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49)
#347
설산 조난
야간 스키는 위험하다.
그래서 일부 슬로프와 코스는 폐쇄하고, 야간이기 때문에 안전 요원도 더 많이 배치된다.
우리가 있는 슬로프는 최상급 코스인 성웅 코스.
코스 이름을 대체 누가 이따위로 지은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산꼭대기부터 스키 하우스까지 가파른 경사길이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코스다.
야간이니만큼 주변 조명은 눈이 아플 정도로 환하게 밝혀진 상황.
그곳에서 나는 지금 에반젤린, 베아트리체, 아리스와 함께 스키를 타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계약자여! 무, 무무무서운 것이니라!!”
촤르르르륵.
눈발을 흩날리면서 스키를 타며 비명을 지르는 베아트리체.
의외로 제법 겁이 많은 그녀답게 최상급 코스의 아슬아슬한 경사길을 스키로 내려간다는 점에서 덜덜 떠는 것이다.
“하와와와와와와! 역시 겨울에는 무조건 스키를 타야 하는 것이와요!”
반면에 에반젤린은 밤인데도 활기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목소리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살판이 났다.
쐐애애애애액.
귓가에 겨울바람 소리가 들린다.
옆에 보드를 타고 나와 속도를 맞춰 내려오는 아리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겨울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사람이 적으니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이군요.”
아리스가 옅게 웃는다.
고글에 스키 파카까지 완전 무장했는데도 쓸데없이 예쁜 얼굴이다.
“어, 그렇네요. 선배.”
아리스의 말애 대충 대답하면서 코스를 질주한다.
스키에 가속도가 계속 붙으면서 속도감이 올라가던 그때.
휘이이이이이잉.
갑자기 겨울바람이 급격하게 세지기 시작한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 계약자여! 여의 마안이 쿡쿡 따끔따끔 쑤시느니라!”
베아트리체가 안대로 가려진 눈을 감싼다.
미래의 위험을 감지하는 그녀의 마안 능력이 발현된 것이다.
전처럼 피눈물이 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끔따끔 아픈 모양.
안 그래도 무서운 코스 때문에 불안정했던 그녀의 스키가 펜스 쪽으로 기운다.
“하와와와와, 트릭시 양······.”
에반젤린이 당황한 그때.
나는 재빨리 스키를 몰고 팬스를 향해 질주하는 베아트리체에게 향했다.
손을 뻗는다.
두근.
마력로가 박동하며 마력을 생산한다.
기프트를 사용한다.
솟아난 마력이 암흑으로 전환된다.
스키 장갑을 낀 내 오른손에서 암흑이 피어오른 뒤에 베아트리체를 향해 뻗어나간다.
이대로 놔뒀다간 펜스에 부딪힐 터.
초인이라 심각하게 상처 입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을 생각하면 전력 약화는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
끝없이 뻗어나간 암흑이 커다란 매트리스처럼 변한다.
콰-광.
갈 곳을 잃고 코스를 벗어나 질주하던 베아트리체가 암흑 매트리스에 부드럽게 부딪힌다.
“윽.”
그녀가 부딪히면서 생긴 충격이 그대로 암흑 매트리스에 전달된다.
나는 이를 악물면서 마력을 암흑 매트리스에 주입해서 그녀가 쏟아낸 충격을 그대로 전부 흡수했다.
“흐익?!”
푹신한 감촉에 놀라는 베아트리체.
충격은 내가 마력으로 전부 받아냈기에 다친 곳은 없을 터.
나는 한숨을 쉬면서 기프트로 펼쳐낸 암흑을 조작해서 그녀를 완전히 멈추게 한 뒤에, 스키를 타고 베아트리체 근처로 향했다.
“야, 괜찮냐?”
나와 시선을 마주친 베아트리체의 얼굴이 빨개진다.
아직도 마안이 욱신거리는 모양인지, 그녀가 한쪽 눈을 감싸면서 말한다.
“······그, 그대가 여를 구원해준 것이로군······. 치, 칭찬해주겠다! 인간 주제에 이 홍련의 성녀인 여를 훌륭하게 구원하다니······. 여의 생존으로 이 세계의 평화는 다시 한 번 지켜졌도다. 영광으로 알도록.”
베아트리체가 빨개진 얼굴을 보이기 싫은 모양인지, 시선을 뒤로 돌리면서 더듬더듬 중2병 대사를 내뱉는다.
본인의 생존이 세계의 평화에 직결된다라.
이번만큼은 베아트리체의 대사가 의외로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데미안의 소울 젬이 없었더라면, 언더테이커를 회유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나아가서 모든 유물을 다룰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없다면 내 최종 목표인 양방향 게이트 역시 만들 수 없다.
그러니 베아트리체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프트를 거뒀다.
기프트로 만들어낸 암흑 매트리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흐, 흐에에에에에에?!”
내가 순순히 긍정하자 베아트리체의 입에서 이상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던 그때.
“하와와와와와와. 트릭시 양!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이와요?!”
에반젤린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촤르르륵.
“다, 다친 곳은 없도다.”
스키를 타고 온 에반젤린이 눈밭에 무사히 서 있는 베아트리체를 껴안는다.
“정말로 다행인 것이와요! 김덕성 님이 트릭시 양을 구해주셨군요! 역시 김덕성 님은 상냥한 분인 것이와요! 후후.”
베아트리체를 끌어안은 에반젤린이 그녀와 뺨을 비비면서 내게 말한다.
상냥한 사람이라니.
내가 말을 말지.
“흠. 그래도 별다른 피해 없이 사고가 마무리돼서 다행입니다. 김덕성 군. 잘했습니다.”
그때.
내 옆에 아리스가 보드를 타고 나타난다.
그녀가 스키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내 머리를 비니 위로 쓰다듬는 시늉을 한다.
“이건 칭찬의 쓰담쓰담입니다. 김덕성 군.”
아리스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그런 이야기는 굳이 안 덧붙여도 괜찮을 텐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그와 함께 EX랭크인 내 기감에만 걸리는, 미묘한 마력 파동이 감지된다.
조금씩 내리던 눈발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한다.
[파트너. 이거 아무래도 시작인 것 같은데.]흑태자가 말한다.
원작과는 다르지만, 독타 쉬나벨이 세계 유리 결계를 사용한 게 분명하다.
EX랭크 술식, 세계 유리 결계.
결계답게 사전 준비 기간과 준비물이 제법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과는 끔찍한 수준.
일정 범위 내의 사람을 한꺼번에 결계를 설치한 지정 장소로 공간을 이어 이동한 뒤 가둔다.
결계 내부에서 결계를 파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로지 외부에서 숨겨진 약점을 찾아야만 결계에 틈을 낼 수 있다.
단점이라면 결계를 사용한 술자 본인은 움직일 수 없으며, 결계 유지 말고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있다.
물론 내부에서도 결계에 사용된 힘보다 더 강력한 힘을 사용하면 결계를 박살낼 수는 있다.
20권에서 천지검식을 각성한 올리비아가 주인공 유지와 대등한 수준의 힘을 사용해서 세계 유리 결계를 부수기는 했지만, 지금의 내가 굳이 그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내 목적은 적에게 함정에 걸린 척 속이면서 적을 유인하는 거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이미 결계 안이야.]흑태자가 말한다.
나도 알고 있다.
“점점 눈발이 거세지고 기상이 악화되고 있군요······. 트릭시 양의 사고도 있으니 빨리 코스를 내려가 스키하우스로 복귀해야겠습니다.”
아리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말은 정론이지만, 이제 복귀할 스키하우스는 없다.
라노벨 설산 조난 클리셰대로라면, 전기가 안 통하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산장이 하나 있겠지.
실제로 이 주변 침엽수림에는 산장이 제법 많다.
군대 임시 초소처럼 비상시에 경비 병력이 배치, 투입돼서 산을 사각지대 없이 감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장소인데, 진짜 라노벨에 나오는 설산 조난에 나오는 산장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공간 유리 결계로 이을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금 우리가 떨어진 이 장소도 주변 산 어딘가일 것이다.
적의 입장에서도, 우리가 설산을 헤매다 그런 산장에 들어가서 지치고 잠들었을 때 습격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둘 생각은 없지만.
“그게 좋겠사와요.”
에반젤린이 활기찬 목소리로 손을 번쩍 들며 말한다.
“으으으, 여는 이제 스키보다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어묵 국물을 먹으며 휴식하고 싶구나······.”
뒤이어 베아트리체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여기서도 온돌이냐.
방심하면 국뽕이 튀어나오다니, 정말 한 치 앞도 예상이 안 간다.
휘이이이이이잉.
아리스가 말하는 동안 눈보라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악천후 역시 심해져서, 이제 한 치 앞도 안 보일 지경이 되었다.
“조심하시고, 마력을 사용해서 시력을 강화한 뒤에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스튜어트 양과 트릭시 양은 슈오우 학원의 생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슈오우 학원의 학생회장이자 여러분의 선배. 연장자로서 여러분을 인솔하겠습니다.”
척.
아리스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말한다.
책임감 넘치는 그녀다운 모습.
제법 믿음직스럽다.
“하와와와와와. 사이온지 회장님만 믿겠사와요!”
에반젤린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크흠흠. 그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잘 따라오십시오.”
아리스가 에반젤린의 시선이 부끄러운지 헛기침하며 스키를 몰고 앞장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에반젤린, 베아트리체와 함께 스키를 타고 아리스를 뒤따랐다.
촤르르륵.
눈보라 속에서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스키가 눈밭을 가르고 나아간다.
잘 정비된 스키 코스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울창한 침엽수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크읏······.”
이쯤되자 아리스도 뭔가 잘못된 걸 눈치챈 모양.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하와와와와······.”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로 외치던 에반젤린에게서도 힘이 빠진다.
“계약자여······. 여기는······. 인세가 아닌 것 같구나······.”
옆에서 베아트리체가 살짝 겁먹은 모습으로 속삭인다.
“맞사와요. 트릭시 양······. 여기는 코스에서 벗어난 것 같사와요······.”
에반젤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그때.
탁.
아리스가 스키를 멈춘다.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어디에도 본 적 없는 풍경, 아무리 스키를 타도 나오지 않는 스키하우스까지 우리는······.”
아리스가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조난당했습니다.”
설산 조난.
그 사실을 들은 에반젤린과 베아트리체가 화들짝 놀란다.
“하와와와와와!”
“조, 조난이라니······. 그렇다면 여는 어, 어찌하면 되는 것이냐?!”
“일단 진정하십시오. 우선 일이 이렇게 된 건 인솔자로서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제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두 사람을 진정시킨 아리스가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니.
솔직히 아리스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고개를 숙인 아리스 앞에 나서서 말했다.
“아뇨, 선배가 잘못한 점은 없습니다. 눈보라에 악천후······. 충분히 조난에 휘말릴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스키장에서 조난을 당한다는 건, 산악 스키가 아닌 이상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어쨌건 이번 조난은 아리스의 책임이 아니다.
내 말을 들은 아리스의 얼굴이 화악 빨개진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그, 그렇게까지 말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김덕성 군······. 가, 감사합니다······. 김덕성 군은 역시 상냥하군요······.”
얼굴을 푸욱 숙이는 아리스.
“하와와와와······.”
그 모습을 보던 에반젤린이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하와와한다.
나는 손뼉을 짝하고 치면서 에반젤린, 아리스, 베아트리체의 주의를 환기하고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단 전화도 문자도 안 되네요. 인터넷도.”
스마트폰을 들자 통화권 이탈 표시가 뜬다.
“그, 그럼 어찌하면 되는 것이냐?”
“우선 이제 밤이니 악천후를 피해 쉴 곳을 찾아야겠죠. 산장이나 동굴 같은. 산장이 베스트겠지만 없으면 동굴이라도······.”
내가 베아트리체의 말에 대답한 그때.
“좋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제가 앞장서서 휴식 장소를 찾도록 하죠.”
아리스가 말하면서 다시 앞장선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동의해서, 그녀를 뒤따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침엽수림을 헤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침엽수, 눈이 쌓여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 않는 설산 풍경을 한참 동안 헤맸다.
그냥 추위가 아니라 결계 내부에서 마력이 깃든 추위라서 그런지, 점점 몸이 차갑게 식고 모두가 이를 딱딱 부딪히며 덜덜 떨고 있던 그때.
“김덕성 군! 스튜어트 양! 트릭시 양! 저기 산장 건물이 보입니다.”
아리스가 앞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추위와 눈보라에 지친 모두의 시선이 아리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통나무집이 있었다.
[성웅 김덕성 리조트 234번 산장]그런 명패가 달린 산장의 입구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내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아니 내 흉상은 왜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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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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