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44화(14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44화
마음도 아픈데, 몸도 아프다(4)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유해를 휘두르는 거야?
허리춤의 검집에서 요도(妖刀)를 뽑자, 천총운검에 얽힌 혼이 내게 말을 걸었다.
대요괴, 야마타노오로치의 꼬리를 가공해서 만든 검이니.
필시 녀석의 혼일 터.
─야, 대답 안 해? 대답 안 하면 확! 손부터 독으로 천천히 괴사시켜버린다?
녀석을 설명한 고서에는 1위계나 2위계의 마물로 추정될 법한 묘사로 가득해서, 분명 혼도 그에 걸맞게 엄중하거나 폭력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목소리가 얇다.
폭력적인 건 맞지만.
어조가 마치 어린 소녀 같다고 할까.
“…….”
─어휴, 이런 목석을 봤나. 대답은커녕 반응도 없네. 설마 내 말을 못 들을 정도로 수준이 낮은 건 아니겠지? 얼굴 표정에 변화가 1도 없는걸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취소한다.
어린 소녀는 개뿔.
싸가지 없는 파충류였다.
─당신 진짜로 벙어리야? 왜 말이 없어.
“……세상에 이토록 시끄러운 검이 있을 줄이야.”
어차피 녀석은 검에 묶인 몸.
자신의 유체로 만든 요도에 엮인 영혼에 불과하다.
상당한 공물을 필요로 하겠지만, 제령을 거행한다면 이 세상에서 작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냥 없애 버릴까?’
어차피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성능 좋은 검.
시끄러운 파충류가 아니다.
그렇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마음속 어딘가에 주저하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뭐지. 태생이 마물일지언정, 넋밖에 남지 않은 녀석을 죽이기 싫은 건가?’
오로치가 내게 직간접적으로 악행을 저질렀으면 모를까.
경매장에서 적잖은 수행원을 죽인 맹독이 내게 통하지 않는 이상.
요도에 엮인 그녀는 조금 시끄러운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과연 강제로 제령을 거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들었다.
‘이건 조금 미묘하군. 이걸 마에 물든 것이라고 쳐야 할지 아니라고 할지 고민되네.’
요괴란 일본을 비롯한 동양권에서 마물을 부르던 옛 용어.
심지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여전히 마물이란 단어보다 요괴라는 단어를 쓰곤 하더라.
그렇다고 요괴가 마기를 내뿜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요괴들 또한 내게 생리적인 혐오감을 일으키곤 하지만.
‘이건 준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미묘하다.’
야마타노오로치.
속칭 오로치는 그 정도가 너무 희미했다.
마(魔)가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가장 나약한 F급 마인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의 마기.
같은 부류의 무기물인 마검도 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녀석의 본체인 「천총운검」에서 느껴지는 요사스러움이 더 심하다. 이미 죽은 몸에서 나온 영혼, 넋이라서 그런가?’
이건 죽이기도 애매한데.
내가 마에 얽힌 족속들에게 무차별적인 살의를 품긴 했으나, 이토록 미묘한 경우는 또 처음 본다.
죽이려면 죽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조금 걸린다.
─하! 내가 시끄럽다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허접한 너보다는 내 청아한 목소리가 훨씬 듣기 좋거든?!
“…….”
─이것 봐. 반박도 제대로 못 하잖아. 독 내성 말고는 칭찬할 요소도 없는 머저리~
─그…… 혹시 화난 건 아니지, 계약자?
화가 난다니.
고작 이런 걸로 화가 날 리가 없잖아.
작은 실뱀이 자꾸 기어오르자, 내 마음을 읽은 타마모가 걱정스러운 투로 내게 물었다.
‘고작 이 정도로 화가 나진 않아. 이런 걸로 화가 났으면, 진작에 났겠지.’
가장 최소한의 인간적인 요소를 갖춘 가면.
부모 욕이나 죽은 동료들을 모욕하는 발언이 아니라면, 화는 물론이거니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만, 조금 시끄러울 따름이다.
자꾸 귀에 울리는 소녀의 시끄러운 목소리 탓에 검을 휘두르고, 테르미야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늦어진다.
─허접하긴~ 멋대로 내 검을 뽑은 주제에, 반응도 늦어.
‘……네가 시끄럽게 방해해서 그런 거 아니냐.’
─히히, 이 정도로 방해받는 네가 허접한 건 아니고?
……죽여 버릴까?
이미 죽은 녀석이니.
죽인다는 표현보다는 제령을 진행한다는 표현이 옳겠지만, 문득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시끄럽기만 하면 모를까. 시종일관 방해하니, 오롯이 검에 집중할 수가 없군.’
당장에라도 제령을 진행하거나, 내 귀를 틀어막고 싶다.
그러나 전자는 상당한 공물과 절차가 필요하고, 후자는 넋이 내 영혼에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라서 귀를 틀어막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하는 수 없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굴복시키는 수밖에.’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녀석을 조용히 시킬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걱정 마라.’
태연하게 말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전투 상황 중에 눈을 감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지만, 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다만, 체감과는 사뭇 다를 뿐. 시계를 통해 보이는 객관적인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그러나 시간이란 무릇 주관적이기에 성립되는 것이 바로 이 기술.
감았던 눈을 부릅뜨자 보이는 것은 광활한 평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과도 같은 정신세계에 있는 것은 오직 세 명뿐.
나와 타마모 그리고 이 작은 요괴뿐이었다.
* * *
─뭐, 뭘 하려는 거야?
“뭐긴 뭐야. 앞으로 시끄럽지 않도록, 굴복시키는 거다.”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방금 전에 있던 장소도 밤이라서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도심이 화마에 휩싸인 덕분에 거대한 광원이 사방을 밝혔었다.
그에 반해 이곳에는 불도, 태양도, 별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공허한 칠흑.
그리고 우리 셋뿐이었다.
─하! 공간 계열 주술인가? 확실히 희귀한 능력인 것은 맞지만, 고작 이 정도로 나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물론이다.”
이곳은 공간 계열 능력으로 펼친 곳이 아닐뿐더러.
내가 너를 굴복시킬 방법은 아주 단순하니까.
자신 있다.
─자, 잠깐만…… 어딜 만지는 거야?! 흐아앙!
“가만히 있어라. 만지기 힘들잖아.”
타마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쳐다봤다.
대화와 달리 나는 검을 가볍게 손질하고 있었다.
기름 대신 손에 응축한 마력으로 도신을 닦으며 손질했다.
─으헤헤헤…… 내 유해를 이토록 잘 손질하다니……. 이러다가 굴복당해 버려.
“…….”
─…….
분명 눈에 보이는 모습은 도신을 꼼꼼히 손질하는 명인과 같은 모습이었으나. 귀에 들리는 소리는 능욕당하는 소녀가 따로 없었다.
그 사실에 타마모가 어이를 상실했다.
자신의 계약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어서, 그쪽을 쳐다봤는데.
아,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는 진짜로 짜증이 난 모양이다.
“자, 다음은 손잡이다.”
─자, 자 잠깐만! 아래는 민감한 부위라서, 손잡이 천을 벗기면……!!
“……손잡이의 낡은 천을 갈아 끼우는 것뿐이다. 덤으로 손잡이 밑의 천 속도 손질하고.”
─흐아, 으으으! 으에에에……!!
“……그냥 제령 해버릴까?”
설마 검을 손질하는데 이토록 강력한 정신 공격을 퍼부을 줄이야.
내가 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에고 소드를 다뤄봤는데.
그중 정신을 장악하는 마검을 포함해도, 이 요도가 최강이다.
손질하면 손질할수록 정신이 아득해진다.
‘세상에 이렇게 변태 같은 요도가 있을 줄이야.’
그냥 손질하다가 실수인 척 부숴 버리고.
남은 파편을 녹여다가 새로운 검을 만들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런 짓을 했다가는 지금 「천총운검」에 얽힌 신화가 사라진다. 아무리 뛰어난 명장에게 맡겨도 품질 좋은 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겠지.’
─흐아아앙!
‘……염병할.’
나는 손으로는 손질을 멈추지 않되.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상을 입어서 피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손질을 어느 정도 끝냈을 무렵.
작은 뱀은 들뜬 숨을 내뱉었다.
더 이상 반항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완벽하게 굴복한 모양이다.
그 대가로 내 정신 건강을 갉아 먹혔지만.
이 정도는 값싼 대가다.
─주, 주인님……. 앞으로는 주인님으로 모실게요.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말도록.”
─그래? 그러면 오. 라. 버. 니♥
그 말에 얼굴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차라리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오라버니가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마시라면서요.
“그렇다고 이상한 말을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제령 할까?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둘러 오른손에 마력을 뭉쳤다.
스킬, 「정기 흡수」. 이걸 사용하면 완벽하진 않아도, 제령의 목적을 절반 정도는 수행할 수 있다.
서둘러 오른손을 뱀에게 뻗으려는 찰나.
─아, 알았어요! 앞으로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않을 테니까!!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편이 신상에 좋을 거다.”
─대신 도련님이라고 부를게요. 그건 그나마 괜찮죠?!
“……그래, 차라리 그게 더 낫다.”
나보다 수천 년은 더 살았을 파충류에게 오빠 취급을 받는 취향은 없다.
도련님 취급도 썩 좋지는 않지만, 막상 주종 관계를 고려한다면 틀린 표현은 아니었기에 넘어갔다.
희극이 따로 없는 꼴.
그 모습에 타마모는.
─새삼 못 볼 꼴을 다 보네.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지금은 저 둘보다 주술사로서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일었다.
이 검은 공간.
분명 기억에 있는 공간이었으나, 이번에는 승우가 혼자서 펼쳤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주술사…… 아니, 마법사로서가 아니라 무인으로서 펼친 심상.
저따위 망가진 몸으로 정신세계를 펼칠 수 있는 무인이라.
적어도 그녀가 아는 무사 중에는 한 명도 없었다.
정신세계를 펼칠 수 있는 것은 고고한 무인.
그러나 그런 이들도 상당한 집중과 명상을 몇 시간이고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펼칠 수 있는 것이 정신세계이기 때문에, 이렇게 방문 열 듯 가볍게 여는 자신의 계약자가 이상한 것이다.
─심지어 그것도 수명이 약 100일 남은 사내가 이토록 가볍게 펼친다니. 후후, 이 정도는 물어봐도 상관없겠지?
한때 자신이 의도적으로 펼쳤던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기술.
계약자와 함께 읽었던 마도서에서 나오던 [신역]이라는 것도, 완성도만을 놓고 따졌을 때는, 분명히 이 정신세계의 반도 못 따라올 정도였기에. 오래간만에 주술사로서의 탐구심과 호기심이 발동된 타마모는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슬며시 웃었다.
아마 이곳에 체류하는 시간은 현실과 반비례하고, 찰나에 불과하겠지.
과연 그는 이 공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그 또한 흥미로운 탐구 소재이다.
─일본도는 쓸 줄 알아? 보통의 검과는 그 형태와 장단점이 많이 다를 텐데.
“나를 뭘로 보는 게냐.”
─히히…… 글쎄, 작은 실뱀을 괴롭히는 변태?
타마모가 그러는 사이.
나는 졸지에 변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니, 이상한 소리를 지른 건 다름 아닌 본인이면서.
왜 책임을 나한테 씌우려고 하는 거지.
─변태 맞잖아. 그렇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장난이야, 장난.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
“……너와 내가 계약으로 묶이지 않았더라면, 필시 너를 베었을 거다.”
─나도 도련님이 내 계약자라서 이러는 건데?
“…….”
버릇없는 검의 행태.
잠깐 정도는 상관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것에게 휘둘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철컥.
나는 도병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지금 뭘 하려고 그래?
갑자기 자신의 검을 붙잡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로치.
실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퍽이나 귀여웠으나.
내 신경은 이미 칠흑 같은 심상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스으으윽.
도에 검기를 담았다.
다만 이 검기는 보통의 검기가 아니다.
의념을 품은 것도, 정순한 마력도, 사악한 마기도 아닌.
도룡지기(屠龍之技).
죽일 수 없는 용을 죽이는 기술.
용은 절대종이자 환상종.
인간 따위가 감히 죽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 말인즉슨, 세상 쓸모없는 기술과 기운을 뜻하나.
“시범을 보여주마.”
그런 기술도 결국, 진짜로 용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굴러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흉흉한 자색으로 물든 도신.
칠흑과 같이 공허한 세계에서 반짝거리던 도신은 이내 용소(龍沼)보다 깊은 구멍을 파듯.
아래를 향해 내리쳤다.
「도룡참(屠龍斬)」
용을 참하여 죽인다는 검술.
심상에서 휘두른 일검은 칠흑을 넘어, 현실에까지 도달하니.
콰가가강───!!!
무언가 단단한 것이 참격을 막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정신세계가 무너져 내렸고.
그 너머로 갑작스러운 공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테르미야가 전신으로 참격을 막아내고 있었으니.
─설마 심검이야?
─……후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둘의 눈동자에 흥미롭다는 기색이 일렁였다.
정신세계에서 휘두른 참격이 현실에 영향을 끼쳤다.
본래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현상.
그러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일으켰기에 ‘도룡지기’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기예.
어쩌면 자신의 계약자는, 신의 은총이 보우하지 않는 이 땅에서 존재해선 안 될, 절대자의 반열에 올랐던 존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약한 몸으로도 이만한 신기(神奇)를 자랑하는 모습에 타마모와 오로치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