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52)
#350
수면 아래의…….
에반젤린의 혼욕 제안은 미친 소리 같지만 어쨌건 나름의 논리는 갖추고 있었다.
사실 거절할 이유도 별로 없었다.
민망하고 어쩌고 이전에 이런 찝찝한 상황에서 온수 목욕의 부작용이 고작 혼욕 정도라면 그녀 말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넘어가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도 혈기가 들끓는 몸을 초인적인 의지력으로 강제로 억누르는 중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뭐? 혼욕?
여기서 더 나가면 심의를 위반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움찔.
나는 폭주하려는 아랫도리를 초인적인 의지력으로 억누르면서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참는 것도 이제 한계다.
내 아랫도리가 분화 직전의 활화산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맞습니다. 스튜어트 양. 그런 파렴치한 행위는 슈오우 학원의 학생회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
내 말에 아리스가 동조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본인은 조신한 말과 달리 행동은 파렴치하게 계속 커다란 가슴으로 내 옆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어쨌건 그녀가 내 의견에 찬동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솔직히 아리스는 그런 모습이 매력 포인트기도 하고.
“어머, 회장님. 그럼 회장님은 목욕을 안 하시겠다는 것이와요?”
아리스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는 에반젤린.
그녀가 요망하게 웃으면서 아리스에게 달라붙으며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뭐라는 거지?
워낙 작은 목소리라 잘 안 들린다.
마력을 사용해서 청각을 증폭하면 들을 수도 있겠지만, 에반젤린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해봐야 시답잖은 럭키 스케베 모의 따위겠지.
그녀의 속삭임을 들은 아리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하와와와와. 사이온지 회장님. 아직도 반대하시는 것이와요?”
“······듣고 보니 스튜어트 양의 말처럼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제안을 수, 수용하겠습니다.”
빨개진 얼굴로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스.
“트릭시 양은, 설마 거절할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찌릿.
에반젤린이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면서 베아트리체를 압박한다.
“······오늘만큼은 여가 특별히 계약자의 뜻에 따라주지.”
베아트리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쟤에게는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던 그때.
“후후. 김덕성 님. 이렇게 온수 목욕을 애타게 바라는 소녀들의 요청을 거절할 것이와요? 소녀······. 거절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사와요.”
에반젤린이 고개를 떨구면서 울먹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100% 연기겠지만, 이렇게까지 나오니 어쩔 수 없다.
온수 목욕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하와와와와······.”
내 허락이 떨어지자 에반젤린이 고개를 든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막상 내가 진짜로 허락하니 당황스러운 모양.
“아, 알겠사와요.”
에반젤린이 살짝 수줍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에 덥석하고 내 손목을 잡는다.
“그, 그럼 같이 목욕하는 것이와요! 후후.”
에반젤린에게 이끌리고, 아리스와 베아트리체를 데리고 들어간 욕실은 산장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쓸데없이 넓었다.
그중 가장 압권인 건 대형 욕조.
방금의 합리적 의심이 다시 들기 시작한다.
핫팩도 없는데 이렇게 넓은 욕조라니.
이거 진짜 누가 설계한 건 아니겠지?
아무튼, 대형 욕조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물이 잔뜩 담겨 있었다.
추운 와중에도 욕조 근처에는 온기가 맴돌 정도.
“그럼 소녀가 먼저 입수하겠사와요!”
내 손목을 놓은 에반젤린이 그대로 속옷을 입은 채 욕조에 풍덩하고 뛰어든다.
그녀가 욕조에 들어가자 수위가 높아지면서 뜨거운 물이 살짝 넘친다.
“오오오오오, 따, 따뜻한 물······.”
다음으로 베아트리체가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욕조에 들어간다.
첨벙.
다시 물이 넘치고, 목까지 몸을 담근 베아트리체의 얼굴이 사르르 녹는다.
“후아아아아아아아······.”
평소의 엄격 진지 근엄한 중2병 표정과는 달리, 온돌에 달라붙을 때처럼 녹은 표정을 짓는 베아트리체.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리스가 붉어진 얼굴로 쭈뼛쭈뼛 욕조에 몸을 담근다.
이제는 거의 욕조 끄트머리까지 올라온 수위.
“······정말 따뜻하군요. 추운 겨울 설산, 고립된 산장에서 이런 온수 목욕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기적 같습니다.”
아리스의 딱딱한 얼굴이 풀어진다.
그녀가 옆에 몸을 담근 에반젤린에게 인사한다.
라노벨 세상답게 일본인은 목욕을 좋아한다는 스테레오타입에서 아리스도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
게다가 일본은 겨울 온수 목욕이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나라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스튜어트 양.”
아리스의 말에 에반젤린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하와와와. 김덕성 님도 얼른 들어오는 것이와요. 후후.”
이제는 모르겠다.
나는 에반젤린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욕조에 몸을 담궜다.
쏴아아아아아.
욕조에 담긴 온수가 흘러넘친다.
대형 욕조라고는 해도 네 명이 들어가니 살결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좁아졌다.
“후후후. 김덕성 님. 소녀가 여체로 직접 데운 목욕물의 온도는 어떻사와요? 마음에 드는 것이와요?”
찰싹.
옆에서 에반젤린이 팔짱을 낀 채로 달라붙으면서 요염하게 눈을 뜨면서 말한다.
뭉클.
속옷이 이미 젖어서 의미가 없어진,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옆구리와 팔뚝에 닿는다.
이제는 한계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초인적인 의지로 간신히 통제하던 소년의 몸이 지닌 혈기가 미쳐 날뛴다.
수면 아래에서 커다란 그것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그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굴이 붉게 물든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역시 내 의지나 감정과는 상관없이.
내 이럴 줄 알았다.
온수 목욕의 유혹을 진작 거부했어야 했는데.
후회에도 상관없이 지금까지 억누른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혈기와 몸이 여체에 반응하며 미쳐 날뛴다.
“흐읏?!”
내 몸의 이상 현상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베아트리체.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계, 계약자여! 수, 수면 아래에······.”
베아트리체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한다.
“인간의 아랫도리에 흐, 흑적룡이 강림했노라! 어, 엄청 커다랗고 꿈틀거리는 바다 괴수가······. 속옷 너머에서 그 장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느니라!”
베아트리체가 팔을 번쩍 만세하는 것처럼 들어 올리며 말한다.
아니 대체 무슨 소리야?
그녀의 말에 내가 황당해하던 그때.
“하와와와. 김덕성 님. 혹시 더 이상 못 참게 된 것이와요? 후후.”
에반젤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노골적으로 붙는다.
그녀가 온수 때문에 따뜻하게 젖은 허벅지와 가슴을 내게 달라붙은 채로 어필한다.
“김덕성 님만 괜찮다면 소녀는 여기서 김덕성 님께 몸과 마음을 바쳐도 상관없답니다?”
에반젤린이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윽······.”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제 한계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수는 없······.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무, 무슨 파렴치한 주장을 하는 건가요? 스튜어트 양! 김덕성 군. 이리 오세요!”
촤르륵.
아리스가 물살을 가르면서 내 반대쪽 팔을 잡는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 사이에 내 팔뚝이 낀다.
아리스가 나를 에반젤린에게서 가로채면서 말한다.
“기, 김덕성 군! 저, 정말 그렇게 참기 힘들다면 차, 차라리 제게 욕망을 푸는 겁니다! 하, 학생회장으로서! 김덕성 군의 개인 교습 진행자로서! 기, 김덕성 군의 어떤 욕망이라도 받아주겠습니다!”
아리스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소리친다.
또르륵.
그녀의 뺨에 맺힌 습기가 방울져서 흘러내린다.
피어오른 수증기 속에서 보이는 푹 파인 가슴골, 새하얀 피부, 은빛 머리카락.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까지.
“윽······. 김덕성 군의 커다란 존재감이 여기서도 느껴집니다! 자! 오십시오! 저, 저는 기, 김덕성 군이라면 처, 처녀를 바쳐도, 그 이후에 치, 침대 위에서 밤새도록 저를 난폭하게 안는다 해도 설령 제게 메이드복을 입히고 야간 산책을 한다고 해도 사, 상관없습니다······. 김덕성 군이라면 어떤 행위건 기,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리스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대체 뭘 느낀 거냐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고자가 아니고, 나도 남자다.
평범하게 성욕도 존재한다.
그러니 이대로라면 선을 넘어버릴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책임 못할 행동을 할 수는 없다.
하는 시점은 적어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은 뒤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촤르륵.
온수가 후두둑 떨어지면서 아랫도리에 묵직해진 그것이 속옷을 뚫은 것처럼 솟아오른 모습이 만 천하에 공개된다.
“하, 하와와와와와······.”
“히, 히이이익!”
“읏?!”
내 아랫도리를 본 에반젤린, 베아트리체, 아리스가 붉어진 얼굴로 이상한 비명을 내지른다.
세 미소녀는 양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라이트 노벨의 클리셰대로 양쪽의 열 손가락을 전부 벌린 틈으로 내 아랫도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망하기 짝이 없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회장님. 에반젤린.”
들끓는 혈기가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내가 욕조에서 벗어나려던 그때.
“어, 어딜 가려는 것인가와요! 김덕성 님! 설마 불쌍한 소녀를 버릴 생각인 것이와요?”“기, 김덕성 군. 아직 목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퇴, 퇴장은 슈오우의 학생회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에반젤린과 아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속옷 차림으로 나를 가로막는다.
아니 이거 어쩌라는 거야?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려던 그때.
[······변태.]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 말하던 흑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
낯설지만 뭔가 익숙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체······.
[나, 언더테이커······.]머릿속의 목소리가 정체를 밝힌다.
언더테이커라고?
그 이명을 들은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급속도로 차갑게 식었다.
언더테이커가 연락해왔다는 사실은.
이제 곧 놈들의 작전이 시작된다는 뜻일 터.
[······작전, 시작 예정······. 대장로······. 이미 결계 내부에 투입됨······.]언더테이커 특유의 무감각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변태짓······. 불건전······. 파렴치······. 그만······. 바보······. 나······. 움직일 거야······. 너도 움직여······.]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끊긴다.
아무래도 조난 에피소드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진지해진 얼굴로 에반젤린과 아리스에게 말했다.
“에반젤린, 아리스 선배. 얼른 옷 입으시죠.”
내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나는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적의 침입입니다.”
내 말을 떨어진 순간.
움찔.
아직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베아트리체가 몸을 떨었다.
이제 함정에 걸린 빌런들을 사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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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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