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410)
#408
귀환하니 며느리가 17명(삽화 有)
사토우 레나의 등장에 따라 결국 나는 긴 시간을 들여 다시 부모님에게 내 하렘을 이해시켜야 했다.
더불어 내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그랬구나.”
“며느리가 17명이나 생기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우리 아들이 그렇다니 그래야지. 다들 반가워요.”
이제 혈색을 완전히 되찾은 어머니가 손을 흔들면서 히로인들에게 인사한다.
“저, 저저저저야말로 반가워요! 어머님! 아버님!”
“그러니까 아가씨가 정실······? 최고참인거죠?”
“네! 후후. 어머님께서도 저 바보의 전속 시녀인 프랑스의 고귀한 공주, 보나파르트 황실의 적장녀인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인정해주시는군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아가씨 웃음을 터뜨리는 올리비아.
그녀가 의기양양한 아가씨 웃음을 터뜨렸다.
“전속······. 시녀?”
“······프랑스의 공주······?”
올리비아의 말을 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이 묘해졌다.
“잠깐! 황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녀님만 그렇게 나서는 건 치사해!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은하 제일 미소녀! 주인님의 영원한 노예 에리링 등장! 이에요!”
브이.
옆에서 에리가 볼을 부풀리면서 개목걸이를 착용한 채로 나타났다.
그녀가 오른손으로는 브이자를, 왼손으로는 개목걸이를 사랑스럽게 만지면서 말했다.
“노, 노예라고?”
“은하 제일 미소녀······?”
아버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머니의 표정이 이쪽을 바라봤다.
대체 넌 뭐 하는 놈이냐는 표정.
“어, 엄마. 그, 그런 게 아니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메사이어를 상대할 때도 이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는데.
아니 부모님 앞에서 주인님이 뭐야, 주인님이.
“빨래판. 소개를 그렇게 하면 어쩌자는 거지? 저리 가도록. 반갑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장차 아드님의 현모양처가 될 여인이자 김 씨의 성을 물려받을 예정인 시노자키 린이라고 합니다. 전신전령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스윽.
이번에 나타난 린이 부모님 앞에서 정성스럽게 한국식 큰절을 한다.
김의 성을 이어받아?
현모양처?
“······.”
“······.”
에리에 이어 린까지 입을 연 이후 부모님 두 분 모두 말이 없어진 상황.
이건 절대 긍정적인 의미의 침묵이 아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절을 끝낸 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하와와와와와! 소녀도! 소녀도 소개하겠사와요! 소녀는 영국 스튜어트 왕실의 공주이자 장차 김덕성 님의 배필이 될 에반젤린 스튜어트라고 하옵니다.”
“······여의 진명은 베아트리체. 홍련의 성녀다. 반려의 양친한테 인사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잘 부탁하노라.”
린이 물러가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에반젤린과 베아트리체.
그녀들의 인사를 받은 부모님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문화 충격을 받으신 듯한 모습.
내가 다 부끄럽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니시시시. 덕성 오빠의 부모님 여러분 안녕☆ 덕성 오빠의 초 귀여운 갸루 여동생 합법 JD 신부 쿠로사와 하루야! 잘 부탁해요!”
찡긋.
하루가 윙크한다.
그 모습을 보던 세이라가 나섰다.
“흠흠. 하루야.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그렇게 버릇없게 굴면 안 되는 것이니라. 이 몸이 모범을 보여주겠다.”
15세 외형으로 보이는 백발 적안 고스로리 드레스 미소녀, 세이라의 등장에 부모님 두 분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외형만 보면 하루가 세이라보다 언니로 보이는 상황이라 더 그랬다.
“덕성아. 아무리 그래도 저런 어린애들······.”
아버지가 세이라와 빌헬미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움찔.
아버지의 시선을 받은 빌헬미나가 움츠러들었다.
스스슥.
그녀가 세이라의 등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본 세이라가 부채를 촤르륵 펼치면서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저는 어리지 않습니다. 빌헬미나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어리지 않다니? 아무리 봐도 학생인데. 대체 몇 살이길래······.”
세이라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어머니.
그녀를 보면서 세이라가 조용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머님, 아버님. 제 나이는······.”
세이라의 귓속말을 들은 두 분 부모님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이상하게 변했다.
“······후우.”
한숨을 쉬는 아버지.
“여러분들. 일단 밖으로 조금만 나가 있어 주세요. 우리는 덕성이랑 할 말이 좀 있어서요.”
그리고 누가 봐도 어색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
이거 혼나기 전에 항상 저런 표정이었는데.
불길하다.
안 돼.
이대로 히로인들을 내보낼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들을 막으려던 그때.
“아, 알겠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자! 다들 얼른 나가는 겁니다!”
야속하게도 올리비아의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히로인들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탁.
문이 닫혔다.
남은 건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어머니.
“덕성아······.”
어머니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온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병실 바깥.
김덕성이 부모님에게 혼나는 소리가 살짝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레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류의 적 메사이어를 처단한 구세주 김덕성 님도 어머님과 아버님은 못 이기는군요.”
“맞아. 레나. 나쁜 남자 후배 군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역시 어머님과 아버님뿐일지도.”
레나의 말에 카스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열일곱 히로인이 숙연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그때.
탁.
병실 문이 열렸다.
“이제 들어와도 괜찮아요.”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히로인들이 떨리는 발걸음으로 도착한 병실 내부에는 김덕성이 어울리지 않게 다소곳하고 공손한 태도로 간병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서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건 올리비아였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다, 당신?”
“일단 덕성이 말도 들어봤고, 며느리가 좀 많긴 하지만, 말투가 그래도 다들 착해 보이고, 제 병 고쳐준 은인도 우리 며느리 중 한 명이니 우리가 수용하기로 했어요.”
김덕성 대신 답한 건 김덕성의 어머니, 이경희였다.
그녀의 말에 히로인들의 표정에 안도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런데 덕성이가 말해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형편이 지금 많이 어려워서 아가씨들을 전부 집에 들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경희가 멋쩍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말했다.
그녀의 병이 가정을 좀먹은 세월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비싼 약값 때문에 1금융권, 2금융권 대출 한계까지 당긴 건 물론, 사채까지 끌어 쓴 상황이었다.
친척, 친구, 지인들도 이미 김덕성의 가족을 손절한지 오래였다.
위암 말기, 연명 치료는 김덕성의 가정에서 많은 걸 앗아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삶은 바닥없는 늪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일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대로 서서히 말라붙은 끝에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겠지.
하지만 아들이 돌아온 지금도 이경희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아들이 귀환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귀환자가 강한 플레이어이며,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
가정에 진 천문학적인 빚을 생각해본다면, 김덕성의 가계에는 지금 당장 열일곱이나 되는 며느리를 제대로 먹일 식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지금 사는 낡은 구축 빌라에는 열일곱 며느리가 전부 들어갈 공간도 없었다.
오히려 아들이 귀환자라는 사실을 알아낸 빚쟁이들이 아들에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돈을 뜯어내려 할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의 시대가 된 이후에도,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건재했으니까.
병은 치료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험했다.
김덕성의 부모님, 이경희와 김정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그때.
“어머님, 아버님.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장을 입은 한서진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삑.
그녀가 품에서 꺼낸 휴대기기의 버튼을 누르자, 푸른 섬광이 병실을 휘감았다.
“윽······.”
“한서진이라고 했던가요? 아가씨,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까 그 섬광은 뭐고요?”
“구세주 김덕성 님의 부모님은 저희 인류연합의 귀빈. 당연히 아버님과 어머님을 위해 건축된 저택이 지구-2의 서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차원 워프를 통해 병실째로 지구-2의 해당 저택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섬광은 차원 워프의 여파로 발생한 것입니다.”
한서진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황당한 표정이 떠올랐다.
지구-2?
차원 워프? 인류연합?
아무리 대격변 이후 세상이 요지경이 되었다지만, 한서진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두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그러니까 병실째로 우리가 어디론가 갔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어디론가가 아닌, 두 분이 살던 지구의 평행세계인 지구-2의 서울입니다.”
꾹.
한서진이 다시 버튼을 누르자, 세트장처럼 병실 벽이 내려앉았다.
그 너머로 맑은 하늘과 함께, 푸른 정원 너머로 보이는 한옥 대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을 연상시키는 한옥 대저택과 한국 전통 양식으로 꾸며진 정원을 본 김덕성 부모님의 얼굴에 경악이 가득 들어찼다.
귀환자들이 이세계에서 제법 출세한 자들이라는 사실 정도는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이세계로 돌아갔다는 전례가 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
하물며 아들이 갔던 이세계가 평행세계의 지구였으며, 아들이 거기서 구세주 취급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곳이 앞으로 인류의 구세주, 인류연합의 영도자 김덕성의 부모님이신 두 분께서 머무르실 거처입니다. 이제부터 두 분의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생활 비용은 전액 인류연합에서 지원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급하게 지은지라 조금 누추하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서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개량 한복 차림의 저택 관리인들이 두 줄로 도열해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드레스룸에는 인류연합의 유명 브랜드 의류가, 차고에는 사용 가능한 차들이 종류별로 있으니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면 관리인들한테 말씀하시길.”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어르신!”
한서진의 말과 함께 관리인 대표가 김덕성의 부모님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 앞에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에는 명품 의류, 정장으로 도배된 드레스룸과 SUV, 픽업트럭부터 고급 세단까지 종류별로 차가 잔뜩 주차된 웬만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보다 더 큰 차고가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부모님이 당황하고 있던 그때.
“그리고 그동안 지구-1에서 두 분한테 금전적, 현실적 피해를 줬던 자들은 현재 전원 체포된 상태로 지구-2로 호송 중입니다.”
한서진이 병실 천장에 결린 TV를 켜자 뉴스가 흘러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인류연합의 위대한 영도자 김덕성 님의 부모님이 드디어 인류연합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지구-1에서 10년 동안이나 감히 인류연합의 위대한 영도자인 구세주 김덕성 님의 가정을 파탄 낸 간악무도한 범죄자들 또한 일망타진되어 지구-2로 구속된 채 호송, 현재 인류연합 검찰청의 취조를 받는 중입니다.] [······여, 여기가 어디예요? 지, 지구-2요? 그게 무슨······.] [그, 그냥 법정 이자율보다 조금 높게 받았을 뿐이에요. 그게 아니면 누가 신용불량자들한테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불법 추심이요? 에이 법 지키면 돈 다 못 받습니다. 그런 건 다 알면서 무슨······.] [이거 월권행위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에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야!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태성 길드 길드장의 차남이야! 내가!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다른 사람도 아닌 김덕성 님의 가정을 감히 파탄 내다니!] [죽어라! 죽어라!]TV에서는 그동안 빚을 빌미로 김덕성의 가정을 파탄 냈던 자들이 자신의 혐의를 밝히는 인터뷰가 나왔다.
뒤이어 무장 경찰들에게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구속된 채로 호송되는 그들을 향해 인류연합 시민들이 야유를 내지르면서 썩은 계란, 토마토를 던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왔다.
“아, 아니 저 사람들은······!”
“세, 세상에 이게 무슨······.”
그 모습을 본 김덕성의 아버지, 김정훈과 김덕성의 어머니, 이경희는 경악했다.
모자이크 없이 얼굴이 그대로 나온 덕분에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TV 속에는 지금까지 둘을 괴롭혔던 불법 사채업자, 조폭들이 구속되어 법의 심판을 받으러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저들의 뒤를 봐주던 빌런들, 조폭, 사채업자와 몇 단계를 거친 유착 관계에 있던 뒤가 구린 지구-1의 플레이어들과 부패 정치인들까지.
모조리 체포되어 검찰청에 끌려가고 있었다.
그토록 바랐지만, 무력한 현실 때문에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지금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현실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많은 일이 급속도로 진전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김덕성의 부모님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다음은 두 분께 지금까지 유무형의 피해를 준 친인척과 지인 명단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남보다 못하지만, 일단은 혈연, 지인 관계이기 때문에 처분은 두 분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한서진이 품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살생부였다.
황망한 표정으로 한서진에게 살생부를 받아든 아버지가 서류뭉치를 넘겼다.
팔랑팔랑.
거기에는 남보다 못한 혈육과 지인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더 보기도 싫었다.
“아가씨가 유능한 것 같으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분부 받잡겠습니다. 아버님.”
아버지에게 살생부를 다시 돌려받은 한서진이 공손하게 인사한 뒤,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이 떨어졌다. 플랜대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위대한 인류연합과 구세주님을 위하여.”
뚝.
전화를 끊은 한서진의 얼굴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아, 그리고 김덕성 님. 아버님, 어머님.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한서진이 옅게 미소지으면서 휴대폰을 터치했다.
지잉.
휴대폰에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도시의 조감도였다.
“이게 뭐냐?”
도시의 모습을 본 김덕성이 한서진에게 반문했다.
조감도만으로 보통 규모의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김덕성 님의 고향인 지구-1의 구 북한 평양 땅에 조성될 예정인 인류연합의 자랑스러운 수도.”
김덕성의 말에 한서진이 묘한 열기를 품은 눈동자로 설명했다.
“김덕성 특별시입니다.”
김덕성 특별시.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쨍그랑.
김덕성의 어머니가 손에 든 꽃병을 떨어뜨렸다.
아버지의 얼굴에도 경악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대체 우리 아들놈이 이세계에서 뭘 하고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