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76)
‘엿 같네.’
욕이 튀어나온다.
교류전 멤버 선발을 중간고사 성적으로 한다는 설정만 없었어도 공부에 이렇게 매진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니다.
이제는 광기의 수준에 이른 국뽕 수준을 생각해본다면, 높은 성적은 어쩌면 필수일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공부는 해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진짜 상태창 마렵네.
“후배 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오랜만에 후배 군을 봐서 기분이 좋아. 후배 군은 내 순정을 빼앗아간 뒤에 나를 방치하고 연락조차 없었지만. 흥. 나쁜 남자. 후배 군이야.”
카스미 선배가 볼을 부풀린다.
어질어질한 말투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조금 참을 만하다.
적어도 치명적인 척하는 이사장 할멈보다는 카스미 선배가 낫다.
“후배 군. 나는 후배 군이 전학생인 카미야 양마저 손에 넣었다는 소문을 듣고야 말았어. 같이 동거하면서 이런저런 일까지 전부 했다면서? 후배 군 곁에 소녀들이 늘어갈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파. 후배 군은 여자의 순정을 몰라주는 검은 귀축이야.”
라고 했던 말 취소다.
머리가 지끈거리네.
내가 마코토랑 뭘 어째?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산더미처럼 쌓인 공부 자료들을 가리킨다.
“헛소리 그만하고 이거 오늘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분량 맞습니까?”
도저히 하루 만에 끝낼 분량이 아닌데.
선배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후배 군이 목표로 하는 성적에 도달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해. 그런데 후배 군. 갑자기 왜 이렇게 공부에 열심인 거야?”
카스미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교류전에 가야 해서 그렇습니다.”
교토에 있는 메이진 영웅 학원과의 정기 교류전.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그 행사에 나는 반드시 참여해야만 한다.
“교류전, 그러고 보니 1학년은 아직 교류전 멤버 선발이 덜 끝났구나. 2학년은 이미 끝났어. 나도 교류전 멤버······. 설마 후배 군······.”
카스미 선배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나, 나를 위해서······. 공부해주는 거야? 나랑 같이 교류전에 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 후배 군은 역시 나쁘지만 상냥해. 나, 조금 감동했을지도?”
카스미 선배가 황급히 노트를 펼쳐 얼굴을 가린다.
같이 교류전에 가고 싶은 건 맞는데, 그런 이유는 아니다.
대체 무슨 쓸데없는 망상을 또 머릿속에서 펼치고 있는 건지.
“좋아. 그런 각오라면 후배 군이 나를 방치한 것도, 지금까지 부실을 찾지 않은 것도 전부 용서해 줄게. 나는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선배니까.”
노트로 얼굴을 가린 카스미 선배가 웃는다.
그래, 마음대로 착각하라고 해라.
어쨌건 내가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카스미 선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녀가 저렇게 착각해주면 나야 좋다.
대사가 좀 어지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부스럭.
그녀가 종이봉투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린다.
“오늘은 후배 군을 위해서 특별히 매점 특제 나폴리탄빵을 사 왔어. 먹으면서 공부하자. 후배 군.”
빵 포장을 벗겨서 내 입 근처로 들이대는 카스미 선배.
나폴리탄빵이라.
야키소바빵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학원물에서 종종 등장하는 빵이다.
만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핫도그 빵 가운데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끼워진 비주얼.
이거도 무슨 맛인지 조금 궁금하다.
“제가 먹겠습니다. 선배.”
그녀의 손에서 나폴리탄빵을 낚아채서 먹는다.
맛있다.
생각보다 괜찮다.
탄수화물+탄수화물 조합이 몸에는 나빠도 맛은 있는 모양.
“어때? 맛있어?”
“야키소바빵보다는 이게 더 낫네요.”
“후후. 후배 군을 위해서 매점에서 줄을 서서 빵을 산 보람이 있어. 후배 군이 맛있게 먹어줘서 기쁜걸?”
카스미 선배가 웃는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남은 빵을 입안에 밀어넣은 순간.
덜커덕.
부실 문이 열린다.
뭐지?
독서부 부원은 나와 카스미 선배 둘뿐.
게다가 부실도 꽤 외진 곳에 있어서, 다른 생도들이 들를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대체 누가.
라고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린 그 순간.
“당신. 한참을 찾아도 안 보이더니 이런 곳에 있었군요······. 제, 제게는 터, 터무니없는 부탁을 해놓고는······!”
거기에는 백금발 미소녀, 올리비아가 팔짱을 낀 채 볼을 부풀리고 서 있었다.
“주인님. 에리링을 내버려 두고 이런 데서 선배랑 남몰래 밀회를 즐기고 있던 거야? 너무해.”
올리비아 왼쪽 옆으로 니시자와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력이 아닌 공부라면 나도 꽤 자신 있다고 생각했건만······. 무, 물론 여자로서의 부분도 네가 원한다면 바칠 수 있다!”
뒤이어 오른쪽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시노자키 린.
대체 뭘 바친다고?
“미, 미안해. 주군······. 다들 주군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거 같아서······. 내가 말해주고야 말았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코토.
남장을 푼 채,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치마를 입은 채 손을 꼼지락대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래.
이제 기억난다.
공부하러 가기 전에, 마코토에게 독서부실에서 카스미 선배랑 공부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하긴 했었지.
그다음에 만난 올리비아에게는 마코토랑 좀 사이좋게 잘 좀 지내보라고 얘기했었고.
그렇게 어찌저찌 전부 모여서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탁.
카스미 선배가 얼굴을 감싸던 노트를 내려놓는다.
그녀가 웃는다.
“어라, 귀여운 후배들이 네 명이나 부실로 왔네. 여긴 후배 군과 나, 둘만의 공간인데, 무슨 일로 왔을까?”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말투.
하지만 왠지 가시가 돋친 듯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카스미의 말을 들은 니시자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
그녀가 매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카스미를 쏘아본다.
“주인님을 독점하려 들다니, 기분 나빠. 선배고 뭐고 용서 안 할래. 에리링도 아직 주인님을 독점 못 했는데! 한밤중의 공원 네발 목줄 산책도 아직 못 했는데! 둘만의 공간이라니, 용서 못 해!”
뭐?
목줄 산책?
이게 미쳤나.
니시자와 쟤가 역시 제일 정신이 이상한 게 맞다.
“맞습니다. 호시노 선배. 새치기는 반칙입니다!”
린이 그녀의 뒤를 따라 말한다.
새치기? 반칙?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전속 시녀인 저의 허가 없이 그한테 함부로 접근하는 건 금지예요. 선배. 아시겠어요? 이건 전속 시녀인 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고유한 권한이니까요. 그리고 당신! 처, 처음에는 저한테 공부를 가, 가르쳐 달라고 했으면서······!!”
올리비아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파란 눈동자가 흔들린다.
“야, 양념 치킨도 가가가같이 먹었는데······! 으으으으으으으······. 저, 저를······. 고, 고귀한 프랑스의 황녀를 저, 전속 시녀로 만든 주제에······!!”
올리비아가 입술을 우물대며 말끝을 흐린다.
그녀의 어깨가 처진다.
아니.
갑자기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건 좀 미안해지네.
제멋대로 행동해서 종종 히전죽이 마려운 린과 니시자와와는 달리, 올리비아는 툴툴대기는 해도 내 지시를 잘 이행하는 일급 조력자.
되도록 그녀의 부탁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들어주고는 싶은데.
“기사공주 양은 후배 군과 함께 공부하는 걸 기대했던 모양이구나?”
카스미 선배가 웃는 표정으로 말한다.
올리비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소리친다.
“누누누누가 그런 귀찮은 일을 기대했다는 거죠?! 어, 어디까지나 이건 전속 시녀로서의 의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귀귀귀귀찮은 일일 뿐이라고요!!”
“그래? 그렇게 귀찮다면 내가 공부를 가르쳐줘도 괜찮지 않을까? 나, 이래 봬도 2학년 수석인걸. 거기에 여기는 내 부실이고, 내가 부장이고 후배 군은 부원인데. 학칙에 따르면 불청객인 후배들을 부장인 내 권한으로 쫓아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으으으으으으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반박하는 카스미 선배의 대답에 앓는 소리를 내는 올리비아.
“큿.”
“쳇.”
옆에 있던 린이 입술을 깨물고, 니시자와가 혀를 찬다.
“······기분 나쁠 정도로 반박이 불가능한 정론이야.”
마지막에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마코토.
그 말에 동의하듯 3인방의 침묵이 뒤따른다.
카스미 선배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나는 아쉽지만 귀여운 후배들이 그만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공부에도 방해가 될 것 같고. 후배 군 생각은 어때? 나는 부원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친절한 부장이니까, 후배 군의 의사에 따를래.”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후배 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게.”
카스미 선배가 속삭이듯 말한다.
올리비아를 본다.
눈이 마주치자 올리비아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삐죽인다.
“흥.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올리비아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어깨가 처진다.
츤데레답게 솔직하지 못한 모습 하고는.
한숨이 나온다.
“······다 같이 공부하죠.”
“후에?”
카스미 선배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녀가 빌어먹을 라노벨 감탄사를 내뱉는다.
“다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네요. 선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올리비아가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저러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어쨌건 이 미친 세상에서 내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이니까.
같이 공부하는 게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 정도야 충분히 해줄 수 있다.
“다, 당신······.”
올리비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흥. 바, 바보······.”
올리비아가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귓불과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모습이 보인다.
“주인님, 주인님도 에리링이 보고 싶었구나? 히히. 에리링 엄청 기뻐!”
아니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닌데?
“후후. 이제야 이 나의 매력을 알아차렸나 보군. 여자력 수행이 효과가 있었어······.”
옆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린.
여자력 수행이라니.
쟤는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소녀의 순정을 몰라주는 후배 군은 나쁜 남자야. 나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소녀들의 순정까지 전부 빼앗아서 하렘을 구축하겠다는 뜻이구나. 검은 귀축이지만 기사공주한테만 약한 후배 군.”
카스미 선배가 입술을 삐죽인다.
확대 해석 봐라, 진짜.
돌겠네.
“그렇지만 나는 관대하고 마음 넓은 선배야. 그게 후배 군 같은 하렘왕을 노리는 나쁜 남자한테 몸도 마음도 빼앗겨버린 내게 주어진 운명인걸. 좋아. 허락할게. 대신 여기서 공부하고 싶으면 독서부에 가입해.”
슥.
카스미 선배가 볼을 부풀리면서 네 장의 가입 신청서를 꺼내 그녀들에게 내민다.
“으으으, 좋아요. 이런 정체불명의 부활동 따위, 원래는 가입할 가치도 없지만······. 이번만 특별히 가입해드리죠!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가입해주는 거라고요. 감사하세요! 아시겠나요?”
“주인님. 주인님을 위해서 에리링이 부활동에 가입할게. 지켜봐 줘. 주인님 곁에는 에리링이 언제나 있을게.”
“부활동은 가입하지 않는 주의다만. 좋다. 김덕성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독을 먹고 그 접시까지 핥을 수 있다!”
쓸데없이 비장한 각오를 불태우는 올리비아, 린, 니시자와.
“나, 나도 가입해도 되지? 주군······.”
그 사이에서 소심하게 평범한 멘트를 내뱉는 마코토.
그날, 독서부는 네 명의 신입 부원을 받았다.
그나저나 히로인 4인방이랑 카스미 선배의 만남이 원작보다 훨씬 빨라지긴 했는데.
상관없겠지?
교류전 최대 전력을 확보하려면, 쟤네들도 성적을 잘 받을 필요도 있고.
카스미 선배와 히로인 4인방이 빠르게 안면을 트면 교류전 스토리 진행이 보다 수월할 수도 있으니.
원작이 의미가 없어지기는 했지만, 일단 영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8권 타이틀 히로인인 마코토가 지금 나온 판국에, 무슨 일이 터질지 함부로 예측하는 건 위험하다.
이제 중간고사, 그리고 교류전까지 얼마 안 남았다.
오늘도 당신의 이름을 드높였습니다(삽화 有)
카스미, 김덕성에 네 명이 더해진 스터디 모임은 의외로 별 충돌 없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이건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이니까 빼도 괜찮아. 여기서부터 외우면 돼.”
호시노 카스미.
2학년 수석인 그녀가 압도적인 공부 퍼포먼스로 나머지 네 히로인을 찍어 눌렀기 때문이다.
실기는 물론 필기에도 일가견 있는 세 여자였지만, 호시노 카스미의 방대한 지식 앞에서는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수준에 불과했던 거다.
“큿······. 새로운 강적의 출현인가······.”
“에리링도 공부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패야.”
“으으으으으······. 다, 다음번에는 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요!”
히로인 3인방은 공부가 끝난 뒤 울분을 토해내며 부실을 떠났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려요. 선배.”
세 여자와는 대조적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마코토.
“다음에 또 봅시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남긴 김덕성까지 떠나자 부실에는 카스미 혼자 남았다.
덜커덕.
부실 문이 닫힌다.
혼자 남은 카스미의 시선이 김덕성이 사라진 부실 입구를 향한다.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후배 군은 바보야.”
카스미가 볼을 부풀린다.
백금의 기사공주, 삭풍의 사무라이, 경국지색의 쿠노이치······. 거기에 학원에 소문이 자자한 전학생 암살왕자 카미야 마코토까지.
하나같이 카스미 자신과 비교했을 때 미모도, 실력도 떨어지지 않는 미소녀들.
그녀처럼 스파이도, 괴물도 아닌, 평범한 인간.
“······나는 괴물이니까.”
카스미가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손이 떨린다.
카스미의 시야에 평소와는 달리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부실 내부가 보인다.
김덕성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 넷이 방금까지 머무르던 테이블.
학년에서 언제나 겉돌던 카스미에게 있어 여러 사람과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떠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조금은 괜찮았을지도. 부실이 북적거리는 것도······.”
아니, 사실은 즐거웠다.
행복했다.
그녀들이 연적이라고는 해도, 카스미의 눈에는 귀여운 후배기도 했으니까.
올리비아, 린, 에리, 마코토.
귀여운 네 명의 여자 후배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건 의외로 즐거웠다.
너무 즐거워서, 키메라라는 정체도 스파이라는 신분도 망각한 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나,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 걸까. 레나?”
이 자리에 없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카스미가 처연하게 웃었다.
*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마침내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망했군.”
필기시험 가채점 결과는 중위권 턱걸이 수준.
교류전 멤버 선발권에 들려면 실기 시험에서 만회해야 한다.
중간고사 실기 시험은 그라운드 제로 실습.
원작 3권에서 니시자와 에리와 주인공 유지가 엮여서 유적을 발견하고 매드 해터와 맞서 싸우던 그 이벤트다.
매드 해터도 이미 끝났고, 유적도 벌써 발견해버린 지금은 그냥 시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생도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이번 그라운드 제로 실습은 5인 1조로 편성하기로 했어요!”
임간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바뀐 조별 편성에 올리비아와 린, 니시자와와 마코토에 나까지 같은 조가 되는 일만 없었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실습은 의외로 편했다.
나와 같은 조가 된 여자들 사이 경쟁심리에 불이 붙어서 점수 따기에 혈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실습에서는 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겠어요. 당신! 거기 앉아서 똑똑히 지켜보시죠! 당신이 전속 시녀로 두고 있는 프랑스의 기사공주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주인님을 0순위로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에리링밖에 없어. 이번 실습에서도 에리링이 1등할 거야. 주인님 몫 점수까지 에리링이 전부 따낼래. 주인님은 앉아서 쉬고 있어. 에리링이 전부 할 테니까. 에리링은 주인님의 1등 노예야!”
“남편을 내조하는 것도 아내가 할 일. 김덕성. 나는 네게 어울리는 1등 신붓감이 되기 위해 수행하겠다. 실습 점수를 따는 것도 신부 수업의 일환. 자, 지켜봐라. 내 여자력 수행의 결과를!”
“주군. 나도 힘낼게. 점수 많이 따서 주군한테 칭찬받고 싶어. 그래도 괜찮아?”
그라운드 제로 실습의 규칙은 간단하다.
침식지에 서식하는 야생 이계종을 처치할 때마다 점수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