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34화(13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34화
악몽(4)
마물과의 전쟁은 벌써 7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들의 침공 덕분에 문화는 쉽사리 발전하지 못했다.
대신 유지에는 성공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장한 거다.
충분히 퇴보할 법도 했던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그들은 문명을 지켜냈다.
그 후의 세대.
우리 아버지 세대는 현상 유지에 성공한 문명을 뒤로하고 기술 발전에 힘썼다. 특히 전쟁과 승리에 치중된 분야를 말이다.
보다 유연한 통신과 전술을 위하여 전자 기기가 발전했다.
석탄과 철을 비롯한 주요 자원 지대를 마물들에게 빼앗긴 탓에 그들의 돌 같은 유체(遺體)를 마석이라 명명. 새로운 자원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창조했다.
소모성에 불과할뿐더러, 마력을 부여하기 힘든 화기 대신에 검과 활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했다. 옛 야장술을 부활시키기 위해 열과 불에 참을성이 강한 사내들은 철을 두들겼다.
병사들을 훈련하기 위한 시설이 곳곳에 생기고, 나라들은 하나의 높은 체재 아래, 비루한 목숨을 연명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시민들의 연방 국가와 그들을 지키는 절대적인 권력의 군국이다.
“……이건 말도 안 돼.”
쿵───!!!
거체의 마물이 쓰러졌다.
마물이 쓰러짐과 동시에 대지가 울리고, 그 충격이 대기를 찢으며 거대한 비명을 질렀다.
“이건 거짓말이야? 자그마치 2위계 마물이었다고?”
비록 3위계보다는 강하고, 표준적인 2위계치고는 가진 바 권능의 수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저 체구가 뽐내는 질량은 그 존재만으로 압도적인 권능이자 힘 그 자체이다.
한 발자국 움직이면 대지가 울린다.
열 발자국 움직이면 땅이 갈라지며.
백 발자국 움직이면 도시가 자연스레 경작되는 괴물 중의 괴물.
그런 녀석은 저 작은 검 한 자루로 베어냈다고?
“저걸…… 인간이 잘라낼 수가 있는 거야?”
군국 역사상 2위계를 잡아낸 기록은 손에 꼽는다.
총 5회.
인류는 70년간 겨우 다섯 번밖에 성공하지 못한 주제에, 한 번 토벌할 때마다 수백억 단위의 폭탄과 화기를 전부 투자했다.
그뿐만 이겠는가.
당대 최강의 플레이어들이 전원 참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한두 명은 꼭 죽고, 나머지도 몇 달을 추스르지 않으면 안 될 부상을 겪었다.
그래서 꼭 그럴 때마다 전선의 경계에 빈틈이 생기고, 전선 너머 민가에까지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래서 저 거대한 괴물이 나타난 순간, 이번에도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단체로 죽어 나가겠구나 싶었는데.
경악을 감출 수 없는 20대 군인의 시야에.
─털썩!
한 사내가 공중에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는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헬기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서 단 한 자루의 검으로 2위계 마물을 반으로 갈라서 죽였다.
“이놈은 생각보다 가죽이 질기군. 밑에 있는 이들의 찢어진 막사를 보수하는 데 쓰면 딱 어울리겠어.”
자신이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웠다는 건 알고 있는 건지.
태연하게 피가 묻은 검을 털고, 자연스레 납도 하는 검성의 모습은 이질적이기 그지없었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어도 모자랄 업적을 세웠음에도 그는 하등 감흥이 없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일병에 불과했던 병사는 깨달았다.
저게 바로 검성.
“인류의 희망이자 등불……. 여느 때처럼 종군 기자들이 사기를 위해 거짓 보도를 하는 줄 알았는데.”
검성은 온갖 기사와 특보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지닌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굴이 훤칠해서 주목받기 쉬웠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연예인을 했더라도 큰돈을 만졌을 법한 미모.
그렇기에 일병은 그를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정반대.
온갖 특보와 칭찬 일색으로도 검성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사람들이 그를 향하는 시선이 더 좋아지겠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던 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검성을 대단하게 볼 것이라는 생각에, 일병은 자신도 모르게 좋아했다.
마치 자신이 덕질 하는 아이돌이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팬이 된 기분.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검성은 자신을 신앙하는 이를 한 명 더 얻었다.
하지만 영웅의 고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법.
팔대성이라는 계급이 생긴 이후로 1년이 지났고.
19살이 된 검성은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
육체는 진작에 완성되어 있었고, 정신적인 성장은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으니. 그의 성장은 권력과 지위에 국한됐다.
군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수의 권력자.
심지어 일부 과격한 시민들은 그런 검성을 구원자이자 신으로 추앙하며, 그를 섬기는 자들도 있다.
처음에는 그 소리에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검성의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그들의 교세는 점점 커져. 지금에 이르러서는 막사 내 병사들 중에 검성을 추앙하는 신도가 적잖이 있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추앙받으면 뭐 하나.
검성은 결국 성인도 되지 못한 채, 어른보다 의젓한 척을 하는 꼬마이거늘.
“아이고~ 각하 오늘도 훌륭한 검기였습니다! 어찌나 날카롭고 매서운지 보는 제가 두 동강이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 고르보 대령이었던가. 그대가 베일 일은 없다. 그 정도 힘 조절은 하고 있기에.”
“아하하! 그럼, 물론이죠. 제가 실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군국의 떠오르는 지배자.
검성에게 빌붙어보려는 자들은 꽤 많았다.
그중에서도 뚱뚱한 체구의 군인, 고르보 대령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굳이 파벌을 만들 생각이 없던 검성은 묵묵히 다음 전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꽁무니를 대령이 쫓았고, 걷다 보니 문득 한 여인이 그가 걷는 진로 앞에 쓰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뭐지. 부상자인가?”
“아, 아뇨.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간다. 그리고 고르보 대령.”
“네!”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는 경례를 하는 배불뚝이 중년. 검성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휘하의 병사에게 ‘처리’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도록. 나는 그런 표현을 심히 혐오하니 말일세.”
“네!”
“참고로 이건 경고 따위가 아니라네.”
함성과 사람의 열기.
그리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장기와 피로 물씬 달아오른 전장이거늘.
어째 서늘한 바람이 대령의 목을 스쳤다.
그 바람은 마치 검과도 같아서, 그의 목에는 조금씩 피가 새어 나왔다.
가벼운 상처였다.
아직까지는.
“저…….”
“겁먹을 필요는 없다. 방금 생각 없이 했던 말은 불문에 부칠 것이기에. 딱히 벌을 주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저, 각하. 명령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싱긋, 검성이 웃었다.
얼굴도 잘생겼기에 웃는 얼굴이 예쁠 법도 하지만, 무언가 억지로 짜 맞춘 퍼즐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굳이…… 알고 싶나?”
세상에는 모르고 넘어가는 게 더 좋은 것도 분명히 있을 텐데.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입가만 올리자 알 수 없는 기괴함이 불쾌한 골짜기를 형성했다.
사실 원판이 훌륭하기에 그것만으로도, 마치 조각상을 조형하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이를 직접 목격하는 고르보는 벌벌 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느낌이다.
고향의 딸아이가 좋아하던, 크툴루라는 이상한 오징어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이러할까.
싶은 분위기가 고르보 대령을 압도한 순간.
그의 관심은 대령을 떠났다.
이 정도도 못 버티는 녀석에게 줄 관심은 없다.
“지금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인가?”
“어, 어?! 추, 충성! 군국의 여덟 성인 중 한 분을 뵙습니다!!”
“그래, 열심이군.”
바닥에 쓰러진 여인의 상처를 봉합하는 병사.
복장을 보아하니 의료 부대 소속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둘이 가까운 사이인가 싶어서 입을 열었다.
“둘이 부부 관계인가?”
“거, 검성님……?! 누님은, 아니, 병장님은 이미 임자가 계신 분이십니……!”
“이제는 없지만 말이야.”
쓰러져 있는 채로 말하는 여성.
몸은 쓰러졌지만 정신은 쓰러지지 않은 모양이다.
강인하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성의 착각이었다.
“저! 검성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
“난 자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만?”
“그, 그래도 지금 한창 괴로우실……!!!”
“됐어, 내가 얘기할게.”
병사는 자기가 직접 얘기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내 호기심에 답해줄 사람은 여성 본인이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감이 온다.
아마 금방 연인을 잃었겠─.
“─제 남편은, 그이는 당신의 등을 지키겠다고 나섰다가 죽었습니다.”
“…….”
“아, 망했네.”
여인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게 사연 있는 비극도, 허무한 최후도 아니라서 그럭저럭 열심히 살다간 조연의 죽음이었을 뿐이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127 공수 부대가 방금 전 마물의 후방을 점했던 것 아십니까?”
“그래, 알고 있지.”
“제 남편은 그 상황에서 당신을 보조하기 위해 나섰다가,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이 자리에 지쳐 쓰러진 저는 그이의 시체가 저 거대한 질량에 깔리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녀의 남편의 죽음이 나 때문이란 것이다.
127 공수 부대.
방금 막 궤멸한 부대의 이름이다.
2위계 마물의 공격에 대처하는 것이 살짝 느렸던 순간이 있었는데, 시간을 벌어주겠다고 그쪽 병사들이 목숨을 걸었다.
결국 전원 사망.
덕분에 마물을 토벌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니.
그들의 희생은 훈장과 함께 기록되겠지만.
도움을 받은 나를 비롯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겠지. 원래 희생이라는 게 그런 법이니까.
“……푸하.”
그리고 눈앞의 여성은 그런 희생에도 영원토록 얼굴을 기억할 일부였다.
“하하하!”
“가, 각하?”
갑자기 일변한 분위기에 대령이 손을 떨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더니.
“푸하하하!! 하하하하하!!!”
검성이 크게 웃음을 뱉었다.
그의 웃음에 남편을 잃은 과부는 자신을 놀리는 건가 싶어서, 핏발 선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지만, 그곳에 있는 건 웃는 것조차 잃어버린 듯 어색한 아이의 얼굴이었다.
검성의 눈가가 휘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다.
검성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조소를 하려던 것인지, 근육이 경련한 건지 알 도리가 없자.
“왜, 왜 그렇게 웃으시는 겁니까?”
“너! 감히 병장 따위가 성인(聖人)께 무례하게 대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 제아무리 여성 병장이라도 내가 가만 있을 것 같나?!“
“대령.”
시끄러워.
아까 경고는 충분히 줬을 텐데.
이 정도도 못 알아듣는 머저리는 그에게 필요치 않았다.
자신의 뒤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대령이 목을 크게 떨며 검성을 돌아봤다.
겁에 질린 대령이 비명이라도 지르려는 표정을 지었다.
영관 주제에 뭐 그리 겁이 많은지.
쉬.
검지로 입가를 막으며, 닥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대령은 꽁꽁 얼었다.
새로운 군국의 실세.
까라면 까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절대적인 권력의 유력한 차기 후계자. 총지휘관을 비롯한 상층부도 그를 받들기 위해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요즘.
그를 거슬러 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
방금 2위계 마물이 허무하게 쓰러져, 지진 수준의 충격이 일어났던 걸 몸소 체감하지 않았던가.
대령은 그렇게 말 많은 입을 마력으로 직접 봉인했다.
“이봐, 병장. 행여나 물어보겠는데, 나를 원망하는가?”
“……네?”
“그대의 남편을 죽게 만든 것은 내 실수. 결국은 내가 죽인 셈이지. 어때, 나를 원망하는가? 복수하고 싶은가?”
“……아니요.”
“괜찮아, 자신을 속이지 말게. 이런 걸로 처벌을 내리거나 내 마음이 상할 일은 없을 테니까. 진지하게 말해줬으면 좋겠군.”
그는 집요하게 물어봤다.
그녀가 순순히 인정한다면, 복수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죽어줄 수는 없지만, 복부에 칼 한 번은 맞아 줄 용의가 있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전부 이해합니다.”
“구태여 괜찮은 척을 할 필요는 없다네.”
“남편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어, 인류의 생존에 이바지하였다는 사실에 긍지를 품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당신을 원망하겠습니까.”
“…….”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남편의 죽음에 대의명분이라는 합당한 가치를 부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예…?”
“납득하지 마. 이해하려고 들지 말라고!”
아…… 정말이지.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는 진심이라는 게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과부는 잃은 남편을 그리워하되, 그 죽음이 대의에 얽혔다는 사실에 납득했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음에도 납득하는 것이 진정 최선이란 말인가.
그 대신 원망하려면 나를 원망하면 되거늘.
왜 굳이 힘든 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너는 나 때문에 남편을 잃었잖아. 그러면 날 증오하라고! 죽일 기세로 노려보라고!! 그렇게 불쌍하다는 눈치로 나를 쳐다보지 마!!!”
“검성님…….”
“죽이고 싶으면 죽여봐! 물론 군국이, 세상이 그걸 용서치 않겠지만 내가 몇 번이고 용서해 줄 테니까!”
우두둑!
맨손으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검성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
“각하! 뼈, 뼈를 탈골시키셨습니다! 저는 어서 치료 관련 이능을 가진 병사를 찾아오겠습니다!”
“대령님! 너만 도망치면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어쩌라…… 이미 갔네.”
“돼지 새끼, 이럴 때는 엄청 빠르네.”
“자, 어서 그 자랑의 세검을 내 어깨에 꽂아서 한 바퀴 돌려! 그러면 내 어깨는 완전히 불구가 될 테니까. 그 정도라면 네 복수에 만족이 될까?!”
검성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돌렸다.
인간의 어깨가 허락된 범위를 넘어서, 금방이라도 부실 수 있도록 어깨를 다듬었다.
왜? 이걸로도 부족해?
그래, 좋아.
원한다면 내 다리도.
심장도, 머리도 가져가.
이 비루한 검이 그런 식으로라도 가슴속에 사무친 한을 풀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주겠다.
금방이라도 팔이 뜯기려는 바로 그때.
“그만하세요!”
“…….”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인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남편을 잃은 것치고는, 눈은 살아 있네.
드디어 마음을 다잡았나.
남편을 죽인 내게 복수하겠다는, 돼먹지 못한 감정 때문에 억지로 견디는 건가.
복수란 감정은 모닥불과 같아.
장작을 계속 넣어주지 않는 한, 결국 사그라져 버리기에 파멸이 예정된 여인에게서 슬슬 관심을 떼려는데.
“도망치지 마세요.”
“!!!”
“당신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남편도 그 사실을 알기에, 기꺼이 목을 바친 거지. 검성의 팔이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떨어지라고 희생한 게 아니에요.”
“…….”
설마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동태마냥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저 눈빛도, 복수라는 시답지 않은 감정 때문이 아니라 남편의 죽음에 의의와 가치를 만들기 위한 의지를 다짐하는 것인가.
참…… 저 사람이 나보다 낫군.
그녀보다 못난 검성은 뭐라 반박할 수 있는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설령 떠올렸더라도 가슴속에 파묻었다.
그리 가치 있는 말은 아니기에 머릿속에서 지웠다.
대신, 문득 한 가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검. 군국의 검이라네.
사람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아주 날카로워 모두를 상처 입히는 검이라네.
힘이 있으면 뭣 하는가.
괴물만 잘 베어낼 뿐,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는 검에게 가치는 없다.
그러니 이건.
쒜에에엑──!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다.
목에 들이민 검.
평소라면 단두대의 효수가 되어, 마물을 참하고 벌하는 집행의 검은 제 주인을 겨누었고.
그대로 움직여 붉은 실선을 남기려 했다.
멀리서 군의관과 함께 달려오는 대령이라는 작자는 너무 당황하여, 무슨 짓을 해야 될지 몰라서움직임이느렸다.
그렇게 선전용 병기에 흠집이 나려는 순간.
“뭐 하시는 거죠?”
한 사람이 검성을 말렸다.
방금 전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여인이었다.
아…… 정말이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