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55화(15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55화
선생님(5)
간혹 사람은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소중한 사람과 영원토록 멀어졌을 때.
등등.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형태의 절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형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절망이란 감정의 일부.
감정이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타인의 절망은 내게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희소하게.
절망이란 개념 자체가 형상화한 것이 존재한다.
모두가 절망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
내 경우에는 살아생전 그런 것들을 7번이나 목격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절망과 맞닥뜨린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어서 가자고 했잖아.
* * *
거대한 바다뱀, 요르문간드.
나는 이 녀석이 어째서 이런 곳에서 돌연 튀어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궁금한 것은.
‘바다뱀이 어째서 바다 없는 북부의 혹독한 설원에서 기어 나온 것이지?’
장소가 무척이나 이상했다.
소설 밖의 세계.
그곳에서 내가 목격한 요르문간드는 소금기 가득한 바다에서 일어나, 대양(大洋) 이상의 거대한 육체를 자랑했다.
거대한 무언가가 바다에서 깨어나.
단숨에 제공권을 제압할 만큼 높은 곳에서 쫙 벌어진 세로 동공으로 밑을 내려보던 바로 그 순간.
그때 받은 충격은 쉽사리 잊혀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 눈앞에 나타난 녀석은 당시의 요르문간드보다 살짝 작았다.
녀석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바다도 없고.
여러모로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뭐가 뭔지 알 영문을 모르겠군.’
모든 전말을 이해할 수 없다.
거듭 생각하지만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얘들을 데리고 피신해야 된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도망친다.”
“예?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 이러면 됐지.”
거대한 뱀을 본 순간 학생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런 와중에도 어린아이들을 챙기려고 했다.
하지만 당장 저 뱀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린아이들을 챙기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했다.
하는 수없이 내가 챙겨야 했다.
약속도 했으니까.
「염동력」
무형의 기운이 아이들을 품었다.
갑작스러운 접촉과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부유감에 아이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물론 「염동력」이 아이들의 입도 막아서 비명에 요르문간드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내민다는 일은 없었다.
─네가 평소에 애용하던 그 불꽃은 사용하지 않는 거야? 숙련도는 그게 훨씬 높아 보이는데.
─달기도 멍청하긴, 우리 같은 뱀은 열에 민감하다고. 가뜩이나 눈으로 가득한 땅 위에서는 사람의 체온만큼 눈에 밟히는 것도 없는데. 불꽃을 피우면 당연히 시선이 우리를 향하지 않겠어?
오로치의 말대로다.
검이 되기 전에는 1위계 혹은 2위계에 달했다는 신화적인 뱀이라서 그런가. 확실히 뱀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르문간드는 한 가지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
‘대부분의 뱀 형태 마물은. 고위에 달하고, 가지고 있는 마기가 짙을수록 강력한 마안을 보유하고 있지.’
내가 가진 「요마안」과는 격이 다르다.
요와 마를 구분치 않고 마력의 흐름과 영혼을 포착하는 눈은 보조적인 역할로 사용하기 좋지만.
상대를 돌로 만드는 「석화안」이나, 신통을 부리고 하늘에 가까운 「신통안」처럼 마안 그 자체를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나 같은 경우네는 <천안통>을 깨우치긴 했지만.’
천안통.
통칭, 하늘눈.
만물을 굽어살피는 하늘과 같은 눈은 동공에 풍경을 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마력과 심력을 요구한다.
스킬로 정리된 「요마안」, 「석화안」, 「신통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최악의 연비.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나마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여하튼 이런 얘기를 왜 꺼냈냐고 한다면.
“슬슬 눈이 적응한 모양이야.”
“……예?”
“이제 녀석이 온다. 다들 숨을 죽이고, 피부로 호흡해라.”
“아니 그게 무슨 개소리……?!”
“쉿.”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끝으로 우리들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흔한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못했다.
내가 「염동력」으로 녀석들의 코와 입을 막았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미친! 숨 쉬지 말고, 뒤지라는 소리야?!!’
그런 상황에서 이지는 혈류가 조금씩 느려지고 뇌가 점점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뭐라 말하고 싶어도 입이 막혔고.
몸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려고 할 때면 무형의 기운이 그의 팔다리를 구속했다. 설마 선생님이 자신일 죽이려고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어라?’
문득 코와 입으로 숨을 들이쉬지 않아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히 코로 숨을 쉬는 것에 비하면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그렇다고 죽거나 행동이 굼떠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선생님이 짧게 말한 것처럼 피부로 호흡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대화하지 마라. 섣불리 움직이지도 마라. 녀석은 열로 사물을 분간하되, 시각보다 청각에 민감한 녀석이다.]‘!!!!’
갑자기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
고요한 와중에 들린 달콤한 목소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누군가는 얼굴을 붉힌 채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입을 봉한 백승우였다.
뭐야, 입도 뻥끗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말한 거지.
복화술인가?
[복화술 따위가 아니다. 통신 마법과 전음입밀…… 비슷한 것이라고 해두지.]이건 성대를 이용한 것도.
공기 중의 매질로 하여금 특수한 파장을 다룬 것도 아니다.
그저 시스템이 그러하듯.
뇌리에 내 의사를 꽂는 방식의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우리는 우선 이 지하에서 빠져나간다. 너희들은 발만 주의하며 소리 내지 말고 걸어가라.]그 말에 소리를 줄이는 마법을 발 부근에 펼치려는 이사벨과 아이시스였으나.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내가 만류했다.
[소리를 죽이는 마법은 사용하지 말도록. 녀석은 청각에 심히 민감해서 돌연 소리가 반사되지 않는 희미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 과민하게 반응할 테니까.]소리를 죽이는 마법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내가 한 것처럼 소리가 나오는 구멍 자체를 막는 방법도 있고.
그녀들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소리가 외부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무형의 방벽을 세우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파장을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녀들이 사용하려고 했던 방법은 도리어 이 상황에서 둘 수 있는 최악의 수 중 하나였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는 벽을 공간을 펼친다.
언뜻 들으면 최고의 선택인 것 같지만.
기감이 극도로 발달한 무인이나 소리에 민감한 플레이어들에게는 도리어 위화감만 줄 뿐이다.
소리는 본디 반사되게 마련이거늘.
어느 특정한 구역에서만 소리가 반사되지 않으면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오히려 나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다.
‘언젠가는 들키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전까지 피할 수 있는 곳까지는 피해야지.’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서둘러 떠나려고 했는데.
철컹──!
절대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금속이 당겨지며 발생하는 금속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서 눈을 돌리니, 그곳에는 발목에 작은 사슬이 묶인 남매가 보였다.
……제기랄, 조금 더 살펴보고 행동할 것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망쳤다.
“이제 그냥 말해도 상관없다.”
“허윽……! 갑자기 숨을 쉬려니까. 뭔가 어색하네…….”
“가, 갑자기 이렇게 말해도 상관없나요……?”
“그래, 어차피 이제 의미 없거든.”
저길 봐라.
당장에라도 이 저택을 포함해, 산맥을 감쌀 수 있는 거대한 뱀이 정확하게 우리를 노려보고 있지 않는가.
“녀석에게 한 번 시선이 꽂힌 이상, 도망은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이 좋다.”
바다에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 넓은 망망대해에서 자신보다 약한 피식자를 확실하게 제압해야지만, 아무런 뒤탈 없이 섭취하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저 거대한 바다뱀도 꼴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먹이에도 진심을 다하는 편이다.
* * *
서둘러 사슬을 자르고 떠난다.
승우 역시 오직 그 생각만으로 남매의 발에 묶인 사슬을 붙잡았다.
그런데 무게가 상당하다.
사슬의 재질이 무거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쇠사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유독 무게를 더 느끼는 것도 아니다.
이건 마치 눈에 보이는 무게, 그 이상의 질량을 붙잡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찰랑찰랑.
쇠사슬을 손에 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뚫린 천장 너머.
도시를 감싸고 있는 방어막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저 방어막은 도시 내 기온을 유지하는 대마법. 고작 이런 사슬 따위와 연결될 리가 없지.’
무척이나 타당한 생각이었다.
도시 전체를 감싸는 대마법의 핵이 이런 사슬일 리가 없다.
그건 무척이나 정상적이고 타당했으나.
애당초 예정된 멸망으로 향하는 세계가 정상일 리가 있나.
“……염병할.”
이제는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은 욕설이었다.
가능한 평정을 유지하고 싶지만.
거듭되는 변수에 이제는 신물이 났다.
하, 그래.
그냥 자르자.
‘이제는 다 귀찮다.’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 답을 바라는 듯 쳐다보는 승우.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의 딜레이 없이 반짝이는 순백의 섬광.
검사들의 꿈이자 염원.
검강의 발현이었다.
“!!!!!!”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연화가 화들짝 놀랐다.
검강을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경지를 향해가는 어린 천재.
검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성연화에게 검강은 그리 멀지 않은 경지였다.
당장 가문의 호위 무사들과 가주인 아버지도 검강을 다룰 줄 아신다.
그렇지만.
‘저렇게 능숙하게 다루는 건 글쎄……?’
중국 <무림>의 내로라하는 천재와 고수들조차, 저만큼 순수하고 안정된 검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세 손가락으로 셀 수 있었다. 그만큼 엄청난 경지였고.
그렇기에 제 선생이 그런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라는 사실에 기함을 겨우 삼켰다.
아, 맞다.
이제 그냥 말해도 된다고 했었나?
성연화는 그대로 기함을 토했다.
다른 학생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당장 무기를 다루는 이지와 서예린은 성연화만큼의 식견은 없어도, 검 속에 내재된 빛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몸으로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다.
마법을 다루는 이사벨과 아이시스는 검강이 자랑하는 순결하고 정순한 마력에 눈이 팔렸고.
뭔지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과 노유라는 그저 예쁘다며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검성의 순백의 검기에는 그런 마력이 있었다.
모두의 시선에 검에 사로잡힌 바로 그 순간.
「절(切)」
검은 그대로 사슬을 향해 내리쳤다.
그 후 쇠사슬은 도시 전체를 감싼 대마법의 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는 극에 달한 정순한 검강의 힘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끊는 것에 치중된 검식의 위력이 톡톡히 발휘한 것이었다.
쨍그랑!!!
쇠사슬이 여러 파편의 단순한 쇠가 되었다.
바닥에 떨어지는 쇠들의 청명한 소리를 시작으로.
그렇게 북부의 봄을 허무하게 끝났다.
주민들을 북풍한설로부터 지켜주던 폭설과 한기가 시내를 덮친다.
순식간에 뼈가 시리다는 감각이 절로 들 정도의 냉기.
이로써 북부의 겨울은 영원하리라.
“저, 선생님 이건 대체……?”
“도시의 온기를 유지하던 마법이 잘린 거다. 아예 복구할 생각도 들지 못하게끔 깔끔하고 완벽히.”
나 참, 저걸 검 한 자루로 어떻게 한 거야.
그나저나 검은 언제 또 저 정도로 익혔대.
주절주절 떠드는 이사벨에게 이지가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아?”
“뭐라고? 내가 전 약혼…… 흠흠, 선생의 실력도 모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물며 난 이 조의 조장이라고. 너희들을 포함한 선생님의 객관적인 실력을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이란 말이야.”
“……아, 그래.”
그렇게까지 물어보진 않았는데 말이야.
뒷말을 삼킨 이지는 굳이 제 묘지를 파지 않기로 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저 괴물로부터 몸을 피하는것이니까.
“어우 섬뜩해라.”
거대한 뱀은 동공만 우리를 향하고 있을 뿐.
입을 날름거린다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 따위의 행동을 취하진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도망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리라.
“선생님 이 틈에 어서 도망치죠!!”
“……이 틈?”
“네, 저 괴물도 저희처럼 하얀빛에 홀린 것 같은데. 어서 도망치는 게 상책 아닐까요?”
그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내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무언가 엄중하고 심각한 분위기에 이지가 입을 열려는 찰나.
승우는 답했다.
“……글쎄.”
빛에 홀렸다라.
전생에 자신을 죽인 검강의 반짝임에 복수심을 갈고닦거나,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으면 모를까.
내 검에 맺힌 기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녀석은 아니었다.
그런 내 생각에 증명이라도 하듯.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던 바다뱀은 나를 향해 천천히 아가리를 들이밀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역겹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