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72)
#370
네가 보던 풍경
“당신은 대적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찬탈자입니다. 원래 제 대적자의 운명을 부여받은 쿠로사와 유지의 운명과 김덕성의 몸을 가로채고, 픽션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을 희롱하고, 쿠로사와 유지한테 향했어야 할 소녀들의 사랑을 빼앗은 자. 구세를 방해할 신념도 각오도 대의도 없이 오직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역겨운 찬탈자!”
메사이어가 나를 비난했다.
항상 웃던 메사이어의 얼굴에는 이미 미소가 지워져 있었다.
그가 차갑게 굳은 얼굴과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 자리에 있는 소녀들이여, 아니, 저의 구세에 대적하는 모든 적대자들이여! 한낱 찬탈자, 실존하는 이 세계를 픽션으로, 살아 숨 쉬는 인간을 캐릭터로 여기며 이 세계를 이용했던 이 구역질나는 기만자의 뒤를 계속 따를 작정입니까? 아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 메사이어가! 이 세계의 모든 인류를 대표해서 당신을 처단하겠습니다!”
메사이어가 레반테인을 들었다.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도 멸망의 화염을 불태우는 레반테인의 칼끝이 나를 향했다.
시야가 흔들렸다.
[······트너······.]흑태자가 뭐라 말하고는 있지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빙의자였고, 내가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세상을, 여기에서 알게 된 모든 사람을 일정 부분 기만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생존을 위해, 귀환을 위해, 내 목적을 위해 사람과 세상을 이용했다.
나는 그야말로 웹소설의 사이다패스 회빙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밝히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세계를 픽션이 아닌 진짜 세계로 인식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들, 아니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을 캐릭터가 아닌 진짜 사람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숨기고 싶었다.
내 추악한 일면을 알아차린다면, 모두가 외면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루처럼 전부 받아줄 가능성보다는 그쪽이 가능성이 더 높았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다.
그러니 언젠가는 들킬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숨길 수 있을 때까지는, 아니 메사이어를 무찌르기 전까지는 숨겨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상대에게 내 비밀이 폭로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파트······.]하늘에 떠오른 배후성의 별빛이 희미해졌다.
신념의 별빛이 약해지자, 내가 붙들어놨던 메사이어의 심상전개가 유적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해 침식하기 시작했다.
몸속에서 타오르던 마력도, 블랙 스톤도 메사이어의 공간에 다시 들어가면서 그 힘을 잃었다.
눈앞까지 날아온 메사이어의 참격이 보였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아버렸다면······.
그렇다면······.
번쩍.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번쩍.
하늘에 떠오른 유적, 브로큰 월드에서 검은 섬광이 터졌다.
그와 함께 메사이어의 심상전개가 도쿄만을 넘어 도쿄도 전역을 뒤덮었다.
“윽!”
“마, 마력이······.”
“······크윽······.”
한창 싸우던 방어군 측 영웅들의 초상병기가 정지되고 마력과 이능이 무효화되면서 수없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모든 적대적 이능력 무효화라는, 메사이어가 만들어낸 신념이, 그의 심상전개가 전장 전체를 장악했다.
F랭크부터 EX랭크까지.
랭크에 관계없이 모든 아군 이능력자의 마력이 봉인당하고, 날아다니던 형형색색의 스킬이 순식간에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깨끗하게.
그와 함께 하늘이 변했다.
게이트에서 방출되는 마력의 영향으로 마력 번개가 내리치던 하늘의 먹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밤과 낮으로 양분된 하늘이었다.
정확히 절반을 기점으로 한쪽은 낮, 한쪽은 밤이 지배하는 모순된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올랐다.
메사이어의 심상전개.
반드시 도래할 이상향(Brave New World)이 도쿄도 전체를 넘어 일본 전국, 나아가 지구 전체를 빠르게 침식하고 있었다.
“큿······. 이, 이게 무슨······.”
유지의 시야에 시노자키 이치로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자비한 이능력 무효화의 공간에서 메사이어와 리그의 군세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아군은 오직 무색의 마력으로 무효화를 상쇄할 수 있는 쿠로사와 유지뿐이었다.
“협회장님······!”
유지가 추락하는 협회장을 향해 손을 뻗은 그때.
“전투 중에 한눈을 파는 겁니까? 검성의 아들!”
부웅!
독타 쉬나벨이 그의 앞에 나타나 지팡이를 휘둘렀다.
보랏빛 마력을 실은 독타 쉬나벨의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며 유지에게 날아들었다.
챙!
유지가 급하게 일본도를 들어 독타 쉬나벨의 공격을 막는다.
챙! 챙! 챙! 챙! 챙!
파츠츠츠츠츠츠츠츳!
독타 쉬나벨의 지팡이와 유지의 일본도가 서로 교차하며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지나갔다.
겉보기에는 대등한 공방.
하지만 유지는 알고 있었다.
쿠사나기와 합일한 상태인데도 자신은 독타 쉬나벨과의 공방에서 조금씩 계속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면 패배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빨라······!’
두근, 두근.
지금 이 시간에도 유지의 마력로는 쉴 새 없이 마력을 뽑아냈고, 그의 기프트로 마력을 증폭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유지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색의 마력을 소유한 그였지만, 메사이어의 무효화 능력을 상쇄하면서 동시에 EX랭크 상대와 전투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슬슬 한계입니까?”
독타 쉬나벨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마스터······!]머릿속에서 쿠사나기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울렸다.
“이만 포기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분의 말씀은 당신도 들었을 텐데요? 당신이 친구라 생각했던 김덕성은 사실 이 세계를 픽션으로, 사람을 캐릭터로 보는, 이세계에서 온 기만자, 미래 정보라는 치트를 가지고 당신의 원래 자리를, 당신한테 향했어야 할 소녀들의 사랑을 빼앗은 찬탈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아직도 그를 위해서 싸우는······.”
“······그 입 다물어.”
유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메사이어가 마력으로 증폭된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장 전역에 전파한 진실은 이미 들은지 오래였다.
김덕성은 사실 빙의자였다.
그는 평행세계에서 온 자였다.
평행세계에는 이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기록된 소설이 있으며, 김덕성은 그 소설의 정보를 이용해서 미래를 바꾸었다.
그가 가진 힘, 그에게 향하는 소녀들의 사랑은 원래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자신을, 그녀들을, 세계를 이용했다.
그 진실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동안 설명되지 않았던 김덕성의 행동 일부가 드디어 이해되었다.
하지만.
“김이 빙의자다. 그런 사실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유지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왜죠? 그는 당신을 기만했······.”
“김은 내 친구니까!”
독타 쉬나벨의 말을 유지가 또 잘라냈다.
그가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유지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가 빙의자다, 그 비밀을 알고 당황했지만 그뿐이었다.
“김은 누구보다 미래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들이 만들어낼 세상의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들을 막기 위해,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항상 앞장섰던 거야!”
쿠로사와 유지의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김은 이 세계를, 모두를 이용하지 않았어. 김은 언제나 모두에게, 이 세계에 진심이었어. 김은······.”
쿠로사와 유지의 칼끝이 떨렸다.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모두를, 이 세계를 외면하지 않았어. 도망치지도 않았어. 전부 책임진다고 했어. 김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이끌어줬어. 그러니까 김의 정체가 뭐건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김, 아니 김덕성은──”
유지는 기억했다.
김덕성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그는 언제나 위험의 최전선에서 분투했고, 불의를 외면하지 않았으며, 모두를 구원했다.
그녀들의 마음을 알고도 외면하지 않고, 전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결전이 다가오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심상전개를 각성시키기 위해 매일 같이 대련을 했다.
단순히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일까?
‘나였다면 그렇게 못 했을 거야.’
유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었더라도, 김덕성처럼 과감하게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들의 사랑을 받더라도, 모두를 책임지겠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애매하게 어장관리하는 것처럼 그녀들과 관계를 위태롭게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결국 그녀들의 고백을 전부 거절해서 모두에게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김덕성.
오직 상냥함과 책임을 겸비한 그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유지는 알고 있었다.
김덕성은 입으로는 투덜거리지만, 사실은 상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가 이 세계를, 소녀들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단 한 순간도 이 세계를, 사람들을 픽션으로, 캐릭터로 본 적 없다는 사실을.
그가 사실 이 세계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유지는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이자, 진정한 영웅인 내 베스트 프렌드니까!”
유지에게 있어서 김덕성이야말로 아버지인 검성에 비견될 만한 유일한 영웅이자 멘토였으며 진정한 친구였다.
“그러니까 용서할 수 없어. 내 친구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진정한 영웅을 기만자라고 모욕한 너희를 나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쿠로사와 유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의 몸에서 무색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유지의 검은 머리카락이 무색의 마력에 휩싸여 떠올랐다.
“뭔가 깨달았습니까? 하지만 헛수고입니다.”
독타 쉬나벨이 웃었다.
그의 손에 들린 지팡이, 카두케우스의 뱀이 요사롭게 눈을 뜬 채로 유지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설령 당신이 무색의 소유자라고 해도, 그분께서 만들어낸 신세계의 풍경 아래에서는 무력한 일개 인간이 될 뿐입니다. 당신의 발버둥은 무의미합니다. 당신 혼자서는 결코 우리를, 신세계의 의지를, 그분의 구세의 각오를 꺾을 수 없습니다! 그걸 지금부터 증명하겠습니다.”
독타 쉬나벨이 웃었다.
쿵!
그가 카두케우스를 허공에 내리치자, 굉음이 울리며 하늘이 진동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천둥 번개와 함께 주변의 세계가 삽시간에 변했다.
[연옥 강림]【Purgatorium】
독타 쉬나벨의 진언이 세계에 새겨졌다.
그의 심상전개가 유지와 주변 풍경을 덧씌웠다.
그것은 온통 타오르는 불꽃의 세계였다.
초고열의 화염이 온통 타오르는 세계와는 대비적으로 천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하얀 구름이 가득한 맑은 하늘 위에 그가 떠 있었다.
독타 쉬나벨.
지상에 연옥을 구현한 그의 등 뒤에는 더없이 찬란하고 성스러운 세 쌍의 날개가 반짝이며 펄럭였고, 머리 위에는 새하얀 천사의 링이 떠올라 있었다.
독타 쉬나벨이 연옥의 중심에서 선언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신념을 따르지 않는 불신자들한테도 구세의 자비를 베푸는 자애로운 분이자 진정한 구세주! 저는 그분의 첫 번째 종으로서, 신세계의 반석이 되어 불신자들의 죄를 연옥의 불길로 정화해서 정결하게 만들어 신세계로 인도할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독타 쉬나벨이 새 부리 가면 너머로 웃었다.
그의 시야에 불신자, 쿠로사와 유지가 보였다.
그가 카두케우스를 휘둘렀다.
“불신자여, 그대의 죄는 크고 깊으니 신세계가 도래하는 그 날까지 이 제가 직접 연옥의 불길로 그대를 정화하겠습니다!”
화르르르르륵!
독타 쉬나벨의 지시를 받아 일어난 연옥의 화염이 쿠로사와 유지의 몸을 불태웠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영혼이 직접 타오르는 고통, 꺼지지 않는 불길에 쿠로사와 유지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팠다.
너무나 아팠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온몸이, 영혼이 불태워지는 고통을 쿠로사와 유지는 버틸 수 없었다.
털썩.
그의 무릎이 불타는 대지로 떨어졌다.
“마스터! 마스터! 으, 으아아아악!”
그를 구하기 위해 합일을 풀고 실체화한 쿠사나기 역시 연옥의 불길에 함께 타올랐다.
“후후후. 당신의 저항도 이제 끝입니다. 최후의 불신자, 무색의 보유자이자 검성의 아들. 쿠로사와 유지여. 이로써 신세계로 가는 길이, 그분의 구세가 완성되었습니다!”
독타 쉬나벨의 말을 들은 순간.
쿠로사와 유지의 머릿속에 김덕성과 결전 대비 연습 중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 뒤지면 네가 나 대신 메사이어 그놈이랑 싸워라.] [그게 무슨 소리야, 김? 보나파르트 양도 있고, 다른 소녀들도 있잖아. 그런데 왜······.]그때의 쿠로사와 유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강하기는 하지만, 자신과 버금갈 정도로 강한 생도들은 그 주변에 충분히 많았다.
그런데 왜 자신을 지목했는지.
자신의 질문에 김덕성은 웃었다.
그가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그의 말이 쿠로사와 유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김덕성은 자신을 믿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영웅 중의 영웅이 그에게 뒤를 맡겼다.
[응. 그렇다면 믿고 맡겨줘. 김. 뒤는 내가 책임질게.]그런 김덕성의 제안을 자신은 흔쾌히 수락했다.
김덕성 역시 자신을 믿었을 터였다.
“나는 쓰러질 수 없어······.”
쿠로사와 유지가 이를 악물었다.
고작 온몸이, 영혼이 불타는 고통 따위가 어떻단 말인가?
자신이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한들, 메사이어와 정면에서 맞서다 당하고 진실을 폭로 당한 김덕성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니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이대로 당할 수 없었다.
“······겨우 이런 데서 쓰러지면, 내게 뒤를 맡긴 김을 볼 면목이 없으니까!”
쿠로사와 유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의지가, 신념이 한 단계 확장되어 무한히 발산했다.
콰-과-과-광!
그의 신념에 호응한 무색의 마력이 쿠로사와 유지의 몸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화르륵.
연옥의 불길이 쿠로사와 유지의 몸을 감싼 마력을 불태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와 함께 유지는 깨달았다.
“김······. 이게······. 네가 보던 풍경이었구나.”
김덕성.
동경하던 그와 같은 단계, 그와 같은 위치에 마침내 자신이 도달했다는 사실을.
무한히 확장된 인지와 마력에 전율을 느낀 쿠로사와 유지의 심상에 하나의 진언이 떠올랐다.
그것은 쿠로사와 유지가 도달한 신념의 끝.
그가 완성해낸 소우주이자 심상세계가 부여받은 이름.
그리고 원작, 원래 역사에서 그가 도달했던 이상향.
쿠로사와 유지는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세계를 짊어진 구원자]【Save the World】
그리고 세계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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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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