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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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체온 보존 조치
타닥, 타닥.
벽난로 장작 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파, 파트너. 나는 이만 가볼게. 레이디들이랑 즐거운 시간 되라고. 하하하하.]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와 함께 그의 존재감이 사라진다.
전처럼 듀랜달 내부에 스스로 봉인된 모양.
돌겠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으으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평소 중2병 컨셉과 어울리지 않게 곰돌이가 새겨진 귀여운 핑크색 속옷을 입고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는 금발의 안대 미소녀가 보인다.
성녀 베아트리체였다.
그녀가 초록색 모포로 몸을 감싼 채 덜덜 떨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에반젤린의 말도 그렇고, 공식 쓰리 사이즈 설정도 그렇고 평소에 펑퍼짐한 옷만 입고 다녀서 잘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의외로 가슴이 제법 풍만하다.
“여, 여의 알몸을 그, 그렇게 뚫어지게 보다니······. 부, 불경하다! 인간이여!”
베아트리체의 몸이 파르르 떨리던 그때.
“에잇!”
짧은 목소리와 함께 시야 밖에서 누군가 나를 덮쳤다.
펄럭.
모포 자락이 흩날린다.
쿠웅.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면서 나를 덮친 누군가와 포개진다.
참으로 라노벨스러운 럭키 스케베.
“하와와와와······.”
귓가에 익숙한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다.
뭉클.
가슴팍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고개를 든다.
내 위에 올라타듯 나를 끌어안은 소녀의 정체가 드러난다.
풍성한 분홍색 트윈테일, 섹시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검은색 속옷 사이로 드러난 풍만한 가슴이 내 몸에 닿아 뭉개진 모습이 보인다.
“에반젤린?”
영국 공주.
에반젤린 스튜어트였다.
내게 이름을 불린 에반젤린이 움찔한다.
그녀의 얼굴이 머리카락처럼 분홍색으로 물든다.
꼼지락.
내 위에 올라탄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한다.
“하와와와. 김덕성 님. 이, 이건······.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포옹 행위인 것이와요······.”
그러면서 나를 안은 손을 풀지 않는 에반젤린.
그녀가 눈을 감은 채 나를 끌어안는다.
체온 보존을 위한 포옹이라.
여름방학 무인도에서도 들어본 말.
그때는 내가 실제로 감기에 걸렸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닌데 대체 왜.
타닥, 타닥.
귓가에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린다.
싸늘하게 식은 산장에 온기가 퍼진다.
나를 단단히 끌어안은 에반젤린의 몸에서 온기가 전해진다.
벽난로랑 체온이 동시에 오니 약간 따뜻해진 기분도 든다.
젖은 옷을 벗어놓으니 뽀송뽀송한 느낌도 들고.
솔직히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민망한 광경 아닌가?
“후후. 김덕성 님. 소녀, 김덕성 님의 품에 안기다니 정말로 꿈만 같은 것이와요······. 하와와와와······.”
에반젤린이 나른한 목소리로 나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녀가 빨개진 얼굴을 보이기 부끄러운 모양인지 푸욱 숙인다.
이렇게 보니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가슴이 뭉개지던 그때.
“스, 스튜어트 양! 이, 이게 무슨 파렴치한 불순 이성 교제 행위인 건가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척.
옆에서 아리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리스의 속옷은 그녀의 머리색과 비슷한 하얀색에 아무런 무늬도 없는 디자인.
“사이온지 회장님? 후후. 파렴치한 행위가 아닌 것이와요. 소녀는 그저 김덕성 님과 체온을 나누고 있을 뿐이랍니다.”
에반젤린이 나를 꼬옥 안은 채로 눈을 요염하게 뜨면서 말한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동.
에반젤린이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을 간질거린다.
“김덕성 님의 품과 체온, 정말로 따뜻한 것이와요. 후후. 사이온지 회장님께서도 원한다면 함께 체온을 나누는 건 어떻사와요?”
얘가 이런 캐릭터였나?
원작에서는 워낙 비중도 인기도 낮은 인물이라서 그런지 조금 낯설다.
“으으으읏······.”
에반젤린의 말을 들은 아리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녀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면서 소리친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김덕성 군과 함께 체온 보존 조치를 하겠습니다!”
아리스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녀가 내게 몸을 던진다.
“흐익?!”
졸지에 나와 에반젤린 사이에 끼어드는 형국이 된 아리스의 입에서 이상한 비명이 흘러 나온다.
두 사람의 살결이 얇은 모포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김덕성 군. 이건 어디까지나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응급조치일 뿐입니다. 제가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조, 조신한 요조숙녀를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아리스가 얼굴을 붉힌 채로, 내 왼쪽 옆구리에 달라붙으면서 중얼거린다.
물컹.
그녀의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내 팔에 전달된다.
이 와중에도 야마토 나데시코 이야기라니.
고지식한 아리스다운 단어선택이라고 해야 하나.
“하와와와와. 후후. 여기는 소녀의 차지인 것이와요.”
오른쪽 옆에는 에반젤린이 있었다.
속옷에 모포만 두른 미소녀 둘에게 구속당한 상황이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으으으으, 계약자여······. 여는 추운 것이니라······.”
그때.
귓가에 소외되었던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포를 로브처럼 뒤집어쓴 그녀가 이를 딱딱 부딪히면서 온몸을 부르르 떤다.
혼자 있으니 많이 추운 모양.
“하와와. 트릭시 양도 이쪽으로 오는 것이와요. 후후. 원래 추울 때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버티는 것이랍니다?”
그런 베아트리체를 보면서 에반젤린이 요염하게 웃으며 말한다.
얘는 진짜 영국 공주 맞나?
에반젤린의 말에 베아트리체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다.
“그, 그건······. 홍련의 성녀인 여가 인간 따위와 서로 살을 맞댈 수는······.”
“후후. 트릭시 양. 트릭시 양의 암흑 에너지를 보충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답니다?”
베아트리체의 말허리를 자르는 에반젤린.
그녀의 중2병 설정까지 언급하는 에반젤린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입술을 깨문다.
꼼지락.
그녀가 모포 자락을 만지면서 말한다.
솔직히 아무리 추워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저런 말에 넘어오겠냐?
“흐, 흥.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인간이여. 이번 한 번에 한해서 특별히 홍련의 성녀인 여의 암흑 에너지를 보충할 영광을 그대한테 하사하겠노라.”
하지만 여기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라노벨 세상.
베아트리체가 모포를 펄럭이면서 비어 있던 내 정면에 안긴다.
그렇게 나는 오른쪽, 왼쪽, 정면의 삼면을 베아트리체, 에반젤린, 아리스에게 포위당했다.
그래도 보기에 민망해서 그렇지, 에반젤린 말처럼 체온 보존에는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실제로 핫팩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서로 안고 있으니 제법 따뜻했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후후. 김덕성 님. 소녀의 체온, 마음에 드시는 것이와요?”
스르륵.
은근히 가슴을 팔에 붙이면서 요염하게 미소 짓는 에반젤린.
“······역시 이렇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긴 하군요. 이제는 떨어질 수 없겠습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운 태도로 말하는 아리스.
“······.”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게 달라붙은 베아트리체까지.
세 미소녀와 서로 살을 맞대고 있는 덕분에 한창 나이인 내 몸이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코 끝에 그녀들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스친다.
얼굴이 살짝 뜨거워진다.
쪽팔리게.
지금은 아직 이럴 때가 아닌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빌어먹을 라노벨 세상 같으니.
휘이이이잉.
아직도 창문을 쿵쾅쿵쾅 두들기는 겨울바람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여기 산장에 내 사진은 있으면서 대체 왜 핫팩, 비상 발전기 같은 건 없는 거지?
그런 것만 있었어도 이렇게 서로 껴안고 있을 일은 없을 텐데.
왠지 수상하다.
설마 일부러 이런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려고 그런 물자들을 다 빼버린 건 아니겠지?
내가 합리적 의심을 하던 그때.
“······후후. 이제 몸도 산장 내부도 충분히 데워진 느낌인 것이와요.”
옆에 있던 에반젤린이 요염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귓가에 속삭인다.
에반젤린의 말이 맞다.
체온도 충분히 달아올랐고, 벽난로 때문인지 산장 내부 기온도 영하에서 영상으로 올라온 느낌이 든다.
몸이 충분히 데워졌다면 이제 떨어지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따뜻한 물로 목욕해야 하는 것이와요. 감기 예방은 중요하니까요!”
따뜻한 물로 목욕이라.
정론이기는 하다.
그런데 따뜻한 물은 어디서 구할 거지?
“외부 창고에 물을 끓일 수 있는 대형 냄비가 있사와요. 그 냄비를 안쪽으로 가져온 뒤에 깨끗한 눈을 담아서 끓는 물을 만들어낸 후에 욕실에 있는 대형 욕조에 부으면 되는 것이와요.”
이세계물에서나 나올 법한 끓는 물 만드는 방법을 속삭이는 에반젤린.
대형 욕조?
군대에서도 막사 내부에 굴러다니는 싸구려 핫팩은 없으면서 왜 그런 물건이 이 빌어먹을 산장에 있는 거지?
“그래. 괜찮네. 그 아이디어.”
그런 의심과는 별개로 온수 목욕 자체는 나쁘지 않은 발상이다.
에반젤린 말대로 잘 씻어야 감기 예방도 되고.
앞으로 적과 벌일 전투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한 명이라도 감기에 걸려서 전력이 약화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후후. 김덕성 님. 소녀의 아이디어, 칭찬해줘서 고마운 것이와요. 그럼 소녀가 나서겠사와요! 온수 목욕을 위해서!”
타닥, 타닥.
에반젤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모포를 두른 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뚝, 뚝.
벽난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수분이 어느 정도 마른 스키 파카와 겉옷을 에반젤린이 걸친다.
그녀가 산장 문을 연다.
휘이이이이잉.
차가운 겨울바람이 산장 안으로 들이닥친다.
“으아아아아아아! 춥도다.”
“으으, 김덕성 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베아트리체와 아리스가 내 옆에 달라붙는다.
탁.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반젤린이 다시 문을 연다.
그녀가 낑낑거리면서 하얀 눈이 담긴 업소용 대형 냄비 여러 통을 산장 내부로 가져온다.
“후와와와와. 밖은 정말 추운 것이와요.”
에반젤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체 연료에 불을 붙인 뒤에 대형 냄비를 불 위에 올린다.
보글보글.
눈이 녹아서 물이 되고, 물이 끓기 시작한다.
그렇게 끓는 물을 잔뜩 만들어낸 에반젤린이 욕실에 가져가다 욕조에다 물을 붓는다.
쏴아아아아.
욕실 입구 사이로 김이 펄펄 솟아오른다.
온수를 보니 내 마음까지 벌써 따뜻해지는 기분.
겨울 조난 와중에 끓는 물로 목욕까지 할 수 있을 줄이야.
이건 상상도 못 했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옷을 다시 전부 벗어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돌아온 에반젤린이 우리 셋을 향해 다가와 덥석 안기면서 말한다.
“후후. 온수 목욕 준비가 끝났사와요. 그러니 이제 다 같이 들어가면 되는 것이와요.”
목욕 준비가 끝났다고 알리는 에반젤린.
그런데 잠깐, 뭐?
“다 같이 들어가자고?”
다 같이라는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내 물음에 에반젤린이 요염하게 웃는다.
그녀가 내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네. 김덕성 님, 트릭시 양, 그리고 사이온지 회장님과 소녀까지! 네 명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와요! 두 번을 나눠서 목욕하기에는 온수가 부족한 환경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와요! 후후.”
그거.
진짜 어쩔 수 없는 일 맞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