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49)
거기에 뭐 주인님?
나랑 쟤 사이에 대체 무슨 소중한 관계가 있다고 저 난리지?
그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마조인가?
“저게 진짜 돌았나.”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주인님이라고?”
매드 해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번만큼은 빌런의 심정에 동감이다.
거기서 이게 왜 나와.
미치겠네, 정말.
“주인님의 주인님께서는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또 다른 여자를 홀리는 나쁜 버릇이 있군요.”
스멀스멀.
그림자가 늘어나더니, 거기에서 갈색 보브컷의 무표정한 미녀가 솟아오른다.
벨라다.
“무슨 개소리야. 너도 뭐 잘못 먹었냐?”
누가 누구를 홀려?
지금 장난해?
니시자와 에리랑 시노자키 린은 줘도 안 한다.
올리비아는 이제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지도 않지만, 깜빡이 안 켜고 들어오는 츤데레 발작 버튼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모르신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철컥, 철커덕.
벨라가 사복검 형태의 초상병기, 체인 블레이드를 손에 든 채 내 옆에 선다.
채챙!
매드 해터가 손에 든 지팡이 형태의 초상병기, 매직 스틱으로 니시자와의 사슬낫을 튕겨낸다.
“협상 결렬이군요.”
매드 해터의 얼굴이 굳는다.
우우우웅.
그의 전신에서 주황빛 마력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진심전력으로 상대해드릴 수밖에 없겠지요!”
매드 해터의 시선이 니시자와 에리를 향한다.
“나의 딸아, 너는 이 기회를 차버린 걸 후회하게 될 게다.”
매드 해터가 매직 스틱을 들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닥쳐. 쓰레기. 감히 주인님을 모욕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천번 만번 죽어 마땅해!”
니시자와 에리의 미간이 구겨진다.
대체 무슨 모욕을 했다고 저러는 거야.
한숨이 나온다.
파멸적인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촤르르륵!
니시자와 에리가 다시 사슬낫을 던지고, 매드 해터가 사슬낫을 쳐낸다.
“주인님의 주인님, 처리할까요?”
옆에서 벨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준비가 끝나면.”
마술사 컨셉 빌런, 매드 해터의 주특기는 환영술.
그의 초상병기 매직 스틱에 탑재된 어빌리티인 일루전 사이트는 주변 지역에 사용자가 원하는 환영을 펼쳐 상대의 감각을 속이는 기술이다.
원작 3권에서 매드 해터는 환영술을 펼쳐 니시자와 에리와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상대를 농락했다.
하지만 3권과는 달리 지금의 매드 해터는 기프트인 ‘환영투사’를 각성하지 못한 상태.
실체 있는 환영을 다룰 수 없을 테니, 원작보다 명백히 약한 상황이다.
‘원작의 주인공은 오감을 차단한 채 초월적인 마력 감지를 통한 기감으로 환상을 간파했었지.’
나는 그런 재능 따위 없다.
하지만 니시자와 에리를 상대했을 때처럼 그걸 대신할 방법은 있다.
눈을 감는다.
듀랜달을 통해 암흑을 퍼뜨린다.
암흑과 동기화된 기감이, 기프트를 통해 퍼지는 암흑 안개를 통해 퍼져나간다.
“그럼, 초대하겠습니다. 생도 제군들. 이 매드 해터 님의 일루전 월드에!”
매드 해터의 느끼한 목소리가 울린다.
원작 3권에 등장했을 때와 동일한 대사.
느끼한 중년 남성이 저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으니 속이 뒤틀린다.
버쳐보다 더 심하네.
울렁거리는 속을 참으며 원작 설정을 떠올린다.
일루전 월드.
놈의 필살기로, 자신 주변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상대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스킬.
이 스킬의 대처법은 감각을 봉인한 상태에는 소용이 없으며, 시각과 청각을 봉인한 상태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대상의 물리적인 오감을 속이는 기술이니 말이다.
“벨라,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고 그림자와 기감을 동조해!”
“명령을 이행하겠습니다. 주인님의 주인님.”
벨라의 대답이 들린 순간.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야,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애니 보고 있어. 별일 없으면 끊어”
“네 엄마가 쓰러졌다. 지금 당장 응급실로 와라.”
다급한 아빠의 목소리.
군 전역을 막 마치고 복학한 대학교 3학년 시절, 자취방에서 아빠의 전화를 받았던 그 기억이다.
잊을 수 없던, 너무 아파서 가슴에 묻어뒀던 기억.
하필 그때 씹덕 애니나 보고 있었던 나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다.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끓는다.
“선생님. 우리 엄마 괜찮은 거 맞죠, 그렇죠?”
“수술 경과를 봐야 알 것 같지만, 아쉽게도······.”
병원에서의 대화가 이어진다.
기분이 더럽다.
웹소설이나 라노벨에서 트라우마를 자극당하면 왜 그렇게 발작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엿 같네.”
욕설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마력을 끌어올려 청각을 차단한다.
대화 소리가 멀어지더니 사라진다.
암흑 안개에 동조된 기감을 활성화한다.
수많은 정보가 뇌리에 쏟아진다. 쏟아진 정보를 가공한다.
“큭.”
머리가 아프다.
가슴의 마력로와 블랙 스톤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검게 물든 시야에 가공된 정보가 시각화되어 구현된다.
자리에 주저앉은 니시자와 에리와 매직 스틱에서 마력탄을 쏘아내는 매드 해터, 체인 블레이드를 펼쳐 마력탄을 튕겨내는 벨라의 모습이 보인다.
[제 그림자 검식으로 당신을 상대해주죠!] [당신은······. 그 유명한 프랑스의 ‘괴도’! 이거 영광이군요. 하지만 일루전 월드는 저만의 공간. 아무리 이름 높은 괴도라 할지라도 감각을 차단한 상태에서 기감만 가지고는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암흑 안개와 동조한 기감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린다.
내가 괜히 벨라를 데려온 게 아니다.
벨라의 기프트는 쉐도우 마스터.
그림자를 활용하는 그녀의 능력은 암흑을 다루는 내 기프트와 찰떡궁합이다.
거기다 지금은 암흑 안개 때문에 온 사방에 그림자로 가득한 상황.
전황은 매드 해터의 허세 가득한 말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벨라에게 유리해진다.
나는 뒤에 앉아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다가 가끔 공격이 들어오면 반격만 하면 된다.
이번에도 날로 먹는 거다.
그때.
[흐으윽! 이 따위 거짓 환상······! 이겨내 주겠어! 주인님, 주인님한테 도움이 돼야 해. 주인님한테 쓸모 있는 노예가 되어야 해. 시노자키보다, 저 가슴만 큰 무표정 메이드보다 더 쓸모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 에리링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니시자와 에리의 중얼거림이 머릿속에 울린다.
이쯤 되면 역한 걸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주인님, 주인님을······. 지켜야 해! 주인님은 에리링이 지킬 거야!! 주인님! 에리링을 지켜봐줘! 에리링이 지금 갈게!]대체 왜 저러지?
완전히 미친 건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다.
파앗.
니시자와 에리의 몸에서 압도적인 마력 파장이 흘러나온다.
그녀의 눈동자가 주황빛 마력으로 반짝인다.
[그림자 난무!] [겨우 그 정도입니까? 괴도! 좀 더 놀아보시죠! 환영탄 난사!!]스킬명을 외치며 대결 중인 벨라와 매드 해터.
내가 분명 스킬명 외치지 말라 했던 거 같은데.
이놈의 미친 세상은 내가 100의 말을 하면 10이라도 알아들으면 다행인 모양이다.
한숨이 나온다.
매드 해터의 지팡이 끝에서 마탄 수십 발이 기관총처럼 쏟아지고, 벨라가 사복검을 펼쳐 마탄을 튕겨낸다.
콰광!
폭음이 계속해서 울린다. 마력 파장이 주변을 휩쓴다.
[그림자 검식의 오의, 그림자 지옥으로 당신을 끝내겠습니다. 매드 해터.]촤르륵.
벨라가 사복검을 펼치자 주변에 짙게 깔린 그림자가 형태를 갖추던 바로 그때.
[죽어! 죽어! 죽어! 주인님의 적, 주인님의 걸림돌, 주인님을 모욕한 쓰레기, 죽으라고!!]번쩍.
매드 해터 뒤쪽 상공에 주황빛 섬광과 함께 니시자와 에리가 나타난다.
블링크.
전용무장 쿠사리가마의 어빌리티를 사용한 니시자와 에리가 폭발적인 마력을 뿜어내며 손에 든 사슬낫을 매드 해터에게 던진다.
[에이이이잇!!!]니시자와 에리의 이상한 기합과 함께 날아간, 주황빛 마력이 응집된 사슬낫이 매드 해터의 무방비한 가슴팍에 있는 축퇴로를 정확히 노리고 박힌다.
[크흑!]파츠츠츳!
마력 제어를 보조하는 축퇴로가 박살나자 매드 해터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일루전 월드가 깨진다.
눈을 뜨고 막아뒀던 청각을 해방한다.
“어떻게······.”
매드 해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럴수, 이럴수는 없습니다. 안 됩니다. 이 매드 해터 님이 패배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매드 해터가 절규한다.
그가 매직 스틱을 들고 주황빛 마탄을 쏘아낸다.
“소용없습니다.”
촤르륵.
벨라가 펼친 사복검의 칼날 조각들이 허공을 기이한 궤도로 유영하며 마탄을 전부 튕겨낸다.
“잘했습니다. 니시자와 양. 당신도 쓸모가 있을 때가 다 있군요.”
“가슴만 큰 무표정 메이드의 칭찬 따위, 듣기 싫어.”
벨라의 칭찬을 들은 니시자와 에리가 땅에 착지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가슴 사이즈를 아직도 신경 쓰시는 겁니까? 좋습니다. 일단 저 무례한 작자부터 처리한 뒤에 얘기를 마저 나누도록 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가슴 가지고 염병이라니.
미치겠네.
쪽팔려 죽겠다.
가슴으로 쓸데없는 부심을 부린 시노자키 린의 원죄가 깊다.
“이 매드 해터 님의 사전에 패배란 없습니다! 마스터, 봐주십시오. 이 매드 해터가 당신의 명령을 완수하는 순간을!!”
매드 해터가 마력을 모은다.
깨진 축퇴로에 스파크가 튄다.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 매직 스틱의 끝에 주황빛 마력이 응집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
촤악!
벨라의 사복검이 바닥을 때린다.
“그림자에 삼켜 사라지십시오. 그림자 지옥!”
그와 함께 그녀 주변에 모인 그림자가 벌떼처럼 일어난다.
물리력을 갖춘 그림자가 수많은 촉수 다발로 변해 그대로 매드 해터를 덮친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안 돼! 안 된다고!!”
그림자 촉수로 공격당하는 매드 해터의 끔찍한 비명이 주변을 울린다.
촉수에 휘감겨 고통을 받는 그의 모습은 차마 보기 끔찍한 시각 테러 수준.
중년 아저씨가 촉수에 당하는 꼴이라니.
“윽.”
아, 진짜 속이 안 좋다.
콰광!
폭음이 연속적으로 터진다.
“끄아아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그의 전신 장갑이 해제되고, 손에서 매직 스틱이 떨어진다.
초상병기의 전투 모드가 강제로 해제된 거다.
“끝입니다. 그림자 구속!”
촤르륵.
벨라의 사복검이 매드 해터의 전신을 구속한다.
“초상병기도 압수야. 기분 나빠. 쓰레기. 감히 주인님을 모욕한 너 같은 쓰레기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나는 수치스러워. 지옥에서 백년 천년 썩어 죽어.”
니시자와 에리가 바닥에 떨어진 매드 해터의 초상병기, 매직 스틱을 회수한다.
“읍, 읍읍읍읍!!”
입까지 칼날로 구속당한 매드 해터가 온몸을 바둥거린다.
마력을 가지고 수작질하지 않는 걸 보니 예상대로 긴급 귀환 장치는 없는 모양.
하긴, 그 메사이어가 꼴랑 B랭크 빌런, 그것도 신입 말단 리그원 따위에게 그 귀한 장치를 하사했을 리 없다.
팟!
주황빛 섬광과 함께 니시자와 에리가 내 앞에 블링크로 나타난다.
그녀가 내게 매직 스틱을 바치며 말한다.
“여기, 에리링이 주인님의 앞길을 막는 적. 전부 처리했어. 잘했지? 칭찬 해줘. 주인님 칭찬 듣고 싶어. 에리링의 머리 쓰담쓰담 해주면 더 좋을······. 지도? 이히히히.”
니시자와 에리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감고는 내게 머리를 들이민다.
한숨을 쉰다.
그녀의 손에서 매직 스틱을 빼앗고는, 니시자와 에리의 이마에 손가락 딱밤을 때린다.
“이게 미쳤나. 생쇼를 하네, 생쇼를. 에리링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에리링이야. 야, 니시자와. 역겨운 귀척이랑 미친 소리 지껄이지 말고 벨라랑 같이 뒷수습이나 해.”
“히잉······.”
눈을 뜬 니시자와 에리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벨라 쪽으로 향한다.
저게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역시 주인님의 주인님. 고귀한 프랑스의 황녀님인 올리비아 아가씨를 전속 시녀로 둔 남자. 조교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그 모습을 본 벨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뭐? 조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구역질이 올라온다.
어떻게 저렇게 엿 같은 단어만 골라 조합해서 사람의 폐부를 찌를 수 있지?
“염병. 너도 개소리 하지 말고 일이나 해.”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주인님.”
돌겠네.
나는 비흡연자다.
그래서 담배를 왜 피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거 몸에도 안 좋은데 대체 왜 피우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미친 세상에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흡연자들의 심정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도 현기증이 가시질 않는다.
담배 마렵네, 진짜.
한숨을 쉬며 헌터 워치로 메시지를 작성한다.
[상황 종료. 매드 해터 제압함.]메시지가 전송 완료된 그때.
[캬아아아아아아아──!]쿠웅.
끔찍한 비명과 함께 모형 게이트 전체가 흔들린다.
학생회장과 주인공 놈이 야타가라스 토벌에 성공한 거다.
[수신 완료. 이쪽 상황도 정리 끝났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덕성 생도.]곧바로 도착한 아리스의 답신.
원작 1권 에피소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다음은 임간학교다.
무엇이든 말해보거라(삽화 有)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원탁 회의장.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뉴 월드 리그의 최고 간부, 13사도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불편한 침묵이 회의장을 짓누른다.
유일하게 하얀 의자에 앉은 하얀 정장 차림의 흑발 미남자, 메사이어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한다.
“매드 해터가 임무에 실패했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