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7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79화(17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79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픈 손가락 없다(4)
나를 위한 선물.
보통은 사물을 떠올릴 법하지만, 으레 연인들 사이에서 서로가 선물이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떠올랐다.
남정네를 선물로 받는 것은 기분이 영 좋지는 않지만, 이게 선물이라면 뭐 어쩌겠나.
받는 수밖에.
“그래, 네가 내 선물이었구나.”
“서, 선물 말씀입니까……?”
“이브가 이곳으로 향하면 나를 위한 선물이 하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
“!!!!”
이브의 이름을 언급하게 크게 움찔거리는 몸.
역시 그는 나처럼 이 세계의 밖에서 온 자가 분명하다.
이 세계에서 이브의 이름을 꺼내면 크리스마스이브나 여자친구 이름이나 애칭이냐고 묻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이브란 일종의 고유명사와 같다.
오직 한 사람만을 뜻하는 이름.
지금 눈앞의 사내처럼 즉각 반응하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옳은 반응이었다.
“이브…… 대마법사, 마도성을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까? 감히 그분의 이름은 입에 담는다니. 행여나 제가 크리스마스이브를 잘못 들은 건 아닌지요?”
“그 말대로다만.”
“하, 하하…… 그렇군요. 저는 주인공이…… 아니었군요.”
“음?”
얘 갑자기 왜 이러지.
이 세계의 주인공은 너도 나도 아니다.
카일 아이리스.
지금은 관심조차 안 주고 있지만, 나중에 확인한다면 분명 눈에 띄게 강해져 있을 그 소년이야말로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이 세계를 희극이든 비극이든 그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우리 같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거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 것일까.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걸지도.
“방금 그게 무슨 뜻…….”
“그야 당신처럼, 아니, 각하처럼 대단한 분이 계신데 저따위가 홀로 이곳에 올 이유는 없죠.”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그나저나 인사가 늦었군요. 부디 이렇게 머리를 조아릴 테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가, 감히 하찮은 저따위가.”
갑자기 머리를 조아리는 사내.
그는 이윽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아주 깔끔하고 정중한 자세.
흡사 장인어른으로부터 여자친구를 허락받으려는 남성의 기개가 느껴졌다. 그만큼 용기를 짜낸 행동이리라.
“……위대한 영웅을 배알합니다.”
“그 인사, 경례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아뇨. 제대로 드리겠습니다.”
단호한 사내의 모습에 지나가던 시종들이 경악을 한다.
웬일로 패악질을 부리던 가주가 영웅 취급받는다더니, 역시나 사람을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이 모든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타마모는 깨달았다.
저 사내도 자신의 계약자처럼 어딘가 이상하다고.
어긋난 것투성이다.
삐뚤어진 경외.
뒤틀린 공포심.
그것은 한 명의 군주를 향하는 감정이 아닌, 한 세계를 구원한 구세주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앙의 발로였다.
* * *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흘렀다.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오직 승우만은 익숙하다는 눈치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승우는 남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도 그를 뒤따랐다.
이후 방에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귀신만 남은 순간.
자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천안통>이 ‘백은호’의 상태창을 엿봅니다.] [대상의 정신 방벽에 두터운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당신의 행동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백은호’가 선뜻 자신의 민낯을 들춥니다.]「이름 : 백은호」
「나이 : 19세」
「종족 : 이미호」
「칭호 : 움츠린 겁 많은 여우」
「등급 : ──」
「상태 이상 : 없음」
<특성>
「약점 간파」
<능력치>
「체력 : A+」 「근력 : B-」
「내구 : C+」 「민첩 : C」
「마력 : B+」 「감각 : C+」
<스킬>
「철벽 (S)」, 「악룡의 궤독 (A)」, 「치유의 샘물 (A)」, 「감각 보조 (A)」, 「태세 (A)」, 「정령학 (B)」, 「다중 영창 (B)」
아까부터 백은호의 실력을 육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다.
마력과 감각은 나보다 낮지만, 능력치의 총합은 나보다 높다.
비록 S급 스킬은 한 개밖에 없을뿐더러.
가짓수도 적은 편이었다.
대신 전체적으로 스킬들의 평균 등급이 높다.
하지만 말이다.
‘싸운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겠네.’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등급이 높더라도 녀석이 가진 대부분의 능력은 내가 가진 것의 하위 능력이거나 내 실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유의 샘물」은 저주로 효과를 억제하고, 「감각 보조」는 내 육감과 기감의 하위 호환이니 다름없다.
그나마 내게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악룡(惡龍)의 궤독(櫃櫝)」
저것밖에 없을 것 같다.
저 스킬이 유독 눈에 띈다.
왜 특별히 눈에 띄었냐고 묻는다면 그냥 명칭부터 흥미를 유발했다.
궤독, 흔히 궤를 일컫는 단어로 보통의 경우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함 따위를 의미하겠지만.
앞에 붙은 ‘악룡’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거슬렸다.
‘쉽게 풀이하면 사악한 용의 상자인가.’
이름만으로는 무슨 능력인지 알기 어렵다.
‘용은 대체로 욕심이 많고 탐욕스러운 이미지가 많으니까, 그걸 충족할 수 있는 것들을 의미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군.’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안타깝게도 <천안통>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만물을 굽어살피는 하늘처럼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고, 엿볼 수 없는 타인의 개인 정보까지 읽을 수 있게 해주지만.
눈만으로는 닿지 않는 깊은 곳까지는 시야에 담기 힘들었다.
‘창(窓)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 상태만이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창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상태창을 입에 담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상태창이란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수많은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창을 필두로, 랭커 및 하이랭커의 등수 및 업적에 따른 점수를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이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세분화해서 파고들면 너무나도 깊고 복잡하게 얽힌 창.
이 창을 눈만으로 전부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설령 그 눈이 신통력일지라도.
‘물론 수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까. 도를 닦으며 신통을 보다 다양하게 깨우치면 보다 자세한 것도 읽을 수 있겠지.’
지금의 내게는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나는 순순히 묻는 쪽을 택했다.
얘한테 묻는다고 대답을 해주지 않을 녀석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가진 능력 중 악룡이 무슨 뜻이지? 행여나 내가 알고 있는 그 용의 권능은 아닐 터.”
“아, 악룡이라면……. 설마 「악룡의 궤짝」이 있다는 걸 육안으로 확인하신 겁니까?!”
어째 반응이 이상하다.
내가 백은호의 상태를 엿보려는 순간, 어떠한 장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장벽을 치운 사람이 바로 백은호라고 시스템은 고했다.
설마 자각이 없던 건가?
그러면 직접 물어봐야지.
“나는 방금 네 상태창을 눈으로 엿봤다.”
“사, 상태창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 스킬은 큰 비밀인가. 아니면 감춰야지 비로소 효능을 드러내는 부류인가?”
“아, 아닙니다! 타인으로부터 숨길 패이긴 했으나, 감히 위대하신 분께 감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예, 예! 물론입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도 되는 양 감격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악룡의 궤독」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변수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물건을 통해, 스킬의 등급을 한 단계 높여야지만 비로소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스킬이었다.
“그러니까…… 궤독은 궤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군.”
“네, 그 말씀대로입니다. A급 스킬, 「악룡의 궤독」은 S급 스킬, 「악룡의 궤짝」이 된 이후부터 제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궤라고 부르면 될 것을, 구태여 궤짝이라고 부르더니. S급이 되면서 무슨 능력을 갖게 되는지는 몰라도 영 좋을 것 같지만은 않군.”
백은호의 말대로라면 아직은 신경 쓸 일이 없는 스킬이었다.
괜히 물어봤을 정도로 무의미했다.
그러나 그 질문을 시작으로 말꼬가 트였다.
나는 그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졌다.
예를 들자면 가문 내에서 그의 위치.
“저는 팔장로의 셋째 아들의 차남입니다!”
“……완전히 방계로군.”
“방계 중의 방계입니다. 장로가 될 가능성이 1도 없는 자리죠.”
“그래도 힘을 기른다면 자격은 증명할 수 있을 텐데? 내가 기억하기로 장로의 좌는 전통성도 중요하지만, 집안을 받치는 아홉 기둥이므로 무력도 중요시 보지 않던가.”
놈이 집안의 권력 구도와는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았다.
장로의 셋째 아들.
이것만으로도 가능성이 희박한데, 그런 셋째의 차남이라.
본인에게 뛰어들고 싶다는 의지가 없다면 정계와는 평생 가까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힘이 있다면 차라리 <나인테일>로 빠지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여기 텃세가 얼마나 심한지 아십니까?”
“하긴…… 가주에게도 감히 이빨을 드러내는 놈들이니.”
“실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각하질문은그게전부이십니까?”
“글쎄, 동향의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물어보고 싶은 게 더 남았다네.”
“그게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대의 능력. 어떻게 얻은 것이지? 내 기억상 ‘밖’에서부터 들고 있던 능력은 아니고, 이곳에서 얻은 능력이지 않나.”
어떻게 알았냐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백은호.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작은 조약돌과 먹고 남은 아이스크림 막대처럼 보이는 나무 파편.
잡동사니 취급도 못 받는 것들이었다.
주머니에서 그것들을 자랑스럽게 꺼낸 백은호는 그것들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것들에 보관되고 있던 힘을 제가 얻은 것뿐입니다.”
“설마 방금 마력의 편린도 느껴지지 않던 그 잡스러운 것들이 이곳에서 얻은 힘의 원천이라는 뜻인가.”
“그 말씀대로입니다.”
“스킬북과 같은 갈래로군.”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히든 피스와 기연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상대의 정보를 습득하던 와중.
무언가 가슴에 턱 걸렸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외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한 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주말 오전에 외출해서 이것들을 전부 모았습니다.”
“잠깐 답변 중에 미안하다.”
“아, 아뇨. 제게 미안하실 게 어디 있습니까?!”
“갑작스레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다.”
질문을 하며 자연스레 대화하다가 느낀 기묘함.
이 기묘함은 뭐랄까.
바라보는 대상은 동일하지만, 정작 서로 다른 면을 쳐다보고 있어서 대화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느낌이었다.
아직 백은호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나는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너도 이브의 소설을 봤겠지?”
“네, 그렇습니다.”
“어디까지 읽었지?”
“사실…… ‘아카데미 플레이어’를 완결까지는 읽지 못했습니다. 거의 끝까지 보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연중 작품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아서,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서 아직도 세세한 부분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플레이어?”
어라.
왜 내가 읽은 것과 제목이 다르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백은호와 서로가 아는 소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 결과.
주인공부터 너무 많은 것이 달랐다.
마치 그와 나는 처음부터 읽은 소설이 다른 듯.
우리의 대화는 처음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