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06화(10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06화
테밀 마을(1)
“선생님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해?”
새하얀 소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아이시스가 물었다.
그녀는 교복 안에 새겨진 안전장치의 진(陳)을 한 번 훑고는 ‘서리 마녀’로서의 소복을 고이 접고 산장에 두고 왔다.
“북동쪽으로. 거기에 마을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람의 기척을 느껴졌어.”
“확인했어. 그런데 야생 동물이나 마물, 사냥을 하러 멀리까지 온 사냥꾼일 가능성은?”
“없어. 어린아이의 기척이었으니까.”
“알았어.”
산맥을 손안에 두고 모든 지형을 매핑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들의 기척과 흔적을 감지했다.
이것들이 마을을 가리키는 흔적은 아닐 수도 있지만, 북동쪽 방면으로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흔적은 오래되지 않았다.
높은 확률로 이 세계의 주민, NPC와 조우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선생님.”
“나도 알아.”
“적 발견. 즉시 교전에 돌입한다.”
어느새 얼음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어조로 말하는 아이시스.
그녀는 최소한의 단어로 문장을 구사하고는 손에 장갑을 꼈다.
내 것과 색깔은 같으나 심플한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프릴이 손목 부근에 치렁치렁 달린 신부의 장갑.
전에 경매장에서 보수로 얻은 것으로.
그 능력은 속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의 구현화.
콰득.
양손 가득 서리와 얼음을 조형한 아이시스의 마법에 한(恨)이 가득 맺혔다.
“나 혼자 싸우는 거, 맞지?”
“맞아, 난 이 자리에서 선생이기 이전에 감독관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바로 개시─.”
“─하기 전에 이거 가져가렴.”
툭.
장갑을 벗고, 반지 속의 공간에서 팔찌 하나를 꺼내서 줬다.
손의 흉측한 화상을 보여주지 않으려, 최대한 빠르게 벗고 꺼냈다.
다행히 그녀의 시선은 내가 아닌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시스는 하늘색 팔찌를 받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준 것이니 이상하진 않을 것이라 판단, 오른쪽 손목에 팔찌를 채웠다.
그러자 아이시스의 손아귀 속 마법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꽈드득.
얼음과 서리가 더 크고 단단하게 조형된다.
어느새 군용 대검과 맞먹는 날카로움과 강도를 지니게 된 얼음은 휘두르거나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살상력이 있는 무기가 되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마법이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모습에 아이시스가 읊조렸다.
“이거…… 설마 벌써 완성된 거야?”
그 이면에는 내가 던져준 하늘색 팔찌와 그 속에 내장된 능력이 숨어 있었다.
「눈꽃의 결정」
등급 : S
설명 : 장인, 구야자가 마법사 아이시스가 그려낸 도안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무기입니다. 본래의 시안(試案)은 지팡이로 잡혔지만, 무기의 주인이 될 마법사의 전투 특성상 지팡이보다는 장신구의 형태가 어울릴 것 같아 팔찌로 제작되었습니다.
*얼어붙은 생명의 나선
백승우의 「이중나선」에서 영감을 받은 어느 한 마법사가 이러한 원리를 제 마법과 마력에 녹여내고자, 나선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제 나선의 게놈은 프랙털 구조의 결정이 되어 빙결계 마법의 위력과 효율을 전반적으로 보조해 줄 것입니다.
처음의 도면과는 완전히 달라진 무기.
초안과 동일한 것은 팔찌의 능력밖에 없었다.
“내가 전에 가르쳐 준 내용을 무기에 녹여내려고 했더군.”
나는 이지에게 도끼를 다루는 법과 방패를 쥐고 조원들을 지키는 법을.
서예린에게는 두 종류의 창술을 가르쳤던 것과 같이, 아이시스에게는 내가 얼떨결에 만들어낸 「이중나선」을 가르쳤다.
그녀는 당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경매장에서 세세한 마력 조작을 선보였던 바 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내 것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지.’
순수하게 혼자만의 힘으로 쟁취한 깨달음과 직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인(聖人)의 재능.
이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며 우연히 탄생했던 스킬, 「이중나선」.
나는 「이중나선」이 아이시스에게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최대한 내가 깨달음을 얻었던 환경에 맞춰주려고 했지만.
그녀에게는 저 두 가지가 없으니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다.
당장에 번뜩이는 깨달음도, 성인과 맞먹는 재능도 없다.
그래서 그 술식을 사물에 녹여낸 것이 바로 저 팔찌다.
어젯밤 내 장비들과 함께 완성된 학생들의 무기들.
서로가 원하던 기능을 최대한으로 살린 무기들은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그야말로 신병이기에 가까웠다.
“선생님, 이거…… 시험에서 사용해도 상관없어?”
“B급 던전이나 A급 던전이었으면 안 됐겠지만, 너희들은 이면 세계에 진입하는 만큼 그런 개인 무기 하나씩 더 들고 오는 건 문제없다.”
공정성에 대한 아이시스의 질문.
보통의 시험에 반입할 수 있는 물건과 무기에는 한계와 제약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 조의 경우에는 워낙에 극악의 난이도를 선택해서 이런 것도 손쉽게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
“왜, 부르니.”
“저 마물들. 이름이 뭐야?”
태연하게 얼음으로 방벽을 만들고.
뒤이어 위력 있는 마법을 영창하기 위해 연계할 시간을 버는 그녀가 내게 물었다.
당당하게 이름을 물어보는 그녀의 태도에 순간 헛웃음마저 흘렸다.
“그걸 감독인 나한테 묻는 거냐?”
“감독이기 이전에 선생님이니까. 학생의 질문에는 대답해 줘야지.”
너무나도 태연하게 요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하긴, 추운 지방에 살아서 그런가.
거대한 몸집과 온몸에 회색 털이 덥수룩하게 덮인 늑대는 궁금할 법도 하지.
나는 감독관이기 전에 선생이니, 이 정도는 괜찮겠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7위계, 뱅 울프. 총성처럼 빠르게 뛰어오르는 마물이다.”
“생각보다 위계가 낮네?”
“무슨 소리. 산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마물임을 고려하면, 이 산에서는 생각보다 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만약 저게 이 산에서 가장 약한 녀석이면 어쩌려고.”
“아…….”
태연하게 내게 질문했음에도 어딘가 어리숙함이 느껴지는 모습.
과연 그 나이대에 맞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서리 마녀답군.’
방금 얘가 뭐라고 했더라.
그 뭐냐 ‘용서 못 해’랑 ‘얼어붙어라’였던가.
어리숙한 모습이 십 대다워서 귀엽고 좋다.
쿠구구궁─!!
내가 실실 웃는 사이, 아이시스는 늑대 형상의 마물을 얼려 죽이고, 얼음을 고드름처럼 길고 날카롭게 뽑아 찔러 죽였다.
설령 뱅울프가 특유의 총성과 같은 속도로, 급소를 가까스로 피하더라도 장갑의 한이 저주가 되어 그들의 발목과 숨통을 조였다.
하나 그런 경우는 극소수로.
대부분의 뱅울프는 「눈꽃의 결정」을 통한 마력의 프랙털 구조 배열로 강화된 [빙결 마법]에 냉동실 고기처럼 꽝꽝 얼어붙어 죽었다.
“상대, 전부 사살.”
“깔끔하네.”
무리를 이룬 뱅울프 72마리를 순식간에 사살한 깔끔한 전투 센스.
물론 녀석들의 시신은 얼리거나 찔리고, 하늘에게 우박처럼 떨어뜨린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곤죽이 되어서 죽은 탓에 차마 깔끔하다고 말하기 힘든 지경이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나름대로 깔끔하지.’
참상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참상에 뒤처지지 않는 광경이 산맥을 벗어나고도 계속되자,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여기가 원래 이런 콘셉트인가?
“……끔찍한걸.”
“저, 저런 건 나도 좀…… 저기에서 1년 이상 생존 못 할 것 같은데…….”
산맥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저기가 테밀 마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멍하니 마을을 내려다보는 이유는.
“그야말로 ‘폐허’로군.”
“저 정도면…… 코퀴토스(Κωκυτός)가 아닐까?”
“신곡(神曲)에 나오는 얼음 호수이자, 지하의 탄식을 상징하는 강 말이지? 만일 신곡의 배경이 현실이었다면, 저 광경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네.”
흡사 신곡의 지옥을 방불케 하는.
오랜 폭설과 북풍 때문인지 상당히 황폐한 마을의 전경 때문이었다.
족히 수천 명은 살 것으로 추정되는 상당한 규모의 마을에 생동감은 개뿔, 쥐새끼 한 마리도 「요마안」에 잡히지 않을 만큼 생기가 없었다.
폭설이 지나간 지금도 눈이 비슬비슬 내리는 세계의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은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드는 곳.
그런 충격적인 첫 감상을 느낀 곳이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테밀 마을이었다.
* * *
마을에 내려온 우리는 사방을 훑었다.
아무런 신분증도 없이 마을에 들어왔거늘.
입구에서 신원을 확인해야 할 경비들과 시내를 걷는 사람들도 없다.
마을은 고요하고 한적했다.
눈보라로 하여금 눈이 적적하게 쌓인 꼴을 운치를 불러일으키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위화감과 공포도 일으킨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은 사방에 역력하다.
그러나 쥐새끼 한 마리가 찍찍,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 여기 이상해.”
“그러게.”
“이토록 날이 추우면, 집집마다 장작을 괴어 불을 지펴도 모자랄 판에 굴뚝에 연기가 올라오는 집이 하나도 없어.”
요즘 시대에 누가 굴뚝을 사용하냐고 한다만.
우리가 도착한 이면 세계의 배경은 지구로 따지면, 중세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구축한 것으로 보였다.
집의 건축 양식이나 시설을 보면 대략 감이 잡힌다.
그런데, 중세 시대와 같은 문명에 보일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보라가 미친 듯이 몰아쳤거늘 불을 때는 집이 한 채도 없다니.
지금이야 눈보라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방금 전에 몰아치던 북풍한설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십중팔구로 집 안에 있어도 동상을 입을 정도였다.
“험한 산맥 근처에 마을이 있다는 것도 지리적으로 이상하고. 여하튼 조사해야 될 것이 많겠어.”
“그전에 얘들부터 찾아야지.”
“그래, 지금은 중간고사 중이니까.”
이 날씨에 드론을 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금 더 눈이 덜 내리면 모를까.
그렇다면 내가 얘들을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카메라를 드는 것이 유일했다.
그리고 직접 카메라로 찍기 위해서는 다들 내 근처에 있어야 하지.
당장 정보 탐색보다는 학생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나저나 선생님.”
“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받은 역할로 따졌을 때, 우리 웃기는 조합이네.”
“하하, 그렇겠네.”
마을의 의뢰를 받고 온 용병단의 혼자 생존한 단장.
북풍과 폭설의 원흉이라 불리는 산맥 산장의 서리 마녀.
마을 사람들이 봤다가는 웬 용병이 동료들을 배신하고, 마녀의 편에 갈아탔다고 의심할지도 모르는 조합.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따로따로 다니는 곳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떨어져서 찾는 편이 좋겠어.”
“왜, 왜 내가…… 선생님도 내가 조금 껄끄러워?”
“음?”
얘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뜬금없는 말을 하길래,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
평소보다 긴장한 표정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시스의 표정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쉽게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자각했다.
지금 그녀는 꽤나 긴장하고 있다.
“아빠나 엄마도 그 말을 하고는 전부…… 사라졌어.”
“…….”
“별 이상한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고…… 그냥 그런가 해서 물어봤는데……?”
침묵과 함께 적막이 이어졌다.
불안한 기색을 애써 숨기고자 손가락을 매만지며, 평소와 같은 모습을 연기하려는데 잘 안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귀엽네.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참, 우리 애들은 왜 다들 사연이 하나씩 있는 걸까.
반려동물이 주인을 닮듯, 애들도 선생인 나를 닮은 건 아닌가 싶다.
“그럴 리가. 전혀 안 껄끄러워.”
“정말로……?”
“그래, 오히려 내 쪽이 더 껄끄럽지 않나?”
나는 스스로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장갑 아래의 손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화염과 독으로 얼룩진 흉터투성이.
더군다나 정장 안의 몸도 딱히 성하진 않다.
그래서 내가 정장같이 일말의 노출 가능성을 드러내지 않는 옷을 선호한다.
이윽고 내 손이 각각 머리와 엉덩이를 향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여우 귀와 여우 꼬리.
내 자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체모는 내가 일반적인 사람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매 순간 내게 환기시켜 주고 있었다.
어느 곳 하나 정상적인 곳이 없다.
전신의 모든 부분이 병들거나, 남들과는 다르다.
사실 이러한 점은 빙의하기 전에도 그랬다.
어릴 적의 나는 그러한 남들의 ‘보통’과 다른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겼다.
그런데 성인이 되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아니, 성인이 되기도 전에 깨달았다.
‘보통’과 다른 것은 불행이란 사실을.
거기에 더해 성격과 소문도 나쁘지.
뭐 하나 좋은 구석이 없는 사람이 바로 백승우다.
그러니 나보다 나은 아이시스가 껄끄러울 일이 있을 리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러한 내 마음이 전달됐는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선생님은…… 오히려 예뻐.”
나는 너무 치켜세워 주는 것 아니냐며 머리를 긁적였으나.
정작 아이시스는 진심이었다.
그녀의 눈에 백승우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진홍의 빛깔로 타오르는 듯한 보석 같은 적안.
너무 검어서 흡사 밤하늘과 같은 꼬리와 머리.
큰 키와 완벽한 비율.
조각상과 같은 얼굴.
자신과 친구들을 가르쳐 주는 지식까지.
그는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고, 그 완벽해 보이는 모습이 아이시스의 눈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하여 그녀는 백승우를 마법사로서, 인간으로서 흠모하고 존경한다.
소문에는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차피 소문의 태반은 신뢰하지 못할 것들이 많기에, 진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된다는 그녀의 경험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백승우만을 봐왔기 때문에 아이시스는 몰랐다.
그가 그러한 아름다운 것과는 실상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아직은 몰랐다.
그렇기에 그것은 당장 중요치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 찾았다.”
“어디에? 누구를?”
“저기 끝자락에 이지 있잖냐.”
희미한 시야지만 태연한 표정의 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현지의 아이들로 보이는 꼬마 두세 명과 신나게 이리저리 뛰놀고 있었다.
일단 한 명 찾아서 다행이긴 한데…….
“……저 녀석, 지금이 중간고사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나는 녀석을 짠 시선으로 쳐다봤고.
내 삿대질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서 쳐다본 아이시스도 이지를 짠 시선으로 노려봤다.
우리는 산맥과 폭설을 가로질러서 왔는데, 아이들과 태연하게 노는 모습에 황당해서 뭐라 말이 나오질 않았다.
……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