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40화(14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40화
오늘을 위하여, 내일을 희생하는 자들(5)
─그 성격은 좀 어떻게 하면 안 돼?
“가면 하나 버리는 것 정도야 아무 상관이 없다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짓거리가 있거든.”
─그 생각을 진짜로 실현할 셈이야? 했다가는 심장이 터질 텐데.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내가 하려는 짓은 심장을 대가로 하는 만행이다. 최악의 경우 심장과 함께 몸이 터져 나갈 것이고.
최선의 경우에도 심장은 터질 것이다.
대신 새로운 장기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구상하는 헛짓거리의 최선이었다.
“선택하기도 전부터 병신이라면, 직접 병신이 되기를 선택하는 편이 그나마 덜 억울하지 않겠어?”
─무슨 미친 소리야?
“그냥 해본 소린데.”
─……어서 그 성격 좀 어떻게 좀 해봐.
나는 이 성격을 썩 나쁘지 않게 보고 있는데.
그녀는 좀 다른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중에 바꿔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계약으로 서로를 구속한 사이이기에 간단한 편의 사항 정도는 들어줘야겠지.
“그러면 할 것만 빠르게 한 다음에 바꿀게.”
─하하하……. 결국은 하겠다는 거구나.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렴. 그런데 네가 죽으면 반지에 묶인 내 혼도 같이 죽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건 알지?
“응.”
─후후, 그래 가끔은 위기 속에서 모험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결국 체념한 타마모는 내 손을 들어줬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곧장 오른손을 심장 위로 올리고.
콰득──!!
마력으로 가슴속의 심장을 휘어잡았다.
갑작스러운 무형의 압력에 잘만 뛰고 있던 심장의 박동이 조금씩 줄어든다.
쿵쾅, 생명의 근원과 같은 심장 박동이 줄어들자 얼굴에 생기가 사라지고 두뇌 회전이 급격하게 느려졌다.
전신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
지금이 바로 내 몸에 시술을 가할 적기였다.
꾸우우욱.
오른손으로 심장이 있을 가슴을 짓누르자.
손자국이 크게 새겨지며, 그 강도가 강해질수록 갈비뼈에 조금씩 무리가 가고 있었다.
우둑! 우두둑──!!
단단한 무언가가 꺾이며 부러지는 소리.
그 소리의 중심에 있는 내 갈비뼈는 이윽고, 차례로 무너져 내렸고.
오른손으로 통해 심장 부근에 주입한 마력에 의해 그 형태가 바스러졌다. 가루 형태가 된 갈비뼈.
문득 장기를 보호하는 뼈의 부재를 느낀 순간.
내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3분 안에 끝내지 않으면 죽지는 않더라도, 불구가 될지도.’
피는 산소만 전신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마력도 함께 운반한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마력뿐만 아니라, 「태양절맥」의 원흉이 되는 양강의 기운도 함께 운반한다. 심지어 마력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나보다 마력이 많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명 없다.
그 탓에 내 혈관은 남들보다 곱절은 좁다.
그런 와중에 혈류가 운행을 멈추니 전신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디 한 곳 괴사한다고.
하는 수 없지.
위험하지만, 어차피 이미 위험하니 속도를 올리는 수밖에.
쿠궁!
갈비뼈를 부순 자리 위로 마력을 응집했다.
어찌나 많이 모였는지, 「요마안」을 열지 않으면 보이질 않아야 할 마력의 유동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뭉치고 응축되어 심장보다 크고 무거운 질량을 갖춘 마력.
‘여기서부터 조금씩 떼어서 만든다.’
찰흙을 조금씩 조형하듯.
커다란 마력의 덩어리에서 1할가량을 떼온 나는 곧장 심장과 배꼽 밑의 단전을 순환하는 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우선 파이프라인은 만들었어.’
서클을 사용하는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
배꼽 밑에 내력을 축적하는 무인에게 가장 중요한 단전.
이 둘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었다.
이걸로 첫 번째 단계는 성공했다.
‘자, 다음은 옛 마법사들의 유산이었던 서클을 몸에 이식할 차례.’
마력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고리.
이 고리는 원형으로 회전하며, 두 장기 간의 마력을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 흐름을 따라 마력을 조금씩 흘려보냈다.
우우웅.
그러자 심장이 조금씩 반응한다.
원형의 고리를 따라 흘려보낸 마력은, 물살을 타고 흐르듯 원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똑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했다.
어느새 심장과 단전을 잇는 마력의 고리는, 하나의 거대한 동심원(同心圓)을 기준으로 순환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던 타마모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검성이라고 했더니만, 그 검성(劍星)이었나. 생각 이상으로 별무리와 천체에 조예가 깊은 것 같은걸.
밤하늘에 아름답게 걸린 풍경처럼.
체내를 도화지 삼아, 반짝거리는 마력의 동심원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후 거대한 동심원을 기준으로, 다섯 개의 작은 마력을 원형으로 압축하여 회전시켰다.
‘동심원이 서클의 개념이라면, 그 주위를 떠도는 원형의 항성들은 오기(五氣).’
이로써 시술은 끝났다.
갈비뼈를 대체하여 응축된 대량의 마력은 갈비뼈를 창조하고, 이윽고 강하게 움켜쥔 탓에 죽어가는 심장을 보조했다.
무를 마에 접목하는 지극히 미친 발상은.
그 결과도 발상만큼이나 미쳤다.
“심장과 단전의 일원화(一元化). 대체 심장의 창조.”
심장과 단전이 동심원으로 하나 되었으니.
앞으로 내가 동심원의 개수를 늘릴 때마다, 서클이 늘어나며 경지가 상승하는 것처럼, 마법적인 경지는 한층 깊어질 것이고.
단전을 대체한 다섯 개의 항성에 내력이 쌓여 육체를 보조할 것이다.
……다 됐다.
“용케 성공했네.”
시술을 끝낸 직후.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읊조렸다.
가슴 속에 무언가 차올랐다.
그건 시술을 무사히 끝냈다는 성취감도, 어떻게든 해냈다는 허탈감도 아니었다.
사실 시술 자체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방금 내가 직접 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과 추측만 가득한 영역.
그러나 광기 어린 가면을 쓴 네게 이론을 증명할 이유는 하등 없었다.
쓸 만하다면 무엇이든 취한다.
설령 그 대가로.
“며칠 좀 일찍 죽겠네.”
가뜩이나 부족한 수명을 더 빠르게 단축시킨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대충 수명이 반 정도 줄었나?”
으윽, 가슴속에 차오른 피를 게워냈다.
나는 성취감을 느낄 새도 없이 피를 뱉어내며 자신의 몸을 진단했다.
분명 이전보다 강해진 육체.
하지만 내부는 부실 공사가 꽤 심각했다.
엔진만 좋으면 뭐하나.
정작 기틀이 무너지고 있거늘.
“어쩌면 생각보다 더 줄었을지도 모르겠네.”
이 비루한 육체의 한계는 명확했다.
원래부터 죽음이 머지않았다.
그런 주제에 한 달이 넘도록 식사를 취하지 않고, 수면 시간도 도합 24시간을 채 넘기지도 않았다.
가뜩이나 죽어가는 몸을 혹사한 결과.
혈맥 속의 양강이 자극되며 「태양절맥」으로 하여금 육체의 붕괴를 일으켰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미친 짓의 온점을 찍었다.
─하아……. 얼마나 남았는지 알겠어?
“대략 4개월 정도려나.”
─정확하게는 115일 정도 남았단다. 영혼의 격은 높은 주제에, 육신은 이토록 비루해서야……. 훗, 그러게 잘 좀 쉬지 그랬어.
불과 115일밖에 남지 않은 수명.
제아무리 시한부라고 하더라도, 20대 초반의 청년이 받아들이기는 무척이나 짧은 찰나이나.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광인에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삶이란 그 한계가 명확하기에.
오래 살든, 적게 살든 결국은 죽을 운명이라면 115일에 무슨 대수가 있겠느냐.
사람 인생이란 훗날을 모르기에, 그전에 죽을 수도 있을 노릇이 아니던가?
미친놈의 생각은 그러했다.
* * *
중세는 기사들의 시대.
그런 만큼 사람들의 삶에는 기사라는 존재가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치안을 담당하고, 이 땅의 주인을 받들고 수호하며, 기사도(騎士道)의 이상을 받드는 도덕적인 자들.
그들이 용기, 사랑, 관용, 예정과 명예 따위를 신봉하였기에 그들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기사들은 그들의 존경에 노동의 값어치로 보답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기사들 덕분에.
추운 북부의 땅은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설령 몸의 추위는 마법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어도, 마음의 추위는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으로 데워왔다.
분명 그래왔을 텐데.
“엄마, 우리 집은 어떡해……?”
“……걱정 마렴. 분명 기사님이 멋지게 나타나서 우리들을 구해주실 거란다. 그러니 그때까지 동생을 돌볼 수 있겠지?”
“응…….”
그렇고 남겨진 아이는 더 작은 아이를 품었다.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던 여인은 웃음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는 불타오르는 도심을 향해 뛰었다.
비록 맨발로 거친 돌바닥 위를 달려, 살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을 데려와야만 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삶이 그러하듯.
비극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찾아오게 마련이었다.
끼기긱─!
북부의 거친 겨울을 버티며 살아온 튼튼한 나무를 베어 만든 집들의 기둥.
도심을 덮친 화마에 나무 기둥을 받쳐줄 것들이 사라지니.
타오르는 나무는 정신없이 달리던 여인의 머리 위로.
쿵─!!!
떨어졌다.
거대한 충격에 먼지가 사방에 떠올랐다.
바닥에 피가 흐르는 광경은 썩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극이 누구에게나 동등하다면, 희망찬 희극 또한 모두에게 동등하다.
“당신! 거기 검은 치마의 아줌마!”
거대한 나무 기둥이 떨어진 바로 밑.
그곳에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변성기도 제대로 오지 않았는지, 순간 자신의 아들의 목소리로 착각한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위를 올려다봤다.
쓰러진 여인의 위로 거대한 나무 기둥이 쓰러져 있었다.
아마 중간에 누군가가 없었다면 깔려서 죽었겠지.
그래, 눈앞의 소년이 없었다면 말이다.
“넌 대체……?”
“잔말 말고!!”
방패로 떨어지는 나무 기둥을 막은 소년, 이지.
그러나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이지의 양팔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이지는 방금의 충격으로 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뒤의 여인에게 소리쳤다.
“남한테 빚 같은 거 지지 마!! 그게 돈이 됐든 목숨이 됐든, 자기 손으로 쟁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
“……어?”
막 죽을 뻔한 사람에게 하는 말 치고는 꽤나 독특한 언사.
그러거나 말거나 이지는 방패를 치켜들어, 나무 기둥을 옆으로 흘렸다.
쿵──!!!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것도 아닌 주제에.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옆에 떨구는 것만으로 소리가 상당했다.
그 거대한 소리에 여인은 자신이 무슨 도움을 받았는지 깨닫고는,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이미 이지는 불이 잔뜩 퍼진 도심의 한가운데로 몸을 던진 직후였다.
“……우리 아들보다 겨우 두 살 많아 보이는데.”
새삼 감회에 젖어 든 그녀는 문득 자신이 남편을 찾기 위해 누구를 두고 왔는지 깨달았다.
내 새끼들.
배 아파 낳은 내 보물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남편을 찾기 위해 어린 아들과 딸을 그런 곳에 방치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지금까지 걸어온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방금 자신이 당할 뻔한 사고를.
아이들이 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기에 발바닥이 찢어지고 터지도록 달린 여인의 시선의 끝에.
기우뚱.
고개를 천천히 내리며 아이들의 뒤를 덮치려는 나무의 파편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의 머릿속에 문득.
‘아, 그 소년이 돌연 나타나서 다시 한번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떠오른 말이 있었다.
─남한테 빚 같은 거 지지 마!! 그게 돈이 됐든 목숨이 됐든, 자기 손으로 쟁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래.
내 아이들이다.
나와 남편이 사랑으로 낳고, 기른 우리들의 아이들.
반대편으로 달려가, 오지도 않을 구원에 매달릴 바에는 차라리.
내 손으로 쟁취하리라.
쿵─!!
거대한 나무 파편이 아이들의 뒤를 휩쓸었다.
타오르는 불과 집에 정신이 팔려, 공포에 질린 오빠와 여동생은 서로를 껴안은 채, 서로의 온기에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바빴다.
그렇기에 뒤에서 그들을 노리는 위협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일까, 불행일까.
“어, 엄마……?”
“다행이다…… 내 새끼들…….”
털썩, 쓰러지는 여인의 몸.
그녀의 뒤로는 수많은 나무 파편이 박혀 있었지만.
정작 쓰러진 여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훤했다.
그 미소의 원동력은.
자신의 손으로 소중한 것을 지켰다는, 쟁취했다는 기쁨이자 성취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웃으면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도시 곳곳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오늘의 찰나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 배를 곯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이들.
그들은 오늘을 버티기 위해, 내일 쓸 기력을 저당잡고.
그다음 날도 또 그렇게 버틸 것이다.
그렇게 먼 훗날에는 병들어 괴로워하다가 떠나겠지.
그런 미래가 확정되더라도.
오늘을 위하여, 내일을 희생하는 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부모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