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402)
#400
빨리 준비해(삽화 有)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흐트러진 옷맵시를 만지면서, 세이라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제는 너무했다고?
“설마 그 상태로 저랑······.”
한 건 아니겠죠?
나는 뒷말을 삼켰다.
기억을 더듬었다.
정력제 때문에 흥분한 이후 초반까지는 기억이 드문드문 났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마저 끊어진 후반부터는 기억이 안 났다.
마치 술을 진탕 마시고 필름이 끊긴 것처럼.
“후후. 글쎄.”
내 말에 세이라가 요염하게 웃었다.
작은 체구로 돌아온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뺨을 쓰다듬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제 너무 격렬했다는 것이니라. 으으, 이 몸의 육체를 그렇게 거칠게 사용한 사람은 서방님이 처음일 것이니라.”
세이라가 붉게 물든 얼굴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래서 저 모습으로 했다는 거야 안 했다는 거야?
필름이 끊긴 내가 궁금한 부분은 거기였지만, 세이라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무슨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내가 다시는 정력제 같은 거 먹나 봐라.
대체 왜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거야.
사오리 얘를 확 그냥.
내가 쪽팔려서 아무 말 없이 있을 때.
세이라가 내 뺨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그래도 좋았느니라.”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의 뽀뽀에 욕망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아직 정력제의 약효가 남은 건가?
잘 모르겠다.
나는 역으로 다시 세이라를 눕혔다.
“자, 잠깐. 서방님이여······. 이, 이 몸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
“그럼 빨리 준비해.”
“조금만 기다려······. 하윽······. 하아아앙♥”
백색 섬광이 세이라의 몸을 휘감았고, 곧이어 전성기 폼, 성숙한 미녀 모습으로 돌아온 세이라의 헐떡이는 소리가 침실 안을 가득 메웠다.
*
졸업 이후.
모두가 사회인이 된 지도 어느덧 해를 넘겨 1년이 지났다.
최후의 전쟁과 메사이어 처단 직후부터 시작했던 양방향 게이트의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쯤.
일본 도쿄 제국 호텔 스위트룸.
외국 국가원수들이 일본을 방문할 때 묵는다는 그 스위트룸, 도쿄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나는 한서진을 뒤에서 범하고 있었다.
“흐윽······. 다, 다음 보고입니다. 김덕성 님······. 현재 평행우주의 지구-1과의 접촉을 위해서 국제기구인 UN을 보다 강한 결속력을 지닌 국가 연합인 인류연합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흑······♡”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한서진이 쾌락 섞인 신음을 흘리면서 업무 보고를 해왔다.
인류연합이라.
UN보다 강한 결속력을 가진 기구라면, 현실 세계의 EU 비슷한 조직인가?
“평행세계의 지구-1과 대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쪽 세계의 의사를 전달할 단일 교섭 창구, 나아가 이쪽 세계의 총의를 모을 단일 정치 체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에 더불어 인류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는 기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었던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미국의 5개국에 대한민국, 독일, 일본을 추가하는 안도 상정되었습니다. 김덕성 님의 결재만······. 으흑······.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정치 관련 사안을 내가 대체 왜 결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구세주인 내 승인이 필요하다니 해줘야 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지금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 민족을 가진 77억 인류를 하나로 묶을 인물은 구세주인 나밖에 없다고 했으니.
유엔, 아니 이제 인류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국가 연합을 창설하려는 시점에서, 전 인류가 추앙하는 내 후광이 필요한 거겠지.
내 장래희망이 무슨 세계정부 독재자도 아니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런 귀찮은 자리는 줘도 안 하는데.
아, 참고로 동서독의 통일은 1년 전에 이미 완료되었다.
최후의 전쟁의 막대한 전쟁배상금 때문에 국력이 주저앉은 소련의 동유럽 패권이 잠시 약해진 사이, 미국이 개입해서 동서독의 통일을 유도한 것이다.
나는 한서진이 떨리는 손으로 내미는 태블릿에 사인했다.
“흑······. 허억······. 흑······.”
곧이어 한서진이 흐느끼면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털썩.
그녀가 통유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아래쪽이 찢어져 올이 나간 검정 스타킹.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땀에 달라붙은 회색 단발, 흐트러진 정장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곧······. 식이 시작됩니다. 김덕성 님. 드레스룸에 예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아니. 너도 참여해야 하는데 쉬고 있어. 옷 입는 건 유세라가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걱정말고.”
오늘은 드디어 유지와 쿠사나기의 결혼식 날.
어쨌거나 유지와는 친구 사이인 만큼, 결혼식에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1학년 때, 유지가 결혼하면 주례를 서기로 약속까지 했으니까.
왜 하필 그때 그런 약속을 해 가지고.
그냥 축의금이나 내고 호텔 음식이나 먹을걸.
나는 새삼스럽게 그날의 일을 후회하면서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옷맵시를 추스르는 한서진을 뒤로 하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탁.
드레스룸의 문을 닫으며 들어서자 날씬한 허리와 배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커다란 가슴이 강조되는 아이돌 복장을 입은 코토리 베이지 단발 미녀, 유세라가 나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김덕성 님! 헤헤.”
한서진은 평소에 바쁘다.
게다가 다른 히로인들 역시 평소에는 각자 맡은 역할 때문에 바빴다.
그래서 한서진의 대타로 내 시중을 드는 사람이 유세라랑 벨라였는데, 오늘은 벨라가 아닌 유세라가 한서진 대신 왔다.
그녀가 깔끔한 명품 정장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예복은 이미 준비해뒀어요! 식까지는 30분 남았고요!”
“그래. 알고 있어.”
“좋아요! 그럼 제가 예복 입혀드릴 테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김덕성 님.”
유세라가 웃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유세라에게 향했다.
사르륵, 스륵.
그녀가 천천히 내 옷을 벗겼다.
유세라의 손이 닿자 안 그래도 미처 처리 못 한 욕망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바지를 벗기려고 하반신에 손이 닿은 유세라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덜미와 가슴, 골반, 허리 라인이 전부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자극적인 아이돌 복장이 보였다.
안 되겠다.
더 이상 못 참겠다.
나는 유세라를 덮쳤다.
“자, 잠시만요! 김덕성 님. 식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끝난 뒤에는 얼마든지 범하셔도 좋으······. 흐윽······. 아앙······!!”
유세라의 코토리 베이지 머리카락과 아이돌 복장이 흐트러졌다.
유세라의 예쁜 얼굴이 쾌락으로 망가질 때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그렇게 유세라를 짧게 범해서 몸을 식힌 뒤.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예복으로 환복을 완료하고는 도쿄 제국 호텔에 있는 웨딩홀로 향했다.
일본 최고의 호텔답게 화려한 장식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결혼식장.
그곳에서 나는 단상에 서서 식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지는 유일한 직계 가족인 하루만 참석했고, 쿠사나기는 아예 정령이었기 때문에 가족이 없었다.
하객석에는 평소 유지와 친분이 있던 협회장 이치로를 포함한 일본 영웅 협회 간부들 그리고 올리비아, 린, 에리, 아리스, 카스미 선배, 마코토, 하루, 세이라, 마유즈미 선생, 빌헬미나, 한서진, 유세라, 벨라, 에반젤린, 베아트리체, 이시하라 사오리, 사토우 레나의 열여섯 히로인들이 앉아 있었다.
검성의 아들이자 쿠로사와 가문의 현(現) 당주이며, 2대 검성의 칭호를 받은 EX랭크의 영웅이자 뉴 크라운즈의 일원이자 일본의 미래인 유지의 결혼식은 세간에서 상당히 화제가 되었고 언론 보도도 꽤 나갔다.
하지만 결혼식 자체는 비공개였기 때문에 결혼식 영상을 찍는 스태프 이외의 언론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구세주 김덕성님의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시하라 다이키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의 말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눈앞의 신랑 신부를 바라보았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손에 부케를 들고 면사포를 쓴 히메컷이 인상적인 검은 머리 미소녀 쿠사나기가 보였다.
이제 결혼해서 쿠로사와 가문에 들어갈 테니, 이름도 쿠로사와 쿠사나기가 되겠지.
쿠로사와 가문의 대가 끊길 걱정은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잡지에 연재된 원작 최약영웅 후일담 외전에서 쿠사나기는 특별한 정령이기 때문에 인간의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잘 살았다는 내용이 있으니까.
그 옆에는 얼굴을 붉힌 채 하얀 턱시도를 입은 쿠로사와 유지가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흠흠. 원래 한국에서는 주례사를 길게 하는데, 일본에는 그렇게 길게 하는 문화가 없다고 하니까 다행이네요.”
내 말에 객석에서 살짝 웃음이 터졌다.
나는 가볍게 운을 떼면서 준비한 주례사를 읊었다.
“그러니까 짧게 끝내겠습니다. 신랑 쿠로사와 유지, 당신은 쿠사나기 양을 아내로 맞아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변함없이 신부를 아끼고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
“네!”
내 말에 쿠로사와 유지가 1초의 고민도 없이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부 쿠사나기, 당신은 쿠로사와 유지를 남편으로 맞아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변함없이 신랑을 아끼고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
“······네······.”
이번에는 쿠사나기를 바라보면서 묻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여전히 살짝 불만스러운 눈빛이 묻어 나오는 쿠사나기.
내 알 바는 아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랑 쿠로사와 유지 군과 신부 쿠사나기 양이 사랑의 맹세를 하였습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맹세의 키스를 해주세요.”
내 말에 쿠사나기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 뭣?!”
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그때.
유지가 쿠사나기의 허리를 휘감고 입을 맞췄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어지는 뜨거운 키스.
이렇게 정열적일 줄이야.
놀랐다.
그것도 외형이 저런 미소녀를 상대로.
키스가 끝났다.
두 사람 사이에 은빛 실선이 살짝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쿠사나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와 눈이 마주친 쿠사나기가 눈을 살짝 부라린다.
이런 장관을 특등석에서 감상 가능하다니, 주례 의외로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이 결혼이 성립되었음으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나는 주례사를 끝맺었다.
짝짝짝짝짝.
하객들의 박수가 결혼식장을 가득 메웠다.
주례를 끝낸 나는 단상에서 내려와 하객석으로 향했다.
“에잇!”
저 멀리 쿠사나기가 부케를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부케.
“비켜! 부케! 하루 거야! 하루 거!”
거기서 유난히 통통 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올해 성인이 된 사이드테일 미소녀, 쿠로사와 하루였다.
하늘을 날던 부케를 공중으로 번쩍 뛰어올라 낚아챈 하루가 배시시 웃었다.
“니시시시.”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거 원래 땅에 떨어질 때쯤 받는 거 아니었나?
저렇게 점프해서 도중에 낚아채도 의미가 있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고마워. 김. 주례 약속 지켜줘서.”
유지가 내게 다가와서 생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면서 말했다.
“아니, 뭐. 약속했으니까 지켜야지.”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거기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인 유지랑 한 약속이니까.
덕분에 좋은 구경도 했고.
“쿠사나기. 너도 고맙다고 해야지.”
“······뭐, 고맙네요.”
옆에서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쿠사나기가 내게 영혼 없는 감사 인사를 던졌다.
나는 그녀의 감사 인사를 고개를 끄덕여 받았다.
그때.
“자, 이제 기념 촬영 시간임다! 다들 단상 근처로 모여주십쇼!”
이시하라 다이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념 촬영인가.
전생에서는 거의 해본 적 없던 경험이라 살짝 새로웠다.
내가 그렇게 단상 근처로 가려던 그때.
“덕성 오빠.”
쿡.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허리를 찔렀다.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는 그녀가 있었다.
결혼식에 맞게 미니 드레스를 입은, 검은 머리 끄트머리를 붉게 물들인 투톤 사이드테일의 미소녀.
쿠로사와 하루였다.
그녀가 내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은 드디어 하루 차례야. 하루, 오늘을 위해서 쿠사나기한테 부케도 받았어. 피로연 끝나고 합법이 된 초 카와이 갸루 JD 신부 하루랑 잔뜩 하는 거······. 초 기대해. 니시시시.”
그녀는 내게 그렇게 속삭인 뒤, 홱하고 붉어진 얼굴을 고개를 돌려 감추면서 그대로 기념 사진 촬영 장소로 쪼르르 달려갔다.
나는 그런 하루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하루 차례라.
기대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