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20화(12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20화
도시를 향해(5)
옷을 단단히 챙겨 입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자, 다 입었다.”
너무나도 태연한 눈치에 아이시스가 놀랐다.
“서, 선생님 안 부끄러워?“
“딱히? 알몸이었던 것도 아니고, 알몸이어도 부끄럽지는 않았을걸.”
내 나신을 드러냄에 창피함은 없다.
알몸에 신문이나 뉴스를 타고 전 세계 퍼진다면 모를까.
이 정도는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어릴 적에는 이보다도 부끄러운 일을 몇 차례 겪다 보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다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대신 죄책감을 느꼈다.
“그…… 부끄럽다기보다는, 오히려 흉측한 꼴을 보인 건 아닐까 싶거든.”
“아까 그 흉터?”
“솔직히 남들에게 보여도 괜찮을 수준이 아니잖니.”
“그건 그래.”
뭐 칼자국 하나 정도야 흉터보다는 훈장으로 볼 수도 있었고.
실제로 그 정도는 훈장으로 여기는 애들을 여럿 봤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이토록 다양하고 빼곡한 흉터는 없을 것이다.
“화상, 자상 따위로 가득한 흉상을 보고는 대체 누가 좋아하겠어. 안 그래?“
내 몸이지만 솔직히 토악질해도 인정이다.
나야 비위가 워낙 강하지만, 상처와 흉터로 가득한 몸이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니까.
“이래서야, 이 몸으로 결혼은 가능한가 싶단 말이지.”
“그건 걱정 없을걸.”
너스레를 떠는 말투에 아이시스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선생님은 아름답다고. 그건 그 흉터를 본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어.”
“진짜로?”
“응, 진짜로.”
특이한 취향이네.
어지간한 사람은 뒷걸음질 칠 정도로 망가진 몸에 매력을 느끼다니.
혹시 그동안 내 곁에서 공부하며 「매혹」이나 「경국지색」에 많이 노출된 것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꽤나 독특한 취향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칭찬은 칭찬이니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 여자애들이라면 분명 이런 몸은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내 눈에는 정말 아름다워 보이니까.”
정말 진심인 것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앞으로는 시스라고 불러줘.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그래, 시스. 립서비스도 고마운데, 가르침이라도 줄까? 최근 일주일 동안 생존 지식을 가르쳐 준다고, 수업도 제대로 못해줬잖니.”
“정말? 그러면 나 상급 마법 좀 부탁해도 될까?”
“상급 마법? 중급도 겨우 익히고 있는 녀석이, 상급 마법은 배워서 어쩌려고.”
뭐 좀 가르쳐 준다고 말하자 대답이 곧바로 날아온다.
이거 방금 한 말도 이걸 위한 거였나?
대단하네, 완벽히 속을 뻔했다.
“그야 더 강해지려고.”
“너 그거 시기상조인 거 알지? 그동안 내가 상급 마법을 쓴 거 본 적 있어?”
“아니.”
“그게 왜인 것 같아?”
고개를 젓는 아이시스의 모습.
하긴 그걸 알면 네가 상급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겠어.
“보통의 상급 마법사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상급 마법에 손을 갖다 대지만 실상 그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초급, 하급, 중급부터는 노력만으로 충분하지만, 상급부터는 재능과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힘들다.
“왜?”
“준비 없이 익히면,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마련이니까.”
상급 마법을 익히기 전에, 그 받침이 되는 중급 마법을 완벽히 익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실뜨기로 비유하면 바늘과 실을 준비한 것에 불과한 수준이랄까.
하나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뭐 할 수 있으면 곧바로 해도 상관없다.
대신.
“실을 한 번 잘못 꿰면 그걸 되돌릴 방법도 상정해야 되는 법이지.”
상급 마법을 익히기 전에 해둬야 할 준비.
실뜨기로 따지면 엉킨 실을 자르고, 다시 꿸 수 있도록 해주는 가위의 존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비유와 다르게 상급 마법의 준비조차 너무 힘들어서, 그 과정만 따져도 상당한 중노동이다. 그래서 내게 <마왕>이라는 최고의 교보재를 얻었음에도 함부로 상급 마법에 도전하지 않는 거다.
“상급 마법은 네 전문 분야를 공부한 다음, 나중에 알려줄 테니 오늘은 다른 걸 물어보렴.”
“그러면 선생님의 특기 분야가 뭐야?”
특기 분야라.
마법의 학파나 속성을 물어보는 건가.
“내 특기 분야? 글쎄 굳이 따지자면 [화염 마법]이겠지.”
“그것 말고는 없어?”
내가 「태양절맥」을 앓는 이상, 화염은 내 동반자나 다름없다.
그래도 그 외의 것까지 따진다면.
“음…… [언령]과 [부여 마법] 그리고 [주술] 정도겠지.”
배움의 깊이를 운운한다면, 제일 깊은 것은 화염 마법을 필두로 하는 원소 계열의 마법이다.
그다음으로는 매일 타마모에게 배우는 시조의 주술.
언령은 아직 제대로 된 현상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만, 시동어라는 하위 분야로 조금이나마 다루고 있다. 물론 그것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부여 마법은 옷과 장비에 술식을 새길 수 있을 정도로만 배웠을 뿐.
그 이상 탐구하지는 않았다.
다른 분야와 학파에 대한 것들도 「마도성」의 재능으로,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지식은 어디까지나 지식.
체화하지는 못했다.
“주술! 그, 혹시 나도 그거 배울 수 있을까……?”
“상급 마법 대신에? 차라리 그편이 낫지. 주술이라고 전부 어려운 건 아니니까.”
“정말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적성은 분명히 있다.”
“정말로……? 나한테 주술에 대한 적성이 있어?”
“그 장갑을 능히 다루는 게 증거지.”
신부가 착용할 법한 검은 프릴 장갑.
그 속에 깃든 것은 한에 맺힌 저주.
그리고 저주는 결국 주술의 일종이다.
오뉴월에 서리를 맺게 하는 한을 다룰 줄 안다면, 다른 계통의 주술은 몰라도 저주에는 분명히 재능이 있다.
그래도 이 새벽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주술은 시간 관계상 최대 2개뿐.
심지어 쉬운 주술뿐이었다.
나도 주술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
간단하게 「염화(念話)의 술」과 빙결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간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풍한설의 지대」를 가르쳤다.
전자야 숙련도 차이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지만, 후자는 나도 이론상으로밖에 배우지 않았는데 그걸 반나절은커녕 한 시간 만에 익혔다.
아직 체화하진 않았지만, 시간만 지나면 충분히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래서 재능 충이란.
* * *
아이시스를 가볍게 가르쳐 준 후.
홀로 모닥불 앞에 앉은 나는 공책에 적어둔 지난날의 정보들.
아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정보에, 고문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더했다.
─너 용병단의 단원이구나.
─하하…… 그걸 이제 알았어, 단장? 아, 표현이 잘못됐구나. 당신은 ‘단장’이 아니니까 말이야.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처음부터. 단장은 당신처럼 강하지도 않고, 짐승의 꼬리나 귀도 없었어. 순결한 인간이었지.
유마라는 이름의 마인은 생각보다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었다.
내가 ‘단장’이되 단장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무덤 밑 공동에 갇히는 그 순간까지도, 내게 단 한 번도 단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일기장. 누구 건지 알고 있는가?
─내, 내놔! 내 일기장 내놔!!
─킁킁, 냄새가 흡사하길래 혹시나 했지만, 용케도 내 제자의 마수에서 살아남았군.
─제자? 살아남아? 하, 하하……. 지랄하지 마! 당신 눈에는 이게 산 걸로 보여?
─아니, 그 추한 마기에 잠식되어 벌레보다 하등한 생명체로 전락하는 것은 차마 삶이라 주장하기에는 끔찍하지.
신랄하기 그지없는 비판.
그 사실에 유마는 상대의 성향을 조금이나마 알아냈다.
─당신 마인이 싫지?
─정확하게는, 마인과 마물을 통틀어 마기에 물든 생명체를 전반적으로 혐오한다.
마(魔)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
그 감정은 눈과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며, 그가 얼마나 마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광기에 물든 눈동자였다.
─내가 보기에는 혐오하는 수준이 도를 넘어, 배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리고 유마는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어차피 살 가망은 없겠다.
그녀가 몸담았던 단체도.
사랑했던 ‘단장’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막 나가기로 결심했다.
고문도 서슴지 않은 나는 그제야 그녀를 마인으로 만든 배후와 용병단이 마을을 습격한 이유를 알아냈다.
─끄으…… 죽여…… 줘. 차라리 죽여……!
─아직 너는 죽을 수 없어. 대신 마지막 검토 한 번만 해주면, 의식은 죽여주지.
─의…… 식?
─그래, 몸은 살아 있되, 머리는 죽은 식물인간처럼 너는 더 이상 아무 고통도 느끼지 않아도 돼.
─미, 미친 새끼…….
─새삼스럽게시리.
여성의 몸을 하고 있더라도, 대상이 마인이라면 고문에 한치의 주저도 없었다.
전쟁터에서 대(對) 마물 용 고문 방식을 튼튼하고 질긴 마인에게 그대로 도입하자 초반에는 나름대로 잘 버텼다.
보통 인간들은 시작한 지 1분 만에 생사의 문턱을 넘던데.
역시 인간을 포기한 잡것이라서 그런가.
나름대로는 분투했지만, 천천히 강도를 높이자 망가진 장난감처럼 의식이 무너졌다.
─망가졌네.
─…….
─그래도 뭐 정보 제공을 확실히 해줬으니까.
툭툭, 그녀의 심장 부근을 건드렸다.
그러자 술식 하나가 새겨졌다.
─아직은 네 감각이 필요할 일이 있으니 죽여줄 순 없어. 대신 정보 제공을 해준 대가로, 거사가 끝나면 확실히 죽여줄게.
섬뜩하기 그지없는 대가.
그러나 1,000년 전 사람인 타마모로서는 아무런 특이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 또한 그의 사고와 행동에 동의했으니까.
그나마 부정하는 게 있다면.
─고문하는 방식이 너무 가혹하지 않아?
─딱히 인권을 유린할 것도 아니고. 정보만 빼내기 위해 압도적인 고통을 줬을 뿐이야.
내가 뭐 수치심을 준 것도 아니고 말이지.
듣다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인 타마모는 인형처럼 늘어진 마인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 *
현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세의 향토.
그 문화가 잘 드러나는 프런티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세 유럽 하면 떠올릴 법한 도시였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신기하다는 감정에 빠져야 정상이지만.
여기 신기하다는 감상이 아닌 향수(鄕愁)를 느끼는 여인이 있었다.
“아…… 오랜만에 밟아보는 고향과 같은 땅. 정말 그립네요.”
“음? 제가 알기로는 공작님의 고향은 눈이 내리지 않는 따스한 남부가 아니었던가요?”
“인간, 넌 조금 닥치고 있어라. 저년은 생전에 자기가 진짜로 중세의 영주였다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괜한 말로 건드리면 귀찮아진다.”
아하, 시몬은 손뼉을 쳤다.
왜 공작(孔雀)께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달은 것이다.
“공작이시여. 이 땅의 미개한 인류를 계몽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인류의 계몽.
단어 선택이 자극적이지만, 이 이상 그녀의 속내를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은 없었다. 그 증명으로 그녀는 고개를 시몬 쪽으로 돌리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지금 당장에라도 미개한 인간에게 제 지식을 나눠주고 싶군요. 사람을 현혹하고 몰아세우는 모략을 가르쳐 주고 싶답니다, 시몬!”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미모 후작이시여.”
“후작이라뇨. 설마 저를 부르신 건가요?”
“물론이죠. 당신 외의 후작이 이 자리에 어디 있겠습니까.”
자작 위(位)에 앉았음에도 후작이라 호칭했다.
그것은 아부 따위가 아니다.
미모 후작, 크고 아름다운 새 부리의 그녀는 귀족들 간의 서열에서만 후작일 뿐.
귀족들이 무인도에 봉인되지 않고, 한창 인간들을 가축처럼 여기던 시절에는 소꿉놀이를 즐기듯 뜻이 맞는 귀족들과 함께 인간들 위에 후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바로 섰다.
쉽게 말해 마인들 사이에서는 자작, 인간들 위에서는 후작이라는 작위로 군림했다는 뜻이다.
그녀는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미모 후작이라는 수식어에 흡족하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새의 가면의 뒤집어썼기에 맨얼굴이 보이질 않아, 감정을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겠다만.
시몬이 보기에 지금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기괴하게.
“후…… 후후…… 키히히히……!!!”
“아주 좋아하시네요.”
“네 눈에는 저게 좋아하는 꼴로 보이냐?”
“예, 본성을 드러내실 정도로 기뻐하고 계시니까요. 아무래도 어제 죽어가던 시체에게 권능을 하사하신 이후로 교육열에 불타오르고 계신 것 같거든요.”
시몬은 그리 말하며 제 옷을 단정히 했다.
<마교 숭배자>라는 이명답게 종교인 특유의 너풀거리는 천을 정리한 그는 두 분의 귀족의 앞에 서서 거대한 성의 높은 곳을 향했다.
“걱정 마시죠.”
덜컥, 문이 열렸다.
화려한 장식의 문은 이 너머로 높으신 분이 기거하신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사치의 상징.
사치……. 사치 좋지.
하지만 스스로를 지킬 힘없는 사치는 병신의 증명이다. 나 돈 많으니 어서 약탈해 주십시오. 광고하고 있는 꼴과 다름없었다.
“너, 너희는 누구냐?!”
“그리 박대하지 마시죠. 저희는 자작님을 도우러 왔으니까요.”
마침 이 세계에 그녀의 계몽에 동감하는 인물이 있었으니까.
쿠구궁, 거대한 문이 서서히 닫히며 이내 광기와 비명으로 만연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푸하하!
방금의 비명과 도저히 매치할 수 없는 호탕한 웃음이 여럿 섞이며 사방에 울려 퍼졌다.
물론 그걸 들을 사람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어차피 이면 세계의 결말은 멸망.”
끔찍한 멸망이든, 안락한 멸망이든 모두에게 공평한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니…… 과정 정도는 달라져도 되잖아?
공허한 질문.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속내로 내뱉은 말은, 그 침묵이 곧 저들의 미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고요히 시몬의 안광 위로 내려앉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