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14화(11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14화
확장된 세계(4)
이면 세계에 들어온 이후 이튿날 밤이 찾아왔다.
첫날과 다르게 이튿날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들어오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학생 중 한 명과 합류하지도 않았고, 용병들과 싸우는 것처럼 치열한 전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과의 거래에 따라 아이시스와 이지, 성연화, 서예린, 노유라는 서로 힘을 합쳐 수백 마리의 마물들을 사냥했다.
거의 1,000마리에 육박하는 마물들을 사냥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사냥한 마물이 단순한 업적이나 실력 확인 및 과시의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식량이나 의류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기꺼이 고생을 감수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노유라가 사냥꾼의 신분으로 어제 아침에 사냥을 나가서, 내일 아침에 돌아온다는 것 정도려나.
그것은 제외하면 그럴듯한 소득이 하등 없다.
학생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가.
쓸데없이 순수하고 착했다.
얘들이 조금은 냉혹한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무른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그렇게 무른 부분은 나도 비슷해서 뭐라 설교하기도 뭐하지만.
[스킬, 「요마안」이 암흑을 헤집어 훑습니다.]그래도 나는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반짝이는 자안이 어둠을 꿰뚫어본다.
우거진 침엽수림의 밀림.
얼어붙은 흔적이 역력한 나무의 무덤 사이로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아니, 저건 여성이라 호칭할 가치조차 없는 생물이다.
뿔 달린 ‘그것’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너는 누구지?”
아무도 없는 숲에서 그것, 유마가 말했다.
마을 사람과 똑같은 복장을 한 여성.
그러나 머리 위의 뿔과 역안으로 뒤집힌 색상의 동공과 공막(鞏膜)은 그녀가 마인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금 유마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두운 숲에는 올빼미를 비롯한 야행성 동물들의 기척만 느껴질 뿐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덩치 큰 생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법이야. 어딜 봐도 애송이에 불과한데, 감은 제법 쓸 만하군.”
“!!!”
바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달콤한 꿀처럼 끈적하고 가냘프고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욕과 흥분을 부추겼다.
그러나 유마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매료되기보다도 공포심을 먼저 느꼈다.
‘대체 어디 숨어 있었길래?!’
돌연 나타난 상대.
실은 그녀도 누군가 숨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설마 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마에게는 마인이 된 이후 얻은 육감이 있었다.
그래서 상대가 숨었음을 암시하는 말을 내뱉었으나, 설마 상대가 제 근처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유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바로 그때 마기의 칼날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명멸했다.
검은 칼날은 순식간에 상대의 목을 노렸다.
서걱─!
무언가가 잘리는 소리.
단순히 고기를 자르는 소리와 다르게, 뼈와 살점이 동시에 잘리고 뭉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마는 검사로서, 마인으로서 최근에 입문한 신입이었다.
그러나 마인으로 변태(變態)하면서 얻은 속도와 육감에 의존한다면 사람 목 하나 자르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
“─움직임이 너무 뻔하잖아.”
툭,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떨어진 것은 상대의 목이 아닌 제 어깨였다.
마기의 칼날을 든 어깨를 통째로 절단한 것이었다.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유마를 덮쳤다.
마인이 됨으로써 신체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통증에 무뎌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당장의 고통보다도 더한 공포가 눈앞에 서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꼬락서니는 B급, 이상하리만치 예민한 감각까지 더하면 A에서 S급 마인 사이 정도려나.”
머지 않은 곳에서 홀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건 유마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털썩,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어서 쓰러졌다.
그러자 그 위로 그림자가 하나가 올라오더니, 어두운 야밤의 숲을 밝히는 단 하나의 광원. 달빛을 제 몸으로 가렸다.
온몸이 떨리는 유마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팔을 이 꼴로 만든 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
그곳에는 천사가 있었다.
아름답고 잘생기고 고고하고.
지극히 이기적이게 생긴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미를 압축한 듯한 그 얼굴과 분위기는 순간의 공포조차 잊게 만들어버릴 충격이 있었다.
이미 그녀의 머리는 「경국지색」과 「매혹」에 물들어 버렸다.
유마의 시선과 신경을 그를 향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팔을 자른 사내는 유마에게 영 관심이 없었는지 제 구두를 두들기고 있었다.
“구두에 새겨둔 점멸…… 블링크가 내 생각만큼 깔끔하게 작동하지 않네. 역시 공간을 다루는 마법이라서 그런가. 조정이 필요하겠어.”
점멸, 혹은 블링크.
순간 이동과 텔레포트의 하위 호환이자, 전투에 특화된 단거리 이동 능력으로 공간을 접어 달리는 경신법과 같은 마법.
구두에 새긴 마법진에 마력만 흘려 넣으면 작동하는 방식이라, 이번 기회에 시험 삼아 사용해 봤는데 어려운 마법이라서 그런가.
고칠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공간 이동 시 느껴지는 메스꺼움과 한 번 사용한 것만으로 10분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과열되는 밑창 속 술식이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먼저 해야 될 것 있었다.
뿌득!
뼈가 허무하게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유마의 발목이 꺾여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꺾였다. 어찌나 심하게 꺾였는지, 발목이 검붉게 변하고 부서진 뼛조각이 마인의 질긴 살점을 뚫고 나왔다.
마인 특유의 재생력으로도, 저급 마인은 며칠이고 요양해야 될 부상이었다.
“끄으으으악!!”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형태의 고통의 유마가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상대는 그녀가 마음 놓고 비명을 지르게 둘만큼 상냥하지 않았다. 특히 마인에게는.
“하하, 왜 그런 표정이야. 왜, 그 능력을 가지고도 나한테 진 게 억울해? 애당초 나한테 검을 들고 덤빈 게 패착이란다.”
스윽.
손이 그녀의 허리 부근을 향했다.
옷으로 감춰진 부분.
그 속에는 벌레의 형태를 한 보라색의 무언가가 여럿 있었다.
“고독(蠱毒)이나 영고처럼 특수한 형태의 생명체인가. 이건 좀 신기하네. 이런 기발한 것을 가지고, 내 앞에서 설쳤으면 안 되지.”
「파이로키네시스」
화르륵, 불꽃으로 이루어진 손이 타올랐다.
염동과 함께 물리력을 갖춘 불꽃의 손은 유마의 양 발목을 꺾은 장본인이었다.
그 손이 그녀를 향해 두둥실 떠올랐다.
─뻐억!
피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걸 몇 차례고 반복하자, 그녀의 회복 속도와 수준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 속도라면 중요한 신체 부위가 잘릴 경우, 상처를 아무는 수준으로밖에 회복할 수 없겠군.
대략적으로 C에서 B급 마인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유마가 허리춤에 숨겼던 벌레의 효용성은 고작해야 B급 마인이 가질 만한 유용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최소 S급.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물론, 그 사용자의 수준이 낮아서 나한테 이렇게 붙잡혔지만 말이지.
“난 사람이 아니게 된 것들이 제일 싫어.”
피부가 검붉게 물들며 점점 마(魔)에 물들어가는 처자.
얼굴에 피와 화상 자국이 가득했다.
다리를 부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그녀는 차라리 죽음을 애원했다.
“시, 싫어…… 그만해.”
“이봐.”
“차라리…… 주, 죽여줘.”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승우라는 사람은 인간을 저버린 존재에게 상냥한 인품을 갖추지 못했다.
퍽!
발로 걷어찼다.
반지의 능력을 빌려, 겨우 일반적인 성인 남성 수준의 각력으로 안면을 걷어차자 검붉은 마인의 피부만큼이나 시퍼런 멍이 물들었다.
“이런 역겨운 것을 아이들에게 함부로 붙이는 것 따위가 살려달라고 징징거리지 마라.”
얼굴을 세게 걷어차자 순식간에 기절했다.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이 정도 각력만으로도 충분히 죽었을 텐데.
역시 마인의 몸이 편리하긴 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몸을 탈탈 털어서 자색의 벌레를 모두 회수했다.
타인에게 기생하여, 마력과 생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생을 이어가는 이 벌레는 이런 녀석에게 주어질 만한 것이 아니다.
챙길 것을 전부 다 챙기자, 골골대는 마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일단 죽이는 건 확정인데, 어딘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얘들이…… 아직 묘는 다 안 만들었겠지?”
아무래도 한 구 정도 추가로 넣어야 할 것 같았다.
* * *
피와 살점으로 가득한 얼어붙은 땅.
흙 위로 가득한 눈은 땅속 깊은 곳까지 꽝꽝, 얼려서는 삽을 이용해도 제대로 파이질 않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을 외곽의 어느 음습한 터에는 삽 수십 자루와 함께 시체 백여 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 안 썩었군.”
승우는 어깨에 짐 하나를 짊어지고는 홀로 읊조렸다.
이번에 죽은 이들을 전원 매장하고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만들기로 한 공동묘지. 그 옆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살점과 함께, 피조차 얼어버린 시체들이 하나하나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땅이 얼마나 단단하길래 아직까지도 묘지를 만들지 못했나 싶어서 흙을 매만졌다.
“……흙이 얼어 가지고 땅에서 떨어지지를 않네.”
땅 위에 장갑 낀 손을 올려보니 알겠다.
흙이 눈과 함께 얼어붙어 가지고는 바위에 버금가는 단단함을 지니게 되었다. 이거 보통의 방법으로는 안 되겠는걸.
처억.
바닥에서 손을 뗀 승우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입가에 마력이 맴돈다.
언령의 하위 호환.
「시동어」의 발동이었다.
궤매장(櫃埋葬)
입을 빌려 발동한 것은 원소 마법의 일종.
방어와 개간, 건축 따위의 다방면에 특화된 「대지 마법」이었다.
마력은 언어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지맥을 따라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땅의 형태를 바꿔주었다.
무덤 밑으로 파인 적당한 크기의 공동.
사람 형태의 생명체를 하나 정도 묶어두기에는 충분한 크기의 공동이었다. 덤으로 무덤을 만드는 와중에도 이곳의 소리는 밖으로 들리지 않되, 숨을 쉴 수 있도록 숨구멍을 만드느라 적잖은 마력을 소모했다.
음, 역시 나는 [화염 마법]이 제일 편해.
“…….“
“야, 어서 일어나. 깨어난 거 뻔히 알아.”
“…….”
“그냥 죽여 버릴까?”
“이, 일어났으니까. 포, 폭력은 그만……!!”
얼굴이 망가지고 다리가 부서진 그것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제발 더는 아프게 하지 말아 달라는 간청.
아이들의 몸에 생명을 빨아가는 벌레를 심은 주제에, 별 희한한 요구를 다 하네.
그때, 그녀는 제 몸의 통증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연 재생이 몇 배는 빨라진 기분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인다.
나는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죽기 직전에 완전한 마인으로까지 전락시켰거든.”
완전한 마인?
여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애당초 그녀가 벌레와 감각을 활용한 특이한 능력을 얻은 것도, 마인이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이다.
아니, 당장 어젯밤에 마인이 됐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시해, 혐오스러운 마을을 몰살할 준비를 다 세웠거늘.
실행은커녕 사람 한 명 죽여보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죽게 생긴 것이다.
거기까지 알 리가 없었던 나는 입으로는 웃되, 눈으로는 혐오스럽다는 감상을 숨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보통 마인은 특정 마물을 특수한 방법으로 가공한 혈청이나 그 외의 부산물들을 신체에 주입해서 탄생해. 그들 대부분은 생전 마물의 권능이나 특징을 인간 시절 때 단련한 기술들과 융합시켜서 다루지.”
사람마다 파장이 맞는 마물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8~10위계의 저위계 마물들과 파장이 잘 맞는 편이지만, 간혹 3위계나 4위계 같이 고위계의 마물들과 파장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강력한 마인이 되려는 것에 대한 반발 작용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리 쉽게 마인으로 영락하지 않지만.
간혹 외부 세력의 도움을 받으면 나약했던 일반인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강자로 거듭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십중팔구 범죄자가 되었었지.’
그녀는 높은 위계의 마물과 파장이 맞되, 완벽하게 맞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능력은 있으나, 힘은 부족한 어중간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내가 떠밀었다.
완전한 능력을 갖추도록.
그녀를 인간의 벽에서 완전히 떠밀어, 금수만도 못한, 가축만도 못한 쓰레기 같은 마인으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그 이유는 괜한 것이 아니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지극히 단순하다.
“네 욕망을 말해보렴.”
“내…… 욕망?”
“그래, 인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네가 이뤄내고자 하는 욕망 말이야.”
인간은 욕망을 갈구하는 족속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욕망이 있고, 언젠가 그 욕망을 이뤄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람들이 종종 헷갈리는 것이 있는데.
“너희 마인들은 무척이나 욕망에 솔직해. 인간보다도 말이지.”
“그, 그건 마기에 노출돼서……!”
“아하, 너를 전락시킨 장본인은 마인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없나 보네.”
마인은 욕망을 극대화한 족속이다.
그 결정체가 바로 마기이며, 마력에 욕망을 거듭해 훨씬 강력한 힘과 효율을 자랑하는 에너지의 극한이다.
그런 마기를 얻고 마인이 되기 위해서는, 저열하든 고귀하든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욕망이 필요하다.
그것을 파고들어 세력을 넓히는 것이 역겨운 마인이지.
참 쥐새끼보다도 더러운 번식으로 숫자를 늘리는 족속들이다.
그 외에도 마인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려줬다.
결국 요점은.
“네가 마인이 될 정도의 욕망을 이뤄줄게, 내 목표를 위해서. 그 대신 나는 네 능력과 최후에는 네 목까지 원한다는 소리지.”
“미친놈……!”
“나 원래 미친놈이야. 별 새삼스럽게.”
미친놈 취급은 옛날부터 익숙해서 그 정도로는 별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 어린 애들한테는 그렇게 친절했으면서, 역시 본성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구나. 과연 네 본성을 얘들한테 까발리면……!”
“해봐.”
“어떨 것 같…… 방금 뭐라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마지막 힘을 짜내든 뭘 하든 간에 할 수 있다면 해봐라.
나는 담담했다.
어차피 그녀가 이 몸 상태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애당초 나는 타인의 시선에 크게 연연하는 편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나 어린애들 안 좋아해. 오히려 질색하는 편이지.”
“뭐라고……? 내가 분명히 봤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나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것은 질색이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 중 일부가 바로 전쟁이나 어린아이다 보니, 나는 아이들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 말마따나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내 대답에 유마는 ‘그렇다면 내가 전해 보고 들은 것은 뭐지?’라는 의문을 품은 눈치였다.
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면 한두 개 정도는 있잖아?
당시에 나는 그저 아이에게 자상한 오빠의 가면을 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