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36화(13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36화
오늘을 위하여, 내일을 희생하는 자들(1)
검성이 좌절했다!
아직 그는 전장에서 돌아오지도 않았거늘, 대체 어느 종군기자가 그런 사실을 유출했는지 몰라도.
특보를 타고 세계 각국으로 널리 퍼진 기사에 사람들은 광분했다.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쪽이 아니라, 부정적인 쪽으로.
“플레이어로서의 자각이 없는 거 아니야?”
“어린 나이에 각하라고 불릴 계급까지 승진해서 그런 거야. 배가 불렀으니 슬슬 쉬고 싶은 거겠지.”
“와, 이건 배신 아닌가? 우리가 세금으로 얼마를 내고 있는데.”
아무런 전말도, 진상도 모른 채.
영웅의 좌절만을 물고 씹는 사람들.
물론 검성의 추종자라고 불리는 사이비 종교인들은, 그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열렬히 기도했지만 1년째 돌아오는 소식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오빠, 오늘도 그거 해?”
“형 그거 재미없다. 재미없어.”
“나랑 같이 숨바꼭질하자, 응?”
“……조금만 더 하고, 2시간 뒤에 놀아주마.”
“진짜로 약속한 거다? 나 그러면 엄마 열매 채집하는 거 도와줄 테니까. 약속 어기면 안 돼?!”
“……그래, 알았다.”
“그러면 나도 아빠 도와주고 올래!”
“나도!”
“가, 같이 가……!”
애당초 검성은 전선에 없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가 있는 곳도 전선에 걸쳐진 영역이라고 볼 순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전선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그야 이 땅은 전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아이가 있고 부모가 있다.
현대의 이기(利器)가 존재하는 본토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외딴섬이라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사는 활기라는 것이 있다.
……도대체 이런 걸 몇 년 만에 보는 것인지.
“오늘도 일과를 마저 끝내고, 아이들을 놀아주고, 청소만 하면 되려나.”
이 땅은 본토에서 떨어진 섬이라서 그런가.
매일 밤만 되면 바다에서 마물들이 날치떼처럼 날아온다.
그놈들이 섬에서 분탕 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성은 매일 밤에 성검을 빗자루처럼 사용하며 ‘청소’를 거행했다.
대부분 7위계에서 9위계 정도의 잡졸만 나오지만, 간혹 4위계 정도의 거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 봤자 그에게는 똑같이 한 방에 죽어서 하등 차이가 없었다.
말 그대로 야밤에 가볍게 하는 청소에 불과했다.
“저기요.”
“……이런, 촌장인가.”
“네, 검성 각하.”
“그 별호와 계급은 됐네. 난 어디까지나 대륙에서 온 인간 백승우로서, 그대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 편안히 하게.”
말투가 그러셔서 편안해질 수가 없는데요?
이 외딴섬의 촌장은 늙은 노인으로, 이 섬에서 67년이나 살았다고 한다. 아무런 인프라도 없고, 그가 이 섬에 자리 잡기 전에는 바다뿐만 아니라 섬에도 마물이 살았는데.
촌장은 용케 환갑을 넘긴 이 섬 최고의 지식인이었으니.
도리어 지식인이었기에, 검성의 신분이 누군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왜 불렀지?”
“밖에서 그들이 왔습니다.”
“보급인가? 또 귀찮은 놈들이 왔군. 그대가 받을 수는 없는 것인가?”
“저쪽에서 항상 제가 아닌, 각하를 요구하시기에…….”
“그래, 어쩔 수 없지. 금방 다녀오마.”
거대한 돌에 성검으로 무언가를 새기고 있던 검성은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향하는 곳은 바다가 펼쳐진 해안가.
그곳에 큰 배와 함께 수영복 차림의 사내가 모래사장에 서 있었다.
……미친놈인가?
이곳의 해안은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나처럼 실력에 자신이 있지 않는 한 갑주를 입는 편이 타당할 텐데.
별 이상한 놈을 다 보는군.
“저…… 각하?”
“물자만 놓고 가라.”
“저 아직 말 시작도 안 했는데요?”
“어차피, 또 전선에 돌아와 달라는 부탁이 아니더냐. 아니면 뭐 새로운 조건이라도 있나.”
“……어떻게 아셨어요?”
너희들이 한 달에 한 번.
지금까지 열두 번이나 그래왔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이번에 내가 요구한 물자를 가져온 녀석은 지금까지와 다른 사람이긴 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온 녀석이다.
“네놈들이 무슨 요구를 하든지, 나는 당분간 이 섬에서 지낼 예정이니. 내 진정 내가 돌아가길 바란다면 요구사항이나 잘 듣도록. 이라고 상부에 전해주게.”
“저도 시키는 일 하는 것뿐이라서, 그렇게 말했다간 직장에서 잘릴걸요?”
“그렇다면 거기에 덧붙여서, 그쪽이 잘린다면 상층부의 대가리도 잘릴 예정이라고 전해주면 되겠네.”
“……원래 이렇게 호쾌하신 성격이었던가요? 제가 알기로는 진중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19살에게 무슨 성품을 바라는 거지? 아, 이제 20살인가.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이 더 이상 몇 없어서 까먹고 말았군. 여하튼 대충 그 정도 나이대에게 뭘 바라는 건가.”
사내는 깜짝 놀랐다.
19살이라고?
전쟁 영웅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어린 것 아닌가.
그는 평소 영웅의 행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나이는 처음 들어봐서 놀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경직된 그의 모습에 검성을 손을 몇 번 흔들면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내 포기하고는 500㎏짜리 보급을 한 손으로 이끌고 섬 안쪽으로 향했다.
사내는 그저 말없이 그의 등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높다고 생각하고 있던 영웅의 등이, 사실은 이토록 작았단 말인가?’
19살이 된 그이지만, 2차 성징을 보낼 시기를 음식 보급하기 힘든 전장에서 보낸 탓일까.
그는 내륙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다른 또래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었다. 사내에게도 17살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15살 때, 딱 저 정도 키였을까 싶다.
물론 전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그 정도 체구는 크게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닐뿐더러.
사내의 아들이 유독 큰 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한들.
그의 성장기가 암울하고 불안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더 이상 사내에게는 검성을 설득할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이토록 희생해 준 그가 있었기에, 제 자식이 그토록 훤칠하고 건강하게 클 수 있었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가겠네. 내 말 잘 전해주게. 뭐, 상층부 성격상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진 않겠지만 말이야.”
슬슬 해변이 보이지 않을 즈음.
검성이 사내에게 말했다.
이에 경직이 풀린 사내는 고개를 숙였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어린 영웅에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다.
이게 최선이었다.
“……알겠습니다, 해당 안건은 앞으로 여쭈어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신다면 다음 달에 보급 때 꼭 얘기해 주시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내륙까지 안전하게 들어가도록.”
“네, 감사합니다.”
보급 물자를 쥔 검성은 자신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우선 하고 있던 일부터 다 끝내고, 보급에 함께 들어 있던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단 음식들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벌써부터 기뻐할 목소리가 귀에 선명했다.
놀아준 다음 하나씩 주면 정말 좋아하겠지.
응, 분명 그럴 거야.
스릉─!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다시금 일을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이 섬의 거대한 돌을 비석의 형태로 가공해, 특정 인물들의 이름과 생일. 그리고 탄생일과 죽은 날을 적어두는 것이었다.
섬 전체를 비석으로 채울 수는 없으니.
그 대신 거대한 비석에 최대한 많은 사람의 생애를 담으려고 했다.
1년간 비석에 쓴 사람의 이름은 약 1억 2,087만 5509명.
그러나 그렇게 많이 썼는데도, 아직 적어야 할 이름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새겨야 할 이름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제주도가 좋아.”
70년 전 마물의 습격으로 외부와 모든 것이 차단된 채 살아온 땅.
사람들은 모두 제주도에 살던 도민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작게나마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작년에 일본에 자리 잡은 재앙의 원흉을 죽이기 위해, 보급로 역할로 이 섬에 들어왔을 때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 피와 죽음으로 가득한 전쟁터보다는.
매일 같이 하는 청소가 귀찮더라도, 죽어간 이들을 달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편이 좋았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왜 또 나는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
제주도에 널리고 널린 돌들.
그 돌을 비석으로 다듬고, 수천 명의 이름을 채워 넣을 즈음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불안한 생각이 든 순간.
어느새 검성은 달리고 있었다.
그 끝에 보인 것은 폐허가 된 작은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치 않고 죽었으며, 그 시체를 하이에나 마냥 잡다한 마물들이 먹고 있었다.
놈들의 몸을 토막 내, 불에 타서 메마른 땅을 피로 적시자 모든 것이 재로 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일까.
행여나 자신이 복귀하길 원하는 상층부에서 저지른 일인가 싶었지만, 인간의 인위적인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도성>이라 불리는 이브조차, 검성의 기감과 육감에는 속수무책이었는데.
늙은 노인들이 그녀보다 뛰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생각이 깊어지는 가운데.
“…….”
결국 검성은 시신이 더 이상 잡다한 마물들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파서 묻었다.
삽은 없었다.
마력으로 삽을 만들면 그만이었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손으로 흙을 팠다. 화염에 스쳐 바싹 마른 땅을 파기 힘들었지만.
손톱과 손바닥이 수십 차례 찢어질 정도로 땅을 파다 보면 어떻게든 구덩이를 팔 수 있었다.
그렇게 한 개, 두 개.
어느덧 백 개 이상의 구덩이를 완성한 순간, 아이들이 죽은 자리가 가까운 곳에 모여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과 종종 놀던 장소.
마을의 어른들은 검성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면 허허 웃었다. 마을의 처녀들은 그런 그를 보며 얼굴을 붉혔고, 젊은 사내들은 처녀들의 시선을 독차지한 검성을 노려봤다.
솔직히 많이 귀찮았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살아 있는 전략적인 병기가 아니라, 한 명의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못한다.
그러니 아무 눈치 없이 말할 수 있다.
“미안한데…… 나는 아이들이 싫었어.”
아이들에게 묻은 피를 손수 닦아냈다.
그들의 망가진 뼈나 뜯긴 살을 마력으로 채워, 깔끔하게 매웠다.
땅에 묻되, 적어도 보낼 때는 깔끔한 차림으로 보내줘야 아이들도 좋아하고 부모들도 좋아하리라.
“매일 시끄럽게 구는 것도 싫고, 놀아달라고 보채는 것도 싫었어.”
더 이상 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고 생명력 넘치던 섬은 이내, 무인도가 되었다.
그러니 검성의 말이 독백에서 비명으로, 비명에서 절규로 바뀌더라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지적하지 못했다.
“난 아이들이 싫어. 그 순수함이 때로는 잔혹하게 변하는 모습이 싫어.”
잠자리와 개미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잡거나 죽이는 아이들.
죽음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는 검성의 입장에서는 그런 아이들의 순수함이 조금 버거웠다.
“때때로 아이들이 해맑게 노는 모습을 볼 때 나도 저렇게 자랐으면 어떨지 싶어. 그러나 나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으니,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어. 그래서 싫어.”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이들이 싫은 이유를 머릿속에서 억지로 짜보려고 노력하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아이들을 깨끗한 모습으로 묻어주었다. 문득 아이들이 눈을 감은 모습이 천사와 같이 느껴졌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마지막 구덩이에 시신을 안치할 순간이 다가오자.
이 아이가 내게 항상 오빠라고 부르며 의지해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 없이 자란 소녀.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해맑게 자랐다. 이대로만 자랐으면 분명 본토에서도 깜짝 놀랄 미인이 됐었을 텐데.
언젠가 소녀가 어여쁘게 자라서, 반려를 맞이하고, 자신과 똑 닮은 아이에게도 모자람 없는 사랑을 준다면.
그 광경을 본다면 내 인생에 그만한 보답이 없었을 텐데.
“……아!!!”
자신은 아이들을 싫어한다며,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눈을 돌리려고 했던 검성을 이내 목놓아 울었다.
마침 비가 내려 검성의 눈가를 씻어주고, 무엇이 눈물이고 비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머리로 흙바닥을 쾅쾅, 내리치며 그 충격으로 눈가의 실핏줄이 터져서 피눈물을 흘리는 그의 눈물은 더 이상 비와 헷갈리지 않았다.
절규하고 절망한 검성은 평생 흘릴 눈물을 전부 쏟아내겠다는 듯이 울었다.
이후 날이 밝자, 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급으로 받았던 두꺼운 책 한 권을 펼쳤다.
지금까지 군국에서 집계한 사망자 및 실종자들의 이름.
검성은 약 2억 명의 이름을 전부 외웠다.
나를 위해서 전장에 죽어간 이들을 위해, 죽는 순간에도 인류를 생각하며 죽어간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결코 그들을 잊지 않는 것.
따라서 나는 일주일 내로 모든 비석을 완성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마…… 이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머리를 바닥에 너무 세게 박아서 그런가.
내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고, 객체 구분이 힘들어지며, 안과 밖을 비롯한 사소한 것들을 쉽사리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덕분에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혼란스러워진 맨얼굴은 더 이상 타인에게 드러낼 일이 없었다.
이후 모든 전쟁이 끝났을 무렵.
제주도는 검성이 1년 동안 다듬은 땅으로 유명해졌다.
일반 시민들과 죽은 영웅들의 유가족들은 비석에서 이름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보내며 눈물을 흘렸고.
이내 무인도는 성역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성역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으니.
약 2억 명, 차후 전쟁이 끝날 즈음에는 5억 가까이 늘어난 비석 중 100여 개의 이름에는 남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적혀 있었다.
매년 그들의 이름에 손을 얹고, 제사를 지내는 이는 여태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한 명뿐이 없을 것이다.
* * *
한편 자작령 프런티어.
북부의 유일한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이사벨은 그 폭동의 주범이 혁명군이라 불리던, 반란 분자의 일원이기를 바랐지만 그들의 안색이 나쁜 것을 보고는.
“칫, 정신계 마법에 단단히도 걸렸네.”
혀를 찼다.
이 폭동에서 무언가 조작된 느낌을 물씬 받았다.
혁명군이라는 놈들은 이토록 야단법석을 떨기 좋은 시기에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고, 정신계 마법에 걸린 소수의 주민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불안하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혹시나 든 생각인데.
‘설마 반란 분자와 세뇌된 주민들을 전부 자작이 안배한 것은 아니겠지?’
정신계 마법에 걸린 사람들의 행패.
초가삼간이 불타고, 방화와 살인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끔찍한 모습에 학생들은 고개를 돌렸으나 그녀만큼은 고개를 피하지 않았다.
이사벨의 푸른 벽안은 눈앞의 잔혹한 사태를 목격하고 나서도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고요했다.
도리어 신난 듯 보였다.
그녀 본인은 모를 수 있으나.
가문인 시리우스의 상징은 늑대, 웨어울프.
밤과 달빛을 추종하고, 피와 사냥을 즐기던 조상의 형질은 미약하게나마 이사벨의 몸속에 흐르고 있으니.
지금처럼 보름달이 떠오르고, 피 냄새가 사방에서 만연하는 환경에서 그녀는 더욱 냉철하고 계산적이게 된다.
“그, 아, 주, 죽어라……!!”
“야! 이거 어떡해. 그냥 죽여?”
“그걸 왜 주겨요! 기절시켜야죠!”
“이걸 상식적으로 어떻게 기절시켜! 너무 날뛰어서 어떻게 하기도 힘든데.”
갑자기 학생들의 무리에 한 남성이 뛰어들었다.
정신계 마법에 걸린 남성은 마치 좀비라도 된 것처럼, 학생들의 팔다리를 깨물려고 했으나.
이지의 방패에 가볍게 막혔다.
대단한 힘도 능력도 없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어차피 이거 던전이잖아. 죽여도 상관없는 거 아니야?”
“일리가…… 있네?”
“그러면 죽인다? 이런 사람들은 가만히 놔두면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니 미리 처리해 두는 게 나아.”
철컥.
도끼가 남성의 목을 효수하려고 달려든다.
그 순간 이사벨이 소리쳤다.
“아니! 절대로 죽이지 마!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해!”
왜?
같은 질문은 날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선생님이 임명한 헤드.
이 조의 조장이자 리더.
이사벨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이지, 너는 방패를 들고 앞에서 달려.”
“……자랑은 아니지만, 나 키가 작아서 방패보다 작거든? 시야 확보가 안 돼서 돌진밖에 못 할걸.”
“하라면 해. 그리고 유라는 길을 찾아줘.”
“어디로 가는데?”
“자작이 있는 곳으로.”
“오케이, 알겠어.”
화기에 총알을 장전한 노유라.
그녀에게 길잡이를 안내한 순간, 타인의 표면을 읽는 노유라의 눈이 재빠르게 돌아갔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속내.
그 속내의 표면을 훑으며 자작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을 탐색했다.
그리고 마침 발견했다.
─세상에 이토록 끔찍할 수가…… 자작 그 능글맞은 사내가 벌이던 꼴이 이런 것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래도 공범인 이상, 함구하는 수밖에 없나. 우선 에포츠 자작이 있을 저택 지하로 몸을 숨겨야겠어.
찾았다.
마침 에포츠 자작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찾았다.
노유라는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고, 그런 그녀의 뒤를 나머지 학생들이 따랐다.
학생들의 그런 움직임은 바디캠을 통해 아카데미에 송출되었고.
동시에 먼 곳에서 저들의 발자취에 실실 웃는 사내 둘이 있었으니.
“이거 오래간만에 어린 양들의 기름진 뱃살로 입가심을 할 수 있겠군.”
“그런 취향이셨습니까?”
“무슨 뜻이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후후……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배웠군요.”
“뭔가 기분이 더러운데.”
바로 시몬과 이름 없는 붉은 머리의 마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