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42화(14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42화
마음도 아픈데, 몸도 아프다(2)
[퀘스트가 갱신■■■.] [전혀 ■■ 새로■ ■■트를 ■■합니■.] [■스■가 대체■■■. ‘■건■ 검■’을 열람■■다.]망막에 비치는 빛의 활자가 망가졌다.
문장은커녕 단어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는 모습에 황당함을 느꼈으나, 누군가가 이 활자들로 하여금 내게 대화를 하고자 한다는 건 제대로 느꼈다.
둘 중 하나다.
‘이브 혹은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것.’
이브는 내 오랜 친우이기에 아는 것이 많다.
그러나 저 시스템이라는 것은 도저히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 시스템이란 인류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해 온 지극히 ‘당연한 개념’. 밖에서 온 내게는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만.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오히려 없어지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다.’
오히려 시스템의 일부라고 알려진 상태창과의 연결이 취하된 이후로 상쾌함마저 느끼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머저리들의 세계에 홀로 남은 일반인은, 머저리들의 입장에서 머저리로 여겨진다더니.
이 또한 그와 같은 논리로 볼 수 있을까.
상념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질 무렵.
띠링!
이제는 익숙해진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상태창의 화면이 바뀌었다.
[서브 퀘■■ : 조건부 검성] [설■ : 당신은 살아 있는 전설이자 신■. 그 사실은 영혼이 각인되어 세월의 풍파에도 영원토록 기록될 업■입니다. 비록 그 절대적인 ■화가 이 땅에서 일어난 기적이 아닐지언정, 그런 사소한 ■실이 당신의 격을 훼손할 수는 없습■다. 어느 한 배■자의 능력으로 드러난 당신의 전말은 지금에 이르러 세계가, 시스템이 목도하였으니 ■■는 ■ 무엇도 ■신■ 막을 수는 ■■■다. ■■ ■■가 ■신을 ■■■■ 있■■■다.]문장의 대부분이 깨진 방금 전의 것보다는 상태가 나았으나.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서는 앞의 문맥을 아무리 읽어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건 메인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서브 스토리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이 세계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안드레알푸스」의 능력을 통해 내 과거를 봤다는 것 정도다.
‘앞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나, 뒤는 조금 걸리는군.’
지금 내 반지 속 공간에 퍼즐 블록처럼 기형학적으로 접힌 「안드레알푸스」의 능력 탓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한 배■자의 능력으로 드러난 당신의 전말은 지금에 이르러 세계가, 시스템이 목도하였으니 ■■는 ■ 무엇도 ■신■ 막을 수는 ■■■다.’라는 길고 긴 구절이 신경 쓰인다.
‘깨진 단어는 읽기 쉽지 않지만, 앞뒤 문맥을 헤아리면 추론은 어렵지 않다.’
이를 통해 추론되는 내용은.
─시스템이 네 진면목을 처음 봤다는 것이겠지. 그도 그럴 게 ‘목도’라는 표현이 적혀 있으니까.
“그 말대로다. 뭐, 이 문장부터가 시스템을 통해 출력되는 방식이기에 무조건적인 신뢰는 할 수 없다만, 그래도 이 문장을 통해 추리해 본다면.”
시스템은 분명 이브가 아니다.
내 권능과 힘에 대한 것을, 곁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그녀이기에 ‘목도’라는 높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익숙한 광경에 하품이 나온다면 모를까.
그 정도로 높여 부를 필요는 없다.
물론 이조차 명확한 근거 없는 추론에 불과하지만.
내 직감은 이 추론이 옳다며,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망가진 몸뚱어리의 백승우라면 하등 믿을 가치가 없으나.
그것이 검성의 직감이라면, 비록 별호 앞에 전(前)이라는 명칭이 붙어도 신뢰할 수 있다.
“이건 썩 믿을 만한 퀘스트. 그러니까 신뢰할 만한 의뢰가 되지 못한다.”
─왜? 수락과 대가 때문에 그러는 거야?
[수락 시 : 특성 「조건부 검성」 ■득] [거절 시 : ■■]수락의 대가는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특성.
그리고 그 특성은 꽤나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다.
[특성, 「조건부 검성」 사용 시 모든 능력■가 상승합니다. 본래라면 사용할 ■ 없는 ■성의 성명■기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 대가로 사용할 때마■ ■■치의 영구적■ 손■가 발생■■다!]이 특성은 사용한다면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고, 본래라면 사용할 수 없을 기술을 사용하게 해준다.
아마 내가 다루던 검기나, 평생을 갈고닦은 이능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것들은 본래 전부 내 것이었다.
그런데 내 것을 사용하는 대가가 무언가의 영구적인 손해 및 손상이라, 장사도 이렇게 하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패가망신한다.
하물며 장사가 아니라, 내 삶 자체를 담보로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런 걸 순순히 수락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각오가 된 자가 아니라면 어림도 없다.
하지만.
─그래? 그거 이상한걸.
“뭐가 말이지?”
─내가 알던 너는 저 시, 시스템? 이라는 것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어. 그랬던 네가 갑자기 부정적인 시선을 품다니.
이거 뭔가 구미가 당기네?
뒷말을 삼킨 타마모가 혀로 입가를 날름 핥았다.
그 모습은 색정적이기 짝이 없어서 뭇 사내들로 하여금 사랑과 정욕을 느끼게 만들지만, 가면을 쓴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렇군. 상태창과의 연결도 점차 흐려지고 있는 지금, 방해꾼도 없으니 찬찬히 설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어머, 드디어 말해줄 생각이 든 거야? 이 누나는 감동했단다.
…….
1,000년도 전에 살아계셨을 분이 누나라고 자칭하는 꼴을 보기 힘들지만, 가면을 쓴 덕분에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다.
실제로 타마모도 내 마음을 살짝 읽고는 눈을 부릅떴으나.
이내 긴가민가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뭔가…… 불경한 생각을 읽은 것 같은데?
“착각 아닌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어디 있다고.”
내 손가락이 하수도 위를 가리켰다.
지금도 진동이 끊이질 않는 땅 위에는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한 뿔 달린 여인에 의해 사상이 계몽된 이들은, 그 선동가가 망가졌음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최소한 원흉이 죽음에 가까운 충격을 입어도 해제되는 성향의 적은 아니다.
거기에 더불어 치안을 지키고, 시민들을 수호하겠다는 기사도를 곱씹던 기사들은 자작의 충실한 개가 되어 모든 것을 방관한다.
그 결과 북부 유일한 도시는 현세에 도래한 지옥이 되고 있을 터.
지금 우리에겐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럼 어디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아예 처음부터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러면 내가 질문해도 될까?
“얼마든지.”
크흠, 목을 푼 그녀는 여우 귀를 쫑긋거리며 내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며 다가왔다.
가까이 느껴지는 여우의 숨결.
그녀의 체취.
곧 내 귓불을 날카로운 어금니로 조금씩 깨물던 타마모는 절대로 못 들을 수 없게끔 귀에 대고 물었다.
─네 삶, 귀엽고 작았을 어린 시절, 출처를 봤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지……. 그 모든 게 궁금하지만, 지금 당장 궁금한 것은 역시 네가 가진 철학이야.
철학.
다른 말로는 사상.
─난 네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궁금해. 후후, 대답해 줄 수 있겠지?
“물론.”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이 행동은 그만해 줬으면 좋겠는데.
“대신에 내려와라.”
─싫은데?
“내려와라.”
─정 싫으면 네가 직접 나를 끌어내리던가? 아, 나와 네 꼬리는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경지가 더 높아지지 않는 한, 영체인 나를 직접 붙잡을 순 없겠지?
“내려와.”
─싫은데?
도저히 순순히 그만할 기색이 아니었기에 나는 금방 포기했다.
강경하게 무력을 동원한다면, 만질 수 없는 영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건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악의 수.
지금은 그저 가만히 방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아…… 대신 귀에 바람을 부는 것은 그만해라.”
─왜? 혹시…… 흥분돼?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그냥 빨리 말해줘야지.
마음을 굳힌 나는 오래된 얘기를 꺼냈다.
그것은 케케묵은 고서처럼, 쏟아져 내리는 세월과 지식의 흐름 속에서도 구태의연하게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기억이었다.
“어릴 적의 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였지.”
여동생과 내 나이차는 그리 많지 않으나.
그렇다고 적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아이가 너무나도 어려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무렵.
똑같이 어렸던 나는 생에 처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달렸다.
목숨을 걸고 아이에게서 멀어진 결과.
마물의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나를 향했고.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에 각성한 것이, 나는 검성으로 만들어준 이능이었다.
─그러면 그때부터 강했던 거야?
“그럴 리가. 당시의 나는 이능을 막 깨우쳐서 마력의 사용이 미숙했다. 결국 나는 이능을 사용할 틈도 없었지.”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 덕분에 살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내 스승님이시지.”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분.
내 첫 위험을.
처음으로 품은 동경을, 누군가를 닮고 싶다고 생각한 첫 모범.
첫 스승이자, 처음으로 검을 가르쳐 주신.
여러모로 내 처음을 많이 가져가신 분이셨다.
‘이렇게 늘어놓으니 뭔가 이상한데.’
여하튼 그렇게 가족은 위해 처음으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사관 학교에 직접 들어간 나는 최연소로 학교를 졸업하고, 그 재능을 높게 평가받아 날고 기는 현역들의 기술을 전수받는 공동 전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기술과 그 속에 깃든 사상, 상념은 내 일상에 여러모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전쟁과 멀어지려야 멀어질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는 내게서 의지를 베어냈다.
“인간적으로 망가진 내게 남은 것은 같잖은 도덕이나 군법이 아닌 율법이었다.”
─율법? 내가 아는 그 율법?
“그래, 모든 가치들이 내 안에서 빛바랜 지금. 율법과 계율만이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있다.”
수많은 가면을 쓴 ‘백승우’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율법(律法)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율법을 철저히 지킨 덕분에, 나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율법은 인생의 선생이신, 성모가 나를 위해 친히 설계해 준 계율(戒律).
이후 동료들이 규칙을 하나씩 추가해 가고.
마침표로 내가 마무리 지으며 완성한 여덟 가지 율법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나라는 인간 자체를 정의하기에.
죽을지언정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첫 번째 율법.
「사람을 위해 살아라」.
구원자라는 업을 짊어진 이상, 손이 닿는 이들은 빠짐없이 구해라.
다만,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인 약속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판단해야 할 것.
그런 식의 애매모호한 규정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참고로 첫 번째 율법은 내 스승님이신 염라가 유언으로 남기신 것이었다.
다른 율법들도 대체로 그런 식이었으나.
유일하게 이질적인 규칙이 하나 얽혀 있었으니.
바로 문제의 여섯 번째 율법이었다.
여섯 번째 율법.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죽지 말아라.」
유일신을 신앙하는 성모이자, 주의 가장 충실하고 가까운 종임에도.
그분을 믿기만 할 뿐.
의지하지 않고, 도리어 술을 신앙하는 그녀는 자신이 처음으로 율법을 만들었음에도, 구태여 가장 먼저 여섯 번째부터 만든 까닭을 이리 답했다.
1은 유일한 숫자요.
2는 선과 악의 상극을 의미하고.
3는 절대적인 질서, 삼위일체의 상징 일지니.
절대적으로 완성적인 7을 놔두고, 완성에서 가장 가깝되.
동시에 완성되지 못하기에 불완전한 6번째를 내가 채택한 이유는.
…….
그게 멋있으니까.
라고 하였다.
성경에서 일컫기를 신이 이 땅을 창조한 7번째 날은 세상의 완성.
그러니 그 전날인 6번째 날은 절대로 완성에 나아갈 수 없지만, 완성이 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숫자.
666의 근간이라 하였다.
그러나 성모라는 양반은 그 666을 멋지다는 이유로, 친히 여섯 번째 율법을 만들어, 내게 계율을 하사하셨다.
─뭔가 이상한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나도 그때 당시에는 멋지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야, 그때가 18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얘기했다가는 대화가 귀찮아질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절대로 놀림당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어머? 후후, 뭔가 귀여운 상념이 느껴졌는데.
아무튼 아니다.
여하튼 이외의 율법은 계율로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여덟 가지를 제외하고서, 가면을 끼더라도 바뀌지 않는 절대적인 명제가 한 가지 존재한다면, 그것은 필시 마에 대한 후천적인 혐오감과 살의일 것이다.
그 증거로.
“……그러고 보니 아직 마인이 한 마리 남았던가. 한 마리는 구제했지만, 남은 한 마리는 지상 위에서 설치는 모양이군.”
불완전한 인간 표본 그 자체였던 나는 대화하다가 말고, 돌연 하수도 저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벽, 그 너머.
그곳에 내 살의를 자극하는 녀석이 있었다.
비록 「안드레알푸스」가 마인들의 사회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을 갖춘 귀족급 마인임에도 일격에 당했으나.
이건 그녀가 전투보다는 다른 부분에 치중된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나도 그녀의 허를 찌를 능력이 당장 없었더라면 팔 하나 정도는 상납해야 됐을지도 몰랐다.
귀족이란 그만큼 지체 높은 자리이기에.
그녀와 같은 남작임에도 모든 능력이 전투에 극단적으로 치달은 마인은 어떨까?
그 질문에 굳이 대답해 주는 작자가 없더라도.
사실 대답은 필요치 않았을 것 같다.
“……퀘스트. 받아야 될지도.”
나머지 질문은 천천히 올라가면서 대답해도 되겠지.
시술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무언가에 홀린것처럼하수도의출구를향해나가기시작했다.
걸으면서 그녀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을 이어나갔고.
드디어 출구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온 순간.
───!!!
돌연 위에서 거대한 파동이 느껴졌다.
전투에 치중된 힘을 가진 마인을 상대하는 것도 힘들 텐데.
아무래도 마인에게까지 가는 길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받아야겠네.”
이 빌어먹을 퀘스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