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53화(15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53화
선생님(3)
태어난 이래.
살아생전 생존의지의 영향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장에서 죽는다면.
그 또한 소년병으로써 당연한 말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살았다.
수 년에 걸쳐서.
하루에 몇 번이고.
1년에 수천 번이고.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살아남아서 강한 게 아니다.
살고 싶어서 산 게 아니다.
그저 눈을 떠보면 어느새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죽었고.
오직 나만 살아남았다.
난 단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나중에 이르러서는 계율과 율법에 묶여 이 비루한 목숨.
결코 버릴 수 없게 되었다.
내 목숨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이 비루한 목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귀한 목숨들이 아까워서.
그들의 삶이 무가치하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살아야만 했다.
* * *
검이 지하를 휩쓸었다.
모든 걸 끝낼 심산으로 남은 기력의 대부분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지하를 이루던 깊은 천장이 뚫렸다.
어두운 지하에 별빛이 걸렸고.
밤의 한기가 지하에 맴돌았다.
“이것도 이제 끝이네.”
부서진 검을 보며 내뱉은 감상이었다.
도기가 서린 보검은 날을 갈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둔기가 된다.
정순한 도가의 기운이 항상 검을 맴돌기에.
내가 쥔 「백선검」은 균열이 생기더라도 자동으로 수복하고, 상당한 단단함을 자랑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보검이 부서졌다.
땡그랑!
쪼개진 검날의 파편이 바닥에 떨어진다.
어떤 것은 검기와 별이 품은 열량에 삼켜져 녹아 없어졌으나.
검의 손잡이, 검병만큼은 내 손에 남아 있었다.
─소중해 보이던 것 같은데. 부서져도 괜찮아?
“원래 무기라는 것이 사용하다 보면 부서지기도 하는 법이지.”
─흐음, 그런 것치고는 표정이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그렇고 지금 상황이 어떤 것 같아?
타마모가 말을 돌렸다.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던 나는 이에 응했다.
“글쎄다. 솔직히 지금으로써는 이 지하에 뭐가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지.”
지하는 초토화되었다.
너무 깊어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던 공동은.
천장이 뚫려 인근에서 달빛과 별빛을 가장 먼저 받는 고지가 되었다.
별빛이 반사되어 보여주는 광경은 끔찍하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
분명 넓은 공간이 있는 걸 보아하니, 뭔가를 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내 검기가 모조리 자르고, 뚫린 천장의 흙과 바위가 함께 비산해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자작의 시신도. 그 흔한 피 한 방울도 안 묻었네.
그녀의 말대로다.
일대에는 나를 제외하고는 황금빛 방어막에 보호받은 아이들 일곱 명이 전부였다. 자작 부인과 그 아들은 없었다.
뭐…… 아마도 죽었겠지.
기사단장 테르미야만큼 강력한 내구력과 재생력이 없다면 말이다.
─그거 그냥 죽었다는 뜻이잖아.
“혹시 모르지. 자작의 핏줄이 절대종의 후손이라면 말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알고 있다.
자작 일가는 몰살했음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그 증거로.
[프런티어의 영주 ‘자작, 에포츠’를 살해하셨습니다!] [그의 죽음 예정된 바였으나, 직접 죽음을 앞당김으로써 올바른 결말을 향해 세계가 가속하기 시작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업적! +3포인트(P)를 지급합니다.]시스템은 내가 자작을 죽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나는 한 가족을 죽인 셈이다.
그 사실에 죄책감은 없다.
“…….”
그저 말없이 메시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공략의 최소 조건인 ‘진행도 50% 이상’을 달성하셨습니다.] [이면 세계, ‘■■■■ ■■ ■■’을 공략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공략을 완료하시겠습니까?]“하.”
기가 찬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바람이 나올 정도였다.
“정녕 이 광경을 보고 ‘공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단 말인가?”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처럼, 구름 한 점 보이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 수많은 별들이 가까이 있으니.
내가 「별무리의 파도」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유성 충돌이 일어날 징조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늘이 이토록 난리인데.
땅이라고 성하겠는가.
‘더하면 더했지.’
언덕 위에 지어진 저택은 불에 타오른다.
그 밑의 민가, 도심은 커다란 화마에 휩싸여 사람들의 통곡과 비명으로 가득하다.
꺄아악, 귀를 찌르는 비명.
이조차 10분 전에 비하면 상당히 조용해진 편에 속한다.
소리 지를 사람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죽어버렸거든.
여하튼 모든 걸 놓고 봤을 때.
“지옥이 따로 없군. 현세의 그 어떠한 난전 지역보다도 끔찍할지도.”
현세에 도래한 지옥.
아, 이미 멸망한 세계니까.
현세라는 표현은 조금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옥은 지옥.
이 끔찍한 광경을 지옥처럼 여기지 않으면 세상 무엇이 지옥이겠느냐.
‘학생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겠어.’
온갖 전쟁과 죽음을 봐온 나도.
이것 이상으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경험은 두 자릿수에 이른다.
비록 그 두 자릿수가 한없이 100에 가까운 숫자라도, 이와 관련된 경험이 일절 없었던 학생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되다 못해.
평생의 족쇄로 남을 수도 있는 광경이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게 무슨 참사인가요……?!”
“다들 조심하도록 해. 몸을 숨기고 높은 곳을 선점하자.”
“우리 지금 점령하려고 온 게 아니지 않나?”
“……선생님의 냄새가 나.”
“다들 잡담은 그만해. 방금 전 그 빛을 보고도 부주의하게 행동할 여유가 있어? 이지, 넌 맨 앞에서 절대로 방패를 놓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들 나름대로는 작게 속닥거리는 모양이지만, 고요한 지하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 잘 들렸다.
아마 어두운 곳에 있던 탓에 내 청각이 유독 예민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왔군.’
─이제 이대로 돌아가면 되겠네. 돌아가면 유부 좀 넉넉히 사줘. 반지 속 공간의 용량 탓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단 말이야.
─학생들? 그러고 보니 도련님, 웬 어린 꼬마들하고 같이 왔었지 참. 그런데 달기, 유부는 또 뭐야?
─유부? 너한테는 절대로 줄 일 없는 거.
─그게 그렇게 맛있어? 그렇다면 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데.
─하, 뱀의 식성 탓에 씹지도 않고 꼴깍 삼키는 주제에 무슨 미식을 하겠다고. 차라리 길가에 널브러진 쥐새끼라도 먹는 게 어때?
─……달기, 내가 아무리 이런 꼴로 전락했지만.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거든. 나이도 어린 새끼 여우 주제에.
학생들의 목소리와 귀신 두 명의 목소리가 겹치자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흥미로운 주제였으면 모를까.
이미 죽은 귀신 두 명, 혹은 두 마리의 말다툼을 끝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었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고했다.
‘둘 다 좀 닥치도록.’
─그렇지만 계약자, 이 파충류가……!
─그렇지만 도련님, 이 새끼 여우가……!
입을 맞췄는지, 동시에 같은 어순으로 시작하는 말.
그 말에 짜증이 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닥치면 둘 다 입을 봉해 버린다.’
─…….
─…….
드디어 조용해졌다.
입을 봉해 버린다는 말을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나올 수 있는 대화이지만.
귀신인 둘이 나와 엮인 이상.
내가 마음만 먹으면 실제로 입만 봉인할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입을 다물었다.
비유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 경우에는 강제력이 존재한다.
‘지금 당장 너희들에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밖에 나가서 전부 사줄 테니. 입 닫고 먹고 싶은 것이나 생각하고 있어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일방적인 통보를 끝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건 입을 봉해 버린다고 협박해서 그런 게 아니라, 먹고 싶은 거 다 사준다고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런 얌체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을 했다.
간사한 뱀과 요사스러운 여우는 이처럼 식으로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 데 정통이 난 종족이었다.
오죽하면 이와 관련된 속담도 있지 않던가.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할 줄은 몰랐다.
앞으로는 유념해야겠다.
“다들 왔구나.”
“선생님? 선생님이 여긴 어떻게 저희보다 먼저 오신 거죠?”
“유라. 잠깐만 멈춰.”
“아이시스?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선생님을 째려보는 거야.”
“이곳은 피가 낭자하고, 죽음이 만연하는 전장. 그렇다면 비록 은사일지라도 의심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 태도야.”
순백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냉기처럼 서늘한 벽안을 반짝이는 북부 태생의 소녀. 마치 겨울을 한 몸에 담은 것 같은 아이시스의 모습은 이곳 프런티어에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렸다.
북부는 척박하고 살기 힘든 땅.
그렇기에 강인한 힘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을 멈춰선 안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그야말로 짐승 그 자체.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잔혹함과 냉정함을 보여주기에.
지금 그녀의 모습은 나를 포함해, 그 어떤 사람보다도 이 혹한의 땅에 잘 적응한 모습이었다.
아, 선생으로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잘 가르쳤군.’
어쩌면 아이시스가 한국에 오기 전.
불곰의 나라에서 배운 것일 수도 있었으나.
저 자랑스러운 모습의 소녀가 내 학생이란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이상해. 이 폐허 같은 곳에서 쌤만 멀쩡하잖아.”
“그건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야. 비록 선생님의 사지가 전부 붙어 있다고 멀쩡한 것은 아니지. 망가진 손목과 덜렁거리는 오른발을 봐. 절름발이도 저 꼴은 아닐걸?”
“게다가 선생님만 멀쩡하신 것도 아니고요! 저기 아이들도 있자나요.”
“다만, 논점은 저런 몰골임에도 살았다는 것이겠지. 저놈이 아무리 ‘의외로’ 실력 있는 마법사라도, 방금 그 파멸적인 빛으로부터 살아남았다는 것은 심히 의심스러워.”
내가 잘 가르친 학생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차례로 의심하기 시작한 학생들.
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보다, 상황에 의거해 스스로의 추론과 판단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좋다, 좋아.
이런 식의 성장은 학생들의 자립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여하튼 이면 세계에 출입한 1학년 전원. 축하한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이 척박한 북부의 땅을 올바른 결말에 절반이나마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성공했다.”
“그, 그게 대체 무슨……?”
“얘들아, 여기까지만 하고 귀환한다.”
“!!!!!”
귀환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다.
시험을 포기하거나, 공략의 최소 조건을 충족했다거나.
그리고 정답은 물론 후자였다.
“너무 큰 돌발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에 마지막 조건은 내가 충족시켰다. 이로써 공력을 위한 최소 조건은 충족됐다. 너희들은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된다.”
전 세계 현역 플레이어들과 은퇴한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수백 명에 불과한 이면 세계 공략 기록.
그 영광스러운 기록에 17살에 불과한 소년 소녀들이 발을 올렸다.
이제 시험은 끝났다.
전원 A+든 1등급이든 최고의 성적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은 학생으로서의 모든 본분을 끝냈다.
그러니 플레이어인 우리는.
더 이상 이 땅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 * *
당연한 말이었지만, 학생들은 내 말에 반대했다.
“지금 힘든 시민들을 뒤로하고, 내 세상으로 도망친다고요? 그런 건 플레이어가 할 짓이 아니에요!”
“이지, 그렇게 화낼 것 없어. 그렇지만 지체 높은 시리우스 가문의 맏이로서, 이런 식으로 명예를 저버리는 일은 쉬운 선택이 아니지.”
“그건 저도 가타요! 저도 저희 성가의 명예를 걸고 가만히 있을 수 업서요!!”
차례로 이지, 이사벨, 성연화의 말이었다.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해 우리가 희생할 이유는 더 이상 없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시점에서 이 이상 관여하는 것은 무의미한 봉사에 지나지 않았다.
“솔직히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나도 도망에 찬성하긴 어렵겠어.”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도 이번에는 선생님의 선택에 동의하기 어렵겠어요.”
“……나도요.”
내가 그들의 말에 답을 주지 않자.
이번에는 나머지 세 명의 학생들.
아이시스, 노유라 그리고 서예린이 말했다.
학생들의 말을 잠잠히 들은 나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어려도 너무 어려서 그런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둔한 아이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질 않았다.
이들의 아둔함은 가르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경험만이.
모든 걸 잃는 상실감만이 아이들을 개안시켜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