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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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너무 감동적이야
한서진 쟤 설마 내 말이 웃겨서 저러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해서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는 이야기기는 하다.
아무리 여기가 라노벨 세상이라도 대놓고 하렘 선언하는 건 좀 그렇지.
B급 러브 코미디 만화에서도 잘 안 나오는 장면이다.
사실 정상적인 제안은 아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진다.
쪽팔린다.
“크흠흠.”
괜히 얼굴이 뜨거워진 나는 헛기침했다.
그래도 말해야 했다.
“그동안 실컷 둔감한 척 모른 척하더니 왜 이제 와서 이 지랄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원작의 유지는 진짜 둔감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녀들의 마음 따위는 진작에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런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하나.
아직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양방향 게이트를 여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였다.
“사실 거기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다만······. 생각해보니 다 핑계였어.”
그런 핑계를 스스로 댔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어차피 떠날 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한 변명.
그다음에는 진실을 밝히면 모두가 떠나갈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변명이었다.
“이렇게 보면 나도 참 내로남불 쓰레기였군. 아무튼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건 곧 최종 결전이 학원에서 벌어질 거다. 그때가 되면 좋으나 싫으나 어떤 형태로건 이 세상은 엔딩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 사실을 나는 메사이어의 경고 이후 최종장의 카운트다운이 돌아가고 나서야 깨달았다.
1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그 이후로는 비유적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의 엔딩.
진짜 결말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메사이어를 막아내면 이 세계가 존속될 것이고, 놈이 이긴다면 이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놈이 지칭한 이상향, 그러니까 내가 원래 살던 세상 역시 놈이 이긴다면 천지창조의 재료로 소모되어 멸망할 것이다.
물론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도 있다.
그러니 그 전에 모든 걸 정리해야 했다.
“그러니까 결말이 찾아오기 전에 나는 너희의 마음을 이제 더는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뿐이야. 아까 말했다시피 내 제안이 마음에 안 들면 지금 이 회의실에서 퇴장하면 된다. 기회는 한 번뿐이야. 다음은 없어.”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이 가져온 결과를 외면하지 않겠다.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면서 말했다.
“내 할말은 여기서 끝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하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은 아직 생각해둔 바가 없다.
한국은 일처일부제 국가고, 아무리 내가 한국에서 위상이 높더라도 일부다처제 허용은 좀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뭐 어떻게든 해 봐야지.
메사이어를 막아내면 정말로, 원작 표현대로 ‘세계 구원자’가 될 테니까 그 정도 권위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좌중의 표정을 살폈다.
유지는 어차피 히로인이 아니라 논외로 치더라도, 다른 히로인들의 표정이 묘했다.
기뻐하는 것도 아니고 슬퍼하는 것도 아닌······.
굳이 따지자면 웃음을 참는 표정?
대체 뭐지?
내가 의아함을 느끼던 그때.
한서진이 주머니에서 리모콘을 꺼냈다.
그녀가 버튼을 꾹하고 누르자,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거대한 모니터에서 화면이 송출된다.
[여기는 청와대 춘추관입니다. 곧 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입니다.]빙의 전 원래 세상에서도 뉴스로 자주 봤던 청와대 춘추관에 설치된 프레스센터 배경이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 메인 모니터에 떠올랐다.
대국민 담화?
이게 대체 무슨······.
[말씀드리는 순간 강 대통령이 입장했습니다.]기자의 코멘트와 함께 청와대 로고 배경의 벽과 양옆에 태극기와 청와대 깃발이 세워진 기자회견장.
단상에 선 대통령이 마이크 앞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대통령 강명현입니다. 오늘 제가 국민 여러분께 발표할 중대 사항은 성웅 김덕성 님과 관련된 사항입니다.]나와 관련된 사항?
뭐지?
하필 지금 타이밍에 저걸 트는 의도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그때.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강원도 테러는 위험도 EX랭크 빌런, 소울 리퍼 디에고 모랄레스가 주도했으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웅 김덕성 님께서 주동자를 처치하고 빌런의 테러를 무혈로 막아냈습니다. 위험도 EX랭크 빌런이라면 하루 만에 우리나라를 멸망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전략적 힘을 소유한 이능력자입니다. 더군다나 소울 리퍼 디에고 모랄레스는 최고액 현상금이 걸린 최악의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런 위험도 EX랭크 빌런을 처단하고 국난으로 이어질 뻔한 테러를 막아낸 것이 바로 김덕성 님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올해 여름 서울 테러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를 구한 셈입니다.]대통령이 기나긴 수사로 내 얼굴에 금칠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지?
슬슬 마음속에 똬리튼 혼란이 불안감으로 자라나던 그때.
[그분은 두 번이나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구했습니다. 김덕성 님께서는 말 그대로 구국의 영웅, 아니 성웅입니다. 자랑스러운 저와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그분한테 빚을 졌습니다. 겨레와 민족의 반만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홀로 우뚝 서서 빛나는 위업을 달성한 성웅 김덕성 님한테는 마땅히 그에 맞는 명예와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보상?
내 눈썹이 꿈틀거리는 순간.
화면 속의 대통령이 말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성웅 김덕성 특별 지원 정책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특별 지원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김덕성지원특별법 개정안 입법 표결이 곧 열릴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다수의 여생도와 교제 중인 김덕성 님의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 영웅에 한해서 일부다처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대통령이 말미에 이상한 말을 했다.
잠깐.
뭐라고?
일부다처를 영웅에 한해서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한다고?
어차피 한국인 국적의 영웅은 나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진의는 이거다.
국가에서 내 하렘을 공인하겠다는 것.
국가에서 공인한다고?
하렘을?
순간 어이가 하늘로 날아간다.
그 뒤로 대통령이 특별법 개정안을 제외한 다른 지원 정책 내용과 소요되는 예산을 주절주절 발표했지만 다른 내용은 귀에 별로 안 들어왔다.
야당에서 이런 미친 법안을 동의해줬다고?
대체 이 정신 나간 발상은 누가 한 거야?
[이상으로 대국민 담화를 마치겠습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말한다.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
저런 미친 멘트를 모두가 보는 대국민 담화에서 한다고?
[어흑흑흑······.]대사를 마친 대통령이 퇴장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청와대 춘추관의 저 많은 기자 중에서 이 미친 법안의 내용과 대통령의 미친 망언을 제지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뇌정지가 오려고 하던 그때.
화면이 전환됐다.
[이어서 국회 연결하겠습니다.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는 현재 보기 드물게 국회의원 300인 전원이 빠짐없이 출석한 상태입니다.] [평소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간 늘 말싸움과 고성이 오가던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고 경건한 모습으로 전원 기립한 상태인데요, 국회의장의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지금부터 이성진 의원 외 300인이 제출한 김덕성지원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투표해주시길 바랍니다.]국회의장의 말이 끝나자 전원 기립해있던 국회의원들이 동시에 태블릿을 터치한다.
본회의장 옆 모니터에 투표 결과가 떠오른다.
찬성을 의미하는 초록색 이름이 300개.
반대를 의미하는 빨간색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300인 중 찬성 300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서 김덕성지원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땅, 땅.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기립했던 300인의 국회의원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흑흑흑······. 너무 감동적이야······.] [성웅 김덕성 님 만세!]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그분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흑흑······.]박수를 치는 국회의원들이 울먹이는 모습과 소리치는 목소리가 그대로 화면에 송출되었다.
재석 300명 중에 반대가 한 명도 없다고?
이 정신 나간 미친 법안을 왜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거지?
어이가 없다.
하다 못해서 독재 국가의 국회에서도 우리는 독재 국가가 아니라고 쇼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지는 인원인 속칭 지정반대자를 미리 정해둔다.
그런데 민주 국가에서 반대표가 0이라니.
심지어 표결에 빠진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니.
대체 이 빌어먹을 이세계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미쳐버린 현실을 내 이성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재적 300인, 재석 300인, 찬성 300표로 김덕성특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여야 대표 인터뷰 듣고 오겠습니다.] [성웅 김덕성 님의 하렘 건설에 우리 정부 여당이, 그리고 국회가 발목 잡지 않고 적극 협조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하렘을 위하여.] [우리 야당은 성웅 김덕성 님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할 생각입니다. 성웅 김덕성 님에 대한 사안은 여야간 정치논리로 따질 사안이 아니라 국익과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니까요. 나아가 그분의 하렘을 지원하는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번 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그 일환으로 여당과 합의한 사항입니다.]대체 왜 그렇게 서로 초당적으로 협력하냐고.
[네, 인터뷰 듣고 왔습니다. 지금부터는 전문가 패널인 신 교수님과 함께 현안 분석 들어가겠습니다. 성웅 김덕성 님을 위한 개정안.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이번 개정안으로 어떤 점이 변화되나요?] [우선 김덕성 님과 교제 중인 여생도 분들, 이분들을 이제 졸업 이후에 전부 배우자로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이분들한테도 한국 국적이 부여되기 때문에 한국의 영웅 전력이 대폭 증가하게 돼죠. 물론 그분들도 성웅 김덕성 님과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경쟁하지 않고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하렘에 대한 진지한 시사 대담을 나누고 있는 뉴스 꼴을 보자니 현기증이 치밀어올랐다.
뚝.
TV가 꺼진다.
내 시선이 한서진에게 향했다.
아까 한서진이 웃은 건 설마······.
“이게 뭐지?”
나는 어이가 사라진 목소리로 TV를 가리키며 한서진에게 말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한서진이 준 서류를 받아들었다.
가장 먼저 최상단에 큼지막하게 써진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김덕성 님 배우자 후보 지원자 명단]지원자를 명단씩이나 만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