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2화(1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2화
첫 번째 에피소드(2)
“야, 이번 수행평가 어떡하냐? 일주일 동안 6개가 겹치는 거 실화냐.”
“어쩌긴 뭘 어째. 전부 다 해야지.”
“솔직히 주요 과목만 해도 취업하는 데는 문제 없지 않을까?”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학생들.
아직 풋풋한 것을 보아하니, 1학년 신입생임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수행평가 때문에 모인 그룹으로, 친분을 쌓기 위해 함께 다니고 있었다.
“다들 지랄하고 있네. 아직 시험 범위도 안 밝혀졌는데, 그냥 공부하면 될 것을.”
“아, 맞다. 이번에 2학년들, 중간고사 보러 무인도 갔잖아. 6박 7일이라던데.”
그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학업 관련이었다.
물론 칠성 아카데미인 대화의 스케일이 컸다.
“진짜로? 그거 찌라시 아니었어? 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거 사실이라더라. 어제 교수님이 강의하면서 넌지시 알려줬어. 오늘부터 2학년들 없으니까, 사고 치고 다니지 말라고.”
“아, 어제 3학년들도 학회나 길드 연수 때문에 많이들 갔다면서. 이거 완전 우리들 세상이네.”
얘기하다 보니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2, 3학년이 동시에 외부 활동이라니. 그렇게 되면 아카데미에는 1학년만 남게 되는데, 여태껏 아카데미 역사상 이런 적이 있었던가.
보통의 어른이라면 의심을 가져 볼지도 모르는 기묘한 상황.
그러나 한창때의 아이들 눈에는 1학년만 부지에 남는 것이 들어왔다.
평소에는 선배들 눈치가 보여서 갈 수 없던 곳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이들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우리 3학년 부지 가 볼래? 거기 시설 엄청 잘 돼 있다며.”
“2학년 강의실에는 마력 방벽도 설치되어 있다던데. 거기도 한번 가 보자!”
“하, 진짜 이런 어린애들을 봤나.”
그 와중에 한 남학생이 코웃음을 쳤다.
안경을 낀 학생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너희 아카데미 부지가 얼마나 넓은지 알아?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다니다간 지쳐 쓰러질 거라고.”
“그, 그렇다고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 2, 3학년이 없을 때가 아니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고.”
“맞아. 이번 기회에 눈치 보여서 못 가 본 구역에 가 보고 싶단 말이지.”
“그래서 미리 준비했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들어 올린 남학생.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칠성 아카데미를 드론으로 관측한 사진이다.
“이거 지도 아니야? 이 정도는 우리도 핸드폰에 가지고 있다고.”
“흐흐, 한번 자세히 봐봐.”
“뭐라고? 이거 누가 봐도 평범한 지도잖아…….”
“얘들아! 여기 작은 선이 그어져 있어!”
“선……?”
한 여학생의 외침에 모두가 인상을 썼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붉은 실선이 여기저기 그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선은 10개의 장소를 차례로 잇고 있었다.
하나같이 SNS나 뉴스에 나왔던 적 있는 명소였다. 그제야 붉은 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구경하러 갈 순서였다.
여기저기 쏘다니다 보면 동선이 꼬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마련이니까 미리 그어둔 선이었다.
“오, 센스 넘치는데? 의외다.”
“말 재수 없게 하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준비성이 있었을 줄이야.”
“야 이 새끼들아, 다 들리거든?”
“그럼 여기 그어둔 순서대로 출발해 볼까!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2학년 강의실이네.”
그들은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2학년 강의실에 몰래 들어가거나, SNS에 소개된 유명한 구멍가게도 구경했다.
배가 고플 때는 3학년들의 명소라고 알려진 분식집에서 한 끼를 해결했다.
찰칵!
여학생이 일련의 과정들을 찍고는 SNS에 올렸다.
옆에서 걷는 남학생이 그녀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는, 지독한 SNS 중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계획했던 장소도 전부 갔으니, 슬슬 저녁을 먹을 차례였다. 아카데미 부지는 워낙 넓다 보니,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있었다.
“든든하게 국밥 어때. 요 근처에 맛집 하나 있다던데.”
“아저씨같이 국밥이 뭐야.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가자? 응?”
“난 치킨도 괜찮을 것 같은데. 카일 너는 어때?”
사람이 많다 보니 의견이 분분했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가는 와중, 치킨을 건의했던 소년이 말을 건넸다.
“어, 나……?”
“그래 너 말이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을 거 아니야.”
“야, 카일! 너도 하나 말해봐. 국밥 어떠냐? 좋지!”
친구들의 말에 카일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불편했다. 카일은 사람과의 교류를 어려워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조별 과제 하다가 끌려온 것이다.
대답하기 귀찮지만 말해야겠지. 그는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말했다.
“글쎄다. 음…… 나는 장어……?”
“…….”
“……어. 그래 장어라…….”
뭔가 난감한 분위기의 학생들.
카일은 그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장어덮밥이 먹고 싶다고 말하려던 순간.
──쿵!
땅바닥이 울렸다.
지진은 아니었다. 지진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듯한──.
“─야, 얘들아 저기 봐봐.”
“갑자기 왜? 너도 국밥의 매력을 깨달은 거냐…….”
“……저게 뭐야?!”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의 냄새를 맡았는지, 붉은 동공을 히죽이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여학생은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핸드폰은 그대로 망가졌다.
* * *
마물의 습격은 갑작스러웠다.
여느 때와 같던 저녁녘. 붉은 석양이 수평선을 붉게 비출 때, 아카데미는 새빨간 선혈로 물들기 시작했다.
“도망쳐!!”
“기숙사랑 구내식당에 있는 애들은 전부 나와! 강당 지하에 대피소가 있어!”
“교수! 교수님들은 어디 있어?!”
“어, 엄마! 사, 살려줘……!!”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속에는 이질적인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케르르륵.
인간의 성대로는 낼 수 없는 기괴한 소리.
사족보행을 하며, 재빠르게 달리던 무언가가 남학생의 허리춤을 낚아챘다. 검은 털에 새끼 코끼리만 한 몸채를 가진 짐승.
그것은 거대한 아가리에 학생의 하반신을 쑤셔 넣었다.
그대로 힘을 줘서 치악력으로 물어 죽이려던 순간. 날카로운 창 한 자루가 날라와 마물의 턱 근육을 헤집었다.
강력한 투창이었다.
투창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인 신영은 아가리에 걸려 있던 학생을 땅바닥에 던졌다. 온몸에 침 비린내로 가득한 학생은 멍한 표정으로 위로 올려다봤다.
“아…….”
콰드득!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이 창을 휘둘렀다.
관절을 사정이 없이 난도질하던 그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죽어.”
그러자 그 말이 언령이라도 되는 듯 쓰러지는 마물.
녀석이 피범벅이 되어 혓바닥을 길게 늘어뜨렸다. 호흡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하니, 분명히 죽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학생이 힘겹게 일어나며 외쳤다.
“너도 어서 도망쳐! 대피소에는 강력한 방호 마법이 걸려 있어!!”
여학생이 고개를 도리질했다.
그녀는 창을 크게 휘둘러, 날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아직이야.”
아직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이지?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지금 같은 시국에서는 1분 1초가 중요하다.
남학생이 어떻게든 그녀의 손을 붙잡고 도망치려는 순간.
콰직──!
기다란 창날이 교수대처럼 마물의 목을 노렸다.
반월을 그린 창격에 거대한 대가리가 뎅겅 날아갔다.
그 순간 녀석의 안면 조직이 꿈틀거렸다. 사후경직처럼 딱딱한 움직임이 아니다.
방금까지 마물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다.
“……대체 무슨?”
남학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 감탄하다 못해 경악했다.
도대체 눈앞의 소녀는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아카데미에 남아 있다는 것은 자신과 같은 1학년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을 다루는 실력이며, 마물이 죽은 척을 하는 걸 간파한 모습은 도저히 또래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내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팍을 향했다.
그곳에는 그녀의 명찰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름을 확인한 순간, 남학생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름 하나로 모든 아귀가 들어맞았다.
“서예린…….”
입학했던 첫날, 아카데미에는 한 가지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하이랭커, 신창의 손녀가 칠성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소문이었다.
당시에는 꽤나 큰 화제여서, 반 아이들이 며칠 동안 소문의 주인공을 찾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1학년 2,000명 중 누군가를 추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금방 포기했다.
소문은 뜬소문이 되었고, 카더라로 남게 되었다.
그 또한 당연히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 유려한 창 실력이며, 마물의 생사를 단번에 파악하는 관찰력을 보면 자연스레 소문이 떠올랐다.
그때 서예린이 남학생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예? 아, 그래. 괜찮아.”
“그래, 그럼 됐어.”
다친 곳이 없으면 됐다.
서예린은 남학생을 훑어보더니 곧장 저편으로 달려갔다.
대피소가 있는 강당과는 정반대. 2, 3학년의 강의실과 기숙사가 있는 위치였다.
남학생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차마 대피하자는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 서려 있는 결의는 말 한마디로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한편 서예린은 전속력으로 달리며, 왼손으로 핸드폰을 조작했다.
핸드폰 화면에 비치는 것은 알록달록한 색상의 SNS였다. 묵묵한 성격상 SNS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절친한 친구는 SNS 중독자였다.
서예린은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youra01] [지금 교수님이랑 선배님들 없는 틈 타서, 아카데미 탐방 중 ㅎㅎ. 지금 조별 과제 애들이랑 같이 다니는 있음. 좀 이따 3학년 강의실 근처에서 밥 먹을 예정.] [#몰래 #다니는 중 #관광 #칠성 아카데미] [좋아요 470개]“왜 그런 곳에 가서는……!”
답답하고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다른 학년의 강의실이나 식당에 놀러 간단 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비상사태에!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칠성 아카데미의 최고 전력인 교수들은 전부 외부 활동으로 부지 내에 없다. 베테랑 경비원들도 실적을 위해서, 교수들을 뒤따라 갔다.
그래도 그 정도였으면 다행이었겠지.
교수들 다음가는 실력자인 3학년들이 알아서 해결해 줬을 테니까.
그러나 3학년들은 길드 연수 때문에 대부분 자리를 비웠다. 몇몇은 아카데미에 남아 있지만, 10명도 채 되지 않는 숫자로 위기를 타파하기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2학년도 없는 상황이다.
2학년은 전원 중간고사를 위해서 무인도로 떠났다.
칠성 아카데미에 남은 것은 오직 1학년뿐. 그것도 제대로 된 수업이나 훈련도 받지 않은 신입생들이다.
“최악이야.”
그나마 경비원들과 자리를 지키고 있던 조교들이 있지만, 글쎄. 그들로 아카데미 부지 전체를 수호할 수 있을까?
무의미한 질문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불가능하다.
아카데미 부지는 넓다. 어지간한 대학교들의 크기를 넘어서, 소도시와 비견될 정도다.
조교와 경비원의 숫자로 이 넓은 땅을 커버할 수는 없다.
당연히 사수할 거점을 정할 것이다. 높은 확률로 1학년 기숙사와 강의실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유라는 고립되고 말아……!’
차마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나가는 1학년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자, 십중팔구는 거절하거나 짐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경비원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먼 거리에 있어서 생사를 확신할 수도 없는 소수의 학생들보다, 당장 인근의 기숙사를 확보하면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나밖에 없어!’
순간적으로 조바심이 들었다.
서예린은 타오르는 심정은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진정하자, 언제나 위기는 예기치 못할 때 찾아오는 법이야. 내가 어째서 매일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창을 휘둘렀는데.
그녀는 필사적으로 명경지수를 유지했다.
그동안 몇 시간 동안 창만 고요히 휘두르며 터득한 심신 안정의 기술이었다. 서예린의 뇌리에 그동안 했던 훈련이 스쳤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해왔는데.”
그동안 해왔던 훈련들을 곱씹으며 최대한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바로 그때 이틀 전의 사건이 떠오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기생오라비 같은 조교와 엇갈리고, 바닥이 폭발해서 비싼 교복을 버렸던 날.
그날의 충격 때문에 그녀의 움직임에는 순간적인 빈틈이 드러났다.
그리고 한 마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은밀한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서예린의 빈틈만을 노린 녀석이었다.
찰싹!
기다란 꼬리가 채찍처럼 그녀의 다리를 노렸다.
피하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넘어졌고, 그 위로 마물이 올라탔다.
캬아아악, 아가리를 벌리며 서예린을 삼키려는 마물.
그녀는 손에 들린 창으로 마물의 입을 밀어냈지만, 녀석은 서예린의 몸 위에 올라탄 상황.
“크으윽!”
입에서 고통 어린 신음이 나왔다.
날렵한 꼬리에 다리를 맞고, 바닥에 구른 탓에 발목이 꺾였다.
설상가상으로 마물은 쓰러진 그녀에게 올라탔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창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지만.
‘자세가 안 좋아……!’
가뜩이나 구른 탓에 몸도 자세도 못 잡았는데, 위치도 안 좋았다.
이대로 힘 싸움을 이어나갔다가는 서예린의 패배가 자명하다. 그녀는 어떻게든 방안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생선 형태의 마물로 보이는 녀석의 비린내 때문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어? 몸에 힘이 점점 안 들어가.’
비린내를 맡을수록 창을 잡는 힘이 점점 빠졌다.
아무래도 녀석의 비린내는 마비 계열의 능력인 모양이다. 당황한 서예린은 발버둥 쳤지만, 녀석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서예린이 필사의 각오를 다지는 바로 그때.
화르륵.
마물의 뒤로 거대한 불꽃이 다가왔다.
불이 일렁거려 확실치 않았지만, 그것은 손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거대한 불꽃의 손은 마물을 과즙을 쥐어짜듯이 비틀었다.
넘실대는 화염은 녀석의 살점을 익혔고, 그 살점은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흰 살 생선이었네.
갑작스러운 제삼자의 개입에 서예린은 멍하니 있었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한 사내가 달려왔다. 고개를 올려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서예린은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당신이 왜……?”
서예린은 멍하니 위를 올려다봤다.
방금 전 자신이 구한 소년과 똑같은 구도. 그러나 관계는 역전되었다.
이번에는 한 사내가 그를 구했으니까.
마물처럼 붉으나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여우처럼 복슬복슬한 꼬리와 귀.
남화연의 신입 조교, 승우가 거기 있었다.
“……글쎄다.”
그는 저질렀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