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07화(10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07화
테밀 마을(2)
“그러면 얘들아 다음에 또 봐!”
“안녕~ 오빠. 내일 또 놀자.”
“야, 형이 아니라 친구 아니야?”
“그런가? 그럼, 친구야 내일 또 봐!”
초등학생, 나이가 많아 봐야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실컷 놀고는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이지.
얘들이 친구라고 하자, ‘나 17살이야!’라고 외치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다. 심지어 얘들은 듣지도 않고 갔다.
불쌍하네.
“아…… 잘 놀았다. 그나저나 해가 지기 전에 얘들을 찾아야 될 텐데.”
“그래, 동료는 찾아야지. 그런데 보통은 놀기 전에 그 생각부터 하지 않나?”
“그러게…… 동료보다는 노는 게 우선이었다는 거지.”
하지만 불쌍하다고 괘씸한 구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나와 아이시스의 말에 이지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녀석은 굳은 것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뒤로 돌리고는, 우리를 발견한 순간 화들짝 놀랐다.
“서, 선생님?! 시스도 여길 어떻게…….”
“당연히 너 찾으러 왔지. 그렇죠, 선생님?”
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너도 부끄러운 줄은 아는구나.
“그러면 서, 설마 아까 애들하고 노는 것도 봤어……?”
아, 그게 부끄러운 거였어?
내가 또 괜한 착각을 했네.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는, 먼발치의 하늘이나 산을 쳐다봤다.
‘경관이 참 예쁘다.’
참고로 폭설이 멈춘 것이지, 눈은 여전히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텅 빈 도화지처럼 새하얗다.
아무것도 없는 광경.
그럼에도 내가 저 풍경을 예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너, 이리로 와봐.”
“시스야 소, 손에 응집하는 마력은 두고 얘기하자. 응? 그러면 갈 테니까.”
“괜찮아. 고통은 없어. 한 발이면 충분해.”
아까 아이들과 노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아이시스와 노는 이지.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윽고 술래잡기가 20분이 지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자, 나는 둘을 강제로 붙잡고 어서 움직일 것을 권했다.
이러다가 날 지겠네.
‘다른 애들은 어디 있지?’
이제 두 명은 찾았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마을을 몇 시간이나 돌아다녀도 발견하지 못했다. 마을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큰 편도 아니었다.
“설마 마을 밖에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어.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은 가능한 전부 살폈거든.”
[마을급 이면 세계, ‘얼어붙은 폐허, 테밀’의 지형을 이어서 매핑하는 중입니다!] [28.1%……] [33.8%……]……
[산맥과 마을의 모든 지형을 눈에 담았습니다.] [이면 세계의 49.9%를 파악하셨습니다!]완성도 49.9%.
이면 세계의 절반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있을 법한 곳은 전부 훑었다.
제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내 「요마안」과 <천안통>은 그걸 가능케 했다.
‘그나저나 지도의 절반을 기록할 때까지 녀석들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이유는 하나밖에 없겠지.’
[스킬, ‘요마안’으로 각각의 집들을 꿰뚫어 봅니다.]내 시야가 고요한 마을의 전경, 그중에서도 각각의 집들을 살폈다.
안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인기척.
그러나 폭설이 멈췄음에도 굴뚝 뚫린 집에서 장작 한 번 때지 않는 기묘함이 내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집 안에 숨어서는 저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대신 저러한 사람들의 무리 중 내 학생이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쉽게 추론할 수 있었다.
* * *
“쌤, 진짜 이 마을 안에 애들이 있는 거 확실해요?”
“이제는…… 선생님, 나도 잘 모르겠어. 여기에 있는 게 맞아?”
그 후로 두 시간 동안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는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보이질 않으니.
이지는 강한 의문을 표출했다.
처음에는 군말 없이 따르던 아이시스도 두 시간 동안 아무런 수확이 없다 보니,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슬슬 포기했을 법도 한 상황.
하지만 내 의지는 단호했다.
“그래, 이미 당해서 안전장치에 의해 현실로 귀환하지만 않았다면 분명 여기에 몇 명은 있을 거다.”
“도처에 널린 집에 숨어 있어서 나오지 않을 확률은?”
“그럴 가능성도 고려해 볼 법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걸어 다니며 발걸음 소리를 냈는데 창문 너머로 인형(人形) 한 번 내비치지 않을 걸 보아서는 거의 희박하지.“
“뭐야, 그러면 여기 없다는 소리랑 똑같잖아요?!”
그래, 그 말이 맞지.
저 집에는 얘들이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있을 법한 장소는 소거법으로 추려볼 때, 이곳 테밀 마을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다 같이 밖에 나갔을 확률이 높지.”
“……이런 미친.”
만약 학생들 중에 사냥꾼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노유라다. 아마 그녀라면 화기를 이용한 사냥 실력으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냥하고 있을 것이다.
전에 경매장에서 보여준 그녀의 실전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뭐 그런 것치고는 아무런 총성도 들리지 않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6명의 학생들 중 혼자 내버려 두면 불안한 애들은 거의 다 찾았다.
SNS 중독의 노유라는 의외로 똑 부러진 면이 있어서, 이면 세계에 혼자 떨어져도 잘 있을 것 같다.
이사벨이야 우리 조의 머리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걱정되지 않는다.
그나마 걱정되는 건 성연화와 서예린인데.
‘둘 다 이 정도 환경에서, 혼자 생존할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 그래도…… 불안한걸.‘
무력에 강점을 보이는 히로인 둘인 만큼, 안위에 대한 걱정은 없다.
다만, 둘의 성격상 무언가 사건을 일으키진 않았을지 걱정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웅성웅성!!!
사람들끼리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으로부터 마을 정반대에 있는 마을 입구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우리는 곧장 그곳을 향해 달렸다.
물론,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마을의 입구에서 살짝 거리가 있고, 위에 있어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에 몸을 숨겼다.
“사람이다!”
“쉿. 조용히.”
크게 기뻐하는 이지였으나, 이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내가 눈치를 준 것도 한몫했다.
멀리서 보이는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무언가를 휘두르더니 이내 퍽, 바닥에 쓰러졌다.
“뭐지. 패싸움이라도 난 건가?”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동작이 격해. 마치 진짜로 싸우려는 것처럼.”
아니다.
저건 패싸움이나 진짜 싸움 같은 수식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로의 목숨을 앗으려는 전투다.
“선생님?”
내 몸이 앞으로 쏠렸다.
전투의 양상과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려둔 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알겠다.
마을 사람들과 외부 세력 간의 다툼이다.
마을 사람, 그것도 성인들은 지금 처음 보이지만, 외부 세력은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얼굴이 아닌 몸에 두른 것들이 말이다.
“……내 아이들이로군.”
“아, 아이?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말이 그런 거다. 이 세계에서 부여받은 내 용병단 소속의 단원들이니까.”
“아하.”
나는 이지를 한 번 흘겨봤다.
아까부터 얘가 참 맹하다.
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닌데,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나가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선생으로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이런 부분도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생님. 저거 내가 죽인 사람들이랑 똑같은 입고 있어.”
“그래, 같은 놈들이야.”
검은 옷과 이리의 문양.
그녀와 나는 알고 있는 복장이다.
산장 앞 시체 밭의 노트를 통해 저 복장에 대해 알아내지 않았나.
“검은 이리 용병단.”
“용병단이요? 하는 꼬락서니는 도적단인 것 같은데.”
“아까 말했잖아. 이 세계에서 내 역할이 저들의 단장이라고.”
“아앗…….”
내가 부여받은 역할이 저들의 단장이라는 말에 이지가 움츠러들었다.
뭘 움츠러드는 거야.
누가 보면 진짜로 내가 저들의 단장인 줄 알겠다.
‘결국은 이면 세계가 임의적으로 배정한 역할과의 인연.’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당장 이 세계의 배경이 테밀 마을인 만큼, 초면에 불과한 용병들보다는 마을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
“마을에 경비나 기사는 없나?”
“이 작은 마을에 그런 게 있겠어.”
“너희 둘 다 잠깐 가만히 있어 보렴.”
「요마안」
루비처럼 반짝이던 동공이 자수정처럼 물들며, 세상을 무채색으로 관조했다.
그 속에서도 마력의 흐름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니. 뒤엉킨 용병단의 무리와 이를 저지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옷이나 무기, 방패에 검은 이리의 문장을 그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대치하는 인물들 중 창을 휘두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내 시야가 무채색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특유의 곡선을 보아하니 여성. 그것도 서예린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뒤로 갑주를 뒤집어쓴 거구의 누군가가 그녀와 합을 맞추고 있었다.
“강하네.”
내 「요마안」에 들어오는 마력과 원한만 봐도 알 수 있다.
온몸의 근육과 혈관에 적재적소로 마력을 부여하고 강화하며 몸을 다루듯 수월하게 움직이는 갑주. 그 뒤로 약 1,000에 달하는 원한들이 그를 저주하듯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가 가진 살생의 업이 꽤나 짙다는 것이 보인다.
[시나리오의 메인 NPC, 프런티어의 기사 ‘테르미야’와 조우하셨습니다.] [그는 제 주군에게 충성하는 기사. 충성이라는 기사도 정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에 집착하여, 주인의 명령에 한 치의 의심이나 미혹도 없이 행동합니다.좋게 말하면 충성심 있고, 나쁘게 말하면 제 주관과 줏대 없이 사는 벽창호입니다.
룬이 새겨진 방패와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무장한 테르미야는 프런티어에 있어서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이동요새와 같습니다.]
이 세계에 온 이후 내가 처음으로 본 살아 있는 NPC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NPC는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중세풍의 전신 갑옷을 입은 사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가지만, 아무래도 그는 이 세계의 끝과 꽤나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메인 NPC라.”
“선생님 눈에도 보여?”
“그래, 아무래도 녀석이 이면 세계의 공략과 관련된 열쇠일지도 모르겠어.”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는 보다 자세히, 갑옷의 NPC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전신 갑옷을 입었더라도 과격한 움직임에 흔들리거나 헐렁거리는 갑주 부분의 공백을 고려한다면, 갑옷 속의 체형을 유추하는 것은 가능했다.
‘어디 보자, 갑옷의 높이는 181.27㎝로군. 머리에 쓴 투구의 두께는 1~1.7㎝ 사이, 투구가 꽉 맞지 않는 듯 흔들리는 꼴을 보아하니 실제 키는 178에서 179 사이겠어.‘
그 외에도 나는 체형, 발의 간격, 검을 휘두르는 자세와 각각의 기술을 잇는 식을 유심히 살폈다.
상대의 규격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대충 알겠네.”
“선생님 저 사람 누군지 알겠어요? 아니, 그전에 저 사람들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예린이도 저기 있잖아요.”
“하나씩 질문해라.”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나요?”
“예린이는……?”
“……둘이서 하나씩 동시에 질문하라는 뜻이 아니잖냐.”
나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감탄하곤,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머리가 복잡했다.
아이들 때문은 아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는 정보들 가운데, 엉뚱한 것이 끼어든 탓에 생각할 것이 순식간에 늘어난 탓이다.
‘이런 외진 마을에 갑주의 기사가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녀석의 앞에 달린 수식어다.’
프런티어.
개척지라는 뜻이지만, 그런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마을이나 도시의 이름, 그것도 아니면 사람의 이름인가.
‘제길, 뭔가 아귀가 점점 틀어지는 기분이야. 도대체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프런티어가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역명이겠지.
하지만 지역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힘든 게, 이곳은 마을급 이면 세계. 이 땅의 본래 역사와 지리가 어떻든 간에, ‘마을급’의 크기밖에 존재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만일 저 기사가 프런티어라는 외곽 지역으로부터 왔다면, 이 테밀 마을은 뭐란 말인가.
‘유추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없어.’
하는 수 없지.
이럴 때는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저기 예린이 있으니까. 마을 사람들 도우러 가라.”
“어, 진짜네? 그런데, 선생님은 안 도와주시게요?”
“내가 무슨 역할로 따라왔는지 기억 안 나니?”
“아, 맞다. 감독관 역할이셨지 참.”
나는 아이들에게 저 기사를 도울 것을 종용했다.
하나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내 역할은 지켜보는 것뿐.
선택은 학생들의 몫이다.
마침 저들의 무리에 서예린도 껴 있던 참이니, 이지와 아이시스는 흔쾌히 받아들이고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아이시스는 장갑과 팔찌이니 굳이 귀찮게 뭘 할 필요가 없었고, 이지는 배낭에서 아담한 손도끼 한 자루와 한 쌍으로 추정되는 방패와 양날 도끼를 꺼냈다.
‘잠깐만……?’
방패와 양날 도끼?
저 큰 게 어떻게 배낭 안에 들어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