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53)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
#351
왜 이제서야…?
적의 공격.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장실 내부 기온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김덕성 군. 지금 적의 공격이라고 했습니까?”
“하와와와와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아리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입을 손으로 가리는 에반젤린.
두 소녀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방금 산장을 향해 쏘아진 적대적 마력을 기감으로 포착했습니다. 게다가 아리스 선배. 처음부터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잘 정비된 스키장의 야간 코스에서 조난이라니, 사실 말도 안 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죠.”
“확실히 스키장 코스에서 조난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그저 제 불찰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수상하군요······.”
내가 허점을 짚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스.
“하와와와와. 맞사와요. 게다가 여기는 스키장 근처도 아닌 것 같사와요······.”
불끈.
에반젤린이 양 주먹을 쥐면서 말한다.
“김덕성 군의 말을 믿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선배니까요.”
척.
아리스가 속옷으로 감싸진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그녀가 옅게 웃는다.
하여간 누가 호구들 아니랄까 봐, 내 말을 철석같이 믿는 거 봐라.
“그런데 젖은 속옷은 어떻게······.”
에반젤린이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말한다.
스키 파카는 전부 말랐지만, 속옷이 축축하게 젖었다.
어디 건조기라도 있는 것 아니고야 지금 당장 바싹 말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알몸으로 디에고 모랄레스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
역시 속옷을 벗고 맨몸에 옷을 걸쳐야 하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파츠츠츳.
아리스의 손가락 끝에서 은빛의 구형 번개가 스파크를 튀기며 나타난 그때.
“구상 번개!”
파츠츠츠츠츠츠츳!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으으으읏! 하윽!”
아리스의 스킬명과 함께 그녀가 만들어낸 은빛의 구형 번개가 그대로 에반젤린에게 직격한다.
그녀의 몸에 은빛 번개가 흐르면서 열과 함께 그대로 축축하게 젖었던 속옷과 몸이 순식간에 마른다.
“흐으윽······. 하아아아아······. 사이온지 회장님······. 정말 대단한 스킬이었사와요······. 하아아아아······.”
털썩.
얼굴과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에반젤린이 야릇한 비명을 토해내며 떨리는 양팔을 교차해서 풍만한 가슴을 가린다.
그녀의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아니 대체 왜 저러냐고.
“몸에는 해가 가지 않으면서 오직 수분만 태울 수 있도록 전류와 전압을 미세 조정한 구상 번개입니다. 이거라면 순식간에 속옷은 물론 젖은 몸까지 건조할 수 있습니다.”
라노벨스럽게 적당히 과학 용어를 버무려가며 설명하는 아리스.
문과라서 그녀가 말하는 과학 용어가 맞는 건지 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라노벨 세상에서 과학 용어의 용도란 분진폭발, 수증기 폭발처럼 그럴싸한 이름과 모티브만 빌려주는 도서관 같은 존재.
아무튼 초능력으로 만들어낸 전기로 말렸다니 그렇게 해야지.
잠깐, 순식간에 말렸다고.
“아리스 선배. 그럼 아까 스키 파카를 벽난로 앞에서 말릴 필요 없었던 것 거 아닙······.”
“크흠. 그때는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기에 구상 번개의 미세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옷을 전부 태우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은 온수 목욕을 통해서 컨디션을 향상시켰기에 가능한 거고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리스가 말허리를 자르면서, 붉어진 얼굴로 빠른 속도로 속사포 랩을 하듯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내 의구심이 담긴 시선을 받은 아리스가 눈길을 피한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 아무튼 제가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김덕성 군! 저, 저를 믿지 못하는 겁니까?!”
척.
아리스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내게 항변한다.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뭐 지금 상황에서는 한시가 바쁘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넘어가는 편이 효율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아리스 선배.”
“······으읏······.”
대답을 들은 아리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녀의 뺨이 떨린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덕성 군. 저를 믿어주셔서.”
아리스가 고개를 푹 숙인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아리스답게 얼굴에 티가 다 난다.
원작에서도 저랬었지.
하지만 지금 굳이 따질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귀여우니까 상관없다.
내가 그렇게 말하려던 그때.
“하, 하와와와와······. 그런 것이와요······. 후후. 사이온지 회장님. 소녀한테 구상 번개 한 발 더 쏴주실 수 있나요? 짜릿한 감각이 너무나 황홀해서······.”
옆에서 몸을 떨던 에반젤린이 아리스의 팔을 덥석 잡으면서 말한다.
쟤는 또 왜 저래?
“안 됩니다. 스튜어트 양.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자, 김덕성 군. 준비되셨습니까?”
파츠츠츠츠츳!
아리스의 손 위에 다시 구형 번개가 피어오른다.
이거 정말 괜찮은 것 맞지?
에반젤린 꼴을 보니 살짝 겁나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구상 번개!”
아리스의 스킬명 외치기와 함께 은빛 구형 번개가 내 몸을 휘감았다.
파츠츠츠츠츠츠츳!
은빛 스파크가 튀면서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정전기가 튀어오르는 찌릿한 느낌과 함께 축축 젖은 수분이 순식간에 마른다.
건조기보다 더 빠르게 온몸이 순식간에 마르는 경험은 진귀했다.
에반젤린처럼 될까봐 걱정했는데 그럴 일도 없었고.
역시 에반젤린이 이상했던 거다.
온수 목욕 후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몸이 기분 좋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대상은 트릭시 양입니다.”
아리스의 시선이 베아트리체에게 향한다.
“히익! 버, 번개라니! 여, 여는 홍련의 성녀지만 번개와는 극상성이라 번개와 몸이 닿으면 그대로······.”
“구상 번개!”
베아트리체가 번개를 무서워하면서 횡설수설했지만, 아리스는 무자비하게 번개를 날렸다.
파츠츠츠츠츠츳!
한 차례 은빛 스파크가 지나가고 베아트리체가 몸을 떨면서 털썩 주저앉는다.
마지막으로 아리스 본인까지 구상 번개를 뒤집어쓴 후에야 건조 작업이 전부 끝났다.
“이제 옷을 입고 전투 모드로 전환하면 되겠군요.”
“그렇게 합시다. 선배.”
아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아리스, 베아트리체, 에반젤린을 데리고 욕실에서 나와 벽난로 앞에 널린 옷과 스키 파카를 입었다.
그리고 듀랜달을 뽑은 뒤 나는 전투 모드를 곧바로 활성화했다.
[듀랜달 온라인]번쩍.
검은 섬광과 함께 온몸에 전신 장갑이 장착된다.
두근, 두근.
가슴팍에 있는 블랙 스톤과 마력로가 공명하며 마력을 뽑아낸다.
솟아난 마력이 마력 회로를 통해 전신 장갑과 초상병기에 공급된다.
가슴에는 축퇴로가 윙윙 돌아가고, 봉인된 흑태자가 긴 잠에서 깨어나 내 머릿속으로 말을 건다.
[오우. 파트너. 오랜만이야. 역시 파트너도 감지했구나?]‘그래.’
흑태자의 말대로였다.
이제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악의가 깃든 마력이 산장 안을 장악하고 있었다.
번쩍! 번쩍! 번쩍!
아리스, 에반젤린, 베아트리체 역시 전투 모드 전환을 끝낸 그때.
[영이 노니는 피안의 세계]【Hell of Niflheim】
눈이 휘몰아치는 세계에 진언이 새겨진다.
그와 함께 산장이 압도적인 마력 충격파에 휩쓸려 산산조각난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츳!
심상전개 진언과 함께 세계의 풍경이 변한다.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라진 하늘이 검은색과 하얀색, 회색이 뒤섞인 구름이 가득 들어찬 오묘한 색으로 변한다.
그 아래 대지에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이 나타난다.
온통 물로 가득한 지상에 뒤섞인 하늘의 모습이 비친다.
수면 아래에 검은 인영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온 세상을 가득 채운다.
먹구름 아래, 유일하게 희미한 태양이 비치는 장소 위에 떠오른 쪽배.
그 위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얀 사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
가공할 만한 회색 마력을 피워올린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번쩍.
희미한 태양빛이 찬란하게 그를 비춘다.
마치 저승을 다스리는 명부의 신 같은 모습을 한 노인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성녀님. 당신의 충실한 종인 디에고 모랄레스가, 당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디에고 모랄레스.
놈이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
디에고 모랄레스가 결계 내부에서 김덕성 일행과 대치 중이던 그때.
“······.”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 언더테이커는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타 쉬나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복소복.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이 남는다.
언더테이커가 이를 악문다.
이번 작전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디에고 모랄레스가 전투에서 밀리는 척하는 순간 결계 내부에 투입, 전투에 끼어들어서 형세를 뒤집고 디에고를 도와 김덕성 일행을 완전히 처리하는 조커 카드.
그리고 독타 쉬나벨은 외부의 지원을 결계를 통해 차단해서 김덕성 일행을 밖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독타 쉬나벨의 세계 유리 결계는 사용하는 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그 단점 때문에 독타 쉬나벨의 현 위치는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은신처인 임시 공방에 있었다.
물론 언더테이커는 같은 팀이었기에 당연히 그 위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열려라.”
하얀 눈 위에 언더테이커가 외치자,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한 마술진이 빛을 발한다.
쿠구구구구궁.
굉음과 함께 땅이 열리며 각종 마술적인 함정과 방어 장치로 가득 들어찬 독타 쉬나벨의 임시 공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더테이커는 아무 방해 없이 지하 임시 공방에 들어섰다.
쾅.
임시 공방의 문이 닫힌다.
공방 내부.
바닥에 그려진, 초록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결계진 위에 그가 있었다.
새 부리가 인상적인 역병 의사 가면을 착용한 위험도 EX랭크 빌런.
독타 쉬나벨이었다.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언더테이커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라. 언더테이커군요. 작전 투입은 아직입니까?”
독타 쉬나벨이 태연하게 묻는다.
그의 모습을 본 언더테이커가 이를 악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때에 되어서야 언더테이커는 10년 전의 진실을 알았다.
메사이어는 자신을 속였고, 디에고 모랄레스는 그녀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남동생의 원수였다.
그렇기에 오늘 작전에 참여하는 매 순간이 그녀에게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포커페이스 연기는 것은 언더테이커가 가장 잘하는 것.
그렇기에 언더테이커는 감정을, 복수심을 내색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과 어울려주며 기다렸다.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
태연한 표정으로 지껄이는 독타 쉬나벨을 보던 언더테이커의 손이 살짝 떨린다.
우웅.
그녀의 초상병기인 오브 네크로노미콘이 아이보리색 마력을 받아들여서 흩뿌린다.
무시 못 할 마력이 오브에 집중되는 걸 본 독타 쉬나벨의 가면 너머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 그때.
“이제······. 다 끝. 죽어. 원수. 테디쨩!!”
언더테이커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그림자에서 거대한 곰인형이 그대로 솟아올라 커다란 팔로 독타 쉬나벨을 급습한다.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독타 쉬나벨의 임시 공방이 흔들린다.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