
그런 부산어묵이 포장마차 오뎅보다 못하다니.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한 요원님. 시정하겠습니다. 네.”
뚝.
전화가 끊긴다.
전화를 끊은 이 시장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벌써 김덕성이 즐기는 부산어묵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전부 완성된 상황인데, 정작 그분께서 그렇게 혹평하다니!
그분께 잘못된 어묵을 보내드려서, 감히 그분의 입을 자신 따위가 더럽히는 꼴이 되었다니.
이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이 시장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비서. 지금 당장 부산어묵 프로젝트 담당자 전원 소집하세요. 일을 대체 어떻게 처리한 거야!”
부산시장 집무실 밖으로 이 시장의 샤우팅이 터졌다.
부산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
스키하우스 식당에서 배를 전부 채운 뒤.
나와 히로인들은 계속해서 스키를 탔다.
스키도 계속 타다 보니 제법 재미가 있어서, 나는 어느새 순수하게 스키를 즐기게 되었다.
여름방학 때와는 달리 빌어먹을 럭키 스케베 이벤트도 없었기에 더 좋았다.
역시 바다보다는 산, 여름보다는 겨울이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진 상황.
“주간 코스는 폐쇄했습니다. 원한다면 야간 코스에서 계속해서 스키를 탈 수 있는데······. 혹시 야간에도 스키를 희망하는 분 있습니까?”
스키하우스에서 이번 스키여행의 총책임을 맡은 한서진이 말한다.
마침내 야간 스키 타임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적의 습격도 이제 지척이다.
정보망을 통해서 이미 세 빌런이 리조트에 잠입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상태.
남은 건 일부러 함정에 빠져서 놈들을 유인하는 일뿐이다.
“으으으······. 에리링은 피곤해······. 쉬고 싶어······.”
“저도 쉴래요.”
한서진의 말에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에리와 카스미 선배.
그녀가 녹초가 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아하하하. 나는 에리쨩이랑 카스미 선배랑 같이 숙소로 돌아갈게.”
그런 에리를 마코토가 챙기면서 말한다.
“훗. 저는 이미 낮의 경주에서 승리하였으니, 오늘은 고귀한 프랑스의 황녀인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특별히 여러분들을 위해 관용을 베풀어서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어요!”
다음으로 올리비아가 손을 들면서 말한다.
오늘 경주 승리가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
“······이 몸도 오랜만에 밖에서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기력이 달리는구나. 이만 숙소에 가서 쉬어야겠어.”
올리비아 다음으로 세이라가 말한다.
나이가 어려졌어도 체력이 달리는 건 여전한 모양.
“흐응······. 하루도 이만 물러날게. 바보 오빠가 스키는 이제 그만 타고 싶다고 해서.”“······아하하하. 그 말대로야.”
다음으로 하루와 유지가 빠졌다.
그렇게 빠지자 남은 인원은 나, 아리스 선배,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 에반젤린과 베아트리체의 넷이었다.
한서진의 시선이 우리 넷을 향한다.
에반젤린과 베아트리체에 아리스라.
에반젤린과 아리스는 S랭크에 베아트리체는 EX랭크 빌런도 순간 속박이 가능한 유물을 보유한 실력자.
이 정도 멤버면 어떤 상황이라도 충분히 대응할 만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그때.
“남은 분들은 야간 스키를 타실 예정입니까?”
“그러지.”
한서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 싫어도 이번에는 해야 했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리스가 손을 들었고, 다음으로 에반젤린이 말했다.
“하와와와와! 소녀는 아직 더 놀 수 있는 것이와요! 오늘 밤도 스키로 불태우는 것이와요!”
에반젤린의 분홍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계, 계약자가 간다면······. 여도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지······.”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가 소심하게 말한다.
좋아.
자연스럽게 야간 스키 파티가 결성돼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강제로 내가 야간 스키 멤버를 지명할 생각이었는데, 뭐 강제 지명보다는 자연스럽게 되는 편이 좋겠지.
아리스가 낀 건 의외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김덕성 님, 사이온지 씨, 스튜어트 공주님, 트릭시 양까지 총 네 분의 야간 스키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서진이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나와 아리스, 에반젤린, 스튜어트의 야간 스키가 결정되었다.
빌런을 상대한다는 내 진짜 목적 역시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같은 시각.
밤이지만, 대낮처럼 밝은 조명이 설치된 리조트 스키장.
그 너머의 침엽수림에 세 빌런이 모여 있었다.
로브를 쓴 언더테이커, 롱패딩을 입은 디에고 모랄레스와 가면을 쓴 독타 쉬나벨이었다.
독타 쉬나벨이 밖에서 3만 원을 주고 산 영월 메밀전병을 씹어대면서 말한다.
“이제 곧 작전 시작 시각이군요.”
“스키장에 남은 인원은?”
“목표물인 베아트리체와 김덕성, 그리고 사이온지 아리스와 에반젤린 스튜어트입니다.”
디에고 모랄레스의 물음에 허공에 마력구를 띄워 시야를 확장, 스키장을 살펴보던 독타 쉬나벨이 말한다.
“좋아······. 딱 좋은 멤버만 골라서 남았군. 그렇다면 플랜 B는 필요 없겠어.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지.”
“좋습니다.”
디에고 모랄레스의 말이 끝난 순간.
독타 쉬나벨이 손에 든 마지막 메밀전병을 씹어 삼킨다.
그 모습을 본 디에고가 말한다.
“······아까 나한테 그거 하나 준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한 문제지! 네놈이 약속했으니까!”
디에고 모랄레스와 독타가 싸우던 순간.
그 모습을 본 언더테이커가 짧게 말한다.
“······작전······. 시작.”
음성 변조를 통해 불쾌하게 일그러진 그녀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얼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 메밀전병은 빚으로 달아두지.”
디에고 모랄레스의 한마디에 독타 쉬나벨이 혀를 찬다.
“쪼잔한 양반 같으니. 그럼 언더테이커 씨의 재촉도 있으니 지금부터 진짜 작전을 시작하죠.”
독타 쉬나벨의 말이 끝난 순간.
번쩍.
침엽수림에서 한 줄기 빛기둥이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