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1화(1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1화
첫 번째 에피소드(1)
어젯밤도 잠을 설쳤다.
집중해서 마도서를 읽기에는 마음이 너무 복잡했고, 잠을 청하려 들 때는 창을 든 서예린이 쫓아오는 꿈을 꾸었다.
이도 저도 못한 채, 무의미하게 보낸 하룻밤.
피곤하지만 다행히, 「허장성세」 덕분에 피로감을 외부로 표출하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속으로는 피로감에 찌들어 있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와, 사람이 이렇게 과로사하는구나.’
퀭한 눈으로 대본을 작성하며 생각했다.
이러다가 과로사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매일 밤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수면을 줄여가면서까지 마도서를 탐독하고 익히는 나날을 반복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한계가 왔다.
지금까지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슬슬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살짝 위험한 것 같단 말이지.
‘이틀만 지나면, 푹 쉬어야지.’
오늘 밤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회로 떠난다.
나머지 교수들도 이틀 내로, 외부 일정이나 수행평가 준비를 명목으로 자리를 비운다. 아카데미를 습격하기에 최적인 조건이 만족되는 것이다.
“너 어제 <나인테일> 길드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기사 봤어?”
“응, A급 던전에서 사고가 났다면서. 부상자 없이 전원 사망했다고 하던데.”
“내가 관계자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실은 그 사건.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 하더라.”
“뭐, 진짜!? 사고 발생 지점이 <나인테일> 길드 소유 던전이라고 알고 있는데, 혹시 내부 분명이야? 아니면 사내 정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흔적으로 볼 때는 ‘마법사 사냥꾼’한테 당했다고 하더라.”
나는 고개를 들어 연구실 분위기를 파악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교들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밝다. 사소한 잡담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다들 마도 학회에 참석하는 것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과연 저들은 내일모레 아카데미가 습격당한다는 사실을 들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기대하던 학회를 포기하고 자리를 지킬까. 아니면 믿지 않은 채 학회로 떠날까.’
문득 떠올랐으나, 깊이 고민할 가치도 없는 생각.
어차피 저들은 남화연을 따라 학회에 출석할 것이다. 모든 교수와 대부분의 조교들이 아카데미를 떠나면서, 1학년들은 위험에 노출되겠지.
생각해 보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다.
교수라는 작자들이 아무리 외부 일정이 있다지만, 대부분의 조교들을 대동하다니.
그 누구도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카데미가 습격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아카데미의 근거 있는 자신감인가. 아니면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만용인가.
뭐가 어찌 됐든 나보다는 나으리라.
‘적어도 저들은 미래를 모르지만, 나는 대략이나마 알고 있으니까.’
아직도 머릿속에서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지워지질 않는다.
그 모습이 피로 물든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두통이 일었다. 나는 서랍을 열어 두통약을 찾았다.
──드르륵.
서랍에는 온갖 종류의 약들이 있었다.
영양제나 비타민은 물론, 두통약이나 소화제처럼 약국에서 사 온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즐비했다. 몸 건강이 안 좋다 보니, 서랍은 약장을 연상케 했다.
어디 보자. 분명 두통약은 붉은색이었는데.
약이 너무 많아서, 내가 샀음에도 종종 위치를 헷갈린다.
약 포장지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듬자, 금방 두통약을 찾았다.
─바스락바스락
포장지를 뜯어 약을 꺼냈다.
붉은 알약 두 알.
컵에 담긴 물과 함께 삼키려고 했는데.
“……?”
손 위에 올려둔 약이 사라졌다.
바닥에 떨궜나 싶어서,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 떨군 같지 않은데 책상 위에 있나?
두통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근데 책상 위에도 알약이 없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니, 식겁한 표정의 조교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제는 나랑 눈만 마주쳐도 저 지랄인가.
“두통약이네. 출근한 지 두 시간밖에 안 됐는데도, 머리가 아프니?”
“……교수님.”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붉은 알약을 빤히 바라보는 남화연이 있었다.
그녀는 약을 손 위에 올려두지 않고, 허공에 띄운 채 관찰하고 있었다.
허공에 뜬 알약은 고정이라도 된 듯 그 상태로 정지했다.
저번에 제1연구실에서도 비슷한 기예를 봤었는데, 염동 마법에 대해 공부하고 나니 다르게 보인다. 내가 익힌 「파이로키네시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연 교수는 다르다는 건가.
남화연의 염동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알약에 대한 분석이 끝났는지.
다시 내 손 위로 안착하는 알약.
약을 받자마자 물과 함께 삼켰더니 남화연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왜 저러지, 일감을 더 던져주려고 하는 건가.
‘그것만큼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분명 처음에 그녀에게서 전달받은 요구사항은 얼마 없었다.
그래서 그 사항을 따라 대본을 작성하고, 내가 임의로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을 덧붙였는데.
어째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요구사항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개중에는 전문적인 논문을 찾아야만 하는 요구도 있었다.
그것들을 읽고 대본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 정리돼서 종종 도움이 됐다. 물론 힘들기는 더럽게 힘들지만 말이다.
“내가 만들라고 한 대본은 다 만들었니?”
“……기본적인 스크립트는 완성했고, 퇴고하는 데에 두 시간 정도 더 걸릴 예정입니다.”
“그래, 열심히 했구나.”
수고했다며 칭찬을 해주는 남화연.
처음 보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순간, 그녀가 나를 향해 한걸음 내디뎠다. 코를 가득 채우는 향긋한 꽃내음에 놀라는 것도 잠시, 남화연이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차갑다. 수족냉증이라도 있는 건가.
대체 어떻게 사람 손이 이렇게까지 차가울 수 있을까.
“어머, 열이 심하네.”
“……교수님 손이 차가운 것이 아닐까요?”
“내 체온이 낮은 편이긴 하지만, 정상 체온 수준인걸.”
남화연의 말을 듣고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전체적으로 열이 많았다.
몸살이라도 걸린 건가? 몸이 으슬으슬 떨리지는 않는데.
나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남화연은 아니었는지, 이마를 쓰다듬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많이 노력했나 보구나. 반차라도 내서 쉬는 게 어떠니?”
그녀는 나를 걱정했다.
이 세계에 온 이후로, 타인에게 처음 받은 걱정이었다.
하물며 남화연처럼 생각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걱정받아서 기분이 묘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동안 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걸 뻔히 알고서 시킨 거야?
나는 그녀의 대답에 기겁하면서도, 그녀의 대답에서 죄책감을 포착했다. 혹시 내가 두통약을 것을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나?
내 두통에 남화연의 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딱히 그녀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의외네.’
여태껏 함께 일하면서, 남화연에게 이런 면모가 있는 줄 몰랐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자, 조교들에게는 경외와 공포의 존재였다. 그래서 당연히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정말로 괜찮습니다. 두통은 항상 달고 사는 고질병이라, 교수님께서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아, 그러면 이거 어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손뼉을 쳤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귀를 기울였다.
“너도 나를 따라서 학회에 참석하는 거야. 학회 중에는 강의도, 업무도 없으니까 괜찮지? 휴가라고 생각하면 돼.”
“……!!”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
설마 나한테 학회를 권유할 줄이야.
그녀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고, 나는 주저했다.
분명 이 손을 잡으면 나는 습격이 일어나는 때에 자리에 없겠지.
그러면 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정말로 그대로 될까?
“마도 학회에는 언제나 새로운 논문과 연구로 가득하단다. 가면 분명 영감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게다가 올해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까지 발표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단 말이지.”
구미가 당기는 얘기다.
아무 생각 말고, 이 손만 잡으면 나한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런데 정말로 그래도 되는 걸까.
의문은 꽈리를 틀어 내 양심을 좀 먹었다.
“아무 말 없으면 너도 명단에 넣는다? 이틀 뒤 이른 새벽에 출발하니까 미리 준비하고 있으…….”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지끈거리는 두통을 억누르며 웃어보았다.
“저는 이곳에서 할 일이 있거든요.”
나는 이미 선택했다.
학생들의 죽음을 방관한다.
난 그 선택을 내린 만큼,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아카데미에 있을 참극을 눈에 담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자리를 지키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다.
여담이지만,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남화연이 내 말을 믿을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세상에 아카데미가 습격 당해서, 학생 열 명이 죽는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개입도 없이 방관만 하는 것.
그게 내가 이 세상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남화연은 내 대답에 아쉽다며 제자리에 돌아갔고.
다음날.
그 다음날.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 * *
아카데미의 밤은 길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과 노예처럼 부려 먹히고 있는 조교들. 안전을 위해 밤새도록 순찰하는 경비원들 덕분이다.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형광등은 칠성 아카데미의 자랑이었다.
그만큼 모두가 노력한다는 뜻이니까.
경비실에서 콧노래를 부르던 경비원이 커피를 탔다.
“흐흐흥~ 이야 원래 같았으면 선임들 때문에 커피도 못 마셨을 텐데. 이래서 학회가 좋다니까.”
칠성 아카데미에서 교수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크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아카데미의 귀중한 재산이자, 상징이다. 그 때문에 외부 활동이 있을 때마다, 손이 남는 경비원들을 호위로 붙여준다.
원래는 규정상, 경력이 적당한 경비원들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투입되는데.
교수들한테 잘 보이려고 실력 있는 고참들이 죄다 빠져나갔다. 덕분에 요 며칠간은 눈치 보지 않고, 편히 근무할 수 있겠다.
“어디 뉴스나 틀어볼까.”
그는 업무상 CCTV에서 눈을 떼면 안 되지만, 칠성 아카데미의 경비원들은 전부 실력자들이다.
현역에서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초인의 영역에 발을 걸친 이들이다. 뉴스와 CCTV를 동시에 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오늘 아침, 미국 기준으로 오전 8시에 마도 학회가 열렸습니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도 학회는 각국의 유명 인사들을 초대함으로써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중에는 마왕이나 호협, 신궁 같은 랭커들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야 라인업 빵빵하네. 마왕이야 당연히 가겠지만, 호협이랑 신궁이 갈 줄은 몰랐네. 이번 학회에서 돈 좀 썼나 봐.”
마왕은 거의 고정 멤버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매년 마도 학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녀는 지식에 목마른지, 학회에서 발표되는 수많은 논문들은 전부 섭렵하기로도 유명하다.
그에 반해, 호협과 신궁은 마도 학회와 전혀 연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애당초 마도가 아니라, 무도(武道)를 걷는 무인들이다.
원래 같았으면 마도 학회에서 볼 일은 없는 사람들일 텐데.
“이번에 학회에서 엄청난 발표를 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그게 아니고서야, 저 양반들을 초청할 만큼 돈을 쏟아붓진 않았을 텐데.”
며칠 전부터 플레이어 업계에 스멀스멀 떠오르던 소문.
마법은 물론, 마력으로 이루어지는 활동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세기의 발견을 학회에서 최초 공개한다더라.
처음에는 다들 단순히 뜬소문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학회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다들 혹시나 싶은 거다.
오죽하면 아카데미 교수들도 죄다 마도 학회로 떠났겠냐.
“뭐, 그 덕분에 나 같은 말단도 숨 돌릴 수 있는 거지.”
커피를 홀짝이던 경비원은 문득 달달한 것이 땡겼다.
주머니에 든 것은 없고, 근무 시간이다 보니 편의점을 다녀올 수도 없다. 야외 순찰이었으면 몰래 갔다 왔을 텐데, CCTV 감시라서 그럴 수도 없는 노릇.
“하는 수 없지……. 읏챠……!”
뻐근한 허리를 이끌고 찻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본래 선임들만의 영역.
자신 같은 말단은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금단의 영역이다.
지금 이 순간, 경비원은 그 금단의 영역에 손을 뻗었다.
덜컥.
찻장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드러나는 형형색색의 과자들.
하나같이 비싼 프리미엄 과자들로, 편의점은 물론 일반 매장에서도 취급하지 않는 것들이다.
당연히 그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데, 하나 정도는 빼먹어도 되겠지.
경비원은 고급스러운 쿠키를 꺼냈다. 뜨거운 믹스 커피와 먹으면 잘 어울릴 버터 쿠키.
그는 포장지를 벗기다가 문득, CCTV를 살피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에이, 고작 1분 못 봤을 뿐인데. 별다른 일 없었겠지.”
애당초 어떤 간 큰 놈이 칠성 아카데미에 침입하겠나.
가끔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려고, 담을 넘다가 걸린 적은 종종 있어도. 누가 침입하려 했다는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경비원이 쿠키를 꺼내, 한 입 베어먹으려던 순간.
쿠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끄, 끄아아아아아악!!”
다만 쿠키뿐만 아니라, 쿠키를 들고 있던 오른손도 같이 떨어졌다.
화끈거리는 감각과 함께 잘린 손목.
너무나도 깔끔한 절단면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도 잠시. 비명을 지르던 경비원은 곧바로 바닥에 넘어졌다.
아직 멀쩡한 왼손으로 오른팔을 붙잡아보지만.
──서걱!
정육점에서 고기 자르는 소리와 함께, 왼손도 잘리고 말았다.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어찌나 아픈지 입에서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경비실 문을 검으로 베어서 침입한 사내.
그는 경비실에 들어오자마자, CCTV로 아카데미를 살폈다.
영상 몇 개를 살피자, 그의 입가는 반달을 그렸다.
“이야, 진짜로 아카데미에 교수가 한 명도 없네?”
정말로 그 뿔 달린 녀석의 말대로였다.
교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마법싸개 년이나, 늙은 괴물도 없었다.
정말 습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사내는 크게 웃으며 경비원을 몸을 걷어찼다.
다리를 뻗어서 비상벨을 누르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벽에 부딪힌 경비원의 머리채를 들어 올렸다.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한 얼굴.
정말 끝내주는 표정이다.
“그나저나 역시 칠성은 칠성이더라. 고위계 마물이 자폭해도 방벽은 무너지지 않네. 역시 쉽지 않아.”
사내의 혼잣말에 경비원은 무슨 뜻인지 헤아리지 못했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CCTV에 비치는 영상들뿐. 그곳에는 거대한 마물들이 제 몸을 폭탄처럼 터뜨려 아카데미 외부 방벽을 파괴하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에도 견고한 방벽.
역시나 칠성 아카데미다운 방벽이었으나, 폭발이 계속될수록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방벽의 약한 부분만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우르르르───!!
결국 방벽은 무너졌고, 저 너머에서 마물의 군세가 나타났다. 수십 년간 외세의 침입을 허용한 적 없는 절대성이 함락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으로 퍼졌다.
그 모습을 허망하게 지켜보던 경비원은 사내의 발길질에 멀리 날아갔다.
내장을 울리는 충격. 방금 그 공격으로 갈비뼈가 부서져서 내장기관을 찔렀다.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하지만 그 충격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비원은 부서진 다리로 구석진 곳까지 기어갔다.
만약을 대비해 경비실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긴급 통신망.
경비원은 잘린 팔 대신 이빨로 벨을 눌렀다. 그러자 연결된 통신망은 아카데미 부지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는 찢어진 폐로부터 핏물이 역류하는 것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위, 위험! 아카데미에 마물이 침입했다! 저, 전투 능력이 있는 자들은 모두 전투태세에…… 그, 꺄으아아아아아악!!
힘겹게 이어가는 말.
그러나 그 끝은 돼지 멱따는 것 같은 비명이었다.
의문의 사내가 경비원의 등을 칼로 난도질했기 때문이다.
사내는 죽은 경비원을 발로 차며 감탄했다.
어지간한 사람은 쇼크사할 법한 충격이었는데.
이게 바로 직업 정신인가.
“참, 귀찮은 녀석이었어.”
사실 저 경비원이 비상 방송을 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하는 것은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미래를 엿봐도 저 녀석은 어떻게든 방송을 했다.
사지를 뜯어도, 머리를 잘라내도 마력으로 몸을 움직여 모스부호를 통해서.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인 걸까.
“저 녀석 덕분에 암습은 불가능하게 됐네.”
경비원을 확실하게 죽이고자, 방송하는 순간 텅 빈 등을 노렸다. 척추를 부수고, 내장을 노려서 확실하게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 덕분에 은밀한 공격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교수가 없는 이상, 아카데미에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사내는 벌써 의뢰를 성공한 것처럼, 보수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이 자리에 없는 한 사내의 망막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각성] [설명: 예견된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주인공은 각성하고, 신입생들은 목숨을 위협받아 자연스레 옥석이 가려질 터입니다. 새벽이 지고 여명이 떠오를 순간까지 생존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십시오.] [보상: 생존, 3포인트]한편 사내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죽어갈 학생들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차피 전부 죽이려고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