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57화(15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57화
스승의 은혜는 잊혀지기 쉽다(2)
전황은 생각보다 최악까지 치달은 정도는 아니었다.
체력을 바닥을 기고, 날카로운 바위 파편이 배를 뚫고,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지만 아직 마력은 충분하다.
심장은 뛴다.
살아 있다면 그걸로 최악은 면한 셈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금방 최악의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우선 회수한다.’
비늘 한 장을 뚫고 사라진 창.
그 창을 다시 손아귀로 회수한다.
공간 마법이나 소환 마법 같은 복잡한 공정은 필요치 않았다.
그저 손아귀에 불만 피울 수 있으면 됐다.
화르르.
손바닥 위에서 작게 타오르는 불.
반대 손을 화염 위에 포개고.
화염 속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안에 아무것도 없는 빈 화염 속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붉게 달궈진 채, 날카롭고도 성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스릉─!
방금 내가 들고 있던 묵직한 감각.
투창을 위해 던진 창이 분명했다.
이것이 바로 현화(現化).
불길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꺼낼 수 있는 창의 권능이었다.
이 능력은 특히 내 마법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거 아공간 하고는 다른 거야?
‘내 반지를 말하는 거라면, 다르고말고.’
수납용 공간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여러 물건들 중에서 하나를 빼와야 하는 것과 달리.
이 창은 주인으로만 인식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는 손에 쥐어서 사용할 수 있다.
투창을 한 직후에도.
창이 바다 깊은 곳에 빠지더라도.
내가 신호만 보낸다면 곧바로 내 손에 현현하는 것이 바로 「여명창」이다.
‘자, 이제 창도 돌아왔다.’
더 이상 검은 사용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
그래서 창을 휘둘러서 어떻게든 요르문간드의 전진을 잠시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이 몸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뒤에서 재빠르게 날아오는 꼬리를 아슬아슬하게 맞은 것만으로도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뭐지?”
당한 이후에나 자각했다.
지금 내 몸은 붉게 피 칠갑이 됐다.
그 중심에는 날카로운 바위 조각과 거대한 검을 휘두른 듯 커다란 자상이 그어져 있었다.
도대체 언제 당한 거지?
아니,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꼬리 끝이 살을 파고 상처를 입힌 걸까.
푸확─!
베인 상처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
곧장 불로 환부를 녹여서, 어떻게든 봉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억지로 상처를 봉합해서 그런가, 몸의 균형이 망가졌다.
심기체나 정기신 같은 이치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몸을 지탱하는 균형 자체가 완벽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몸으로 창술까지 펼치는 요행은 무리다.’
검보다 더 많은 근육을 활용하는 창술은 실전에 사용하려면 상상 이상의 기본기를 자랑하는 무술이다.
비록 내 창술이 검술에 비해 미천하여.
부상과 죽음을 각오하고 사용할법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거 잘못했다가는 진짜로 훅 간다.’
아마 내 머리 위에 HP가 적혀 있었다면, 피처럼 붉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꺼지려는 듯 미치도록 점멸하고 있을 정도다.
……하아.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오늘이 될지도 모르겠어.’
히죽.
죽음을 눈앞에 둔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가슴을 내려두고, 다시금 창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거대한 뱀은 아가리를 벌리며 내게 다가왔다.
새삼 녀석의 이빨 하나하나가 내 창보다 거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 *
치열한 공방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거대한 뱀에 저항하는 미력한 사내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서 한 번에 삼키려는 괴물이 전부였다.
“차라리 발목이라도 정상이었다면, 그럴듯한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콰아아아앙─!
놈이 한 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딘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지 밑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지.’
거대한 꼬리 밑에 깔린 나는 슬며시 옆으로 움직였다.
지금까지 용케 살아 있었지만, 요행도 이런 요행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창술은 유연함을 전제로 하는 무술.
공방의 일체가 유연하고, 방어로서의 태세가 단단한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분명히 나는 상대에게 힘으로는 밀린다.
하지만 그 어떠한 강대한 힘이라도 무위로 흘려보내는 이화접목의 묘리라면 어떻게든 응수하는 게 가능했다.
어디까지나 응수하는 것.
그게 한계였지만 말이다.
솨아아아아아──!!
꼬리나 아가리로 내려치는 것이 싫증이 났는지.
이번에는 요르문간드가 아가리로 대기를 빨아들였다.
처음 보는 모습이지만, 추측은 갔다.
‘브레스. 그것도 독에 절은 브레스인가.’
녹색의 무언가가 요르문간드의 아가리에 걸쳐졌다.
그와 동시에 콧등에서 느껴지는 시큼한 냄새.
나야 시큼하다고 넘겨짚을 수 있지만,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맡는 즉시 바닥에 쓰러졌을지 모를 독의 운무가 은은하게 새어 나왔다.
저게 분사되면…… 나는 아무렇지 않겠네.
제아무리 3위계의 독이라지만, 모든 능력이 독 한 가지에 집중되지 않은 이상 내가 가진 내성을 뚫기란 요원하다.
그에 반해, 바람의 진로를 따라서 도심에 독이 내려앉는다면.
‘다 죽겠네.’
과연 이게 바로 이 세상의 멸망 시나리오인가.
돌연 설원에서 나타난 바다뱀에게 떼거지로 학살당하는 것이.
이게 정녕 이 세계가 도달해야 될 올바른 결말이란 말인가.
[진행도 : 88.9%]눈 씻고 부정해도, 올라가는 수치는 애석하기 그지없었다.
이딴 게 맞댄다.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지랄 맞은 최후로군.
‘육시랄.’
문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죽이는 쪽은 아무렇지 않게, 쉽게 죽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아니, 트림 한 번에 도시 하나 박살 낼 수 있는 게 맞나?
그래서 나는 당당히 뱀의 아가리로 들어갔다.
녀석이 내뱉기 위해 숨을 들이쉬는 사이.
놈의 입가로 들어갔다.
솨아아아아아──!
가까이 다가가자 독이 공기 중에 자욱하다 못해, 신발이 순식간에 녹을 정도의 액체가 바닥에 고였다.
이게 다 독이다.
그것도 사람 정도는 가볍게 죽일 수 있는 맹독.
물론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내 「천독지체」가 우습게 보이나.
‘이 정도면 충분히 터지겠지.’
뱀의 아가리 내부에 자욱한 독의 운무.
갑자기 먹잇감이 제 발로 입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당황한 요르문간드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화르르르륵─!
돌연 창에서 불씨가 튀었다.
불은 운무와 만나는 그 순간.
퍼어엉─────!!!!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 마냥, 크게 터졌다.
입천장을 뒤집는 폭발에 뱀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큰 소리만큼이나 화력도 상당했으니, 조금의 시간을 벌어주겠지.
나는 귀걸이의 「성호」로 몸을 겨우 보호해 입속에서 빠져나왔다.
“거 참, 잘 타오르네.”
요르문간드의 입에서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길.
어딘가 황금빛을 닮은 불길은 뱀이 아무리 살점 섞인 침과 독을 뱉어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여명창」의 세부 능력, 단명의 불길.’
짧은 명을 의미하는 단명이 아니다.
단명(旦明).
여명과 같은 뜻으로, 희미하게 낮이 밝을 무렵과 희망의 빛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그런 단어 뒤에 불길이 붙었으니.
불길이 사특한 기운을 몰아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방금 전의 그 폭발도 마법이나 분진폭발 같은 개념의 것이 아니라, 단명의 성스러움이 사방에 자욱한 독을 정화하려다가 터진 것이다.
“……이대로 얌전하게 구이가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퉤.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의 입천장을 통째로 도려내.
단명의 불길째로 내뱉은 요르문간드의 동공은 섬뜩했다.
원래도 파충류 특유의 세로 동공 때문에 순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살기가 섞인 지금은 살아 숨 쉬는 공포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더 이상 요르문간드는 나를 장난으로 대하지 않으리라.
* * *
아이들과 함께 도망친 학생들.
자신들의 몸과 무기를 챙기는 것만으로 손이 부족할 지경이지만, 학생들은 용케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에서 도망쳤다.
지상에 도착한 이후에도.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는 일이 없었다.
등 뒤에서 거대한 질량의 무언가가 땅을 힘차게 내리찍는 바람에 약한 지진이 일어나긴 했지만.
학생들은 절대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발에는 자신들의 목숨만 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달린 끝에, 겨우 도심에 도착했다.
“……이게 맞아?”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어디서 납치당했는지 모를 아이들의 부모가 따스하게 맞이해 주는 것도.
지난 이틀을 보낸 거리의 흔한 광경도 아니었다.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많이 죽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미친, 내가 알던 도시랑 너무 다르잖아.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사방에 시체가 가득하다.
피를 흘리는 것들은 몇 구 없다.
이미 다들 체내의 피를 전부 흘릴 만큼, 돌이킬 수도 없는 상당한 시간 전에 죽었다는 뜻이다.
“……나. 이 정도로 심한 줄 몰랐어.”
“예린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서둘러 사람들부터 구할걸.”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구할 걸 그랬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학생들은 백승우가 있던 곳에 오기 전에 주민들의 구조에는 힘썼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태의 구조 진압에 실패한 학생들은, 어차피 이리될 운명이란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차피 이면 세계의 결말은 멸망으로 고정되었다.
그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미 오래전에 멸망한 세계를 던전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들에게 재생하고 있을 뿐.
구한다고 구할 수 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생님 말 좀 들을걸.”
아이시스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혹독하고 척박한 땅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죽음에 순응할 수 있었다.
실상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그녀의 시선이 하늘 위에 닿은 듯, 거대한 몸을 자랑하는 뱀을 바라봤다.
“어쩌면 저 뱀은 집행자일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멍하니 읊조리는 아이시스의 말에 무언가 번뜩이는 것이 있었는지.
이사벨이 그녀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그녀는 당황하거나 답하지 않았다.
“…….”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에 이를 입으로 옮겼다.
말하는 것에 이토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만큼,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 오기 전에 문지기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문지기라면…… 그 거대한 공동에서 우리를 안내해 주던 사람?”
“응, 그 사람은 이 세계를 비롯한 던전은 멸망한 세계의 파편이라고 했어.”
멸망이 정해진 시점의 세계를 비추는 일그러진 땅.
그곳이 바로 지금 우리들이 서 있는 땅이다.
“던전과 이면 세계는 본질적으로 같아.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NPC의 존재 유무가 있겠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과연 둘의 차이점이 NPC밖에 없냐는 뜻이야.”
아이시스의 말에 이사벨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들었다.
등장인물이 있으면 스토리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녀들은 그 스토리가 산맥 너머의 작은 마을과 도시.
그 속의 갈등이라고 유추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이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 한 가지 있었으니.
“스토리가 있으면 결말도 있게 마련이지.”
“응, 맞아. 저 뱀은 등장은 너무나도 인위적이야. 우리가 며칠을 지낸 땅 밑에 실은 3위계 마물이 숨어 있었다는 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지 않아?”
이면 세계가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4위계도 아니고 3위계가 돌연 튀어나올 건 뭐랄까.
지나치게 이상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4위계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어째서 딱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위계의 마물이 이토록 절묘한 순간에 나타난 걸까?”
“그래서, 음모론이라도 제기하고 싶은 거야?”
뭔가 미심쩍어지는 말에 이사벨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녀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했다.
이건 음모론이 아닌 단순한 추측일 뿐이었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행여나 저 뱀이 인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라면, 우리를 내쫓거나 죽이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 세계에 존재하는 NPC들을 확실하게 제거해서, 확실하게 멸망이라는 정해진 결말에 다다르게 하려는 건 아닐까?
라며, 그저 추측을 제기했을 뿐이라는 아이시스.
그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지만, 이내 지나친 비약이라 판단한 이사벨은 서둘러 이면 세계에서 나갈 방법을 궁리했다. 방금 그건 마법사로서 흥미로운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조장으로서 조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막상 궁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면 세계는 진행도 50% 이상을 넘으면 자동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그러니 상태창을 조작해서 허공에 떠오르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그만──!
쿠구구구궁─!!
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때.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구름이라도 낀 것 같은 그것은 어두운 밤을 더 어둡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거대한 꼬리의 면적.
머리 위의 하늘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면적의 꼬리는 위로 살짝 올라가서는 바닥에 세차게 내리꽂혔다.
쿠구구구궁─!!
다시금 휘둘러지는 꼬리와 흡사 지진을 방불케 하는 진동.
학생들은 도대체 자신들이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싶었던 순간 거대한 꼬리를 내려침과 동시에 사방으로 퍼지는 흙과 바위의 파편 속에 백승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상황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으려나?”
“……너 같으면 그럴 여유가 있겠냐?”
“……그렇지? 나만 그런 생각을 한 줄 알았거든.”
이지의 실없는 말에 이사벨이 답했다.
둘의 말마따나 저런 압도적인 폭력 속에서 상태창을 조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뭔가…… 생각보다 많이 잘못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