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66화(16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66화
작은 후일담(1)
도시를 이루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귀족도 죽었으며.
거대한 괴물도 죽었다.
오직 죽음으로 가득한 이 세계의 결말은 본디 멸망뿐이었다.
3위계라는 격은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마 ‘밖’에 있을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100명이 채 안 되겠지.
‘개인이 결말을, 주어진 멸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자는 거의 없다.’
그리고 거의 없는 그 소수에.
내 이름도 올라 버렸다.
비록 몸이 반 토막 이상 잘렸을지언정, 부상을 입기 전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요르문간드」를 죽이는 것은 본래라면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내가 놈에게 최후를 선사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멀리 도망칠 필요도 없고.
나와 학생들은 신념을 잃은 채 패배자처럼 이 세계로부터 도망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대가는…….’
내 팔 하나.
키야, 싸다 싸.
사람들을 구하고, 학생들의 신념을 지키는 대가가 고작 내 비루한 왼팔 하나라니.
세상에 이토록 싼 거래는 없었다.
“……돌아가면 의수라도 달아야지.”
“선생님 의수가 뭐예요?”
“의수란 인공적으로 만든 팔이란다.”
“그러면 그건 어디에다가 써요?”
“야, 이 바보야! 선생님처럼 팔 없는 사람이 사용하겠지. 왜 이상한 걸 물어봐?”
“바보라고? 너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하하, 두 남매가 말다툼을 한다.
빈민가에서 처음 만나게 된 둘은 분명 끈끈한 우애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남매처럼 보였다.
난 이런 게 더 보기 좋다.
‘오빠나 여동생이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 모양이네.’
친구도 부모도 가족도 없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던 남매는 비로소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 마을에는 남매를 받아줄 여유가 있었다.
둘의 취급은 다른 도시 사람보다 좋은 편이었다.
물론, 그건 남매가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듣자 하니 남매의 부모는 도시에 일을 알아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다. 불쌍한 아이들.
어찌나 힘들었을까.
그런 아이들의 과거를 알았기 때문인지, 나는 어느새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의수를 물어보는 게 뭐 어때서?!”
“그러니까, 그게 실례라는 거야. 우리를 구해주시다가 팔을 물어 뜯겼는데 그걸 언급하면 기분이 좋으시겠어?”
아직도 얘기 안 끝났니?
나는 아직도 열띤 대화를 나누는 두 귀여운 아이들을 바라봤다.
대화를 들어보면 분명 여동생이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한 발언을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철이 빨리 들었다.
아마 빈민가에서 살아가려면 철이 드는 수밖에 없었겠지.
“나, 난 그런 의미로 물어본 게 아니거든!”
“아니라도 실례는 실례야!”
“둘이 그만하렴.”
“그렇지만 선생님, 제 오빠가……!”
“제 여동생이……!”
“얘들아, 선생님이 그만하라고 말했지?”
““!!!””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남매가 입을 닫았다.
고작 하루 만에 나는 둘의 선생이 됐다.
강해지고 싶다고,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싶다며 내게 찾아온 남매에게 나는 무기를 쥐여줬다.
오빠에게는 창을, 여동생에게는 검을 주며 하루 만에 기초를 주입시킬 정도로 열심히 굴렸다.
가공할 만한 성장 속도와 노력에 의문을 품었던 나는 질문을 했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는 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거니?”
“……더 이상은 잃고 싶지 않아서요.”
“저도 오빠랑 같은 생각이지만, 저희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도 커요.”
“나처럼……?”
“네, 선생님처럼 영웅이 되고 싶어요!”
“저, 저도요!”
영웅이 되고 싶다.
도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인지 모르겠다.
‘최강이 되고 싶다’, ‘강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와 같은 말은 종종 들어봤지만. 이토록 진지한 눈으로 영웅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은 정말 오랜만이다.
‘……좋은 눈이구나.’
내가 사랑했던 제자가 하던 그 눈망울과 똑같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구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한 눈동자.
저것은 언젠가의 나도 하고 있던 눈빛이며, 닳고 닳은 나는 더 이상 도저히 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살리길 잘했네.”
비록 이런 몰골이 됐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기에는, 저 찬란한 눈빛이.
순수하게 웃지 못하는 나와 다르게 해맑은 저 미소가 너무나도 눈부셨다. 이건 정말 팔 하나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둘이 싸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둘의 말다툼을 제재하자, 오빠 쪽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오늘 가르쳐 준 과정에 궁금한 내용이라도 있는 것일까?
“저 선생님 질문 있어요.”
“우리 찰스가 뭘 물어보고 싶을까. 어서 말해보렴.”
“아, 오빠 그거 물어보려고?”
“응, 어제 말했던 그거. 저 선생님 혹시 앞으로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반짝거리는 눈빛의 남매.
하도 반짝거리길래 뭘 물어보나 싶었는데.
“스승님? 갑자기?”
스승이라니.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불리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내 이상적인 스승님은 오직 연모하던 그녀뿐이고, 이미 한 번 스승으로서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승님 소리는 절대로 듣기 싫었다.
“스승님이 아니라,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면 안 되겠니?”
“예전에 아빠가 그러셨어요. 선생님이란 먼저 태어나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스승님은 누군가를 가르침과 동시에 인도하는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인도가 무슨 뜻이에요?”
아버지를 들먹이면 뭐라 하기도 힘들었다.
심지어 그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제기랄, 사전적 정의로 접근하면 뭐라 거부하기도 힘든데.’
단순히 스승님이라는 표현이 싫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꺾기 어려울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특유의 고집이 있으니까.
하물며 부모 잃은 아이가 생전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라고 첨언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와! 그러면 앞으로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그 대신 내 학생들…… 언니들하고 오빠 귀에는 안 들리게 말하렴.”
“스승님! 스승님!”
“우와, 나 스승님 생겼다!!”
“……나 원 참.”
스승님이 뭐 그리 좋다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저 나이대의 자신도 저랬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네.
‘……너를 잃고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미안하구나, 제자야.
하지만 어차피 내일이면 헤어질 아이들이니, 불초보다 못한 나를 용서해다오.
물론 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용서하지 않았겠지.
자신 몰래 제자를 들이는 것은 바람과 같다는 둥.
너라면 온갖 트집을 잡았겠지.
‘그 아이 이후 수년 만에 받아들인 제자다. 스승이라는 직함을 달고,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런 몸으로도 딱 하나 해줄 수 있는 게 있다.
타마모에게 배운 「시조의 주술」.
그녀에게 가르침 받은 주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차근차근 내 머릿속에 거대한 도서관처럼 축적되고 있었다.
이건 그런 수많은 도서 가운데 한 갈래일 뿐이다.
‘마땅히 정해진 이름 없는 주술. 제발 한 번에 잘됐으면 좋겠군.’
나는 아무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정해진 불운을.
고난을 넘게 해주는 주술.
행운을 높여주고, 때에 따라서는 정해진 거대한 운명조차 넘게 해준다.
그 대가는.
‘내가 받으면 되겠지.’
다름 아닌 내가 걸어준 저주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아이들이 누리되, 대가는 내가 받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언젠가 올 불운을 회피하는 저주.
만일 저 아이들이 진작에 맞이한 멸망이 불운이라면.
그 대가를 내가 대신 받을 수는 없을까, 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은 희생 의지로 직결됐다.
설령 죽은 운명이라도.
스승과 제자의 연으로 엮인 이상 남매가 살았으면 싶은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주술을 건 나는 문득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이것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었네.’
남매에게 각각 검과 창을 가르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일어날 기력과 근육이 없었기 때문에 염력으로 몸을 띄운 것에 불과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장 반지 속 공간에서 물건 몇 개를 꺼냈다.
“소, 손이 사라졌어……?”
“우와 신기하다. 그게 마법이에요?”
“정확하게는 마도구란다.”
쑤욱, 허공에 손이 빨려 들어갔다.
손을 더듬어 그 안의 물건을 파악하고 나온 물건은 아주 커다란 가죽과 특수한 잉크가 들어간 만년필, 그리고 날카로운 가위였다.
전체적으로 특이한 것은 없었다.
“잠깐만.”
서걱서걱, 무너진 저택에서 몰래 챙긴 가죽을 가위로 잘라 손에 들고 다니기 적당한 크기로 재단한다.
물론 왼팔이 없어서 이 모든 과정을 염동으로 진행되었다.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필요 없는 근육은 퇴화하고, 마법에 대한 적성이 상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가죽 수백 장을 책에 어울리는 형태로 다듬은 다음, 그 위로 글씨를 적었다. 마치 귀족의 것과 같은 화려한 필기체.
……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읽을 대상이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읽기 힘든 필기체보다는 읽기 쉽도록 정갈하게 적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루만 기다리렴. 내가 곁에서 너희들을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각자에게 어울리는 책을 만들어주마.”
“책이요……?”
“스, 스승님? 저랑 오빠는 글자를 못 읽어요.”
“그래서 그것도 만들고 있단다.”
만드는 책은 도합 세 권.
두 권은 각각 남매의 특성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무술이나 기예를 저술했다. 마지막 한 권은 남매에게 공통적으로 줄 책이다.
언어와 관련된 책.
저택에 파묻힌 책 수십 권을 읽고, 처음 보는 문자를 해석해서, 이를 책 한 권으로 모조리 풀어냈다.
“문자를 읽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그걸 바탕으로 이 책을 전부 익혀라. 설마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영웅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냐는 표정을 짓자, 부루퉁한 표정의 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 말에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그에 반해 오빠 쪽은…….’
속내를 들키기라도 했는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돌렸다.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여하튼 눈과 입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염력으로는 책 세 권을 동시에 집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학생들은 약속했던 집들을 전부 지었다.
마력과 마법으로 무장한 학생들에게 산맥에 흔히 널린 나무로 집을 건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 어른들의 노동력까지 더해지니 500명이 충분히 살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됐다.
앞으로는 개인이나 가족끼리 거주할 집을 따로 만들어야겠지만.
거기까지는 우리들의 관할이 아니었다.
“얘들아, 이제 슬슬 가자.”
“이제 가는 거 맞지? 선생님 서둘러 병원에 보내야지.”
“난 괜찮다니까.”
“선생님, 헛소리하지 마. 온몸을 붕대로 감싸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선생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알거든?”
“이제는 더 이상 못 미뤄. 서둘러 가자.”
“자, 잠깐만 애들에게 작별 인사랑 선물만 주고 갈게.”
“안 돼. 두 시간 전에도 아이들에게 줄 책 집필한다고 안 갔잖아. 이대로 가다가는 하루 종일 걸릴 게 뻔해.”
내 손아귀에서 책 세 권을 뺏은 이사벨은 곧장 책을 허공에 띄워, 남매가 거주하는 건물에 넣었다.
지금은 늦은 새벽.
자고 있을 아이들은 내일 아침 머리맡의 책을 보고는 내가 떠났음을 깨닫겠지.
적어도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려준 터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서둘러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자고 외쳤는데.
어느새 관계가 역전됐다.
[살아남은 주민들의 이주를 끝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를 진행……!] [진행률 : 100%]우리가 떠낼 채비를 마치자, 다급히 떠오르는 듯.
여러 문장들이 망막에 밀려들어 왔다.
그 모습은 마치 폭포와 같아서 전부 읽기 힘들 정도였다.
[도시급, 이면 세계 ‘영원한 겨울의 폐허, 테밀’을 완벽히 클리어하셨습니다!] [이면 세계를 100%로 완벽히 클리어한 것은 여러분들이 최초입니다.] [업적의 수준을 분석하고, 보상을 산정합니다.]최초라고?
여태까지 아무도 100%에 도달한 적이 없었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최소 조건인 50% 채우기도 쉬운 것이 아닌데, 100%를 찍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보상을 산정 중…….] [도합 세 가지 보상을 제공합니다!] [공헌도에 따라 ‘백승우’에게 대표로 주어집니다.]순간 내 반지 속 빈 공간이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로 지급한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군.
[‘3위계 마석(50kg)’을 획득하셨습니다.] [대마법, ‘봄의 시작’에 대한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작이 사용했던 ‘장비(S~서사 급)’를 임의로 획득하셨습니다.]보상까지 얻었겠다.
이제 몸이 이 세계에서 떠나려는 것이 느껴진 순간.
……
고요한 적막.
질문이 없다면, 돌아오는 대답도 없는 법.
그렇게 고요한 새하얀 공간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채, 나를 나지막이 감쌌다.
익숙한 감각.
분명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이브.”
너구나.
“오, 빨리 일어났네.”
“애당초 정신은 진작에 일어났어. 다만, 움직일 여력이 없었던 것뿐이지.”
“일어났다는 녀석이 아까부터 숨을 한 번도 안 쉬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애당초 이곳은 숨을 쉬는 행위가 필요치 않았다.
“심상 세계에서 무슨 호흡이 필요하다고. 안 그래?”
새하얀 광명과는 사뭇 다른.
신성하되 새하얀 공간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도리어 어딘가 불안하게 만드는 이곳은 내 가장 오랜 친구의 마음속.
“네 심상은 언제 봐도 터무니없을 만큼 청렴하고 청백하구나.”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헛소리. 오욕 칠정을 내친 나조차 오랜 전쟁으로 심상이 썩어 문드러졌는데, 나보다 2년은 더 오래 전장에 있던 네 심상이 이토록 새하얀 게 말이나 되냐. 너도 참 어지간히도 미쳤다니까.”
“미쳤다니, 소녀에게 실례되는 말을.”
“이제 곧 서른인 주제에 소녀는 무슨.”
“야, 나 너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
“나보다 2년 가까우니까 곧 서른이지.”
“……너 진짜 저주할 거야.”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자.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친구.
그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군국의 참모총장, 마법의 시조, 팔대성 가운데 마도성, 대마법사.
그리고─.
“─여하튼 작가님. 빠른 답변 부탁해도 되지?”
이 세계를 아우르는 소설의 작가.
그게 바로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