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15화(11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15화
확장된 세계(5)
마음 같아서는 대화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녀를 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이곳에서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 나조차 예측할 수 없게 되었기에 힘을 보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버러지는 내게 협력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푹!
불꽃으로 이루어진 바늘이 살이 파고들어 유마를 자극했다.
“끄에에에에으읍!!”
비명을 지르나 그 소리는 이 공동에만 울릴 뿐.
밖으로 빠져나갈 일은 없었다.
그야말로 공허한 외침.
답해주는 이 한 명 없다.
슬슬 고문이 괴로웠는지, 그녀가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필사적으로 밝혔다.
“도, 도울게…… 시키는…… 대로 할 테니…… 까…….”
“됐어.”
이미 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불로 이뤄진 바늘이나 가시로 고문하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실상은 탐색이었다.
그녀의 반응과 불꽃의 가시와 연결된 마력의 깊이를 판단해서 신경이나 반응을 측정했다.
마인이 되면 신체의 장기가 변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기 때문이다.
─오호, 그건 어떻게 아는 거야?
‘뭐, 장기 말이야?’
─그래, 그거. 보통의 방법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을 텐데.
‘방법이야 하나밖에 없는 거 뻔히 알면서, 물어보네. 그야 당연히 해부했으니까 알고 있지.’
빙의하기 전 인류를 배신한 수많은 마인들은 상대하던 나날에 문득 깨달았다. 그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인에 대해 알아야 된다고.
그래서 마인 몇 마리를 잡아서 죽이고 해부해 봤다.
그런 경험이 수차례 쌓이고, 이윽고 마인이란 마인은 죄다 죽이다 보니 가시로 몇 번 찔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인 개개인의 상태 정도는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걱정하지 마.”
나는 마인에게 내 마력과 마법을 각인시켰다.
「파이로키네시스」의 중추를 이루는 간단한 [염동력]. 가시에 마력과 마법을 담아, 유마의 신경과 근육을 점하고 나를 위해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이제 그녀는 말조차 제대로 못하리라.
뭐, 사람들을 대거 죽이려다가, 사전에 검거된 마인치고는 심한 처사일 수도 있으나.
이면 세계를 공략해서 빠져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너를 죽여서 그 고통을 끝내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봐.
공허한 외침이 지하 공동에 울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무래도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뭐, 중요한 것은 녀석의 능력이니까.
별 상관은 없었다.
[뒤틀린 이면 세계의 ‘특이점’ 중 하나를 완벽히 배제하였습니다.] [남은 특이점 : 1/5] [특이점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이면 세계의 결말에 한 발자국 다가가셨습니다.] [진행률 : 9.3%]이거 봐.
나는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마인은 무덤 밑 공동에 묶어두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요즘 따라 피로가 많이 쌓인 건가.
마력을 순환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어느새 내 몸은 바닷속 깊은 곳으로 매몰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둥둥 가라앉으며 멍하니 관망했다.
“나쁘지 않은 책이네. 전체적인 모티브는 우리를 따온 거고?”
“그래, 괜찮지?”
관망하며 그리운 감정을 느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순간, 내가 보고 있던 것이 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입이 조물조물 움직인다.
분명 자의로 움직이는 근육이거늘.
뭐라고 말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귀에 들리지도, 머리에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저 대부분의 꿈이 그렇듯.
“푸하하! 그거 진담이야 네■ 할 ■■가 있■■? 진심이■■?”
“그래, ■■■■하는 거지. 괜찮지 ■■■?”
“하하…… 그러게. ■■■도 괜찮겠네. ■■■■ ■■겠다.”
제대로 들리지 않는 이야기.
이야기를 중간에 툭, 자르듯 어중간하게 끊은 상태에서 내 의식은 점점 현실로, 깊은 바다에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두둥실 부상했다. 이 모든 광경을 위에서 내려다본 순간.
본능적으로 깨어지는 꿈을 향해 손을 저었다.
뭔가.
뭔가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얘기가 저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검성의 느낌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 * *
순간 세상이 어지럽게 느껴졌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쪽잠을 잔 것 같은 불편함.
“설마…… 나 또 잠든 건가?”
무덤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유추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마모가 답했다.
─잠이라. 사실 잠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 고작 2분에서 3분가량 쓰러진 것이니까.
“……기면증(嗜眠症)인가?”
기면증,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에 드는 질환.
순간 기면증이 의심됐으나 내 평균 수면 시간을 헤아려 봤을 때, 기면증일 확률은 극히 낮았다.
─나와 함께한 몇 주간 잠 한 번 잔 적 없으면서 수면 시간은 무슨. 너보다 이미 죽은 내가 더 잘 잤을걸?
“어제 조금 잤잖아.”
─기껏 해봐야 3시간도 안 될 텐데?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해.”
월간마다 1시간에서 2시간.
그 정도가 내게 있어서 최적의 수면 시간이었다.
그러나 타마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진심이야? 하루도 아니고, 한 달에 2시간이 적당하다고?
“적당하진 않지. 나도 피로감은 느끼니까.”
마력을 가진 초인은 하루 이틀 밤새운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물론 초인이라도 잠을 너무 안 자면 죽지만, 마력이 방대한 나는 수면으로 회복할 수 있는 피로를 대량의 마력을 순환시키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체할 수 있다’는 수준이기에 한 달에 1시간 이상은 수면을 취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 부대, 더 나아가서는 병사 전원이 바짝 긴장하는 시간이기도 했지.’
당시 전쟁에서 나는 살아 있는 공성병기를 초월한, 핵탄두와 같았다.
내가 휩쓰는 전장에는 승리가 함께했으며 지능이 높은 고위계 마물들은, 유독 내가 있는 전장을 기피할 정도였다.
혼자서 전선 여러 개를 보좌할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내가 무방비한 상태가 된 그 몇 시간은 아군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실제로 그때 마물의 대군이 외곽에 습격해서는 수십만 단위의 희생자가 하루 만에 발생했다.
그런 나날의 습관들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한 달에 두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전날에 3시간에나 잤음에도, 또 쓰러지다니.
“……몸이 많이 안 좋은가.”
전과 다르게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나름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잠을 안 자는 게 말이 돼?
“아까 뭘 들은 거야. 한 달에…….”
─알아, 1시간에서 2시간만 잔다면서.
“잘 들었네. 그런데 뭐가 의문이지?”
─왜 그렇게 안 자나 싶어서. 굳이 꼭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
날카로운 질문.
이에 대해 답해주려면 필연적으로 빙의하기 전의 일에 대해 말해줘야 하고, 대답해 주기를 회피한다면 이런 사소한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며 날 의심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그녀에게 의심 거리를 하나 제공할 상황.
말해주기 싫어도, 뭐라 말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구미호는 다르다는 건가.’
이 상황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의도한 것이라면 과연 모든 여우의 대표격이라는 구미호의 시조다운 모습이다.
“…….”
─왜, 또 답을 못하겠어?
“아니,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서 말이야.”
나는 태연하게 ‘가면’을 썼다.
마법을 공부하고 숙달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조차 아끼려는 가면.
마침 매일 새벽에 마도서를 읽고, 훈련실에서 몇 번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이 있는 덕분에 가면은 내게 딱 들어맞았다.
“매일 밤에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래.”
─그러니까, 왜?
“마법과 주술을 완전히 체득하고, 보다 높고 고강한 경지에 오르고 싶거든. 너도 주술이라는 체계를 만들었으니 알 거 아니야. 원래 새벽에 공부가 더 잘 되는 거.”
새벽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잡다한 소음이 없어서 공부하기 딱 좋다.
그녀도 그 사실은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 의문점이 하나 남았다.
─뭐, 새벽에는 나도 주술을 편찬했으니 그렇다 치고. 굳이 낮에 할 생각은 없어? 밤에 못 자면 너도 힘들 거 아니야.
공감은 하되 의문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이 불가피하다. 그러니 아무리 공부가 잘되더라도 낮에 조금씩 분할하면 되지 않나?
그녀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건, 뭐라 할 말이 없네.’
대답하려고 한다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할 것이며, 타마모도 그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리라.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할 것인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가.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을 맺자.”
─음, 뭐라고 말했니? 잘 안 들리는걸?
“나와 계약을 맺자.”
반지로 맺어진 그녀와의 종속 계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개씩 주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언약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계약.
“종속, 사제, 군신. 이따위 상하 관계가 없는 지극히 수평적인 계약을 맺는 거 어때?”
─후후, 우린 이미 서로의 질문에 대답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로 했잖아. 그 정도면 수평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그 언약, 어차피 언령으로 묶이지도 않은 구두 계약에 불과하잖아.”
─그러면……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을까?
원하는 거?
당연히 있지.
나는 그녀에게 왼손의 약지를 내밀었다.
“「약지와 심장의 계약」. 우리 사이에 이 정도가 딱 좋지 않겠어?”
─!!!
“기원전에도 존재하던 녀석이니, 너도 알고 있겠지? 뭐, 이것만으로는 정 불안하다면 마나의 맹약도 맺도록 하자.”
─너…… 그 계약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꺼내는 거니?
깜짝 놀란 표정의 타마모가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너 따위가 감당할 수 있겠냐는 어조로 들린다.
“왼손 약지는 주술적인 개념으로 심장과 가까운 곳을 의미하지. 그런 의미에서 「약지와 심장의 계약」은…….”
─계약의 어긴 자의 약지를 도려내, 심장을 정지시키는 계약. 절대로 배반할 수 없는 절대의 계약으로 중요한 거래에서 종종 사용하던 녀석이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용케 알고 있네?
“강제력이 있는 계약만큼 다루기 쉬운 게 없어서 말이지.”
─그것참 낭만이 없는 이유네.
본래, 「약지와 심장의 계약」 백년해로의 언약만으로 주체할 수 없는 애정과 사랑을 과시하던 두 부부가 만들어낸 식이다.
분명 최초의 의도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의미에서였겠지만, 그 효능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서 주술이 사장된 천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사기에 등장한 기록이 존재한다.
또한 이 주술은 영혼만 남은 대상에게도 작용한다.
설령 언데드라는 형태로 부활했더라도, 계약의 대상자가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계약을 이행하고자 강제하는 무시무시한 주술이다.
그리고 이 주술의 사용에 대해.
─좋아. 그렇게 하자.
그녀는 긍정했다.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약지를 붉은 실로 연결했다. 사랑의 붉은 실이 아닌, 심장의 붉은 실.
“나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이끌어줄 스승을 원하고.”
─나는 호기심과 탐욕을 헤아려 줄 음유시인을 원하니.
서로가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나는 그녀의 주술 지식을.
그녀는 내 이야기를.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나와 타마모는 계약을 설계했다.
“동반자가 호기심을 채우고자 한다면 나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실만을 얘기할 것이며.”
─나는 그 대가로 그의 스승을 자처할 것이다. 반대로 음유시인이 내게 가르침을 요구한다면 거리낌 없이 천 년의 지식을 전부 가르칠 것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는 계약.
스윽, 내 왼손 약지와 그녀의 약지가 교차한다.
서로의 손가락에서 일렁거리는 새하얀 기운.
이것은 영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진원진기였다.
서로의 백(魄)으로부터 나오는 진원진기는 일종의 인장이 되어 이 계약을 불가침으로 화했다.
─나는 주술의 시조, 타마모와 무조를 비롯한 백 개의 이름과 신분을 보증 삼아 이 계약을 영원토록 수호하리라.
드디어 계약의 마지막 관문.
서로를 상징하는 신분과 이름을 내뱉어, 「약지와 심장의 계약」을 주술적인 의미로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내 차례가 오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
무슨 신분을 대야 하는 것이지?
내 이름은 백승우.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나.
얼굴과 체격도 판박이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나라는 사람의 신분을 증명해 줄 주변 사람들과 업적의 부재였다.
내 영혼은 어느 한 검사의 것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성격 더러운 망나니 가주이자 마법사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스스로의 신분을 뭐라고 자처해야 할까.
망나니 백승우?
천호백가 107대 가주, 백승우?
<마왕>의 제자, 백승우?
그것도 아니면 나인테일 길드의 별동 단장, 백승우인가?
─……어서 해.
내가 계속 가만히 있자, 보다 못한 타마모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래, 이제 와서 감춰봤자 무슨 상관이겠냐.
이렇게 된 이상 나와 그녀는 운명공동체가 됐는데.
“나는…… ‘염라’의 후계자이자, ‘성모’의 학생인…….”
슬쩍, 타마모를 쳐다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신분 설명에 당황한 듯 보였다. 하긴 그런가.
계약에 있어서 입에 담는 신분은 자신의 삶을 의미하는 짧은 문장이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주술의 시조’와 ‘백 개의 얼굴과 이름’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타인의 이름이나 이명이 튀어나올 일이 없다. 그러나 내 삶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저 두 분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이었다.
저 두 분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살아올 필요도 없었다.
“검성(劍聖), 백승우로서 약지와 심장을 걸고 영원토록 이 계약을 수호하겠다.”
검의 성인이자.
별의 검(劍星)이라는 뜻으로 내게 붙어진 별호이자 꼬리표.
그 말을 들은 순간 타마모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계약을 맺어서 진심으로 재미있겠다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나도 너랑 계약 맺어서 좋다, 인마.
물론 반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