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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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마침내 만났군요
“오랜만입니다. 언니. 그동안 뭘 하고 계셨습니까?”
“부우. 나, 언니 아니야······. 세라땅 같은 할머니······. 언니 아니야······.”
꼬옥 끌어안고 웃으며 속삭이는 세이라의 말에 볼을 부풀리는 언더테이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시도 때도 없이 만담하는 라노벨 세상이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사장님, 언더테이커. 거기 둘 다 조용히 하고 일단 저놈부터 막읍시다.”
어쨌건 언더테이커가 난입한 건 이쪽에서도 좋은 일이다.
독타 쉬나벨이 디에고 모랄레스를 죽였을 때는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전력이라면 예상치 못한 상황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메사이어가 직접 등판하는 게 아니고서야.
“별의 세례.”
쪽팔림을 참으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스킬명을 외친다.
우우우우우우웅!
완전히 우주로 물든 세계에서 별빛이 반짝이며 빛의 세례가 언더테이커를 감싼다.
반쪽짜리 EX랭크를 완전한 EX랭크로 바꾼 별의 세례다.
그렇다면 EX랭크 중에서도 정상급인 언더테이커가 별의 세례를 받는다면?
“흑······. 뭐, 뭐야······. 이거······.”
언더테이커의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홍조가 떠오른다.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언더테이커 옆에 떠 있던 오브가 진동한다.
“뜨, 뜨거운 것이 안쪽에······. 잔뜩······. 윽······.”
애써 신음을 참는 언더테이커의 몸에서 압도적인 마력이 피어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아이보리색 마력파가 줄기줄기 뻗친다.
[파트너, 이건······.]흑태자가 놀란 목소리로 말한다.
태양이 강림한 것 같은 압도적인 에너지가 언더테이커의 몸에서 피어오른다.
그녀를 강화하면 더 강해질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정도라면 메사이어도 충분히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독타 쉬나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다들 저놈을 공격해!”
독타 쉬나벨.
놈이 디에고를 처리한 건 언뜻 보면 손 안 대고 코 푼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놈이 내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는 점부터가 수상하고 위험하다.
그러니 놈이 뭔가 하기 전인 지금 처리해야 한다.
“썬더── 스피어!!”
파츠츠츠츠츠츠츠츠츳!
내 지시를 가장 먼저 따른 사람은 아리스.
우주 공간에 은빛 스파크가 파도처럼 퍼진다.
그녀의 창날에서 뻗친 은빛 번개가 그대로 독타 쉬나벨을 향해 섬광을 번쩍이며 쏟아진다.
썬더 스피어.
천둥의 창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연출이었다.
“하압! 드래곤 스매시!!”
다음으로 등 뒤에 네 장의 페어리 윙을 단 에반젤린이 핑크빛 마력을 흩뿌리며 커다란 대검에서 마력 충격파를 쏘아낸다.
저 드래곤 스매시라는 기술명 너무 유치한 것 아닌가?
“크흐흐흐. 미개한 인간한테 홍련의 성녀인 여의 필살기를 견식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감사하도록. 스트라이크 샷!”
“슈퍼 노바 제네시스!”
“테디쨩!”
에반젤린 다음으로 베아트리체, 세이라, 언더테이커가 각자 스킬명과 함께 기술을 쏘아낸다.
내 심상전개의 효과로 한층 강화된 공격이 독타 쉬나벨을 향해 쏘아진다.
[파트너. 너도 필살기를 쏴야지. 총공격의 감동을 망치면 안 된다고.]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총공격의 감동은 무슨.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듀랜달을 쥔다.
두근, 두근.
심장 박동과 함께 마력회로를 따라 전신에 마력이 휘돈다.
확장된 인지를 통해 인식된 적의 위치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번에도 또 스킬명을 외쳐야 하는 건가?
이제는 쪽팔린다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
듀랜달을 들어 올린다.
“흑광검식 오의──.”
입 밖으로 스킬명이 나오자 우주에 뜬 별들이 반짝이며 호응한다.
그그그그그그그.
가장 크게 뜬 별, 지구가 자전하며 내게 힘을 보탠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바람소리와 함께 마력이 내 전신을 휘감는다.
한층 더 강화된 마력과 신체, 인지 능력으로부터 오는 전능감과 쾌감이 뇌리를 강타한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츳!
하늘로 들어올린 듀랜달의 검은 칼날에 끔찍할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이 응집된다.
나는 그대로 허공을 베었다.
“──만월 낙하.”
스킬명 읊기가 끝난 순간.
우주에서 반짝이던 점이 커다란 검은 달의 형상으로 변해 독타 쉬나벨을 향해 내리꽂힌다.
뒤이어 다른 히로인들의 스킬이 독타 쉬나벨이 있는 자리를 강타한다.
번쩍!
콰-과-과-과-광!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섬광과 굉음이 우주를 울린다.
공간이 찢기고 흔들릴 정도, 핵폭발을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의 폭발을 목도한 베아트리체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해치웠나······?”
베아트리체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아무리 EX랭크 빌런이라도 흔적도 없이 죽어 없어졌어야 마땅할 터.
하지만 이 일대의 공간을 전부 장악한 내 인지 능력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독타 쉬나벨이 만약 방금의 일격으로 죽었다면, 죽음이 감지됐을 터인데.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원작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다.
그 사실을 떠올린 내가 입술을 깨문 그때.
화르르륵.
섬광의 가운데서 검은 불꽃이 일어난다.
“윽.”
가슴에서 올라오는 격통 때문에 세게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불꽃은 섬광뿐만 아니라 내가 장악한 공간, 나아가 내 신념을 상징하는 심상전개라는 개념과 우주 전체를 불태우고 있었다.
심상전개가 강제로 해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 역반응이 만들어낸 고통이 내 가슴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다.
아프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저 검은 불꽃은 놈의 상징이니까.
탐욕스러운 검은 불꽃은 우리가 쏘아낸 모든 공격을 집어삼켜 불태웠다.
타오르는 검은 불꽃 사이로 커다란 검은 구멍이 나타난다.
그 앞에는 독타 쉬나벨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건······.”
“······놈이야······.”
언더테이커와 세이라가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의 초상병기를 활성화한다.
검은 구멍 너머에서 그가 나타난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더없이 상냥하고 친절한 인상을 지닌 미남자의 손에는 날 하나 없는 예검이 검은 불꽃에 휩싸인 채로 들려 있었다.
“나의 마스터이시여!”
무릎 꿇은 독타 쉬나벨이 소리친다.
그렇다.
상대의 이능을 강제로 불태우는 검은 불꽃, 블랙 플레임을 구사 가능한 인물은 이 세계관에서 오직 한 명.
이 세계관의 최종 보스이자 주인공의 원수이며 세계 종말을 구원이라 믿는 미친 라노벨 세상에서도 최고로 미친 또라이.
메사이어.
놈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수고했습니다. 독타 쉬나벨.”
메사이어의 눈동자가 휘어진다.
그가 손짓하자 독기로 새카맣게 죽은 얼굴을 한 디에고 모랄레스의 시체와 그가 수집했던 검은 망령들이 그대로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디에고 모랄레스. 그는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의 목숨과 그가 수집해둔 망령의 에너지를 마력 입자 가속기에 주입해서 저는 신세계로 만민을 인도할 현자의 돌을 완성할 것입니다. 디에고 모랄레스. 나의 친구여. 부디 신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메사이어가 애통하다는 표정과 슬픈 목소리로 잠깐 묵념하며 디에고 모랄레스의 명복을 빈다.
원작 묘사에 따르면, 메사이어가 저 지랄을 하는 건 위선이 아닌 진심이다.
역시 미친 라노벨 세상에서 제일 미친놈다운 행동.
명복을 빌어준 메사이어의 시선이 이쪽을, 정확히는 나를 향한다.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저 세상이 당신이 온 지구, 제가 그토록 바라던 세계로군요.”
메사이어의 눈동자가 살짝 떨린다.
그의 시선이 내 머리 위에 뜬 지구를 향한다.
그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좋습니다.”
짝.
메사이어가 가볍게 박수를 친 그때.
그와 함께 순식간에 내가 펼쳐낸 심상전개가 강제로 해제된다.
무한한 별의 바다도, 검푸른 우주 공간도, 하늘에 떠 있던 지구도 찰나의 순간 전부 사라진다.
“커헉!”
강제로 심상전개를 해제당한 반동 때문에 체내 마력이 역류한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격통을 참지 못한 나는 입 밖으로 피를 토해냈다.
“꼬마야!”
“김덕성 님!”
“김덕성 군!”
“······김덕성!”
“인간!”
내 모습을 본 세이라, 에반젤린, 아리스, 언더테이커, 베아트리체가 나를 부축하기 위해 달려들던 그때.
“죄송하지만······. 검은 귀축 군 이외의 관객은 필요 없어서 말이죠.”
딱.
메사이어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다섯 히로인의 몸에서 전투 모드가 강제로 해제된다.
그와 함께 내게 달려오려던 다섯 히로인들이 그대로 튕겨 나간다.
“크윽?!”
“헛?!”
“히익?!”
“마, 마력이······.”
“체내 마력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어째서?!”
당황한 히로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닥에 누운 히로인들이 이를 악물며 낑낑댄다.
올 프리즈.
상대의 마력을 강제로 동결해버리는 메사이어의 시그니처 스킬이었다.
이 스킬을 무시 가능한 건 모든 마력의 상위 호환인 주인공이 지닌 무색의 마력뿐.
원작에서 메사이어가 쿠로사와 유지의 목숨을 그토록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휘이이이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치는 강원도 야산.
소나무가 솟아오른 산속에서 메사이어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강력한 눈보라에도 흔들림 없이 단정한 차림을 유지하는 놈의 모습은 일견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파트너······. 이건······.]마침내 내게 다가온 메사이어가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춘다.
쓸데없이 잘생긴 얼굴.
하얀 피부와 그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메사이어가 내 뺨을 살짝 쓰다듬는다.
“······마침내 만났군요. 검은 귀축.”
메사이어의 입에 미소가 걸린다.
그가 웃음을 터뜨린다.
“흐, 흐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눈발이 흩날리는 산속에 메사이어의 광소가 터진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성우 혼신의 연기라고 해서 좋아하는 놈들도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좋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그냥.
더럽다. 내 기분이.
이 새끼가 남자 주제에 어딜 내 뺨을 게이처럼 만지고 쓰다듬고 난리야?
[파트너. 눈앞의 저놈. 본체가 아니야.]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래.
원작 17권에서처럼 놈은 본체가 아닌 분신, 사념체로 여기 온 것이다.
그렇다는 건 본체는 포탈 너머에 있는 뉴 월드 리그 본부에 있다는 것.
하긴 아까 대사를 보면 현자의 돌은 아직 미완성 상태니, 상처 치료가 안 끝난 상황에서 놈이 무리하게 본체를 내보일 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 놈을 제거해봤자 별다른 소용은 없다.
그렇다는 말은 거꾸로 지금의 메사이어는 날 제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라노벨 최종보스답게 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 있기 때문에, 적을 진심으로 상대하는 건 분신이 아닌 본체로만 하니까 말이다.
“신세계 계획을 여기까지 방해한 대적자가 무색의 소유자인 검성의 아들이 아니라 당신 같은 이레귤러였다니. 정말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전 당신의 얼굴을 실물로 보고 싶었습니다. 검은 귀축 김덕성 군.”
메사이어가 내 턱을 만지면서 말한다.
“이상향에서 온 자의 표정은 어떨까? 거짓된 구세계가 신세계의 인도자인 이 저를 제거하기 위해 준비한 용사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정말로 궁금했거든요.”
놈의 장광설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서 해석할 놈에게 굳이 먹이를 던져줄 필요는 없다.
“아무 말도 없는 겁니까? 적인 저와는 대화할 가치도 없다 생각하는 겁니까? 과연 구세계가 선택한, 이상향에서 소환된 용사다운 결기입니다. 뭐 어차피 저도 지금 당신을 제대로 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은 신세계가 열릴 때가 아니거든요.”
툭툭.
메사이어가 내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털어주면서 다정하게 웃는다.
“2월 15일. 결전의 날. 서로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에 슈오우 학원에서 이 긴 싸움의 결착을 짓죠. 검은 귀축 군.”
메사이어가 내 귀에 속삭인다.
“그날, 저는 신과 악마에게 고통받는, 이능과 마력으로 오염된 이 세계를 반드시 구원할 겁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전신전령으로 저를 방해하시길 바랍니다. 거짓된 구세계의 망령이자, 이상향에서 온 용사여.”
마지막 말을 남긴 메사이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천천히 검은 포탈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뒤이어 독타 쉬나벨이 그를 따라 들어서자, 검은 포탈이 서서히 닫힌다.
모두가 사라진 산속.
휘이이이잉.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내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