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69화(16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69화
작은 후일담(4)
이면 세계에서 본래의 세계에 돌아온 직후.
칠성 아카데미는 개판이 되었다.
물리적인 의미로 개판이 된 것이 아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물리적인 의미도 타당할지 모른다.
“제기랄!! 마인과 그 족속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면 세계는 완전히 닫혔지만, 왜 놈들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이면 세계 진행률 100% 공략.
한 세계의 멸망을 직면한 끝에 정해진 거대한 운명을 바꾸고, 결말을 다시 쓴 자들에게 주어질 명예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본래 중간고사가 끝날 시간을 훌쩍 지났음에도 각 길드에서 파견을 나온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은 그런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이사장은 달랐다.
학생들의 안전?
그거야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간혹 대를 위해서는 소를 위한 희생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는 족속이 있는 것처럼, 이사장은 모든 학생들과 관계자들의 안전을 신경 쓰되 몰래 이면 세계에 잠입한 괴뢰들을 모조리 찢어 죽일 셈이었다.
이면 세계가 공략되어, 차원 간의 연결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출구로 밀어 보내, 학생들과 피로 범벅이 된 조교를 내뱉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대로 공간이 영원토록 닫힌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
“안에 들어간 외부인이 전부 다 나왔다고? 웃기지 마, 웃기지 말란 말이다! 몰래 두 명이 들어갔다는 걸 전부 알고 있단 말이다!!”
이면 세계에 진입한 이들이 전부 나왔다는 뜻.
다시 말해, 학생들의 옷에 부착된 카메라가 송신하는 영상에서 잡힌 마인과 수배범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놈들의 침입을 허락한 이상 모두 죽여야 한단 말이다!”
“이, 이사장님 진정하시죠. 지금 부지 내부의 모든 CCTV와 마력 탐지 장치를 뒤지고 있습니다. 미약한 마력 파장일지라도 잡아내는 섬세한 녀석이니 금방 위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후우…… 후우, 내가 지나치게 흥분한 모양이군. 그런데 학생들과 조교의 상태는 어떤가?”
그 미꾸라지 같은 놈들을 추적할 방법이 있다.
그 말에 이사장은 타오르던 화를 간신히 참았다.
약 2개월 전 마인의 침입을 한차례 허용한 칠성 아카데미는 금전적인 부분과 대외적인 이미지에 관해서 지대한 타격을 받았다.
이 이상 평판이 깎이는 것은 사양이었다.
“학생들은 전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탈수를 비롯한 잡다한 증상이 일어난 지 오래인 모양이지만, 모두 양호실에서 사나흘 회복하면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그나저나 세상에 내 나이 육십 평생 17살에 이면 세계를 공략하는 학생들을 보게 될 줄이야. 교육계에 몸을 담은 늙은이로서 감회가 새롭군.”
“심지어 단순한 마을급 이면 세계도 아니고, 도시급으로 추정되는 중입니다. 학생들의 보디캠으로부터 송출된 영상들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이중던전이었던 것 같더군요.”
“도시급이라고? 세상에 그건 예상치 못한 수확인데.”
서류상 분류된 표기는 마을 수준에 불과했으나, 어째 주변에서 보이는 민가가 지나치게 넓다 싶었다.
이사장은 이것 또한 붉은 머리의 마인과 로브를 뒤집어쓴 수배범, 시몬의 작품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장본인들만 알겠지.
“나중에 마인들을 붙잡게 된다면, 사지를 찢어버린 후 물어봐야겠어. 도대체 이면 세계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아.”
“그렇다면 우선 학생들에게 여쭈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절반 이상의 학생이 고된 피로에 혼절했지만, 아직 잠들지 않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격려하는 한편 상황을 여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글쎄, 난 반대일세.”
큰 체구의 이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무서운 편이라서 종종 오해를 받곤 하지만, 지금처럼 진중한 이사장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딱딱해서 무서웠다.
마치 범죄 영화에 길이 남을 영화배우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몸이 반응한다.
“우리의 부족함과 부덕함에 괜한 피해를 본 아이들이다. 다행히 다들 시련을 잘 넘긴 것 같지만, 분명 마인들의 계략으로 난이도가 높아진 탓에 별의별 고생을 했을 테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이들은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원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면 세계에서 입은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게. 기왕이면 이면 세계에 들어가기 전보다 팔팔하게 만들면 더 좋고.”
“유념해 두겠습니다.”
“아, 그런데 학생들과 같이 들어간 조교는 어떻게 됐는가? 그가 감독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변수가 발생한 시점에서 가장 큰 부상을 입지 않았던가?”
사실 조교는 이사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칠성 아카데미를 널리 알릴 학생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자산인 교수도 아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인력 자원.
이사장에게 조교란 그런 존재였다.
“배, 백승우 조교였던가. 가문의 특별함과 남화연 수석 교수의 제자였다지. 그 덕분에 이름과 얼굴은 간신히 기억하고 있다네.”
“이사장님 보통 조교들은 잘 모르시지 않으셨나요? 알더라도 이름만 아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을 텐데요.”
“놈의 얼굴이 한 번 보고 잊을 얼굴이었으면 그랬겠지.”
“아, 그건 인정합니다.”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빠져들게 만드는 외모는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장 이사장의 수발을 들고 있는 비서조차, 백승우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이사장의 말에 아무런 대답하지 않고 빤히 얼굴만 쳐다보지 않았던가.
“여하튼 그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용케 학생들을 모두 무사히 데려온 것에 노고를 치하하고 싶은데.”
“……그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보도록. 장 비서, 나 그런 거 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지 않나?”
“쓰러졌습니다.”
“응……?”
뭐가 쓰러졌다고?
기절이나 피로로 인한 것이라면, 이에 관한 설명을 해줬을 텐데.
쓰러졌다는 말만 하니 어째 불안하다.
“왜…… 쓰러졌지.”
“그, 그게…….”
“얼른 말하도록.”
“의식 불명입니다. 과다 출혈에 며칠 동안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피로가 치료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양호실에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탓에, 양호 선생님이 직접 대학 병원까지 이송해서 치료하고 계신다더군요.”
일이 귀찮아졌다.
백승우가 천호백가의 가주라도, 그가 환영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업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민들에게 천호백가의 위상은 건재하고.
그런 집단의 우두머리인 가주의 자리는 드높다.
만일 가주가 혼수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문제가 여럿 생기겠지.
“……상황은 조금 어떤가?”
“현재 호흡은 안정된 상황이지만, 환부를 불로 지져서 억지로 아물게 한 탓에 면역력이……!”
“그 애송이 말고, 양호 선생을 맡고 있는 교사 말일세. 외부인인 그녀가 대학 병원에서 환자를 마음대로 치료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으려나?”
“…….”
애당초 그 대학 병원부터가 천호백가의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사장을 보며, 비서는 미간을 좁혔다.
도대체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준비해라.”
“커피라도 타올까요?”
“아니, 후폭풍을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망한 것 같거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조금만 기다리면 알 거야.”
이사장의 말에 의문을 품는 비서였으나.
그의 직감이 무서우리만큼 날카롭다는 것은, 가장 가까이서 구경했기 때문에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놀랍게도 그가 말한 후폭풍의 정체는 불과 5분 만에 알 수 있었다.
똑똑, 문을 두들기고 들어온 경비병.
그에게서 듣게 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잠시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예, 장 비서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부지 내의 모든 CCTV와 마력 검출로도 놈들의 위치를 추정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그 설비에만 억 단위를 가뿐히 투자했는데, 추정조차 못 한다고요?”
“염병, 역시 내 예상대로군.”
더 이상 추적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칠성 아카데미는 외부인의 침입을 허락하고, 학생들의 안정을 지키지 못한 머저리라고 손가락질받겠지.
그나마 이전 사태는 주모자를 죽이기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도 못했다.
이로 하여금 발생할 파장이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지. 경비원을 밖으로 내보낸 이사장이 말했다.
“……우리는 오늘 영웅을 만든다.”
“예, 예? 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만들어진 영웅이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명했던 망나니인 만큼 파급은 엄청날 것이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이지.
아카데미가 외부인들의 침입을 허락했다는 내용이 묻히도록,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더 큰 장작을 집어넣는다.
국내외의 자본을 주름잡는 가문의 망나니 가주. 그의 변천사.
분명 다들 열광하겠지.
불씨가 크고, 떡밥이 먹음직스러울수록 아카데미와 관련된 이야기는 자연스레 뒷전이 될 터이다.
* * *
오랜 친구와의 회우 이후.
내 의식은 깊은 곳에 처박혔다.
비유나 장난이 아니라, 정말 깊이 잠들었다.
단순히 잠이 든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
그 원인은 나중에 깨어나고 나서야, 수면제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하튼 깊디깊은 심해에 처박힌 듯.
깊은 잠에 빠진 나를 깨운 것은.
띠링!
언제나와 같은 기계음이었다.
들리자마자 수면제 기운하고 졸음이 한 번에 사라졌다.
[대량의 메시지가 출력되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대상이 현재 「심신미약」 상태입니다. 지금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시겠습니까.]……뭔가 했더니만, 지금 안 읽어 이놈들아.
‘시야도 흐릿한 눈으로 뭘 읽으라고.’
여러 상처가 축적된 탓일지 몰라도, 내 눈은 상당히 침침했다.
물론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전보다 시각이 몇 단계 내려갔을 뿐.
실명이나 그에 준하는 타격을 입은 게 아니다.
“혹시 모르니까. 책 읽을 때 쓸 안경은 구비해 두는 편이 좋겠군.”
메시지 같은 건 나중에 여유로울 때 천천히 읽어도 된다.
지금은 그저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피로와 고통에 물든 몸을 편히 눕히고 싶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걸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누워서 편히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팔다리가 묶인 채 강제로 쉬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
몸에 뭔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검붉은 색깔에 중간중간 흰색으로 물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내 눈가가 반달을 그렸다.
아니, 이게 뭐야.
“……염병할.”
욕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욕을 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마 내 몸을 감싼 이게 전부 붕대야?
심지어 그걸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뒀고?
세상에나.
‘이해는 충분히 하겠다만…….’
중간중간 하얀색을 보아하니 특이한 붕대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흰색의 붕대.
그런데 그런 붕대가 검붉게 물들었다.
병실의 끝에는 이전에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붕대가, 굳은 피로 가득한 천의 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과다출혈로 진작에 죽지 않은 육체에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니, 붕대나 그런 건 다 좋은데 말이다.
“무슨 시체 방부 처리하냐?”
이집트의 미라도 이렇게까지 붕대를 열심히 감지는 않았을 거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