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32화(13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32화
악몽(2)
꿈의 세계.
미모 후작이 펼친 세계는 타인의 꿈을 매개로 하되, 허무맹랑한 망상을 현실로 이끄는 형태의 능력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꿈속에 들어온 후, 뇌를 자극하여 실제로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힘.
그것이 바로 그녀가 펼친 능력의 정체였다.
“여기는 도대체 어딜까요?”
하지만 꿈의 시점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은 그녀에게 없었다.
타인의 기억을 엿보는 권능은 「안드레알푸스」라는 마인에게 허락된 권능이 아니었기에, 원본의 부분적인 모방에게는 한계가 명확했다.
기억에 간섭할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관찰할 뿐인 제삼자의 입장만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미모 후작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가. 지루할 틈은 없겠네요, 후후.”
그녀의 무력은 미천하여 남작에 그치는 무력을 손에 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그녀의 한계.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그녀는 「안드레알푸스」 이상의 이름을 쟁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렇기에 수백 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에 그쳤다.
「안드레알푸스」에게 허락된 작위는 오직 남작뿐.
다만, 그녀에게는 귀족으로서의 우아함과 수완이 있었다.
귀족들의 사회인 ‘실낙원의 귀족들’ 사이에서는 남작의 신분임에도, 세간에는 미모 후작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무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실무 능력.
거기에 더해, 무지한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올바른 사상을 불어넣는 특유의 ‘계몽’은 그녀를 후작이라는 위치까지 올려놨다.
물론 후작은 어디까지나 별명에 불과하다.
오등작을 기준으로 그녀의 작위는 남작일 뿐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력을 제외한 부분에서 가히 후작과 맞먹는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마인들의 사회에서 후작의 위치가 얼마나 드높은지.
몸소,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귀족의 권능을 모방해서 펼친 이 꿈의 세계 또한 그녀가 명칭만이라도 후작이라고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군요.”
타인의 꿈에 들어온 안드레알푸스는 꿈을 자극해서 직접 겪었던 과거를 불러온다. 그 기억은 현실과 별반 다를 바가 없기에.
그녀는 꿈의 세계에서 달력이나 배경 등을 토대로, 자신이 어느 시대 어떤 장소에 있는지 간파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났다.
하지만, 이 세계는 뭔가 이상한 점이 많았다.
달력이 2,087년이라는 겪지 못한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단미(斷尾)라도 한 걸까요?”
백승우에게 꼬리가 없다는 점이 거슬렸다.
단미, 미용상의 목적으로 꼬리를 자르는 것.
외과적인 치료 및 질병의 예방을 위해 단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맵시를 위해 자른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가축에 한정된 행위.
비록 수인일지언정, 그 또한 엄연한 사람이기에 단미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미모 후작이 「안드레알푸스」라는 진명을 하사받았던 18세기에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행위다.
수인 혹은 아인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각자의 형질은 자존심이자 긍지 그 자체.
그렇기에 신분제와 노예가 버젓이 존재하던 18세기에도, 수인 노예의 꼬리를 자르는 일은 법적으로 엄히 금지되어 있었다.
만일 잘랐다가는 반발과 복수를 피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간간이 자르는 미친놈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천호백가의 귀족이 당했다고?’
감히 귀족을 상대로 단미를 시행하다니.
하물며 그 지체 높은 천호백가의 장남.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주가 된 백승우의 꼬리를 단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래도 뭐,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건 순서부터가 잘못됐다.
“과거에 꼬리를 자르고, 후에 다시 붙였다? 앞뒤가 전혀 상충하지 않는데…….”
꿈의 세계가 비추는 풍경은 전부 그가 겪었던 과거.
즉 백승우의 꼬리는 과거 잘렸던 적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붙어 있는 거지?
그녀가 그렇게 의문을 품은 와중에도 꿈은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미모 후작은 의문은 잠시 내려놓은 채,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야, 여전히 잘생겼네. 우리 막내. 누나가 과자라도 줄까?”
“지랄하지 마라. 나보다 고작 두 살 많은 주제에. 그리고 과자는 네가 더 좋아하지 않냐? 내가 지난 보급 때 받은 과자들 전부 다 줄 테니, 썩 꺼져라.”
가죽으로 이루어진 막사에, 이브가 품에 과자를 왕창 안은 채로 들어왔다.
부스럭부스럭.
과자 봉지들이 서로 맞물리며 내는 소리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백승우는 손에 든 만년필로 막사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과자가 쌓여 있었다.
“야! 너 왜 이걸 쌓아만 두고 있는 거야?!”
“안 먹으니까.”
“아이고 이 귀한 걸 안 먹다니. 뭐…… 너도 혹시 옆 막사의 김 노야처럼 약과나 한과라도 줄까?”
“됐으니까, 원하면 다 가져가라.”
“오, 그러면 나야 고맙지.”
“대신.”
승우의 눈이 막사 밖을 향한다.
창문도 없어, 보통의 사람에게는 가죽밖에 보이질 않지만, 극도로 단련된 그의 공감각은 그 너머를 관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위 낮은 병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좁은 막사.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라서 그런가, 그들의 먹성은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먹고 싶은 병사들이 있다면, 아낌없이 나눠주도록.”
“……너는?”
“알잖아. 내게 규칙적인 식사는 불필요하다는 거.”
환골탈태(換骨奪胎).
변태(變態).
초월(超越).
그의 육체는 진화하여, 전장에서 더욱 악착같이 살아남고, 더더욱 타인을 죽이기 쉽게 변했다.
잠을 수개월 동안 취하지 않아도 집중력과 생명에는 별 이상이 없다.
반 년간 식사를 취하지 않아도, 생존에 위협을 느낄 일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지간한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하고, 강철만큼이나 질긴 피부는 마력을 덧씌울 경우에는 총알조차 막아낸다.
그 눈은 천리안을 오시하며,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변화한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초인의 경지.
어린 나이에 경지에 닿은 그에게, 과자와 같은 기호 식품은 필요치 않았다.
딱히 승우가 제 밑의 병사들을 긍휼히 여기어 베풀어주는 게 아니다.
단지 필요한 이런 건 사람에게 주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도 과자 좋아하잖아.”
“이브,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달라. 내게는 원한다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호 식품이지만, 저들에게는 사기를 증진시켜 줄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밖에 있는 애들에게 직접 주면 되잖아?”
“저것들이 얼마나 시끄러운 호사가들인 줄은 알고 있는 건가. 한 번 주제가 던져지면, 하루 종일 입을 멈추지 않는 녀석들…… 잠깐만, 밖에 있는 애들이라고?”
“대장님! 저희 놀러 왔어요!”
“역시 백인장에 영관(領官) 중에서도 공을 싹 쓸어모은 사람의 막사는 차원이 다르네요! 저도 앞으로는 여기서 살면 안 되나요?”
“……지랄이 말세로군.”
막사 입구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치 않고, 대여섯 명가량이 들어왔다. 그들은 가슴팍에 새하얀 검이 그려진 제복을 입고 있었다.
승우가 지휘하는 별동대, 백검대의 마크였다.
그나저나 막사에 이브가 사라졌다.
그새 나간 모양이다.
“뭐 하려고 온 것이지?”
“에이, 대장님 저희가 장난칠 때만 막사에 오시는 줄 아세요?”
키가 큰 사내가 말했다.
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최소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나이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미성년자의 티도 제대로 벗지 못한 꼬맹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모습은 신기했다.
“그러면 뭘 하러 온 것이지? 내 서류 작업이라도 도와줄 셈인가.”
“그건 저희가 아니라 대장님하고, 부관님 일이시잖아요. 그거 말고 더 중요한 일 때문에 왔죠.”
“그게 뭐지?”
“중령님, 요즘 누구 좋아하시죠?”
“……에?”
멍청한 표정의 승우.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확신했다.
“그렇지? 내 말 맞잖아. 요즘 대장님 미모가 물씬 오르셨다니까?”
“너…… 너희들 그게 무슨 소리냐?”
“아이고 중령님, 저희 앞에서는 숨기실 필요가 없으셔요.”
“맞습니다. 티가 좀 많이 났거든요. 물론, 저희 부대 밖의 녀석들은 못 알아차렸겠지만요.”
“……그 정도야?”
끄적끄적.
이브와의 대화 도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만년필이 움직임을 멈췄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 승우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상대는 누구입니까? 역시 <성모>이시겠죠?! 이제 겨우 이십 대 후반인데도, 성모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 분위기는 감히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응?”
“야, 성모님은 중령님께 있어서 은사와 같은 분이시잖아. 당연히 우리 부관 누님을 남몰래 연모하는 거 아니겠어?”
“하하, 다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원래 대장과 같은 18살의 사춘기는 본심을 토로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사춘기의 여파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틱틱거리는 법이지. 이봐 대장, 역시 이브 님을 좋아하는 게 맞지?”
“……X발.”
갑작스러운 욕설에 병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를 보필한 지 언 3년. 15살 때부터 그와 함께 전장을 누벼온 그들에게 승우의 욕설은 1년에 한 번 듣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고지식한 상층부나 사악한 마물을 향하던 욕설이었으나.
그 어려운 걸 중년의 사내가 해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나랑 이브가 어울린다고?”
“하하! 물론이죠, 대장님. 진짜로 잘 어울리십니다!”
“진짜로 그 말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당연하죠. 저희 딸도 그 말 똑같이 했거든요. 저도 당시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설마 1년 뒤에 돌아왔을 때 제가 할아버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어느새 병사들에게 장난기가 번졌다.
다 큰 어른들이 미성년자에게 무슨 추태를 보이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승우는 이런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대처법을 알고 있었다.
스릉─!
허공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정작 뽑힌 검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백검대의 병사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무형검(無形劍).
특정한 형태와 질량이 없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검.
수만 대군을 몰살한 대장의 권능이기에 저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의 검에 대해 뼈저리게 알 수밖에 없었다.
뚝뚝,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대, 대장님 혹시…… 화나셨어요?”
“……별로?”
“거짓말! 표정이 죽었잖아. 얘들아 어서 도망치자!”
“야, 막사 입구 부근에 이브 님이 계신다. 거기까지만 버텨라!!”
“입구까지 4m밖에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아무튼 대장 좋은 사랑하세요.”
그렇게 병사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전시 중에는 말을 잘 듣는 녀석들이지만, 평상시에는 장난기가 많아서 다루기 귀찮은 녀석들이다.
“웃기고 있네. 내가 이브한테 사랑을…… 연애 감정을 느낄 리가 없잖아.”
소년에게 있어 이브는 절친한 친구이자, 속내를 밝힐 수 있는 가족과도 같았다. 그래, 그녀는 남매였다.
철없는 누나.
그 정도가 딱 어울렸다.
그런 이브에게 연애 감정을 느낄쏘냐.
사랑하는 사람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지옥 같은 순간에 나타나서, 승우의 가슴속에 희망을 불씨를 멋대로 지핀 여인.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는 위대한 영웅.
그렇기에 가슴속에 타오르던 희망의 불씨가 이내, 사랑으로 번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음에 저 녀석들과 이 건으로 말할 기회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스승님을 사모하는지 설명해 줘야겠군. 괜히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기 전에 말이야.”
그렇게 승우는 서류를 정리하며, 다음 전쟁을 준비했고.
승리했다.
대신, 승리의 대가는 처참했다.
넓은 승우의 막사에 신원을 알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망가진 시신이 열 구 넘게 들어 있었다.
“……그래, 이 세상은 원래 이런 식이었지.”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진 병사들의 시신.
이건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힘들다.
지금은 전쟁 중이고, 물자 한 번 받기도 힘든 판국에 시신을 고향에 안전하게 안치해 달라는 요청은 민폐 그 이상이니까.
이 저주스러운 땅에 묻어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이다.
“이건 좀…… 끔찍하군요.”
살아생전 셀 수 없는 인간들을 가축 취급하면서, 무인도에 봉인 당하는 그 날까지 인간들을 ‘계몽’이라는 목적으로 학살한 안드레알푸스조차 이런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시체로 물들지 않은 땅이 사방 천지에 존재하지 않는다.
땅은 시체로 덮여, 언덕을 이루었고.
언덕은 차근차근 쌓여, 산을 이루었다.
그 위로 피를 강처럼 흘러, 물굽이를 따라 천천히 산을 내려가, 이윽고 피의 바다와 이어지니.
실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하.”
그리고 그 위.
동료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산 위에 승우가 서 있었다.
이제 그의 곁에는 열 명도 채 남지 않았다.
그의 동공에는 초점이 잡히질 않았다.
* * *
군국(軍國)이 탄생한 이래.
최강이라 불린 전설적인 별동대, 백검대(白劍隊).
그들은 온갖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쟁의 화두가 된 일곱 불씨 중 두 개를 꺼뜨린 용사들이었다.
그들이 펼치는 순백의 검은 삿된 악을 잘라내고, 마(魔)에 어지럽혀진 전장의 혼란을 걷어내었다. 그들의 앞에서는 언제나 찬란한 별빛과 함께 승리와 영광만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의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수십 년 단위로 이어진 전장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나치게 과열되어 더 이상 수 싸움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별동대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었다.
대대와 대군의 전투.
소규모 교전으로는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게 된 전황에서.
두 세력의 싸움은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목숨을 약탈하는 야만한 개싸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았다.
자폭을 동반한 자살, 동족을 사지로 몰아넣으며 고지를 취하는 인해전술, 아군과 적군의 피아 식별도 하지 않은 채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등. 죽이기 위해서라면 인간이든 마물이든 망설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한 중령은 백 명을 이끄는 백인장에서 십인장이 되었다.
말 많은 사내를 땅에 묻고.
부끄러움 많은 여인을 강에 흘려보냈다.
참견 많은 중년은 시신조차 찾지 못해, 손가락이 찢어지도록 땅을 파는 것만이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추모였다.
이후 군국을 이끌던 참모총장은 갑작스러운 마물의 야습에서 도망치지 않고, 함께 자폭함으로써 군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다.
이대로는 생식과 성장이 느린 인간의 패배가 분명했기에, 군국은 참모총장의 죽음을 계기로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다.
팔대성(八大聖).
서유기를 좋아하던 전 참모총장이 생전 추진하던, 서유기의 칠대성을 바탕으로 만든 여덟 명의 최고 직급.
오직 각 분야의 최고만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며, 그들이 가진 권위와 권력은 이전까지의 기득권을 아득히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게.
팔대성이 됐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실적과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주야장천 펼치는 기존의 기득권보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을 향하게 되었고.
이윽고 그들이야말로 군국의 진정한 지배자가 되었다.
여덟 명의 군인들.
그 마지막 명단에 든 이름은 유려한 필기체로 쓰인 화려한 귀족의 이름도 아닌 정적인 세 글자였다.
흰 백(白), 이을 승(承) 깃 우(羽)
하얗게 바랜 날개를 계승한다는 뜻의 이름은.
그 뜻풀이처럼, 하얀 날개와 같이 권위 높은 좌를 계승 받아 군국의 정점에 이름을 올리게 되니.
사람들은 그에 어울리는 별호와 함께 그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별호가 쏟아졌다.
구원자, 구세주, 검존, 검신, 신검 등등.
온갖 별호가 난무하며, 신문사와 언론에서 하나로 통일되지 않던 와중 호사가들은 입을 모아, 별을 밝히는 검이자 검의 성인이라는 이중적인 의미의 검성을 채택하였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홀로 고고히 전장을 돌아다니며, 마를 참하는 그의 피로 써진 행적은 신성하기 그지없었기에.
바야흐로 <검성>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