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63화(16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63화
어느 한 세계의 결말(3)
수중무검의 경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지만, 휘두른 순간 들린 절삭음은 분명 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마음의 검을 휘두른 승우는 떨리는 몸을 진정하지 못한 채 멍하니 상대를 노려봤다.
‘자, 잘렸나? 한 번 더 휘두를 자신은 없는데 말이지.’
심검은 검사들이 꿈꾸는 최고의 경지임과 동시에, 무인이 운용할 수 있는 최강의 패이자 전술 병기이다.
그만큼 익히는 것이 어렵고.
다루는 데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력과 심력을 필요로 한다.
지금 자신의 몰골을 보라.
그 많던 마력이 전부 빠져나가, 앙상한 몸이 더욱 앙상해 보이지 않는가. 이제 승우에게 남은 자원은 얼마 남지 않은 생명력과 심장에 뭉친 양강의 기운이 전부였다.
‘이걸로 끝이면 좋겠는데.’
털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몸이 마음같이 움직이질 않는다.
아까부터 계속 떨리는 것이 경련이 심하게 온 모양이다.
앞으로 넘어져 고개를 들 수 없는 탓에 승우는 <천안통>에 시야를 의지했다.
‘그나저나 남매는 어디 있지.’
<천안통>은 하늘에서 굽어살피는 눈.
사방이 확 트인 장소라면 모를까. 이곳처럼 건물이 죄다 무너진 거리에서 원하는 것을 눈에 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평소 이런 상황이라면 「요마안」과 연계해서 금방 찾았을 것을.’
방금 그 일격으로 체내의 모든 마력을 사용한 영향으로 자색 눈동자가 본연의 붉은빛을 되찾았다.
그나마 <천안통>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 권능이기 때문에 마력이 전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잠시나마 사용할 수 있었다.
“선생님!!”
“바, 방금 뭘 하셨길래 저놈이 고개를 저렇게 떨궈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혹시 내상이라도 입으셨어요?!”
시끄러운 목소리들.
고개를 들 힘마저 없어서, 어떤 얼굴들인지 파악할 재간은 없었지만 누군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 자신의 학생들을 모르는 선생이 어디 있단 말이더냐.
“야, 이거 상태가 심각한데? 난 기껏해야 탈수 증상이나 마력 고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거의 죽기 직전의 몰골이잖아.”
“……이거 내 실력으로는 회복 못 해.”
“그 정도야? 어느 정도 부상은 네 치유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잖아.”
“……내상은 물론이고, 치료하기 쉬운 외상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어. ……이거 양호 선생님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아.”
한걸음에 달려온 학생들이 승우의 몸을 살폈다.
그들이 몸을 살피는 사이 승우는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빨리 왔지. 분명 얘들과의 거리는 꽤 차이가 있었는데. 내가 신발에 새긴 것처럼 「점멸」 마법이라도 배웠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냥 시간 감각이 망가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학생들이 돌연 자신의 근처에 나타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각이 뒤틀린 것이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얼른 살려봐! 그래, 포션. 포션은 어디 있어?!”
“그거 우리 서둘러 달린다고 바닥에 놓고 왔잖아. 지금쯤이면 망가졌을걸.”
“그걸 어떻게 확신해!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가져올 테니까.”
“이사벨! 지금 당신이 가면 저 괴물을 어떠케 붙잡고 있을 세민가요?”
“그, 그건…….”
죽어가는 선생님의 꼴에 학생들이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몇몇 학생들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
애당초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에게 무슨 판단을 기대를 할 수 있을까.
“그, 그래도 응급처치를 해야 원래 세계로 돌아간 이후에 치료받기 수월할 거 아니야? 내가 얼른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은 저 녀석 좀 부탁해!”
“……얘들아.”
그래서 입을 오물조물 있는 힘 없는 힘 죄다 사용해 말을 건넸다.
와, 진짜 말 한마디 건네기도 힘들다.
“선생님!”
“쌤 아직 안 죽은 모습을 보니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큰일 난 줄 알았어요.”
“……괜찮으세요?”
“……나 아직 안 죽었다.”
어디까지나 ‘아직’이지만.
벌써부터 초상집 분위기를 낼 이유는 없었다.
“쌤은 어서 [수락] 누르시고 나가시는 게 어때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진짜로 큰일 날 것 같단 말이에요.”
“저도 이지의 의견에 찬성이에요. 저희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감독관 역할로 따라오신 것이잖아요. 싸우는 건 저희들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그래, 선생님. 선생님은 좀 쉬고 있어.”
“…….”
승우를 걱정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말들.
세간에 널리 퍼진 ‘백승우’라는 인간의 소문을 고려한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반응에 감동하는 것도 잠시.
해야 할 말을 꼭 해야겠다.
“……도망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먼저다.”
“네?”
“선생님, 고집부리지 마. 그러다가 진짜로 죽어.”
죽어?
죽는다고, 내가?
확실히 시한부가 된 몸과 점점 닳는 것이 느껴지는 육체는 한없이 죽음과 가깝지만, 승우는 세상에서 가장 죽음과 먼 사내였다.
죽고 싶어서 최전선에서 섰음에도.
죽지 않고 승리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는 어떻게든 살 방법을 궁리한다. 그러니 걱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어야 한다.
“……너희들 걱정이나 하렴.”
“!!!”
아직 전쟁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그런 잔소리를 들을 만큼 못나진 않았다. 하여 서둘러 도망치란 말을 덧붙이려는 순간.
─쿠구구구구궁!
땅이 진동한다.
다만 이건 요르문간드가 저항하는 소리도 아니고, 또다시 산사태가 일어나려는 전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콰득!
제 살점을 뜯어먹은 요르문간드가 검은 무언가를 벗어둔 채로, 대지를 활보하여 발생한 소리였다.
“저, 저게 뭐야?”
“갑자기 하얀색으로 변했어?”
“야, 야! 어서 막아봐. 이사벨 어서 막으라고!!”
“못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포박할 여유가 없어!”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자, 땅이 저절로 개간되고 소규모 지진이 연신 발생한다.
도저히 생물이라곤 믿기지 않는 그 위용에.
학생들이 혼란에 빠진 것도 잠시였다.
“……탈피와 변태인가.”
“선생님, 저게 뭘 했는지 알고 있어?”
“잠시 일으켜줄 수 있나. 도저히 내 힘으로는 이 자세에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잠시만.”
“어, 난 일으켜달라고 했지. 업어달라고 한 게 아니라…!”
“이게 더 편하니까. 가만히 있어.”
갑자기 겨드랑이로 들어오는 양손.
갑작스러운 이물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저항할 힘이 없었던 백승우는 그대로 아이시스의 등에 업혔다.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었다.
선생을 등에 업은 학생은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선생님, 많이 먹어야겠어.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내가 가벼운 게 아니라, 네 힘이 장사인 거란다.”
“아니, 내가 어릴 적에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벌목용 도끼로 사용하던 것보다 가벼워.”
“……진짜로?”
“응.”
내가 도끼보다 가볍다니.
그건 좀 충격적인데?
영양실조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몸 상태에 승우는 스스로 관리가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책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조금 챙길 걸 그랬다.
그래 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놈에 대해 아는 거 있어?”
“……넌 탈피가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아니?”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가?”
“그래, 잘 알고 있네. 탈피의 의의는 허물을 벗는 것이지만, 일정 위계 이상의 마물에게 탈피란 곧 변태(變態)와 같지.”
“변태?”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걸 의미한단다.”
놈은 전과 달라졌다.
검은 몸체는 새하얗게 변했고, 잘린 꼬리만큼 체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놈이 내뿜는 격은 여전히 3위계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과는 다른 개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종은 같을지언정, 놈의 행동 패턴과 움직임은 명백하게 이전과 달라졌으니까.
“그것 외에는?”
“아마 몸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덕분에 속도는 빨라졌지만, 허물을 벗은 탓에 몸은 부드러울 거야. 명중할 수만 있다면, 너희들 수준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겠지.”
“정말로?”
그래, 명중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요르문간드의 가장 큰 무기는 질량이었지만, 놈은 질량의 절반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가진 파괴력은 이전과 동일하니.
줄어든 질량만큼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너희들 중에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거나,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을 만들 수 있는 얘가 누가 있었지.”
“나랑 이사벨, 성연화 정도야.”
“세 명인가. 그러면 그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조 인원으로 돌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왜? 아무리 속도가 빨라졌어도, 탈피 직후 껍데기가 약해진 지금이라면 그 어떤 공격이라도 먹히지 않나?”
“……하하.”
지금이라면 어떤 공격이라도 먹혀?
맞는 말이지만.
“하하, 명중시킬 능력은 되고?”
“선생님, 우리들을 너무 무시하지 마. 매일 밤잠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선생님의 수업을 따라가려고 모두들 노력했어.”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이 산처럼 쌓여 있다만? 저걸 봐봐.”
나를 업고 있는 아이시스를 제외한 학생들.
그들은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요르문간드를 제압하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고 마법을 난사했지만 무엇 하나 녀석의 몸에 닿질 않았다.
특히 벼락과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성연화의 일검을 간단히 피한 그때, 그녀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어때, 말도 안 되는 가속도지?”
“앞으로 질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좌측으로 가속도를 높여서 피한다고?”
“그래서 내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고 한 거야.”
“……그러면 그거 말고 다른 특징은?”
다른 특징이라.
사실 이것 외의 특징은 잘 모른다.
녀석이 탈피한 직후, 스승님의 검에 죽어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남긴 심상을 전전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으고, 하나로 합치며 일일이 대조해 본 결과.
“녀석은 3위계 마물이지만, 그 본체는 10위계라는 것 정도?”
“으, 응…?”
“그리고 아까 봤던 쌍둥이 남매 기억하지? 그 두 남매 몸 안에 놈의 핵이 반반 쪼개져 있어.”
“호, 혹시… 나 놀리는 거야?”
“놀린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할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놀릴 이유는 없었다.
설명을 전부 생략하고, 바로 결론부터 얘기해서 놀린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각 던전에는 중심이 되는 보스 몬스터나 핵이 존재하는 건 알고 있지. 저 괴물도 그런 개체란 소리다.”
“그러면 본체랑 핵이 쪼개졌다는 건 무슨 뜻이야?”
“저건 이레귤러다. 이런 곳에서 나올 수 있는 놈도 아니고, 나와서도 안 되는 마물이지.”
애초에 바다뱀이 왜 이런 곳에 있단 말인가.
이곳은 놈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아무리 3위계의 초월적인 마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땅은 녀석에게 있어서 생존에 적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요르문간드」에게는 자신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본체가 따로 존재한다.
‘그게 바로 내가 전에 옥상에서 봤던 그 강아지 마물이었고.’
설마 제 애완견을 괴물의 본체로 만들다니.
전에 봤을 때, 놈은 주인을 보며 꼬리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시기상 강아지를 본체로 만든 이후였을 터이니. 놈은 제 주인이란 족속에게 이용당하고도 꼬리를 흔들 만큼 주인을 좋아했던 것이다.
‘……지랄이군.’
마물보다 인간이 더 쓰레기 같은 상황.
심지어 그 주인이란 놈은 거기서 한술 더 떴다.
“그, 그러면 남매는 또 무슨 뜻이야?”
“그건 진짜 말 그대로다.”
“말 그대로…? 설마 아니지? 그러면 그 아이들은…….”
“……글쎄다. 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냐.
‘NPC가 던전의 핵이 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이토록 인위적인 경우는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경우, 원인은 하나뿐이다.
붉은 머리의 마인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로브의 사내.
마교 숭배자, 시몬.
그 둘의 작품이리라.
“아이들을 죽인다면 저 괴물도 처리할 수 있겠지. 그도 그럴게 그 아이들이 놈의 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