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37화(13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37화
오늘을 위하여, 내일을 희생하는 자들(2)
이 세상에 내가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자, 검성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생은 안전한 본토에 계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잃었지만, 아직 스승님을 비롯한 극소수는 살아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사관학교도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근 5년을 함께한 전장도 지역만 달라졌을 뿐, 지옥 같은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으니.
검성의 인생에 돌아갈 곳은 여럿 있었다.
“……어딜 가야 되지?”
그런데 정작 어디에 속할 수 있을지.
20세에 가까운 나이에, 늦은 방황에 시달린 그는 제 몸이 제주도에 묶여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을 위해 죽은, 혹은 이 땅에서 태어나 불합리하게 죽은 모든 이들의 이름을 섬 곳곳에 새기며 거대한 묘비를 만들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끝났다.
더 이상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을도 타 버렸으니.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검성은 자신의 발자취를 살폈지만, 어딜 봐도 자신이 속할 곳을 정할 수 없었다.
어디에 가야 나는 진정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늦은 사춘기는 그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였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몇 년 만에 따뜻한 밥을 먹으며, 평생 써도 모자랄 일이 없는 돈을 쓰며 살아갈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머니가 해준 밥을 먹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던가.
적어도 지난 1~2년간은 입에 담은 적도 없다.
다만 그 선택을 할 경우.
전선이 뚫리는 날에는…… 두 분과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군.
뭐 도망친다고,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면 다시 전장으로 복귀할까.’
검성, 검의 성인이라는 별호답게.
검을 휘두르기를 바라는 곳에 직접 행차하여, 죽어간 모든 이들의 회한을 담은 복수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마물의 수에는 끝이 없기에 이룰 수 없는 공허한 목표의 복수는 금방 꺾이고 말겠지.
뭘 선택해도 좋은 결론이 나오지 않는 상황.
진정 자신의 삶에 마음 편히 돌아갈 수 있는 ‘집’은 없는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뇌하는 검성이었으나.
이내 방황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지켜야겠지.”
너무나도 많은 인연을 놓쳤다.
그러나 피가 딱딱하게 굳은 이 더렵혀진 손에는 아직 끊기지 않은 연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면 악연 같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진 친구 이브.
검을 가르쳐 주시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스승님.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고리타분한 성경과 교리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억지로라도 가질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하셨던 선생님.
그 외에도 팔대성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이름으로 함께 엮인 동료들.
열 손가락을 전부 채우지도 못하는 인연이지만.
남은 것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움직여야겠지.
아직 할 수 있는 건 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검성이었으나, 성모라 불렸던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신께 올렸다.
빌어먹게도 전능하신 그분은 시련만 내릴 뿐.
아무런 응답도 없이, 기도만 받는 신은 양아치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여하튼 남은 이들만큼은 지키기 위해서 검성은 일어섰다.
거듭된 죽음과 비극으로부터.
나약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평정이라는 가면을 쓴 검성은 이내, 자신의 가면이 얼마나 무디고 연약한지를 깨달았다.
그건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군국의 가장 높은 상층부에 복귀 신청을 할 즈음이었다.
“……누나를 최심부에 파견했다고?”
누나.
그러니까 자신의 스승인 염라를 최심부에 파견했다.
거대한 원탁에 앉은 상부의 말을 들은 검성은 귀를 의심했다.
“그래, 최근 변방의 별 볼 일 없는 땅에서 마인들이 기승을 부린다더군.”
“그나저나 마인이라. 그런 열등한 생명체가 이토록 득세할 줄은 몰랐는데. 그들이 하나 되어 만든 집단이 마교라고 하던가…?”
“하하, 그들이 비록 최전선의 가장 깊은 곳에 자신들만의 성소를 짓고는 살아간다고 하거늘. 지옥의 유황불을 다루는 <염라>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겠지.”
허허, 웃고는 와인을 삼키고 있는 상층부의 노인들.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명령을 내린 것인지 알고나 있는 걸까?
최심부.
가장 깊은 지역이란 이름의 장소는, 마물의 시작이자 모태로 불리는 일곱 재앙들이 꽈리를 튼 반경 100㎞ 이내를 뜻한다.
일곱 재앙은 인간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여겨지며.
인류는 나와 그녀를 위시한 군단을 몇 번이고 전장에 투입시키고 나서야, 겨우 다섯 마리를 죽였다.
“……빠졌군.”
검성이 뭐라 읊조렸다.
그러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기에 상층부는 알코올이 들어가, 붉게 물든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으음~? 내 귀가 침침해서 우리 위대하신 성인님의 말씀이 잘 안 들리는군.”
“나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앞은 제대로 못 들었다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물론 모두가 못 들은 것은 아니다.
애당초 들으라고 읊조린 것이기에.
“당신들 죄다 빠졌다고.”
정신 줄이.
나사가 빠진 판단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든 일곱 재앙을 몰아내서, 그녀 혼자로도 어떻게든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아무리 그대라지만, 우리에게 그런 망발이 용납될 것 같은가?!”
“이보게, 총통. 좀 진정하시게나. 한 잔 더 드릴까?”
“술에 취해 판단이 흐려진 모양이군. 아무리 전쟁 영웅이라지만, 저 꼬맹이는 아직 우리보다 밑이다. 그런데 저런 언사를 그대로 넘어가면……!”
“웃기지도 않는 집단이군.”
팔대성이 생기며 상층부를 한 번 물갈이하긴 했지만.
설마 아직까지도 이럴 줄이야.
내 실착이었다.
원탁에 앉은 10명의 노인들.
그들의 정체는 전설적인 1세대 플레이어.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며, 신화였으나.
그들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단련된 근육 대신 살집으로 가득한 몸이 그 증거였다.
“당신들은 옛 가나안의 토착신. 고결한 풍요와 폭풍우의 「하다드」에 대해 아는가?”
“하다드……?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어느 한 거대한 종교는 유일신을 숭배하기에, 자신의 신을 제외한 다른 신들은 악마이자 죄악으로 보았다네. 신화가 악마로 전락한 셈이지.”
그러나 정작 실상을 알고 보면 악마고 나발이고.
신이었던 셈이었던 것이지.
그런데 이 말을 굳이 왜 지금 꺼냈을까?
“그게 무슨 뜻이지? 그나저나 왜 지금 나한테 다가오는……?”
“만철이! 뒤로 피하시게!”
푹─!
고기가 썰리기 직전의.
도축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군국의 가장 높고 고귀한 방에서 들렸다.
이후에는 뭐…… 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어졌다.
와인에 취한 돼지는 딱 알맞게 숙성된 듯, 붉은 액체를 전신에서 뿜어댔다. 누구는 잘린 머리에서, 큐브 스테이크처럼 토막 난 전신에서.
딱 적절하게 숙성된 듯한 빛깔의 와인이 쏟아졌다.
“사, 살려줘!! 경비! 제발 도, 도와……!!”
푹─!
푹─!
푹─!
찌르면 찌를수록 숙성된 와인을 내뱉는 신기한 돼지.
어느새 검성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자신이 하는 짓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찌르고만 있었다.
‘돼지. 가축처럼 욕심을 먹고 자란 녀석들이 싫어서, 죄다 물갈이를 했건만. 결국 또 갈아치워야겠네. 아, 맞다. 누나 찾으러 얼른 가야 되는데. 그런데 지금 뭐 하고 있더라?’
망가진 인형은 난잡한 사고를 갈무리하지 못한 채, 도축을 이어나갔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기계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검성의 모습은 망가진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모호했다.
세상에 저렇게 강한 인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의 인망은 대단히 넓고 탄탄했다.
원탁의 경비를 서던 경비원들은 검성의 만행을 보고는 크게 놀랐으나, 제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검성’이라면 상층부를 몰살하던, 분명 인류에 이바지가 될 것이라는 곧은 믿음이 있었다.
그러니 저들 중 잘못이 있는 쪽은 분명 상층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검성은 무리한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과 참모총장을 비롯한 상층부를 전원 몰살.
문득 정신을 차린 그는, 누가 이런 것이냐며 깜짝 놀랐으나.
자신이 그랬다는 증언에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마물의 피가 아닌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힌 경험은 많지 않았으나.
별로 껄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돼지를 도축했다는 생각으로 칼을 휘둘러서 그런가.
사람 중에는 사람 같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검성이었다.
이때부터였다.
검성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병동에 감금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그는 군국의 주인이기에.
미친 주인의 명이라면, 군인들의 총과 칼로 이루어진 철혈의 나라는 그 어떤 명령이라도 따를 준비가 되었다.
이후의 꿈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치 빨리 감기를 누른 듯.
관찰자 시점이었던 안드레알푸스를 중심으로 세계가 빠르게 회전했다.
검성은 이후 군대를 이끌고 최심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선생님을 묻고.
신실한 그녀의 유품이었던 묵주를 귀에 걸었다.
목에는 이미 다른 동료의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아갔으나 마인들의 농간에 스승님은 반 정도 마인으로 전락한 상태였기에.
검술 스승이었던 그녀를 검으로 꺾고.
그녀가 좋아하던 장미꽃밭에서 안식을 드렸다.
새하얀 장미가 피로 인해 붉게 물드는 모습은, 흰 장미보다는 붉은 장미가 훨씬 예쁘다며 자신의 취향을 강력히 내세우던 그녀와 같아서 눈물 대신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미친 듯이 웃고.
그는 모든 종류의 마(魔)를 깊이 혐오하게 되었고.
그는 모든 마물을 세상에서 몰살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전개.
그 사실에 당황한 미모 후작은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지금 그녀의 앞에는 주저앉은 사내의 등이 보였다.
그 뒤로 수많은 원혼들이 사내의 등을 붙잡은 채 늘어졌다.
사람과 짐승의 면면이 뒤섞였으나, 마인인 그녀가 맡더라도 역할 정도의 마(魔)가 물씬 느껴졌다.
【너.】
꺾인 목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기괴하기 그지없어서, 보통의 인간보다 아득한 힘을 가진 마인. 그 마인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귀족급 마인인 안드레알푸스조차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녀가 그러든 말든.
【봤구나?】
피로 물든 공허한 동공은 그녀만을 담고 있었다.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은 짙은 혐오감과 살의였다.
모든 마(魔)에 적대감을 가진 그는, 그녀를 본 순간 반드시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서사를 목격한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 세계는 신비가 만연한 땅.
죽은 영혼을 불러와 대화하는 것 정도는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육체와 동시에 정신도 죽이는 수밖에.
【딱히 보더라도 상관은 없는데. 거기까지 보게 둘 생각은 없었어.】
화르르─!
그의 몸을 타고 불꽃이 타올랐다.
불길한 자색으로 번들거리는 자염(紫焰)은 순식간에 하수구를 매웠다.
어두운 사방에 퍼지고, 하수도를 타고 흐르는 물에 반사되는 불은 점점 기괴하고 요상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이내 꼬리 여럿을 가진 여우의 꼬리가 펼쳐지는 순간.
작은 광원이 되어 백승우를 비추었다.
너울거리는 그림자에 반사되는 그의 모습은, 마인보다 더 악독한 여우의 꼴이었다.
꿈은 끝났다.
극의 막은 내렸으나, 그 주인은 관객의 퇴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야 이번에는.
【하는 수 없지. 대신, 이번에는 네가 주인공이 될 차례란다.】
기괴하게 웃는 모습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세계는 처음부터 그의 손아귀에 있었으며.
아직 꿈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이미 늦었다.
뭐, 일찍 알아도 변하는 것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 * *
한 팀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현실에 돌아왔다.
이제 남은 시험 시간은 1시간 40분.
슬슬 외부에서 온 길드 스카우터들도 돌아갈 법하건만, 그들은 도리어 지난 일주일 중에서 가장 열심히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저거 마인 맞지?”
“이면 세계에도 마인이 있었던가?”
“그러면 설마 또 마인의 침입을 허용한 거야? 그게 말이 되나?”
혼란으로 가득한 대강당.
유일하게 남은 팀이 하나뿐이니. 대강당에서는 큰 화면에 오직 백승우의 조만을 송출하고 있었다.
그 탓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침입한 게 맞군.”
“오미님?”
“뿔 달린 사내 옆에 있는 성직자 복장의 사람을 유심히 살펴봐. 업계에 귀가 많은 녀석이라면 알 법도 할걸.”
학생들의 교복에 부착된 바디캠.
한창 다들 싸우고 있기 때문에 시선이 마구잡이 흔들려서, 초점이 잡히질 않지만, 시선의 끝.
가장 거대한 저택 위에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마인은 특유의 피부색과 머리에 달린 뿔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 옆에 선 사내는 그다지 특별한 특징이 없어서 다들 누군지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시몬……? 마교 숭배자가 어째서 중간고사에 한정적으로 열리는 던전에 나타난 것이지?”
“야, 이 멍청한 녀석아! 당연히 던전에 침입했으니까 그렇지!!”
“이거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형평성이고 나발이고, 현실에 있는 수배범이 던전에 침입했다니까? 그러면 당연히 옆에 있는 마인도 밖에서 침입한 것이니, 학생들의 안전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구하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안전을 위해 함께 동행한 임사 교사는 어디에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뒤에서 그 모든 광경을 눈에 담는 두 사람.
“이거 불쾌하군.”
“불쾌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렇죠, 이사장님?”
초점 없는 눈으로 거구의 이사장에게 남화연이 싱긋 웃어주었다.
이사장은 뭐라 반박할 수 없다는 듯,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시끄러운 친구들을 제치고, 당장에라도 던전에 침입하고 싶었지만, 누군가의 농락으로 현실과 이면 세계를 잇는 공간의 틈을 막았다.
억지로 부수려고 하면 안에 있을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그렇게 마력을 갈무리하며 분을 삭이고 있을 무렵.
화면을 바라보는 남화연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바로 그때였다.
쾅───!!!!
폭탄이 터지는 것보다 더 큰 소음이 저택의 일각을 부쉈다.
그러자 거대한 소리가 대강당에서 송출되는 스피커를 타고 모두의 귀에 울렸다.
“아, 귀 아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설마 저택이라도 터졌어?!”
“……미친.”
대강당을 울린 굉음.
그 소리의 중심에는 백승우가 있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사람들은 굳은 얼굴로 침음을 내뱉었다.
“……돌아오면 사과부터 해야겠네.”
“나도.”
“저 녀석이 저렇게 강했던가……?”
“썩어도 준치라는 거겠지.”
“준치? 지랄하고 있네.”
세기말의 종말 영화를 틀어도, 저것보다는 평온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백승우의 영향력은 어마 무시했다.
“네 눈에는 저게 준치로 보이냐?”
하늘에서 불의 비가 내린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는 비는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을 무력화시킬 뿐. 화상 같은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마력과 [화염 마법]을 다루는 센스가 미쳐 돌았다.
상급 마법사도 감히 따라 하기 힘든 기예에 교수들과 조교들, 그리고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을 묵묵히 영상을 지켜봤다.
한 스카우터가 멍하니 읊조렸다.
“세계가…… 불에 타오른다.”
작은 도시일지언정.
그 정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면 세계.
그 세계가 불에 타오르고 녹고 있었다.
피처럼 붉은 화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세계를 불태운 그 방화범은 천호백가의 무능아.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는 막내.
백승우였다.
다만 그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은.
오직 그의 스승인 남화연만이 눈치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