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01화(10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01화
이면 세계(1)
이면 세계.
정확한 명칭으로는 ‘등급 외 지정 던전’.
협회와 시스템이 알파벳으로 지정 가능한 F~S 등급을 초월한, 말 그대로 등급 외 던전이다.
“이면 세계? 그게 뭐야?”
“야, 너 선행학습 안 했냐?”
“응.”
“아이고 자랑이다. 그 뭐냐, 뉴스에서 흔히들 EX등급 아니냐고 하는 던전 있잖아.”
“아, 그거였어?”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전염병처럼 번진다.
어떤 무리는 놀라고, 어느 무리는 헛소리라며 일축한다.
뉴스나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말하기를 ‘이면 세계’는 S급을 초월한 수준이라서, EX등급으로 분류해야 되지 않냐는 얘기가 나올 만큼 정보가 적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등급 외.
기존의 등급 밖에 있더라도, 그게 꼭 S급 이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쉬울 수 있다.
아니, 단언컨대 쉽다.
‘안에 무슨 세상이 있느냐에 따라서 말이지.’
이면 세계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지금도 학회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공통되는 한 가지 요소가 있었으니.
‘이면 세계가 멸망한 세계의 파편이라는 거지.’
이는 이면 세계뿐만 아니라 던전에도 통용되는 가설이다.
마물로 가득한 보통의 던전과 달리, 이면 세계는 평범한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처럼.
그곳에는 일명 NPC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NPC들이 살아가는 터전의 규모나 크기, 수준에 따라서 급(級)을 나누어. 마을 급, 도시 급, 국가 급, 세계 급.
위의 4단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던전이 마물만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이면 세계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에 진입하는 꼴이지.’
대부분의 던전은 마물을 죽이고, 공간을 이루는 핵만 부수면 끝난다.
그에 반해 이면 세계는 특정한 직업, 역할을 부여받아 이를 토대로 NPC들과 교류하며 해당 시나리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지만.
문제는.
‘게임과 달리, 이면 세계는 아무런 단서나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거겠지.’
이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따라서 단서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나 마물을 죽인다고 클리어되지 않는다.
위기나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직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만이 이면 세계를 클리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 탓에 이면 세계는 D~B급 수준이 적잖이 있음에도 클리어 사례가 세 자릿수에 불과하다.
‘올바른 방향. 그게 해피 엔딩인지, 배드 엔딩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엔딩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
하지만 나는 안다.
다는 아니고, 딱 하나만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를 클리어하는 것으로 무슨 보상을 받는 지까지 전부 말이다.
‘사실 다음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말이야.’
내가 기억하기로는 다음 시나리오는 주인공이 A급 던전에서 1학년을 초월한 실력을 뽐내며, 앞으로가 기대되는 최고의 유망주가 되는 것이었다.
카일의 재능과 유망주로서의 기대감을 드러내는 에피소드.
원래라면 나도 거기에 끼어들까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설령 그가 A급 던전에서 재능과 실력을 뽐내며, 본래의 시나리오를 밟더라도 이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내가 주인공의 행보를 막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중후반부의 메인 스토리와 깊게 엮인 던전이었다.
그곳은 지금이 아니라면 갈 수 있는 방법이 불법 침입밖에 없었다.
“미쳤군, 미쳤어.”
“부장님! 녀석이 저런 헛소리를 하시게 놔두실 겁니까?”
“에밀리아 교수의 말이 맞습니다. 백승우 조교는 기껏해야 올해 막 들어온 신입입니다. 그의 선택은 젊은 사내의 치기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글쎄…… 나는 생각이 좀 다른걸.”
모든 교수들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부장인 달타냥마저 무모하다고 생각하여, 다른 던전을 선택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고혹적인 음색이 매력적인 목소리가 대강당을 채웠다.
그러자 달타냥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규정상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남화연 교수, 만일 무슨 일이 터진다면 책임질 수 있나.”
“책임? 그걸 제가 왜 지나요. 문제가 일어난다면 책임은 아카데미가 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긋나긋한 남화연의 말투이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강압과 카리스마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명실상부 칠성에서 가장 존경받는 교수.
달타냥이 부장일지언정 남화연이 이렇게 나온다면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몇 없었다.
남화연이 어째서 저 사내를 지원해 주는지는 모르겠다만.
“진담인가?”
“제가 굳이 거짓을 고하거나 장난을 칠 이유는 없잖아요.”
지금 달타냥이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남화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논점은 명분.
대체 남화연 무슨 명분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는 걸까.
달타냥은 그 부분이 궁금했다.
제 휘하의 막내 조교라서 저러는 거라고 어림짐작하기에는 그녀의 평소 행실이 머리에 밟혔다.
남화연은 기본적으로 흥미롭지 않은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주 정기적으로 모든 교수가 참가해야 되는 회의에도, 따분하다는 이유로 당당히 오지 않는 위인이 바로 그녀다.
그런 남화연이 특정 인물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마 달타냥으로서는 내막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상, 절대 모를 일이었다.
나와 남화연이 사제의 관계를 맺고, 그녀에게 주술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내건 세 가지 약속.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내게 힘을 실어주며, 뒷배가 되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나와 남화연.
그리고 훔쳐 들은 타마모뿐이었다.
“…….”
고민하는 달타냥의 표정.
그의 시선은 내가 맡은 조를 향했다.
황금 세대라 불리는 올해의 신입생들 가운데, 유독 반짝이는 열 명의 유망주. 그중 세 명이 포함된 조의 면면을 훑었다.
여학생 다섯 명에 남학생 한 명, 5:1이라는 괴상한 성비가 무색하게 유독 남학생의 힘이 약해 보이는 조.
그들의 얼굴은 전원 충격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마치, 저들도 처음 듣는 소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백승우 임시 교사.”
“네, 부장님.”
“당신은 이틀 안으로 활동 계획서와 학생들의 확인서를 본 교무실로 오도록 하세요.”
“!!!”
일개 조교. 그것도 올해 막 입사한 신입 조교의 본 교무실 출입 허용.
이것이 가지는 파장은 엄청나다.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본 교무실이라…….”
“그러면 나도 할 말은 딱히 없다.”
“와, 진짜 불쌍하다. 아니지. 자업자득인가?”
본 교무실은 달타냥과 같은 부장급 교수들이 강의를 위한 자료를 정리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학생이나 조교들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향하는 여러 교수들의 시선에 큰 압박감을 받게 마련이다.
실제로 담력이 약한 어느 한 조교는 본 교무실에 올라간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을 향하는 교수들의 시선과 특유의 마력 때문에 기절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곳으로 향한다.
딱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원칙주의자 성향의 달타냥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이미 그가 내 말을 받아들이겠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상부에서 해당 건으로 내게 잡음이 들릴 일은 없겠지.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걸로 가장 큰 산을 넘겼다.
“야, 선생님 잡아.”
“아무리 그래도 조교님한테 그러는 건 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그게 문제야? 야, 이사벨 너라도 같이 잡을래?”
“굳이? 어차피 제 발로 올 텐데. 그때 갈구면 그만이잖아.”
“아하.”
물론 그 이전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었다.
그 뒤로도 산이 여럿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눈앞의 산이 제일 험난해 보였다.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사벨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뭐, 맞아 죽진 않겠지.’
* * *
“당신, 미쳤어?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상의도 없이 그런 말을 한 거야?!”
“아! 때리지 마, 잘못 맞으면 탈골 온다고.”
“당신은 좀 맞아야 돼. 옛날부터 매사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런저런 색의 빛을 섞어서는 야구 배트를 구현한 이사벨이 나를 쫓았다.
훙─!
휘두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자, 지레 겁을 먹은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래 봤자 내 낮은 민첩으로 피할 수 있을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저거 안 말려도 되나? 선생님은 몸이 연약해서 잘못 맞으면 골로 갈지도 몰라.”
“에이, 선생님이잖아. 알아서 버티시겠지 뭐.”
“그래요, 시스. 이지 말이 마자요. 아라서 하시겠죠.”
그 모습을 가만히 방관하는 학생들.
다들 이사벨의 행동에 공감하는 모양이다.
서예린과 노유라는 살짝 불안한 기색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사벨의 행동을 막거나 뭐라고 하진 않았다.
그렇게 혼자가 되자.
나는 살기 위해 필사적인 어조로 외쳤다.
“설득할 수 있어! 할 수 있으니까, 잠깐만 멈춰봐.”
“……어떻게?”
그러게 어떻게 설득할까.
나도 고민이 깊어졌다.
하지만 그전에.
“아니, 네가 멈춰야 설득을 하지.”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봐. 날 설득시키면 살려줄게.”
“해보세요, 조교님. 할 수 있으시면 말이죠.”
“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난 선생님을 믿어.”
“난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어. 오히려 더한 시련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저도 시스랑 가타요. 강해질 수만 있다면 등급은 크게 상관업서요.”
설득만 하면 살려주겠다.
그 말에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미리 생각해 둔 대사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뭘 말하든 얻어맞을 것 같았다.
예상에 없던 시나리오.
결국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설령 궤변일지언정 최대한 포장을 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결국 나는 본래 준비했던 대사의 일부를 각색했다.
그렇게 짜낸 세 가지 의견에 타마모가 자신의 입장을 내뱉었다.
─설마 저 아이들을 궤변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시끄러워.’
─진짜로 그럴 모양이었나 보네. 후후…… 네가 궤변을 늘어놓을 때마다 저 아이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는걸.
종알종알, 시끄럽게 떠드는 타마모.
확 잡아서 혼내고 싶지만, 실체가 없는 그녀를 내 쪽에서 먼저 건드릴 수는 없었다.
반대로 그녀가 나를 툭툭 건드리는 건 되면서.
왜 내 쪽에서 접촉할 수는 없는지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입을 막아뒀을 텐데.
‘넌 진짜 나중에 내가 성장한 다음에 보자. 지금까지 놀린 것 이상으로 되갚아주마.’
─음~ 그러려면 네가 칠미호는 되어야 할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는 있고? 뭐 그때까지 성장해서 갚는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지금 당장은 나보다 정면에 집중하는 편이 좋을 것 같지 않아?
그녀의 말에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니.
“…….”
“…….”
“…….”
모두가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구태여 비유하자면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
아, 비유가 아닌가.
진짜로 한 대 칠지도 모르겠다.
“설명할 테니까.”
살려만 줘.
특히 이사벨 너.
양손에 들린 배트와 이지의 허리춤에 있던 손도끼는 좀 내려놓고 대화하자.
나를 향해 던지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본능적으로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아닌가?
진짜로 던지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