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22화(12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22화
도시와 부랑자(2)
천안통.
이것은 인간 불신의 눈이다.
상대의 속마음을 읽을 수는 없어도, 상대의 감정과 정보를 육안으로 통찰하는 것은 가능하기에, 나는 이 눈으로 하여금 그 누구도 함부로 속단하고 신뢰할 수 없다.
의심만이 내가 이 눈으로 쟁취한 풍경이다.
‘정보가 너무 편향적이라 함부로 신뢰할 수는 없다.’
상대가 감춘 것을 몰래 들추는 눈.
이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며, 타인의 감정과 정보를 읽을 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내게 이토록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정보는 끊임없는 불신과 의심만을 안겨준다.
남들이 보기에는 썩 끔찍한 권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퍽이나 유용한 권능이었다.
‘의심은 인간 모두가 응당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
세상에 함부로 단정 짓고, 함부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쌓아 올린 모든 인간관계와 그에 따른 부산물들은 의심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그러니 의심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
이 눈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내게 제공하기에, 모든 순간순간을 의심케 만드는 이 권능은 내게 너무나도 유용했다.
‘다른 신통력을 깨친다면, 이만큼이나 유용할까?’
문득 불도에 흥미가 들었다.
내가 깨우친 천안통은 불자의 육신통을 이루는 여섯 신통력의 일부.
수련의 증명으로 쟁취한 권능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자작을 향해 권능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었다.
‘말하는 것의 절반 이상이 거짓. 귀족치고는 모략에 능숙하지 않군. 얼굴 연기만 잘하지, 진실 속에 거짓을 파묻는 속임수는 얕다.’
어리다, 어려.
아까 자작인 그 외에는 어떠한 귀족도 북부의 땅에 남지 않았다고 했던가.
그 말은 분명 한 치의 거짓 없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그가 죽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적어도 그가 이 땅에서 자신 외의 귀족을 본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거짓이었으니까.
‘이면 세계 체류할 수 있는 시험 시간은 일주일. 오늘로 네 번째 밤이 저무니, 사흘 안에 결말을 낸다.’
몸에 각인된 예법을 바탕으로 자작을 응대하며 생각했다.
오늘 밤에는 제국의 모든 귀족들과 그들의 역사, 암투 및 관계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우선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은 알아서 활동하며, 성적을 쌓게 놔두고 정보 수집은 혼자서 할 계획이었다.
타인에게 등을 맡긴다는 선택지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숱한 배신과 의심으로 쌓인 주관은 나를 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구원도 희생도 전부 나 혼자서 짊어지면 그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주된 이유는, 저 아이들을 통해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어루만지기 위한 보안책일 뿐.
최선은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다.
아직 저 아이들이 직접 나서기는 이르다.
그러니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낸다.
언제나 그것만이 최선이자 최고의 판단이었다.
* * *
자작과 그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숨 막히는 시간이 끝나자, 한 집사가 다가와서는 말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들 저를 따라오시기를.”
이 도시에서 쉴 곳을 직접 마련해 주겠다는 말.
이지와 성연화는 좋아했으나, 어째 내 귀에는 자기네들의 손아귀가 닿는 곳에서 감시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전원 1인 1실로 배정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는 슬슬 활동을 시작했다.
가볍게 마력을 넓게 펼쳐서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몰래 움직일 최적의 경로를 탐색했다.
‘창문으로 나가면 되겠네.’
자작 양반 호의는 고맙지만, 내가 또 대가 없는 호의는 받지 않는 편인지라.
덜컥!
창문을 들어 올리고.
휙─!
곧장 벽을 타고 지붕으로 날아올랐다.
인력과 척력을 활용한 일종의 묘기.
거미 인간처럼 가볍게 뛰어오른 나는 성을 빙자한 저택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도시를 한눈에 담았다.
“생각보다 높고. 생각보다 밝네.”
각각 저택과 도시에 대한 감상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면적을 어림짐작했을 때 절대로 좁은 땅이 아니다.
그런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의 전경.
저택은 내 생각보다 1.3배는 높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음에 이어질 감상에 비교하면 볼 별일 없었다.
검문을 받고, 도시에 들어온 직후 내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은 ‘이 도시는 죽었다’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라면 응당 느껴져야 할 활기와 분위기가 지나치게 처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송장들의 거리를 활보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마치 묘지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며칠 전에 묘지를 직접 만들어서 그런가, 그 감상은 보다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근데 그런 감상을 받은 것치고는 도시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공연을 펼치는 음유시인이나, 시장을 걸으며 장을 보는 근육질의 왈패, 패싸움을 벌이며 술을 들이켜는 낙천적인 쓰레기들까지.
“마치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중세를 보는 기분이로군.”
─중세라……. 무슨 시대를 얘기하는지는 몰라도, 썩 유쾌한 시대로 보이지는 않은걸.
“나와 같은 감상이네. 십분 공감해.”
이상적인 중세.
그것은 낭만과 명예의 시대와는 사뭇 다른, 잔혹과 모략의 시대.
현대의 사람들이 논하는 대부분의 중세는 보통 각색이 상당히 들어간 편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날 것의 세상이 중세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을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곳 저택의 지붕 위에 검은색 강아지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뭐야 저거.
잘못 봤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킁킁, 냄새가 났다.
“……마물?”
마기가 너무 희미해서 순간 동물 학대라고 생각할 뻔했다.
육안으로 봤을 때, 10위계. 그 끝자락에 있을 법한 신체와 마기.
그렇다고 대단한 권능이 있는가 한다면, 그런 것도 아니다.
[<천안통>이 해당 마물을 분석합니다.] [분석할 요소가 지극히 적습니다.] [27.8%… 59.9%… 84.6%… 100%] [분석을 완료했습니다!]‘개체 명, 레온……? 태어난 햇수는 올해로 37년이 지났고, 지닌 권능이나 능력은 딱히 없군.’
특이한 마물.
변변찮은 능력조차 없다.
이걸 마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검은 털의 새끼 강아지 같은 꼴이, 차라리 불독을 비롯한 사냥견이 더 강할 것 같다.
아니, 분명히 더 강하다.
“이빨이나 발톱도 새끼 시절과 같은 건가? 용케도 37년이나 살았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뭐가.”
─저 연약한 녀석이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남았을 것 같아?
“그야 당연히 아니겠지.”
누가 기르다가 버렸거나.
기르던 사람이 녀석을 남겨두고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끼이이잉…….
나를 보더니, 지붕 위에서 용케 걸어온 마물이 바지춤에 몸을 비볐다.
‘……죽일까?’
내 몸에 마기의 역겨운 냄새를 묻히다니.
얼른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동정심 같은 무른 감정이 아니다.
그저…… 직감 때문이었다.
이 마물을 살리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직감.
“운 좋은 줄 알아라.”
끼이이잉?
내 말을 이해라도 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녀석은 이내, 다시 고개를 내 발목에 비비기 시작했다. 염병할 또 하네.
순간 짙은 살기가 연기처럼 두둥실 떠올랐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발에 자신의 체취를 묻혔다.
동물이나 마물은 유독 살기 같은 날카로운 것에 예민할 텐데.
수십 년이나 살았다는 녀석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탓에 살기가 달아버렸다.
괜히 나만 예민하고, 바보가 된 것 같다.
낑…… 낑……!
심지어 비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안아달라는 듯 칭얼거리는 마물.
나는 녀석에게 톡톡히 말했다.
“내가 너를 손으로 잡는 일은 없을 거다.”
말했음에도 짐승은 짐승이라는 듯.
계속해서 내게 다가왔다.
하필이면 내 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물.
하아……. 남은 사흘 동안 불편한 동거가 되겠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몸을 던졌다.
마물 따위가 진짜 강아지인 것처럼 저러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몸을 던진 것이었으나.
“이봐, 자작. 외부인은 제대로 응대했네.”
“물론이지. 그대들의 말대로 했다. 그런데 내게 건방진 말투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무래 뿔 달린 괴물이라도, 지킬 것은 지켜줬으면 좋겠군.”
“하……! 가축 따위가 기고만장해 가지고는……!”
빙고.
아까 느꼈던 직감은 이것이었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든 얻어걸렸다.
* * *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광경.
몸은 코트에 내장된 은신술, 「스며드는 그믐」으로 숨겼다.
감각이 예민한 이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날 찾을 수 있겠지만, 다들 신경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에포츠 자작.”
사람 좋아 보이는 척을 하던 그가.
“그대들 말대로 외부인들이 왔더군.”
“각각 별실에 두셨겠죠?”
“물론이다. 날 뭘로 보는 거냐.”
“가축. 작위 달린 가축이지.”
“네놈! 감히 프런티어 자작님께 무슨 망발인 것이오!!”
“뭐야 이 갑옷 치렁치렁하게 입은 년은?”
마인들과 함께 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웬 로브를 뒤집어쓴 인간과 테르미야도 방 안에 있었다.
저게 도대체 무슨 조합인가 싶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운 그 상황에서도 나는 눈을 돌리지 않고, 그들의 옆에 있는 무언가를 노려보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것은 천장에 닿을 것처럼 거대한 검은 물체.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게다가 검은 물체는 빛이라도 흡수하는지 완벽한 검은색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 윤곽은 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특이점 3개를 동시에 목격하셨습니다.] [세계의 뒤틀림의 원인과 각각 조우하셨습니다.] [결말의 직접적인 요인들을 목도하셨습니다.] [시나리오의 진행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진행률 : 42.7%]“!!!”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진행률이 오른다고?
심지어 낮은 수치도 아닌, 42.7%.
20% 부근에서 무려 2할이나 올랐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저 알의 존재 자체가 이 이면 세계의 특이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슨.
‘……저게 바로 종말의 알인가.’
알은 하나의 세계.
다시 말해 알 속의 무언가가 세계를 뚫고 나와 탄생한다는 의미는, 하나의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과 같다.
그 말의 진의를.
눈으로 목도하고 나서야 자각할 수 있었다.
─저거 알 맞아?
‘알이긴…… 하겠지. 다만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것뿐.’
저 안에 들어있는 종말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까먹은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언질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저 안의 내용물에 대해서 생각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새하얘져 떠오르질 않으니까.
분명 모르는 거겠지.
기억에도 없는 내용물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저걸 부술 수 있을까?’
알이 하나의 세상을 뚫고 나오기 전에, 세상과 함께 부숨으로써 종말을 막는다.
괜한 뜬구름을 잡는 말.
뭔가 비유가 이상하지만, 그것이 내가 해야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