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19화(11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19화
도시를 향해(4)
하루 만에 얼어붙은 산을 지났다.
다행히 눈보라가 불거나, 눈이 내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다들 벌벌 떨 정도로 추위가 심했다.
간혹 거센 바람에 모닥불이 꺼질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이거 나 없었으면 어쩌려고 그랬나 싶다.
불 한 번 꺼지면, 파이어 스틸을 챙겨온 것도 아니라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동사 확정이었다.
‘확실히 저 둘은 추위에 익숙해 보이네.’
하루 종일 갑주를 입은 채로 움직이며, 이 혹한의 추위에서 매일같이 살아가는 테르미야와 혹한 그 이상의 저온을 내뿜는 아이시스.
둘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저, 저게 러시아 사람들의 적응력인가? 대단한걸, 나도 이번 방학에 러시아로 가서 수련이나 할까.”
“아서라, 이지야. 러시아라고 다 아이시스 같은 애들만 있는 것 같니. 저런 애들은 극소수야.”
“내가 살아온 곳은 다들 이 정도 추위에는 적응할 수 있었어. 적응 못 하면 죽었으니까.”
“……선생님.”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방학에 러시아로 가서 강해져서 돌아와라. 대신 꼭 살아서 돌아오고.”
아이시스의 말에 이지는 결심했고.
나는 녀석의 등을 떠밀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의 불곰국은 내 생각보다 훨씬 거친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거치기에 아이시스와 같은 녀석이 탄생했단 말인가.
그 뒤로 우리는 이런저런 말을 하며, 도시를 향해 행군했다.
가장 고비였던 산을 어제 거의 다 넘어서 그런가. 숲을 건너기만 하면 되는 오늘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어제부터 마물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지?’
지난번에 아이시스가 잡은 뱅울프는 물론이고, 지난 이틀간 마을에 체류하면서 1,000마리나 죽일 동안에 나타났던 모든 종류의 마물이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씨가 마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학생들은 행군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괜히 힘 빼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내 눈으로 만든 지도에는 분명……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기저기에 마물의 둥지가 있었어.’
이상하다.
하지만 이 이상함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도시를 앞둔 마지막 야영에서 말했다.
“오늘 보초는 나 혼자서 설 테니까. 너희들은 가서 푹 자고 있어라.”
“선생님, 진짜로요?!”
“그래, 어차피 밤새우는 건 익숙해.”
원래도 큰 전투가 없는 이상, 보초는 내 역할이었다.
이 정도는 피곤한 축에 끼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학생들은 나를 걱정했다.
괜히 내가 희생하는 건 아니냐는 눈치로 쳐다보고 있는데.
다들 눈에 수척한 것이 오히려 너희들이 더 걱정된다.
“그래도 저희들이 각각 1시간씩 정도는 번갈아서……!”
“웃기지 말고 가서 자라. 내일이면 도시에 도착할 텐데, 가서 할 일 많을 거다. 너희들은 어서 체력이나 보존해 두렴.”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쌤, 잘 자요.”
“잘 자, 선생님.”
아이들은 금방에 텐트에 들어가고 잠에 들었다.
테르미야는 갑주를 벗고는, 마지막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자신의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여섯 명의 안정된 숨소리가 들리자 나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이로키네시스」
나는 불을 피웠다.
장작이 모자라거나, 금방이라도 불씨가 꺼질 것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그야 눈으로 가득한 산맥을 넘고 나니 이상하리만큼, 선선하고 시원해졌기 때문이다.
마치 산을 넘은 것만으로 기후가 다른 지역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조사해야겠어.
나는 불꽃으로 등불을 피워 앞길을 밝혔다.
그래도 불침번이니까, 곧장 이곳으로 날아올 수 있도록 구두에 내장된 「점멸」의 좌표를 이곳과 연결시켰다.
“이사벨이 없으니……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다르군.”
─도시에 있다고 생각해?
“거기에 있겠지.”
─도시에도 없으면?
없을 리가 없다.
산을 넘고 숲은 횡단하는 과정에서 내 「요마안」과 <천안통> 이 세상의 51.2%를 눈에 담았다.
이 근방의 생태계와 지리는 눈에 훤하다.
그럼에도 사람의 흔적.
특히 이사벨의 존재는 그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상당한 충격이나 피해를 입어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간 정황조차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선택지는 도시로밖에 좁혀지질 않는다.
그러나 도시에서도 둘을 찾을 수가 없다면.
“찾아야지. 어떻게든.”
─왜, 전 약혼녀에게 아직 감정이 남아서? 아니면 너를 좋아해 주는 학생에게 마음이 동해서? 둘 중 뭐야.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담.”
─길 가던 학생들이 널 두고 떠들더라고. 너도 분명 들었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어야지.”
그녀가 나를.
백승우라는 사람을 아직까지도 좋아해 주고 있다는 사실은 특유의 그 틱틱거리는 행동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난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눈치 없게 사는 게 편해서 눈을 돌리는 것뿐이지.
알 건 다 안다.
─그러면 받아줄 생각이야?
“음? 뭘?”
─고백 말이야.
“직접 고백한 것도 아닌데, 받긴 뭘 받아. 그거 자의식 과잉이다?”
좋아하는 마음 정도야 저 나이대면 누구나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나도 그랬고,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음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정리되게 마련이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던 나는 주변을 탐색했다.
스킬, 「요마안」과 <천안통>을 활용해 미리 알아본 마물의 둥지를 살펴봤는데, 최근 사흘 동안은 아무런 생명 활동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계속 둥지나 동굴을 탐색하다 보니 물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야생 동물들의 식수로 활용되기 좋은, 작은 계곡이 있었다.
─왜 그렇게 계곡을 빤히 쳐다봐. 목욕이라도 하려고?
“나쁘지 않네. 수질 조사와 물에 사는 생명체도 확인할 겸 씻으면 좋겠지.”
몸을 씻는 것 정도야 [클린] 마법을 활용하면 금방 쾌적해질 수 있지만, 목욕과는 결이 다르다.
훌렁훌렁 옷을 벗고는 가지런하게 개어서 풀밭 위에 올려놨다.
눈에 보이는 위치에 뒀으니 누가 훔쳐 가거나, 물어가도 쉽게 볼 수 있으리라.
─속옷은 안 벗어?
“그야 당연하지. 이 추레한 몸을 누구한테 보여준다고 속옷까지 벗겠어.“
─조금…… 아니, 많이 아쉽네.
“취향 한번 독특하기는.”
내 몸에 타마모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내 반응은 시큰둥했다.
얼굴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만, 몸은 아무리 봐도 못났기 때문이다.
많이 추한 생김새였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부스럭부스럭.
풀숲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눈 덮인 마을을 지나, 풀숲이 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보다도 이상한 것은 바람이 세게 불거나 주변에 동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풀숲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누구냐, 나와라.”
“!!!”
“안 나오면 이쪽에서 가고.”
뚜벅뚜벅.
나신을 숨기지 않고, 그쪽을 향하자 화들짝 놀랐는지 풀숲의 흔들림이 더 심해졌다.
결국 그 속에 숨었던 것이 나타나고.
곧장 야생의 마물이 나타났─.
“─아이시스?”
다……?
분명 전부 잠을 자는 호흡임을 듣고 나왔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를 내려다보는데, 반대로 아이시스는 멍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으, 저기……!”
수풀에서 튀어나온 아이시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예쁘다……!’
그의 나체는 조각상과 같았다.
다만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이곳저곳이 많이 상해서 보수가 절실한 절세의 조각상이었다.
이 정도면 피그말리온도 제 피조물을 버리고, 선생님에게 달라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음…….”
이럴 때는 어떻게 하더라?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머리가 분주하게 돌아갔다. 그때 머릿속에서 번쩍이는 기억.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을 만화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거기서 등장인물들이 전부.
“꺄아아아악, 변태……?”
이게 맞나.
싶은 바로 그때.
“미, 미안해요, 선생님!”
평소에 잘 사용하지도 않는 존댓말을 섞으며 사과한 아이시스의 모습에 어깨를 치켜세웠다. 딱히 사과할 필요가 있나?
오히려 징그럽다고 생각해도 모자랄 판이다.
몸 곳곳에 가득한 상흔과 흉터.
손을 비롯한 곳곳에 흉측하게 번진 화상 자국.
차마 사람의 피부라고 보기에 힘든 것이 내 몸의 실황이다.
그나마 얼굴은 내가 필사적으로 사수해서 망정이지.
몸은 개판이 났다.
‘그래도 전에 비하면 지금이 나은 편이지만.’
─방금 그 생각 진심이야?
‘응, 지금은 그나마 많이 괜찮은 거야. 예전에는 얼굴은 어떻게든 지켰지만, 몸은 셀 수 없이 많은 전투와 수술로 보기 역할 정도였거든.‘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나는 정장처럼 노출의 가능성이 1도 없는 옷을 좋아한다.
갑옷이나 제복도 나쁘지 않지.
─네가 말하는 옛날이라.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도 한 번쯤 눈으로 보고 싶네.
‘그렇게 궁금하면 물어보면 그만이잖아?’
─후후, 그 부분은 내가 직접 물어보면 재미없을 것 같거든. 네가 직접 얘기할 그 순간을 기다릴 거야.
이상한 고집.
어지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내가 그 시절에 대해 발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딱히 미안할 것까지는 없는데, 내일은 도시에 도착하니까. 어서 가서 자야지?”
“아니, 그…… 으, 응 그렇지?“
“어서 친구들 곁에 가서 마저 잠들렴. 나는 조사할 게 있으니까. 마저 조사하고 가려고.”
“그, 그…… 불침번은 안 서? 모닥불 앞에 아무도 없던데?”
그 질문에 나는 손에 새긴 진을 보여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진이 조금씩 지워지는 일종의 문신형 방범 장치.
이 또한 주술의 일종으로 어지간한 마법사가 아닌 이상 감지해 낼 수 없는 은밀한 술식이다.
“이 문양이 사라지는 순서와 방향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
“아…… 그렇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안 자?”
“나는 수면이 크게 필요 없어. 밤을 새운 경험도 많고, 경지의 덕분도 있고, 체질적으로 잠에 잘 빠지지 않는 편이거든.”
다 거짓말이다.
밤을 새운 경험이 많다?
어지간한 날이 아니면 잠은커녕 간단한 휴식조차 취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구미호의 육체는 그걸 가능케 해줬으니까.
경지의 덕분?
경지가 높아질수록 피로 회복의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어도, 그게 수면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체질?
이게 제일 헛소리다.
하루 종일 행군을 하고 체질적으로 잠에 잘 빠지지 않는다고, 밤새 불침번을 서겠다는 손을 드는 놈은 뱀파이어밖에 없다.
‘아, 체질은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네.’
칭호, 「뱀파이어의 후계자」.
흡혈귀의 능력을 일부 가진 나는 어떤 면에서는, 체질적으로 밤에 잠을 취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었다.
사실 낮에도 매일 같이 일을 하니 신빙성 있는 논리는 아니지만, 뭐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난 괜찮으니 어서 가서 자렴.”
“나도 러시아에서는 잠을 잘 안 잤어. 그러니까 괜찮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되지 않겠어? 시험, 잘 봐야지.”
마치 동생을 돌보는 감각으로 어서 자러 가라며 머리를 쓰다듬는데 어째 표정이 이상하다?
‘왜 다든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얼굴을 붉히는 거지?’
손에 열이 많아서 그런가.
그거야 「태양절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저…… 그…… 서, 선생님.”
“왜?”
“모, 몸이 정말 예뻐……!”
“응……?”
갑자기 여기서 감상평을 토로한다고?
무슨 예술 작품을 보는 것도 아니고.
너무 뜬금없어서 순간 당황했다.
참 이상한 놈이네.
‘아, 얘뿐만이 아니지.’
내 학생들은 전원 어딘가 이상한 면이 있었다.
소설 속 인물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전부터 종종 생각해 왔지만 진지하게 강아지가 주인을 닮듯, 이놈들도 선생인 나를 닮은 건지도 모르겠다.
“저, 정말 내 취향이긴 한데…… 그 혹시……?”
“혹시?”
“바지만 좀 입어줄 순 없을까? 어, 얼굴을 못 들겠어.”
“……아하.”
내 시선이 하반신을 향했다.
나 지금 슈퍼맨이었구나.
까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