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4)
팝업메뉴는 빈공간을 더치하거나 스크룰시 사라집니다
짱그라
헬로밤
초상병기.
현대 병기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는 강력한 이계종과 맞서기 위해, 인류가 과학과 마술, 이세계의 신소재와 로스트 테크놀로지를 결합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시대의 전략 병기.
이 세계에서 헌터와 영웅을 구분하는 기준은 초상병기를 다루는 재능인 ‘적합도’의 유무다.
‘삼류 라노벨 설정이 다 그렇지.’
원작 설정을 떠올리며 나는 투덜댔다.
현대 병기가 안 통하는 괴물에다 슈퍼 무기?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만, 여기는 그 헛소리가 옳게 된 세상이다.
개 같은 불쏘시개 라노벨 월드 같으니라고.
“정 원하신다면.”
스르릉.
올리비아가 검을 뽑는다. 차분하고 고요한 표정.
그녀의 검이 백금빛으로 빛난다. 검신에서 하얀 불길이 피어오른다.
화르륵.
올리비아의 전용무장, 플랑베르주의 전투 모드가 전개된다.
눈부신 백금광이 그녀의 전신을 뒤덮는다. 백금빛 전신 장갑과 마력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금의 기사공주가 물결 모양 칼날 장검, 플랑베르주를 든 채 차갑게 말한다.
“양보해드리죠. 선공.”
대답 대신 마력을 갑주 가슴 부분에 달린 축퇴로에 주입한다.
우웅!
듀랜달의 축퇴로가 흑광을 토해내며 게걸스럽게 마력을 집어삼킨다.
가슴이 아프다.
[동기화] [라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초월무장 듀랜달의 첫 번째 어빌리티, 동기화가 구현된다.
축퇴로에 저장된 전 주인, 흑태자 라울의 정보가 강제로 몸에 주입된다.
“큭.”
눈에 실핏줄이 터졌나? 시야가 붉어진다.
입에서 피가 흐른다.
아프다. 좆같이 아프다.
주저앉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 엿같은 세계에서 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붉은 시야에 흑선이 그려진다.
생소한 감각이 깨어난다.
흑태자 라울, 그의 경험과 감각이 어빌리티 동기화를 통해 강림한 순간.
“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듀랜달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천천히 듀랜달의 손잡이를 잡고 휘두른다.
손에 들린 듀랜달이 흑선의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검은 마력광이 허공에 흔적을 남긴다.
쐐애애액!
섬뜩한 파공성이 울린다.
[흑광검식]그것은, 하늘조차 잘라낸다는 흑태자의 고유 검식.
대재해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적, 이계종을 수없이 도륙해서 세계를 구원한 대영웅의 검.
30년 전, 프랑스를 구한 검이 지금 내 손에서 펼쳐진다.
“!!”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녀가 검을 든다. 새하얀 백금빛 마력 불꽃이 플랑베르주의 칼날에 피어오른다.
콰광!
흑색 마력과 백금빛 마력이 뒤엉키며 충돌한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이 울린다.
“어떻게 당신이 오라버니의······!”
시종일관 냉정하던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실전됐다 여긴 흑태자의 검식이다.
그걸 내가 펼치고 있으니 당황한 모양인데, 유감스럽게도 처음부터 이게 내 노림수였다.
나랑 같은 마력량을 사용한다면, 올리비아는 결코 날 이길 수 없다.
전용무장에 불과한 플랑베르주는 초월무장인 듀랜달을 이길 수 없다.
흑태자를 동경하는 메인 히로인은, 흑태자의 힘을 빌리는 날 이길 수 없다.
“알 필요 없고.”
쾅!
다시 검을 휘두른다.
굉음이 터진다. 마력 파장이 강당을 휩쓴다.
마력 파편이 튀어오른다. 듀랜달의 칼날에 요사스런 흑광이 일렁인다.
올리비아의 눈동자에 지진이 일어난다.
은색과 흑색이 다시 부딪친다.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공방이 이어진다.
올리비아의 검이 휘둘러진다.
더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검.
프랑스 최고의 기재다웠지만, 그뿐.
사선을 수없이 넘은 흑태자의 전투 감각, 그 편린을 손에 넣은 내게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상대하기 쉬운 검이다.
“입 닥치고 도게자할 준비나 하라고!”
이를 악문다.
마력로를 혹사한다. 축퇴로가 흑광을 뿜는다.
가슴팍이 인두로 지진 듯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프다. 존나 아프다.
씨발, 개 아프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나한테 고구마를 잔뜩 주입했던 저 빌어먹을 년한테 도게자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이겨야 한다.
억지로 뽑아낸 마력을 듀랜달에 주입한다.
듀랜달이 게걸스럽게 마력을 먹어치운다. 듀랜달의 검은 마력이 칼날에 넘칠 듯 일렁인다.
[동기화]마력을 집어삼킨 듀랜달이 만족했다는 듯 시야에 새로운 흑선을 그린다.
축퇴로가 흑태자의 새로운 정보를 뇌리에 새긴다.
우우웅!
검은 칼날이 진동한다. 마력이 타오를 듯 응집된다.
듀랜달을 치켜올린다.
[흑광검식] [오의] [만월낙하]칼날 끝에 검은 구체가 떠오른다.
흑광으로 구현된 만월.
천장을 채운 검은 달이 올리비아를 향해 떨어진다.
올리비아의 동공이 커진다.
그녀가 플랑베르주를 든다. 그녀의 검에서 흘러나온 백금빛 불꽃이 허공에 거대한 방패를 형성한다.
[백염검식] [제3식] [백금 방패]올리비아의 스킬.
숭고해 보이는 불꽃의 방패는 뭐든 막을 수 있어 보이지만, 실은 최후의 발악이나 다름없다.
“잘 가라고. 메인 히로인.”
한국어로 작별 인사 보낸다.
웃음이 나온다.
검은 만월이 불꽃 방패를 무자비하게 무너뜨리며 올리비아를 덮친다.
번쩍.
섬광이 터진다.
콰광!
폭음이 울린다.
대련장 겸용으로 설계돼서, 웬만한 충격에도 멀쩡한 강당이 통째로 흔들린다.
후폭풍이 전신을 덮친다.
듀랜달을 바닥에 박아넣는다.
“큭.”
가슴이 뜨겁다. 온몸이 아프다. 마력 회로가 비명을 지른다.
마력이 바닥났다.
기동 시간 한계다.
푸슉.
듀란달의 칼날에서 증기가 피어오른다.
전신 장갑과 마력장이 빠르게 해제된다.
[듀랜달 오프라인]듀랜달이 전투 모드에서 대기 모드로 돌아간다.
의식이 가물가물하다.
짝.
뺨을 때린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안 돼·····.”
이겨야 도게자를 받을 수 있다고. 시발
흔들리는 정신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붙잡는다.
후폭풍이 가라앉는다.
엉망진창이 된 강당.
중앙에, 그녀가 쓰러져 있다.
백금의 기사공주.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빛나는 미모가 엉망진창이 돼서,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내쉬고 있는 올리비아가 보인다.
마력장도, 전신 장갑도 모두 해제된 모습.
초상병기에서 검으로 돌아간 듀랜달을 지팡이 삼아 절뚝 절뚝, 혼신의 힘을 다해 그녀에게 걸어간다.
“······야······.”
올리비아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내가 이겼어. 시발.”
그녀가 뭔가 말한다. 들리지 않는다.
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시야가 삽시간에 암흑에 잠긴다.
아무래도, 내 정신의 기동 시간도 끝난 모양이다.
될 대로 되라지
패배란 올리비아의 사전에 없는 단어다.
최고가 되기 위해, 죽은 오라버니의 뒤를 쫓기 위해, 그녀는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했다.
프랑스 최고의 기재.
슈오우 영웅 학원 입학 수석.
백금의 기사공주.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이명들은 오로지 본인의 노력으로 따온 것이다.
그래서였다.
첫 패배는 그만큼 충격이었다.
‘졌다고?’
올리비아의 손이 떨린다.
깔끔하게 패배했다.
마력량 핸디캡에 대한 변명은 필요 없다.
프랑스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대우받던 그녀다.
같은 영웅 강국 일본도 아닌, 한국이라는 극동의 소국 출신 후보생에 패배했다는 사실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어떻게······.”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떨린다.
이세계의 위협을, 영웅의 책임감을 잊어버린 나태한 자들에게 질 수 없다.
슈오우 영웅 학원에서 나보다 강한 후보생은 없다.
그렇게 자신했다.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은 입학 첫날부터 송두리째 무너졌다.
머릿속에 방금 있었던 그와의 대결이 떠오른다.
흑색 마력광, 검은 전신 갑주, 손에 들린 듀랜달.
그리고 잊을 수 없던 흑광검식까지.
전투 모드에 돌입한 그의 모습은 마치 10년 전에 죽었던 오라버니가 다시······.
“아니에요!”
올리비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다.
오라버니는 죽었다. 오메가 랭크 이계종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국과 황가의 미래를 그녀에게 맡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되돌아올 수 없다.
“······.”
올리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뺨이 파르르 떨린다.
그는 오라버니와 다르다.
같은 마력광에, 같은 병기, 같은 검식을 사용해도 다른 사람이다.
대체 어떻게 흑태자의 검식을 그가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외모부터 다르잖아요···. 오라버니는 미남이셨다고요.”
같을 리 없어.
비열한 양아치처럼 생긴 김덕성의 인상을 떠올리며 올리비아는 험담을 내뱉었다.
“미쳤어요. 진짜······.”
그녀가 마른 세수를 한다.
잠깐이나마 오라버니와 그를 겹쳐 보았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똑똑.
기숙사 방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황녀님. 벨라입니다.”
올리비아의 그림자이자 전속 시녀, 벨라가 찾아왔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올리비아는 몸가짐을 단정한 뒤,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벨라.”
끼익.
문이 열리고 메이드복을 갖춰 입은 갈색 단발 머리 미녀가 들어온다.
달카닥.
메이드복 미녀, 벨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을 닫은 뒤, 손에 든 서류를 올리비아 앞 탁자에 공손히 올려놓았다.
“말씀하신 김덕성 생도에 대한 정보입니다.”
“수고했어요.”
올리비아는 옅게 웃으면서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
김덕성.
극동의 소국 대한민국의 영웅 후보생.
적합도는 C랭크. 흑색 마력광과 초월무장 듀랜달의 소유자.
그녀가 김덕성이 내민 보증서를 보고 알아낸 정보는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은 알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기 전까지는.
‘당신, 대체 누구죠?’
올리비아는 의문을 던지며 서류를 넘겼다.
프랑스어로 적힌 서류에는 김덕성의 모든 게 적혀 있었다.
‘고아 출신, 불우했던 성장 과정······.’
김덕성은 천애고아였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는 고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했고,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불이익을 당하는 건 언제나 그였다.
고아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의 유일한 영웅 후보생.’
그의 인생이 뒤집힌 건, 열다섯 살에 받은 적합도 검사에서 C랭크가 나온 이후였다.
단 한 명의 영웅도 없는 나라, 대한민국.
보유한 영웅의 숫자로 국력을 가늠하는 지금의 세계에서, 한국은 약소국 중의 약소국이다.
한국에 이능력자 헌터는 꽤 많지만, 영웅은 없다.
지금의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제타 랭크 이상 게이트 방위를 전부 맡긴 상황이다.
그런 나라에 유일한 영웅 후보생이 탄생한 것이다.
“이건······.”
펄럭.
그녀가 서류를 넘긴다.
다음 장의 기록은 광기에 가까웠다.
한국 국민들은 김덕성에게 광적인 지지와 기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