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05화(10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05화
이면 세계(5)
[마을 급, 이면 세계 ‘영원한 겨울의 폐허, 테밀’에 입장했습니다.] [당신의 성향과 세계의 상황에 따른 임의의 직업과 신분을 부여합니다.] [직업을 선택 중에 있습니다……]갑자기 떠오른 상태창.
그 위로 온갖 내용들이 떠오른다.
나는 욕조 속의 물에 잠긴 듯 몽롱한 눈길로 메시지를 살폈다.
[당신의 직업은 검은 이리 용병단의 단장입니다.] [단장으로서 단원들을 이끌고, 의뢰받은 테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그렇게 멸망한 세계는 다시금 재생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영상을 재생하듯, 거친 소음과 화면이 오감을 가렸고.
오감이 되돌아왔을 즈음에는 멸망하기 전의 세계가 상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계의 고작 관람하는 관객이 아닌, 한 명의 객체로서 참여했다.
[총원 7명. 모든 인물들이 이면 세계와의 연결을 확인.] [당신은 지금부터 ‘검은 이리 용병단의 단장’, 백승우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시기를.]마치 경고하는 듯한 문장의 상태창.
원래 이면 세계에 출입하면 이런 건가 싶으면서도 왠지 모를 기묘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뭐지 이 불쾌한 감각은?
기분은 나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느끼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럼,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상투적인 말을 끝으로 일순 불쾌했던 감각이 마치 내가 착각이라도 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감각도 또렷하게 되돌아왔다.
시야는 아직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릿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살갗을 훑는 눈의 감촉과 바람을 찢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이내 나를 둘러싼 세계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이게 이면 세계라는 건가.”
멸망한 세계의 파편.
그 표현에 걸맞게 거친 눈보라가 몰아치는 환경은, 그야말로 멸망이란 단어를 절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이곳이 마을급 이면 세계라면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어야 정상이거늘.
“……산맥, 아니면 협곡인가?”
사방에 눈보라가 몰아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불을 지펴 눈을 녹이는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폭설.
육안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나는 동공을 자색으로 물들였다.
[스킬, ‘요마안’이 만물에 내재된 마력을 꿰뚫어 봅니다.] [<천안통>과 맞물려 일대의 모든 것을 관조합니다!]마력과 원령을 통찰하는 요사스러운 마안이, 모든 것을 막힘없이 꿰뚫어 훤히 볼 수 있는 신통력과 합쳐져서 내가 지금 서 있는 산맥을 손 위에 올려둔 것처럼 손쉽게 관조했다.
머릿속에 거대한 지도가 생성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내 시야에 호응하듯, 시스템이 반응했다.
[마을급 이면 세계, ‘얼어붙은 폐허, 테밀’의 지형을 매핑(Mapping)하는 중입니다!] [‘지도’의 완성도…… 7.9%…… 14.6%……]……
[산맥의 모든 지형을 눈에 담았습니다.] [이면 세계의 17.7%를 파악하셨습니다!]상태창 한구석에 떠오른 지도 형태의 아이콘.
그건 내가 눈에 담은 곳을 매핑하여 지도로 구현시킨 것이었다.
그렇게 한 세계의 일각을 눈에 담은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눈 덮인 산맥.
나는 지금 그 중심에 있었다.
‘험난한 지형이로군. 그나저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형태의 이면 세계는 아니라서 다행이야.’
이면 세계 중에는 종종 가진 장비나 물건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멋들어지고 비싼 무기들이 이면 세계에서 부여받은 역할이 광대라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풍선이나 투척용 단검으로 변했다는 일화는 꽤나 유명하다.
다행히 내 복장이 바뀌지는 않았다.
「아라크네의 실」을 짜서 만든 정장과 코트는 그대로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렇다면 바뀐 것은…….
“애들은 대체 어딜 간 거지?”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분명 입장할 즈음에는 다 같이 손을 붙잡고 입장했던 기억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도대체 애들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설마 나와 다른 직업과 역할을 부여받아서 떨어졌나.
이 정도 규모의 눈보라는 얘들에게는 꽤나 위험한 수준일 텐데.
‘빨리 찾아야겠어.’
지금 내가 이면 세계에 입장한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교사 및 감독관의 역할로 입장한 것이다.
객관적인 판단은 드론이나 바디캠에 맡기되, 현장에서 조치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은 내게 맡기는 식이다.
그러니 나는 학생들을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서둘러 그들을 찾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세계가 ‘마을급’이라는 한정된 영역인 만큼, 마을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배정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산맥의 지형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나는 마을의 위치를 물색했고.
때마침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나무로 지어진 산장(山莊)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략 1.2㎞인가? 산이라서 길목은 험하지만, 금방 도착하겠네.”
내가 서 있는 장소와 산장과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파악한 나는 금세 방향을 추정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된다.
그나저나 가는 길에 눈보라가 거슬리네.
「파이로키네시스」
우선이 필요했던 나는 허공에 불꽃을 수놓았다.
눈보라로 짙은 하늘.
그 위에 별처럼 불꽃 몇 줄기를 띄우고는, [염동]을 적절히 활용해 거대한 우산의 형태로 조형했다.
후두둑.
눈보라가 몰아치자 불꽃의 우산이 타오르며 눈을 녹였다.
그렇게 눈은 물만 뚝뚝 흘리며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럼 이제 가 볼까.’
허공에 띄운 우산의 술식 몇 개만 조정하고 곧장 산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발걸음에 맞춰 우산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밝고 뜨겁게 타오르는 우산은 매서운 북풍한설을 막는 방패임과 동시에 눈보라로 보이지 않는 시야를 잡아줄 횃불이 돼주었다.
뚜벅뚜벅.
구두를 신고 걷는 산행 끝에는 피가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도와 <천안통>으로는 파악하지 못했던 시체들이 산장 앞에 쌓여 있었다.
시체에 다가간 나는 각각의 구(具)에 손을 올렸다.
아직 식지 않은 심장의 온기.
“죽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이 폭설 속에 시체가 다 파묻히지 못하고, 가슴속에 남은 희미한 온기는 이 시체가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야생동물이나 마물의 습격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각각의 상흔을 살펴보니 무언가 둔탁한 것에 얻어맞은 흔적이나 길고 두꺼운 것에 꿰뚫린 흔적들이 즐비했다.
야생동물일 가능성은 없다.
마물일 가능성도 현저히 희박하다.
아무리 지능이 높은 마물의 소행일지언정, 죽이는 방법이 지나치게 깔끔하다.
이런 건 여타 마물들처럼 타고난 권능이 없어서, 기술을 연마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사람이라면…… 대체 누가 이랬을까?”
상흔과 시체에 서린 마력을 분석하던 나는 한 여인의 가슴팍에서 젖은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
폭설의 한기에 젖고 페이지의 일부가 얼어붙었지만 읽는 데 지장은 없다.
어디 보자 문자가 우리와 다른 건 같지는 않은 모양인데.
[■■2년 ■월 12일. 우리 용병단은 마을의 의뢰를 받고 움직였다. 솔직히 기대된다. ■론 티어의 끝자락에 위치한 운치 있는 마을. 경관이 좋다고 하니, 의뢰를 끝마치면, 단장에게 데이트 신청이나 할까?] [■12년 3월 14일. 의뢰의 내용은 마을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맥 위의 산장을 급습하는 것이었다. 그곳에 사는 마녀, ‘서리 마녀’가 ■■의 원흉이라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난 단장만 따라다녀야지.] [■12년 3월 15일. 하루 종일 조사를 구실로 단장과 거리를 살폈는데, 이 마을은 어딘가 이상하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것 같다고 해야 되나.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이거 데이트는 공쳤네.] [■12년 3월 17일. 서리 마녀는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이 아니다. 그녀는 ■■■■…… ■■…….]일기장으로 보이지만, 눈에 의해 상당한 수의 글자가 젖고 얼어서 잘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아하니, 단서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기장을 품속에 고이 집어넣은 바로 그때였다.
후우우우웅!!
서리 바람이 몰아치는 것과 동시에 굳게 닫혔던 것으로 보인 산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바람은 온몸으로 맞은 나는 깨달았다.
이 서리 바람은 활짝 열린 산장 안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또각또각.
바람 소리와 함께 여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거센 바람에도 묻히지 않고, 고고히 존재감을 내뿜는 발걸음.
그리고 그 주인은.
“또 누가 감히 내 목숨을 노리고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내 시험을 방해하는 것은 용서 못 해. 얼어 죽어라.”
“…….”
“어, 어라……?”
“어쩐지 익숙한 기척이더라니.”
서리 마녀.
혈맥이 양기로 가득 차는 「태양절맥」을 앓는 나조차 움츠러드는 한기의 여주인.
아이시스 유니론.
“서, 선생님…… 방금의 실언은 못 들은 척해주면 안 될까……?”
“그래.”
“정말이지……? 고, 고마워.”
냉철하고 신비했던 그녀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 *
1학년과 수많은 교수, 조교들이 던전 속으로 진입한 날.
길잡이만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를 제외하고는 주기적으로 순찰하러 오는 경비원들이 전부였다.
전원 B에서 A급 사이의 플레이어 등급을 부여받은 강자들.
상위 20% 내의 실력을 가진 그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상, 지난번 아카데미 습격 사태와 같은 실태를 벌어지지 않으리라.
비록 S급 실력자는 경비대장을 비롯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기필코 칠성을 보호하리라는 의무감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이봐,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을?”
의무감은 있지만, 그것이 지루함 마저 달래주지는 못한다.
보초를 서고 있던 두 명의 경비원은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늘 중간고사 시작하기 직전에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던 학생들이 여럿 있다고 하던데.”
“그냥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닌가? 이제 열일곱이 된 얘들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마주한 것과 같은데, 안 떨리면 그게 정상인가.”
“하긴, 이번 참관에는 유독 이름 있는 길드들이 왔다고 했지.”
칠성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아카데미 자체에서 평가하지만, 그 광경을 칠성만 보진 않는다.
보다 공정한 평가와 우리 학생들이 이만큼 대단하다는 자랑을 위해 칠성은 일부 길드의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시험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참관인 신분으로 온 길드의 고위 관계자들은 실력 있고 유망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미리 기록해, 훗날 업계에 들어올 매물을 탐색할 수 있으니 좋고.
칠성의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여러 기업과 연관된 그들에게 본교의 교육 수준을 자랑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큰 기회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을 테니.
기절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 배경에 그들이 ‘꼬리…… 꼬리가…….’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것까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경비원들은 그저 따분한 시간을 죽이기 위한 게 대화의 전부였으니까.
우두둑!
그래서 반응이 늦었다.
목이 돌아간 두 경비원들의 눈은 빛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쿵──!!!
성인 남성 두 명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진 거라 소리가 생각보다 컸지만, 그 소리를 듣고 지원하러 와주는 경비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걸로 전부 정리했습니다.”
“어머, 생각보다 빠르네.”
“하하하, 귀족분들은 기다리게 두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일대의 모든 경비원들이 목이 꺾인 채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던 것은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인.
보다 정확하게는 한 명의 인간과 두 명의 마인이었다.
“한데 죽이지는 않는 건가요? 전원 기절만 시켰을 뿐, 1달만 요양하면 복직할 수 있는 수준인데.”
“예, 그렇습니다. 이미 한 번 전과가 있는지라. 또 죽이기에는 장막이 걷히는 순간에 당도할 집주인이 너무나도 큰 변수이기 때문에.”
저희는 고요히 지나갈 셈입니다.
뒷말은 하지 않아도, 두 명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부지 내부에 들어온 직후, 무언가 거대한 것이 칠성 전체를 둘러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저 하늘 위에 떠오른 달이 거대한 눈동자처럼 장막 속에 몸을 가린 그들을 찾는 것 같은 감각.
아마 저 달이 시몬이 말한 ‘집주인’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
“이사장의 눈만 피하면 됩니다. 자,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시죠.”
“가축의 에스코트지만, 기꺼이 받도록 하죠.”
“하하, 분에 겨운 영광입니다.”
“지랄 염병이로군…….”
미치광이 광신도와 공주병 말기의 동포에게 질린 기색의 사내는 투덜거리며 뒤를 따랐다.
시몬이라는 녀석이 친히 밥상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곳에 저 둘과 당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친 것들.
다음부터는 따로 다녀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내였다.
그런데.
“이런, 안전장치를 이중으로 만든 모양이군요. 보안의 하나는 여기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던전 내부에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 네가 어린 새싹을 무더기로 밟고, 그들의 정신을 갉아먹을 좋은 기회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중간고사 때문에 활성화된 던전이 일백을 넘겨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누구 작품이냐?”
“안전장치를 이중으로 설정한 사람 말입니까? 어디 보자, 마력의 기형적인 효율성을 보아하니 <마왕>의 작품이로군요.”
“마왕? 누구냐 우리를 제쳐두고 그런 이명을 가진 녀석은.”
심히 불쾌한 기색의 사내.
그 모습에 시몬은 여전히 웃는 낯으로 화답했다.
“하하, 그녀는 마인이 아니라 마법사입니다.”
“그 말인즉슨─.”
“─마의 왕, 이라는 뜻이 아닌 마법사들의 왕이라는 뜻이겠군요.”
사내의 말을 공작새의 가면의 뒤집어쓴 여인이 가로챘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인중에 주름을 찌푸리자,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 여인은 손에 들린 양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싱긋 웃었다.
무척이나 즐거운 눈치였다.
“그나저나 이건 곤란하군요.”
“이봐, 인간. 뭐가 곤란하다는 거지?”
“계획의 시작부터 차질이 생겼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구상에 이러한 변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만, 이거 대계(大計)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로군요.“
마교 숭배자, 시몬의 계획은 이러했다.
지난번에 마무리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조리 죽여, 사후 그 원혼도 고문해 고혈을 빨아들여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수준의 공물을 충족하는 것.
그것으로 여러 귀족들을 잠에서 깨울 심산이었거늘.
학생들의 교복과 연결된 안전장치의 메인 시스템이 마왕에게 있는 이상 대계는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된 셈이었다.
“대계라함은, 저희 동포들을 깨우는 것 뜻하는 거겠죠?”
“예, 그렇습니다. 공작(孔雀)의 남작이시여.”
가면 속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싱긋 웃든 기괴하게 웃든.
웃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어조의 공작새가 말했다.
“그런 중요한 임무를 시행하고 있다면, 실패했을 경우를 상정한 대안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 텐데요.”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뭐죠?”
시몬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말을 따라, 각각의 던전에 입장한 학생들과 감독의 이름을 찾기 위해 두꺼운 서류를 꺼냈다.
1,991명의 이름이 적힌 서류.
그 가장 밑에는.
[이면 세계(마을급) 공략] [학생 명단]1. [이지]
2. [성연화]
3. [아이시스 유니론]
4. [이사벨 시리우스]
5. [서예린]
6. [노유라] [임시 교사 및 감독] [백승우]
여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래, 여기가 좋겠어.
시몬은 금방 대안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