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81화(18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81화
성악설(1)
소리 소문 없이 본가를 떠났다.
전에 처음 왔을 때는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만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특히 장로 놈들 표정이 가관이었지.”
“예, 예……?!”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 운전이나 하도록.”
“아…… 예!”
내 혼잣말에 반응하는 운전기사.
생각해 보면 이 녀석의 반응도 많이 바뀌었다.
‘전에 나한테 정확하게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십중팔구 싹수없었겠지. 안 봐도 뻔하다.’
놈도 그렇고, 장로들도 그렇고.
다들 전과는 반응이 많이 바뀐 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분명.
‘……내 꼬리가 큰 역할을 해줬겠지.’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영웅담으로는 장로들의 호감을 살 수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줄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언론과 여론은 돈만 잔뜩 쥐여주면 조작할 수 있는 흐름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세운 업적을 축소하거나 과소평가했다.
마인 토벌?
아마 C급이나 B급의 질 낮은 마인이었겠지.
학생들을 구하다가 다쳐?
본인이 실력이 없어서 다친 걸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것 같은데.
그런 식이었다.
하지만 내 꼬리의 개수를 본 순간.
다들 기사와 소문을 이해하는 한편,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비단 천호백가 뿐만 아니라, 구천세가에는 각 종족에 맞는 형질이 존재한다.
이는 몸 밖으로 드러내는 용도로.
과시 및 위협의 의미를 품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시리우스 가문은 늑대 인간의 핏줄로 흐릿한 동공이 만월처럼 가득 찬 것으로 그 힘을 예측할 수 있다.
내 가문의 경우에는 그것이 꼬리의 개수일 뿐이다.
‘다섯 개라면 많은 편이지.’
우리는 천호, 열 개의 꼬리를 지닌 여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다다른 경지.
조상의 반만 닮은 오미호는 고작 목표의 중턱에 다다랐을 뿐이지만, 정작 내 위로 이 이상의 개수를 지닌 자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지금 나는 몇몇 장로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격이 높아졌다.
…….
생각난 김에 죽일 수 있는 것들은 그냥 죽여 버릴까?
‘왼팔 정도는 아니어도…… 새끼손가락. 그 정도만 희생하면 아홉 중 넷은 충분히 죽일 수 있을 텐데.’
장로를 뽑는 것은 힘의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무력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꼬리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이었다.
정치와 실무에 대한 감각.
덤으로 기존의 세력에게 아부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 좋다.
물론 장로가 된 이후에는 체통을 챙긴답시고 아부를 그리 쉽사리 하지는 않는다. 하나같이 오만한 놈들이니까.
“……꼬리. 네 개가 세 명. 다섯 개가 한 명.”
나보다 적거나 같은 개수의 꼬리를 가진 자들.
여동생까지 합치면 다섯 명.
마음만 먹는다면 이 다섯 명은 물리적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재산과 명망이었다.
힘이 약한 대신 인맥을 다지고, 부를 축적한 그들의 진정 까다로운 점은 본인의 무력이 아니다.
인맥과 부로 하여금 빌릴 수 있는 강자의 힘.
‘마음만 먹는다면 기습을 통해서, 놈들이 인맥과 재산으로 나보다 강한 경호원을 들이기 이전에 죽일 수 있겠지.’
그렇게 몇 명을 죽인다면 장로회의 힘은 조금이나마 약화될 터.
그러나 가문의 권력 구도에는 크나큰 혼란이 찾아올 것이고, 우리 가문의 재산과 권력을 노리는 승냥이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여섯 개 이상의 꼬리를 가진 장로들이 나를 경계하게 된다면.’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상상하기도 싫군. 분명 계획에 차질이 여럿 생기겠지.”
“그…… 가, 가주님. 말씀하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말한 대로 입을 잘 다물고 목적지에 도착한 운전기사.
그는 어서 내려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꼴이 웃겨서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래,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운전기사의 인사를 무시한 채 골목길을 거닐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거리를 정처 없이 걸었다.
미행과 추격은 없었다.
그냥 들어가면 되겠군.
걷는 방향을 바꾸어서 인적이 드문 건물로 향했다.
낡지만 단단하고 견고한 문을 열자.
딸랑딸랑─!
방울 두 개가 부딪히며 외부인이 왔음을 내부에 알렸다.
“……덥군.”
건물 내부에 들어오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어지간한 사우나를 뛰어넘는 열기는 공기를 데우고, 체온이 낮은 사람도 절로 땀을 흐르게 만들었다.
“아, 왔군그래.”
“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난 하나도 안 반갑다.”
땀을 흘리는 노장.
그의 목에는 흠뻑 젖은 수건이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까지 망치질을 하던 모양이다.
“환기 좀 하시죠. 설령 밖에 연기가 나더라도, 이 근방에는 공방들이 많아서 외부인에게 들킬 일은 없을 텐데요.”
“야, 이놈아. 창문이라도 열었다가 집중이 깨지면 어쩌라는 거냐. 그리고 창문을 통해 누가 쓰레기라도 던졌다가는 큰일이다.“
“아하, 그런 성격이셨죠.”
자신의 작업을 위해서라면.
조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결벽증의 대장장이.
<구야자>가 내 왼팔을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났다.
“저주받은 왼팔이로군. 신문에서는 잘렸다고 읽었는데 말이지.”
“……그런 곳도 보이시는 것입니까?”
“물론이지. 내가 마검이나 요도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봤는데. 저주받은 몸 상태 정도야 쉽게 알아보지.”
그가 그 이상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닌지, 나를 배려해 주는지는 몰라도 내심 후자이기를 바랐다. 우리는 화두를 바꾸어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맞다. 여기 네 선물이다.”
“벌써 작업이 다 된 것입니까. 빠르군요.”
“그게 아니다. 의뢰를 맡긴 물건은 진작에 다 만든 탓에 심심해서 포장까지 다 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선물이라는 소리지?
구야자가 그 선물이라는 것을 들고 오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여우 가면이로군요.”
“큰 조각들은 무기로 빚었고, 남은 가루와 티끌을 모아서 만든 가면이다.”
살생석의 작은 파편과 가루.
차마 단검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것들은 염료로 만들거나, 녹여서 사용한 모양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가면이었다.
「백면금모의 가면」
등급 : 서사
설명 : 옛 실력을 거의 되찾아가는 명장, <구야자>가 취미로 만근 가면입니다. 동양의 각국에서 전래되는 구미호 중, 일본의 삼대 악귀인 백면금모구미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백면이라는 이름답게 새하얀 바탕에 금으로 장식된 가면은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능력이야 어찌 되었든, 차고 넘치는 심미성을 갖추고 있으니 행여나 가면무도회에 이 가면만 있으면 주인공은 분명 당신이 될 것입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아무도 착용하지 않으면, 그저 아름다운 가면일 뿐이지만, ‘백승우’가 착용 후 마력을 불어넣으면 보는 대상으로 하여금 생리적인 공포감과 혐오감을 조성합니다.
특성, 「경국지색」과 스킬, 「매혹」과 연동할 경우, 대상이 느끼는 공포감과 혐오감에 매혹되어 인지체계에 혼란을 일으킵니다.
*흉신악살(凶神惡煞)
악귀라는 기원에 의해 탄생한 능력으로,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사특한 요기(妖氣)를 다루게 해줍니다.
요기는 마력과 마기와는 전혀 다른 자원으로 주술 따위를 발동할 때 운용하면 더 큰 위력을 자랑하며, 상대의 정신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면의 내구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살생석안(殺生石眼)
가면의 텅 빈 안구 부분에 마력을 집중시킬 시, 검은 눈가에서 강력한 독기(毒氣)를 방출합니다. 백면금모구미호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바위, 살생석(殺生石)을 가공한 염료로 제작되었기에 원전(原典)과 동일한 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가면의 내구도가 빠르게 닳습니다.
여우가 그려진 가면.
그걸 본 순간 나는 두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제정신입니까?”
심심풀이로 만든 가면이 ‘서사급’이라고?
내가 돈까지 쥐여주며 의뢰한 무기들은 S+등급인데?
“도대체 무슨 약을 하면 심심풀이로 걸작은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말씀만 하시죠. 약은 제가 알아서 구해올 테니.”
“예끼, 이 미친놈아! 내가 이 나이 먹고 약을 하겠냐?!”
“그게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잖아요. 이 정도면 사실상─.”
─전성기 실력에 가까워진 것 아닌가요?
라고 물으려는 찰나였다.
아마 내 눈이 노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말했겠지.
“호들갑 떨지 마라.”
노인의 눈은 무언가를 회고하듯 우수에 찬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 담담함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열망을 느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아서 유명해진 대장장이에 불과하다. 본명보다 유명해진 <구야자>라는 이명과 그에 따른 결과물들은 전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선대의 작품을 모방한 덕분이지.”
내가 의뢰한 무기들은.
지금 내 손에 들린 새하얀 가면은 누군가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노인의 손에서 직접 탄생한 물건이다.
<구야자>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탄생한 무기. 그에 얽힌 서사.
지금 그는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되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보다 높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구야자라는 이름의 닦인 길 대신.
험한 초행길을 견디며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구야자>가 만든 검이었으나.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원했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하겠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는.
이전보다 더욱 신뢰가 간다.
“그나저나 요즘 바쁜 모양이더군. 신문에서 네놈의 얼굴을 안 보는 날이 없어.”
“지금까지는 병원에 있느라 딱히 바쁠 일이 없었습니다. 아마, 언론에서 저를 이용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적는 기사들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한 것이겠죠.”
지금도 봐라.
확실히 표정이 전보다 밝아졌다.
내 예상에서 벗어나는 변수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 정도 변수는 웃으며 받아줄 수 있다.
“너…… 어째 표정이 더럽군.”
“사람 면전에다가 더럽다는 게 무슨 말버릇입니까.”
“거울을 봐라. 젊은 놈들은 환장할지 몰라도 나처럼 늙은이의 눈에는 꿍꿍이가 있는 놈팡이의 표정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너무하시군요.”
“그래서.”
나를 한낱 놈팡이 취급한 <구야자>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앉은 자세도 달라진 것이, 아무래도 본론에 들어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걸요.”
“장난치지 말고. 너 같이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은 언론에서 너를 주목하는 지금이 얼마나 유용한 시간인지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런 중요한 시간에 나를 만나러 왔으면 원하는 것이 있는 게 분명하지 않느냐.”
“하, 어르신.”
눈치가 좋으시군요.
이게 바로 그 어른의 관록이라는 것인가.
“딱히 큰 요구는 아닙니다. 아, 어쩌면 큰 요구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아공간에 보관된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뱀의 뼈.
그것도 아주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의 것이었다.
어찌나 큰지 조금만 꺼냈음에도 대장간의 천장에 빈틈이 없어졌다.
“염병할, 더럽게 크구나.”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빌어먹게 큰 물건 말고 요구할 게 하나 더 있다고?”
“네, 실은 이 뼈로 외골격을 살린 갑주를 의뢰하는 게 전부였지만, 의도치 않게 흥미로운 연락을 하나 받았거든요.”
핸드폰을 흔들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문자 내역.
‘스승’이라고 적힌 인물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그에게 보여줬다.
“조만간 외부로 당신을 부를 일이 생길 것 같거든요.”
스승, 남화연으로부터 온 문자를 천천히 읽은 <구야자>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의 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