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61)
카미야 일문의 문주이자 위험도 S랭크 빌런, ‘블랙 로즈’ 카미야 리츠코다.
“마코토.”
블랙 로즈의 요염한 시선이 그녀의 앞에 정좌하고 있는 초록 숏컷의 중성적인 미모를 뽐내는 남장여자, 카미야 마코토를 향한다.
“부르셨습니까, 문주님.”
“우리 일문 앞으로 의뢰가 하나 접수됐데이.”
리츠코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칸사이 사투리와 함께, 마코토의 앞에 의뢰서가 놓여진다.
“의뢰인은 익명, 의뢰금은 2억 엔. 유형은 암살, 대상은······. 슈오우 영웅 학원 생도인 쿠로사와 유지와······.”
블랙 로즈의 목소리가 마코토의 귓가에 울린다.
“······김덕성인기라.”
“학원 보안은 어떻게 합니까?”
“그거는 내가 힘을 좀 써보도록 하겠데이.”
리츠코의 시선이 마코토를 향한다.
“전학생 신분을 마련해주겠데이. 대상한테 용이한 접근을 위해서 가시나가 아니라 머스마 신분으로 말이제. 위장 신분 준비는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고.”
남생도.
그 말에 마코토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린다.
“타겟은 머스마 두 명. 아직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얼라들인기라. 이게 마 억수로 빡센 의뢰도 아이니까 내는 아무리 니가 덜떨어졌어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데이.”
“의뢰, 제가 맡겠습니다.”
“생각 잘 했데이.”
마코토의 말을 들은 리츠코가 요염하게 웃는다.
그녀가 곰방대 물부리를 빨아들인다.
뻐끔, 뻐끔.
곰방대 끝에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자네는 내 은인이야
삼겹살 파티를 마지막으로 임간학교는 무사히 끝났다.
프리스트는 협회 감옥으로 이송됐고, 이번에도 학원과 협회의 정보 통제로 프리스트 검거 소식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마유즈미 선생과 우리 일행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통제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정보의 완전 통제는 어려워서, 프리스트 검거 대신 마유즈미 선생과 우리 일행이 함께 백귀야행을 막아냈다는 뉴스가 나갔다.
덕분에 우리 조는 임간학교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이군.’
안 그래도 필기 평가에서 자신이 없어서, 실기 점수로 때워야 했는데 다행이었다.
어차피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신호탄 쏜 거밖에 없으니, 만약 프리스트 검거 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하더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마유즈미 선생이었을 터.
되도록 스포트라이트를 피해야 하는 나로서는 지금이 최선이다.
우웅.
휴대폰이 진동한다.
[꼬마야, 이번에 잡힌 빌런은 교단 출신이라고 하더구나 (=^▽^=)] [협회에서 추가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공유해주겠느니라 φ(*⌒▽⌒)ノ]이사장이 보낸 메시지.
역겨운 이모티콘은 여전하다.
아니 할매 나이가 얼만데 저런 이모티콘을, 에휴.
메신저를 닫는다.
모형 게이트 때와는 달리, 임간학교에서는 내 활약이 일부나마 드러났을 터.
인터넷 반응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아카데미 채널을 접속한다.
아마노 노도카가 쓴 기사가 최상단에 반짝이고 있다.
[특보! 마유즈미 선생님과 2조 생도! 백귀야행을 막아내고 임간학교를 지켜내다!] [임간학교 때 마력 파장이 저거 때문이었어? ww] [백귀야행 전설 아니었어? 리얼이었구나 Σ(°ロ°)] [마유즈미 선생님 최고~~(*≧∀≦*)(*≧∀≦*) 학원 최고 미녀 교관 다운 ww] [>> 어이어이 여교사 패티시냐구 www] [>> 마유즈미 선생님은 어쩔 수 없는 ww] [나도 이번 기회에 마유즈미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린 ww 거유 여교사 최고 ww] [>> 동의. 마유즈미 선생님의 가슴은 교내 톱 클래스 (๑✧∀✧๑)] [>> 수업 때마다 흔들려서 집중 안 되는 (/ε\*)(/ε\*)] [>> 변태다. 변태가 여기 있다 ww] [2조 녀석들 한 거 없지 않아? 전부 선생님이 다 막은 거잖아 ww] [>> 왜 기사에 있는 지 모르는 ww] [>> 2조가 최고점 받은 것도 이해 안 되는 (# ̄ω ̄)(# ̄ω ̄)]기사에 달린 댓글은 하나같이 마유즈미 선생에 대한 얘기뿐.
나는 물론 다른 조원 얘기도 거의 없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 내가 한 건 별로 없으니 당연한 반응.
이 정도면 외부 반응도 비슷하겠지. 볼 것도 없다.
아카데미 채널을 종료하고 너튜브를 켠다.
‘설마 이번에도 국뽕을 빨겠어?’
한 것도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너튜브 메인 화면을 들어간 순간.
[K-영웅 김덕성! 임간학교에서 이계종으로부터 슈오우 학원을 지켜내다! 백귀야행 사건의 성공적인 수습 뒤에는 사실 K-영웅 김덕성의 활약이 있었다? 또다시 이웃나라 일본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K-영웅 김덕성의 숨겨진 활약 집중분석!!] [K-영웅 김덕성이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정복한 이유는?! 지금 일본은 K-영웅 김덕성 열풍 중! 전 세계가 김덕성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 집중분석! 일본 현지 반응 취재. “김 군 같은 영웅이 일본에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본이 질투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K-영웅 김덕성의 이번 임간학교 활약 집중조명!!] [또 굴욕당한 일본! 이번 임간학교 백귀야행에서 K-영웅 김덕성이 대활약하다! 자존심 구겨진 일본 영웅 협회 초비상 상태! 현재 일본이 김덕성의 활약에 발만 동동 구르며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이유. “김덕성이 없으면 일본도 없습니다.” 충격 고백!!]나는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아니 이걸 이렇게 국뽕을 빤다고?
돈 복사도 좋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없는 양심이 쿡쿡 찔리는 기분.
[아니 뭐 이런 걸로 국뽕을 빠냐 ㅋㅋㅋ 역겹네 진짜 ㅋㅋㅋ 이번에는 김덕성 진짜 한 일 없는거 팩트인데 ㅋㅋ 일본 언론 기사 좀 보라고 ㅋㅋ]정말 공감가는 댓글이다.
[추천 1] [비추천 -244235]추천을 누른다.
[명예 일본인 어서오고 ㅋㅋ] [방금 추천 1 올라간 거 뭐냐? ㅋㅋ] [추천실명제 추하네 ㅋㅋㅋ] [김덕성 활약 개쩌는게 팩트인데 또 일본언론 얘기죠? 역겹죠?] [빛덕성님 음해 자제좀] [꼬우면 일본 이민가던가 ㅋㅋ]아니 내가 추천 누른 건데?
더 보다가는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다.
너튜브 어플을 끄던 그때.
귓가에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거다.
니시자와가 앉아야 할 옆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
하품이 절로 나온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다.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우웅.
[이봐요 당신]스마트폰이 울린다.
화면을 켜서 확인하니 올리비아의 메시지.
[오늘 흑광검식 전수 끝내는 거죠?] [흥, 따, 딱히 단둘이 되고 싶다던가 그런 파렴치한 생각은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시죠!]메시지에서도 말을 더듬을 필요가 있나?
흑광검식 전수를 마무리해야 될 필요는 있다.
원래는 예전에 끝내야 할 일이지만, 임간학교 때문에 미뤄졌으니.
‘동작은 전부 알려줬으니 남은 건······. 마력순환법 전수인가.’
진도를 머릿속으로 되짚으며 올리비아에게 답장한다.
[알았어] [좋아요!]고개를 돌리자 얼굴을 붉힌 채 배시시 웃고 있는 올리비아의 모습이 보인다.
웃음을 짓고 있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와 마주친다.
올리비아의 얼굴이 목까지 빨개진다.
“어어어어어, 어딜 보는 거죠! 이 변태! 파렴치한!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남자 같으니!! 이이이이이이익······.”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 정도 츤데레 급발진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
“어머 저거 봐.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이야.”
“불쌍한 기사공주님, 이제 완전히 검은 귀축한테 떨어졌나 봐.”
“시노자키 양도 검은 귀축한테 처녀를 바쳤다던데······.”
“처녀 폭격기 검은 귀축 무서워······.”
“니시자와 양은 밤마다 검은 귀축의 이불을 알몸으로 데우는 역할을 한다나 봐.”
하지만 진화하는 소문은 정말 못 들어줄 수준이다.
라노벨 월드 수준하고는.
기가 찬다.
“으으으으으으 대대대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문들이······.”
올리비아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그녀가 볼을 부풀린다.
척.
올리비아가 양 허리에 손을 올리며 소리친다.
“이봐요 당신! 저를 부끄럽게 만든 벌로 파르페 사줘야 해요! 학원 상가에서 파는 스페셜 초코 파르페로요! 아시겠나요?”
학원 상가.
여의도 몇 배 크기인 슈오우 영웅 학원 부지에 입점한 카페, 잡화점 등 각종 상점이 모인 거리를 가리키는 말.
원작에서는 일상 이벤트에나 가끔씩 등장하는 장소지만, 실제 학원 생활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들를 수밖에 없는 거리다.
학원 상가의 파르페 가게는 여생도들 사이에 꽤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
“그러지 뭐.”
내가 돈이 없는 거도 아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국뽕 너튜브 조회수가 돈으로 변해서 통장에 입금되고 있다.
파르페 정도야, 껌값이다.
“흥. 좋아요. 이이이, 이번 한 번만 특별히 용서해주도록 하죠. 제 자비에 감사하세요!”
올리비아가 붉어진 얼굴을 돌리며 입술을 내민다.
하여간, 츤데레 엄살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김.”
유지가 나를 부른다.
“왜.”
“나, 오늘 협회장님이랑 결투하기로 했어.”
유지가 비장한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쥔다.
“반드시 협회장님의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고 말겠어.”
“그래, 열심히 해라.”
“응. 시노자키와 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룰게.”
아니 나랑 린이랑은 왜 묶어?
이상한 놈일세.
유지가 걸어 나간다.
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교실을 나간 상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당신, 빨리 안 움직이고 뭐 해요?”
올리비아가 붉어진 얼굴로 재촉한다.
파르페가 그렇게 먹고 싶나?
하긴, 파르페는 크레페와 함께 라노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양대 디저트.
올리비아가 파르페를 좋아하는 것도 이상한 모습은 아니다.
“이제 갈려고 했어.”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앞으로 당분간은 별일 없겠지.
*
도쿄.
시노자키 저택.
자갈이 깔린 일본식 정원에서 벌어진 쿠로사와 유지와 시노자키 이치로의 비공개 결투는, 시노자키 이치로의 패배로 끝났다.
팔랑.
시노자키 이치로가 입은 유카타 오른쪽 소매가 잘려나간 채 정원에 나뒹군다.
“내가 졌군.”
이치로의 바위 같은 얼굴에 충격이 깃든다.
EX랭크의 영웅과 F랭크 밑바닥 생도.
객관적으로 본다면 싸움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수준.
그래서 이치로는 도전장을 던진 유지에게 조건을 걸었다.
전투 모드 사용 금지, 기프트 사용 금지, 마력량 제한.
오로지 서로의 순수한 검기(劍技)만을 겨루는 결투.
당연하게도 이치로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네 검이 내 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다면, 내 패배로 쳐 주마.’
‘제가 이기면 어쩔 겁니까?’
‘내게 할 말이 있다 하지 않았느냐? 쿠로사와의 수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건 전부 들어 주마.’
이치로의 머릿속에 방금 있었던 대화가 재생된다.
쿠로사와 가문의 수치.
적합도 F랭크의 무능력자.
쿠로사와의 신검을 휘두를 자격도 검성의 아들을 자처할 자격도 없는 칠푼이.
놈을 지우는 일이 바로 쿠로사와의 그림자를 지우는 마지막 작업.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게 제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검입니다. 협회장님.”
“쿠로사와의 신검이라······.”
이치로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이치로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의 머릿속에 아까의 결투 장면이 재생된다.
유지가 휘둘렀던 검이 그리던 궤적.
그건 틀림없는 검성의 검이었다.
그토록 동경하면서도 증오했고, 넘고 싶었던 철벽의 검을 이치로는 눈앞의 유지에게서 보았다.
이치로가 눈을 감았다 뜬다.
“그래. 그 말이 맞군. 쿠로사와 유지. 너는 그의 검을 계승했다.”
쿠로사와 유지는 검성의 아들이다.
“그런 검을 그릴 수 있는 남자가 쿠로사와의 아들이 아니면, 누가 그의 아들이라는 말이냐?”
검호는 검으로 말하는 법.
이치로는 쿠로사와 유지가 펼쳐낸 신검을 인정했다.
“얄궂군. 그가 죽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
이치로의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걸린다.
검성.
평생 그의 등만 쫓았던 삶이다.
검성이 죽은 이후에는, 그의 이름 위에 시노자키 가문의 이름을 덧씌우려 했다.
그렇게라도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또다시 검성의 검에 패배했다.
“나는 대체 무얼 한 것인지······.”
이치로의 마음에 허무감이 밀려오던 그때.
그의 귓가에 유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협회장님은 이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습니다.”
“내가?”
이치로의 시선이 유지에게 향한다.
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웅, 일본 영웅 협회장, 뉴 크라운즈의 수좌, 새로운 시대의 수호자······. 전부 협회장님이 스스로의 힘으로 쌓아 올린 신화입니다.”
유지가 노래하듯 말한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의 시대에서는 협회장님이 주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세상에 아버지의 그림자 따위는 없었던 셈입니다.”
유지의 검은 눈동자가 이치로에게 향한다.
“아버지께서도 지금의 협회장님을 보면 인정하실 겁니다. 당신이 지금 시대의 검성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아버지의 그림자에,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이제는 미래를 봐주십시오.”
검성과 닮은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그와 닮은 눈빛, 목소리, 얼굴이 이치로의 시야에 들어온다.
“흐, 흐하하하하하, 흐하하하하하! 그래, 검성이라면 확실히 그렇게 말했겠지.”
이치로는 웃었다.
유지의 말이 맞다.
검성이라면, 지금의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왠지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
동시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걸 왜 이제 깨달았는지 모르겠군.”
그의 말대로 자신은 이미 검성과 같은 자리, 이 시대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자신은 과거에 얽매여 있었는가?
이치로는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