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60화(16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60화
스승의 은혜는 잊혀지기 쉽다(5)
영역.
한 개의 마법.
혹은 그 이상의 마법을 토대로 자신의 이상을 녹여낸 공간에서, 마법사는 가히 신에 버금가는 힘을 얻는다.
……라는 건 대마법사를 동경하는 일반인과 어린 마법사, 언론이 입을 모아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신이 장난으로 느껴지나?
고작 자신을 중심으로 공간을 새로 짜낸 것 가지고 신이라고 부른다면, 일정 경지 이상의 플레이어는 죄다 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흔하고 수준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추앙하는가?
아니, 절대로 아니다.
영역은 그저 마법에 대한 자각에 불과하다.
어떡하면 자신의 의지와 지식을 세계에 보란 듯이 드러낼 수 있을까.
그러한 발상의 편린이 바로 [영역].
그 너머가 바로 [성역]이다.
적어도 신에 버금가는 힘을 다루는 마법사라고 떵떵거리고 싶다면, 성역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체면이 서는 법.
그러나 어째 이사벨의 영역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율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법의 분해, 흡수, 그리고 환원인가?’
끈적한 타르. 달과 별빛 한 점 없는 밤의 바다는 이사벨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그 기원은 빛임에도, 빛이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이상했다.
반짝이지 않는 빛.
색과 광채를 잃어버린 광원은 세상을 자신처럼 물들여버리겠다는 듯 바다처럼 넓게 펴져 주변으로부터 색을 먹어 치웠다.
피의 빨강.
눈의 하양.
그리고 시체의 복합적인 색깔 등등.
인근의 모든 색을 빨아들여, 검은색으로 만든 검은 바다는 이윽고 그 물체는 바닷속으로 잡아당겼다.
‘……저런 식으로 색을 강탈한 것은 마력으로 환원하는 거로군.’
생각보다 복잡한 공정이다.
심지어 이사벨의 검은 바다 「근묵자흑」은 일대를 온통 흑으로 물들이되, 피아식별을 기가 막혔다.
그 증거로 검은 바다가 나와 학생들, 근처에 있는 남매나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시체에 마수를 뻗지 않았다.
흑으로 물들이고, 마력으로 환원하는 것은 오로지 건물, 자작을 비롯한 저택의 내부 시체, 그리고 요르문간드의 비늘과 가죽뿐이었다.
“슬슬 힘에 부쳐 보이는걸. 얘들아.”
“예?”
“가서 너희들 친구 좀 도와주렴.”
뼈마디가 너덜너덜하게 망가져, 행사용 풍선처럼 흔들리는 팔을 휘두르며 학생들에게 압박했다.
너희들 친구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쩌려고 여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냐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만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다.
이는 이사벨이 시종일관 요르문간드를 몰아넣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째 그녀의 능력과 저 바다뱀은 상극으로 보였다.
‘……우연인가?’
혹은 필연인가.
깊은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주인공의 곁에서 가장 활약하게 될 그녀가 요르문간드의 천적이라는 것이 정녕 우연이 맞는다면.
이는 조금 의심스럽다.
‘……뭔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이면 세계에 온 이후로 거듭되는 변수에 머리가 흐려졌지만, 떠올려라.
분명히 이 위화감을 설명할 단서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그 일념 하나만으로 학생들을 뒤로한 나는 바닥에 엎드려,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찾아서 손에 쥔 순간.
쿵!
모든 오감이 닫혔다.
육감도 반응하질 않는다.
‘뭐지……?’
갑자기 내게 일어난 현상에 눈을 자색으로 물들이며 마력의 관조하고, 그 위에 <천안통>을 덧씌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의지가 담긴 강렬한 마력이 풍경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심상인가.’
이건 누군가의 강렬한 의지가 현세에 남은 흔적이었다.
금방 사라질 흔적에 불과해서 보통의 사람이라면아무런영향도받지않고, 그 흔적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감각은 태연하게 심상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광경은 바로 이 땅이었다.
다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는데,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이에 흔들리는 풀과 꽃이 매력적인 땅이었다.
하늘에는 겨울을 피하기 위한 대마법도 걸려 있지 않고, 저 너머 보이는 산맥은 푸르른 초목으로 가득했다.
‘이건 겨울이 아니라, 온전히 봄이 찾아오고, 여름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은데?’
수년째 겨울이 끊이질 않는 북부의 땅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지금과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달라진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길 찰나, 그때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봄인가.”
“각하, 그리 말씀하시지 마시죠.”
테르미야가 입었던 것과 같은 갑주를 뒤집어쓴 사내가 말했다.
갑옷에 가려져 확실한 체형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든 사내로 보이는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며, 겨울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뻗은 손아귀에는 작고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티끌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차가운 금속의 갑주 위에 내려앉아서 그런가 눈은 빠르게 녹지 않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이며 녹았다.
그 모습이 마치 북부의 미래와 같아서, 자작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골치가 아프군. 앞으로 영원한 겨울이 찾아온다니. 어찌하여 신은 우리 북부의 땅을 버렸단 말인가.”
1달 전 북부에 세워진 마탑의 마법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조만간 북부에 영원한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고.
다만 그 원인은 자신들도 모른다며 사전에 발을 뺐다.
“혼란은 저희 북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동쪽은 땅은 강렬한 태양에 의해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제국의 우방국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더군요. 심지어 저 멀리 있는 엘리온 왕국은 어젯밤 멸망했다는 소식이 귀족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퍼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절망적이로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 귀족들에게 원조를 바라기도 어렵다.
최근 싸늘해진 날씨 덕분에 부정하고 싶어도, 마법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북부에 영원한 겨울이 찾아오는 예언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모로 머리가 아픈 상황.
바로 그때 아무렇지 않다는 듯 힘차게 둘이 서 있는 정원을 뛰어다니는 생물이 있었다. 검은 그것은 좁쌀 같은 눈과 작은 체구로 용케 달리고 있었다.
“참으로 활발하군요. 아직 새끼입니까?”
“아니, 저 아이는 조부가 데려온 번견일세. 북부의 숲에서 주워온 마수라서, 어릴 때부터 기르면 분명 충실하고 강한 번견이 될 것이라 추측하신 모양이시지만.”
결국은 저 꼴이지.
멍멍,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으며 달리는 땅딸막한 체구는 너무나도 느려서 진정 나비를 잡을 생각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저 정도면 중앙 귀족들이 기르는 평범한 사냥견이 더 믿음직스러울 지경이었다.
자신의 조부는 그런 녀석에게도 애정과 사랑을 줬지만, 그에게는 마수 따위에게 베풀 아량조차 없었다.
돌아가신 조부의 유산이라서 가만히 놔두고 있는 것이지.
그조차 아니었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
멍멍, 시끄럽게 짖기나 하는 마수 주제에.
“산맥에 창궐한 마수의 무리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신 우리 자작님께서 하실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
돌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신기하게도 ‘네놈은 누구냐!’와 같은 고전적인 대사가 오가지는 않았다.
그저 뒤를 돈 자작과 갑주의 사내는 모자를 푹 눌러서 얼굴이 완벽하게 가려진 사내와 말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나는 나지막이 생각했다.
저건 여성의 목소리도 아니고, 남성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성문(聲紋)이 기괴하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고유한 무늬가 있다.
이를 역산하면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알아낼 수 있는데, 모자를 눌러쓴 녀석의 성문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형상을 뛰어넘었다.
음성변조를 한 것 같지도 않고, 스스로를 은폐하기 위한 마법을 쓴 정황도 없었다. 그냥 목소리가 이형적이었다.
“네놈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뭐지?”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뭐라?”
“제가 당신께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원하시는 게 있으시겠죠.”
말하는 문장이 수상하기 그지없다.
성문을 지키는 기사들을 태연하게 따돌려, 저택 내 정원에 발을 들인 사내라면 무슨 말을 한들 수상할 테지만.
지금 에포츠 자작이 느끼는 수상함은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었다.
“겨울을 견디고, 봄을 여는 것.”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그야 얼굴에 대놓고 쓰여 있으니까요.”
“…….”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와 조우한 듯한 수상함이었다.
“저는 당신에게 제안을 하러 왔답니다.”
“그게 북부를 궁지에 몰아넣을 겨울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제안이 될 수 있나?”
“그거야 당연하죠. 끝없는 겨울이란 곧 멸망과 같으나, 구원이란 표현은 조금 애매하군요.”
제 제안은 그다지 상냥한 편이 아니거든요.
이후 미심쩍은 대화는 지속되었다.
내 귀에 그런 얘기까지 자세히 들리진 않았다.
이건 결국 심상에 새겨진 가장 강렬했던 흔적을 염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다시금 들리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에 다다라서였다.
모자를 눌러쓴 사내와 손을 잡은 자작.
이후 모자의 사내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물건들을 그의 품에 넣어줬다.
작은 알과 사람 한 명 깨물지 못할 것 같은 실뱀.
그 둘을 품에 안은 자작이 그에게 물었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결국 이 둘은 무엇이라는 것이지?”
정황상 알과 뱀이 겨울을 끝내고, 봄을 여는 데 중요한 열쇠처럼 작용할 것 같았다.
하지만 둘의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한 나는 상상밖에 할 줄 몰랐다.
때문에 주어가 생략된 뒷부분의 대화라도 유심히 들었다.
“……맥거핀. 이건 그저 맥거핀이랍니다.”
모자 사내는 알과 뱀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소리가 끊겼다.
둘은 그 이후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는지, 모자 쓴 사내는 곧장 연기처럼 기묘하게 사라졌다.
자작은 지하에 공방을 만들어, 실험실처럼 보이는 장소에서 이것저것 실험했다.
갑주의 사내는 늙고 병들었다. 그의 갑주와 의지는 빈민가에서 자라, 자작의 은혜를 입은 소녀에게로 이어졌다. 테르미야였다.
늙은 사내는 제물이 됐다.
자작의 손에 의해 그의 육체는 고문 받았고, 주변에 즐비한 시체들과 같은 몰골이 되어갔다.
그런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시체는 쌓이고, 이를 보관하고 무언가를 실험하기 위해 지하는 점점 깊어지고, 어느 날 돌연 시체에서 검은 물이 쏟아졌다.
그것은 사람들의 원한과 악의.
이후에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의 악의를 빨아먹은 검은 알이 점점 커졌다는 것이다.
커진 알은 언뜻 잘 익은 열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알 밑에 꽈리를 틀며 자리를 잡은 뱀은 알이 흡수하지 못한 찌꺼기를 흡수하며 점점 몸을 키웠다.
구태여 먹이를 섭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뱀은 그대로 길고 긴 잠에 들며 지하에서 몸을 점점 비대하게 키워 나갔다.
시간이 꽤나 지났을 무렵.
알은 어느새 저택 내에서 보관하게 되었고, 너무 거대해진 뱀은 그저 땅 깊은 곳에 파고 들어서 잠을 취했다.
이후 갑자기 빨라지는 눈앞의 광경.
내가 그의 눈동자에 들어오고, 내 학생들도 보였다.
어째 기묘한 미소를 지은 자작은 이후 남매로 하여금 사슬을 채웠다.
내가 자른 사슬과는 사뭇 다른, 지하의 뱀과 연결된 사슬을 말이다.
그는 ‘드디어 끝이구나…….’라고 읊조리며 실실 웃었다.
망가진 인형 같은 몰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족들과 함께 내 검이 밝힌 검강에 휩쓸린 자작의 입가에는 미소로 가득했다. 마치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성공한 자의 표정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