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49화(14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49화
북부의 겨울(4)
와르르.
저택의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내가 있던 장소는 건축 자재들의 파도에 휩쓸려, 죽은 기사들을 그대로 매장했다.
“이래도 아직 베어낼 부분이 많을 줄이야.”
수백의 기사를 죽이고 저택의 천장을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저택은 여전히 건재했다.
내가 무너뜨린 것은 저택의 별관이었기 때문이다.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군.’
사람을 자르고, 악의를 베었다.
저택을 관통하고, 저 밑에 묻힌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북부 유일의 귀족 가문은 쉽게 무너지는 일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사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저택을 해체하는 수밖에.’
자색으로 형형색색 빛나는 마안도.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오시(傲視)한다는 신통도.
자작이 이 저택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할 뿐.
정확히 저택의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혹시나 매장해도 상관없겠지.’
자작은 내게 있어서 죽여야 할 적.
과연 그를 죽이는 것이 이 세계를 공략하는 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검을 크게 휘두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철컥!
요도 「천총운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새삼스레 일본산 검을 비롯해 일본 출신의 넋과 자주 엮이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 본관만 반으로 자르자.”
그렇게 양손으로 잡은 요도를.
쾅!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그러자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는 땅.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진동을 지켜보던 내 시야의 구석으로, 반으로 잘려 무너지는 저택 본관이 보였다.
오, 깔끔하게 잘렸네.
─참으로 살벌한 검기네, 도련님.
“비유가 아니라 의념으로 다스린 기운을 말하는 것이라면, 검기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오로치. 작은 뱀의 형상을 한 그녀는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질문했다.
─검기가 아니라면 저리도 깔끔하게 잘린 절삭면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데?
“별것 아니다. 단순히 도신이 품은 예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을 따름이다.”
별거 맞는데?
도신이 품은 예기를 극한까지 올린다니.
아무리 자신의 꼬리로 만든 검인만큼 세상 그 어떤 광물로 만든 검보다 날카롭고, 단단하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이라는 무기가 가진 한계까지를 뜻한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검으로 벽이나 바닥을 자를 수는 있어도, 이만한 규모의 저택을 반파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기술을 써야 정상 아니야?
─후후, 멍청하긴. 그래서 네가 뱀이라는 종족의 한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죽었겠지.
─어?! 달기잖아! 여긴 어쩐 일이야? 보아하니 너도 죽은 다음에 주인님의 수족이 된 거야?
─난 수족이라 아니라 동등한 계약자 관계란다. 후후, 내가 정녕 너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니?
─어머, 애기 여우야. 마지막으로 만난 게 1,000년도 전인데,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말이 그거야?
작은 뱀과 여우 여인의 대화.
이 둘이 한때나마 열도를 풍미한 거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화는 유치했다. 1,000살도 넘게 드신 할머니들이 이렇게 싸우는 꼴을 지켜보면 뭐랄까.
서둘러 말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잇값 못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내 할 일이나 마저 해야겠군.’
마력으로 도신의 날카로움만 극대화한 일격.
그 검에 베인 저택은 무너지고, 그곳에서 일하던 고용인의 대부분은 죽었다. 어차피 전원 자작의 말을 따라 움직이던 하수인들.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에 망설임은 없었다.
‘남은 생명은 100명 안팎. 이토록 많이 죽였는데, 자작이 아직까지 죽지 않은 걸 보면.’
지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고 견고한 지하가 있구나.
설마 중세 세계관에 방공호가 있을 줄은 몰랐다.
“조금 걸어야겠군.”
방공호의 형태와 특징에 따라 내 검이 통하지 않을 수도.
방공호에 큰 상처를 입는 순간, 복수하기 위해 자폭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서 더 조심스러웠다.
지금 이 자리에 나 혼자만 있었다면, 「순보」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덕 밑 도심에 학생들의 기척이 느껴져서 함부로 행동하기에는 변수가 많았다.
스릉─!
걷기 위해 검을 가볍게 납도 했다.
넣기 전에 검에 묻은 살점이나 피를 닦을 필요는 전무했다.
명검은 극도로 예리하기에 피로 얼룩지지 않는다는 것도 있고.
순결한 순백의 검기가 「천총운검」을 감싸는 순간, 도신에 이물질이 남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걷는 동안.
‘계약을 마무리하자.’
시스템과의 계약을 마무리할 셈이다.
나는 그것이 말했던 방식으로 읊조렸다.
[네가 원하는 것은 「조건부 검성」의 상실.]특성, 「조건부 검성」은 사용하기에 따라 최강의 조커가 될 수 있다.
그 어떠한 변수도 창출할 수 있기에, 시스템이라는 녀석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그걸 대체해서 「심검지로」를 줬다.
한 번 내용을 훑어보니 좋은 특성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마 이 세계의 천재들이 가진 검술 계통의 특성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조건부 검성」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 간격을 메꾸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띠링!
기계음과 이에 대한 답장이 날아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1,000포인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답장 한 번 빠르네.
일주일 된 연인 사이, 여자친구에게 문자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던 남자친구도 이렇게 빠른 답장을 보내진 못할 것이다.
[자, 이제 계약을 끝내기로…….] [아직 내 말 안 끝났다. 설마 달란 1,000포인트로 입을 다물 생각은 아니겠지.] [!!!]포인트 상점을 훑어보면.
1,000포인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조건부 검성」에는 1,000포인트 이상의 매력이 있었다.
그 매력을 고작 1,000포인트로 환산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저을 자신이 있었다.
[거기에 내 로사리오를 넣어다오. 아, 정확하게는 나와 선생님의 로사리오.] [……성휘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그래, 그런 거창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1,000포인트와 성휘의 로사리오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거기에 「심검지로」도 개조해 줬으면 좋겠는데?]거듭되는 요구에 시스템은 황당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얼굴 표정이나 음색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어이없다는 느낌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지금 간을 보는 것입니까?] [아니, 이 정도는 요구해야 수지 타산이 맞을 것 같거든.] [……저는 이만 갈 테니. 알아서 하십쇼.] [당신이 가면 거래의 조건이 동등한지 어떻게 파악하지?] [인과율의 주관에 맡기시죠. 주관이라고 할 것도 없는 개념이지만, 균형은 기가 막히게 잘 유지하니까요.]뚝.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시스템과의 연결이 끊겼다.
귀찮아서 끊었나?
애당초 내가 흥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어딘가 급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뭐가 어찌 됐든 알아서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나중에 조건을 조금씩 높여가며 줄타기를 하면 되리라.
계약은 이 정도면 됐고.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과 체력이 방전되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마법도 혼용해야겠군.’
이러다가 알을 부수기도 전에 체력이 다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마법이 체력을 비롯해 정신력과 집중력 따위를 소모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자가 검을 휘두르는 것만큼 부상 위험이 크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화염을 손에 휘두르려는 나였다.
─도련님,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응용.”
─그러니까, 무슨 응용인데?
─멍청한 뱀장어야. 심장의 비정상적인 수축을 보고도 모르겠니? 주술, 즉 마법을 구성하는 마력을 심장에 거쳐, 한 차례 더 정제하려는 거잖아.
─누가 그걸 모르고 물어봤을까 봐? 달기, 넌 그만 좀 닥치지 않을래? 어딜 감히 여우가 털 날리게 꼬리를 치고 있니.
내 귀를 시끄럽게 만드는 여인 둘.
그들 중 타마모의 말마따나 내가 하려는 것은 의념을 통해 검기를 만들 듯.
의념을 이용해 마법을 피우는 것이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파이로키네시스」 정도라면 충분하겠지.
내게 가장 익숙한 마법이니까.
화르르르.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그러나 내 힘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는 불꽃은, 조금씩 산소를 불어넣어 주듯이 의념을 주입하자 점차 검기처럼 매섭고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내 의념을 검을 펼치기에 최적한 형태로 발전돼서 그런가.
검기로 불꽃을 피우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화르르르륵!!!!!
그렇고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검기로 만들어진 화염.
수많은 검예(劍例) 중에 「검염(劍焰)」이라는 기술이 있었지만.
저택을 불태운 「검염」은 내 살아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화마였다.
……첫 시험으로 저택을 불쏘시개로 써서 다행이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아득히 넘어선 자연재해였다.
* * *
덥다.
빌어먹을 겨울이 지고 여름이 찾아왔다.
진짜, 지구온난화로 인한 타격을 제대로 맞은 모양이다.
검기를 연로 삼아 타오르는 불 난리가 대략 평균적으로 200도가 넘으니까. 음…… 이 저택의 사람들이 느낄 체감 온도는 얼추 200에서 250도 정도 차이 나려나.
‘죽은 자는 자연스레 화장되고, 산 자는 말없이 떠나겠군.’
나야 [화염 마법]을 중급 이상으로 익히고, 언제든지 그 이상의 경지를 노려볼 수 있는 마법사이자. 「태양절맥」으로 인해 화염 내성이 남들보다 뛰어나지만.
그럼에도 내 몸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곳의 사람들은 내가 갖춘 내성의 절반도 채 지니지 못한 자들이다.
평소의 나라면 불에 타 죽어가는 이들이, 설령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자작의 수발을 든 자일지언정.
살릴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나는 율법과 계율에 사람들을 구하기로 맹세한 몸.
불에 타 으스러져 가는 이들이 인간성을 내려놓지 않은 한, 내 눈에 닿고 내 손에 품을 수 있는 한 스스럼없이 구했으리라.
─비정하네, 도련님.
“뭘, 어차피 이미 죽은 자들이다. 영혼과 넋마저 품는 성직자라면 모를까, 내게 망자마저 포용할 품은 없다.”
전 세계 80억 인구의 대부분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망각한 짐승이라도.
단 1%의 사람들만이 진정 인간이라면.
그 숫자는 어림짐작으로 봐도 8,000만 명이 넘기에 내 품과 손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그런 내게 죽은 자들마저 품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오, 그러면 나랑 작은 여우는 사람도 아니라는 거야? 도련님, 그냥 변태인 줄로만 알았는데 상처받을 말도 서슴없이 하는 나쁜 남자였네!
나쁜 남자라.
그래, 그게 차라리 성인 취급해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내가 행하는 고행과 선에 중도는 없으니.
죽일 것과 살릴 것. 흑백을 명확히 나누는 내게 검성이라 불릴 자격은, 본래라면 없어야 했다.
하지만 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망막 한구석에 떠 있는 진행률.
[■■급 이면 세■ 공략 진행률 : 49.99%]최소 달성 목표인 50%까지.
단 한 걸음만 남긴 상황.
조금만 더 하면 수천만 명 이상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떤 감투라도 뒤집어쓸 각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