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85화(18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85화
성악설(5)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다들 자신들의 본래 천직은 도외시한 채 작업에 열중했다.
“4번 부품 어디 있어?”
“기다려라. 1분이면 다 만든다. 그런데 27번은 방금까지 내 옆에 있었는데, 누가 가져갔지?”
“아, 어르신 저예요. 승우의 손가락하고 미묘하게 신경이 안 맞는 것 같아서 가동 범위를 조절하고 있었어요.”
구야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처음에는 저 무거운 망치로 손가락처럼 정밀한 신체를 재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 걱정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고 있다.
“66번에 마법 세공 완료. 이제 조립만 하면 형태를 갖추겠네.”
“금방 조립한다.”
“어르신 제가 조정한 관절의 가동 범위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해주세요.”
“저 아가씨도 요청이 참 많군. 그래, 알겠다!”
의수를 100여 개의 부품으로 나눴다.
이를 하나하나 세공하고, 마법을 각인하고, 관절과 신경의 위치 따위를 고려하며 정밀하게 만들었다. 다음 과정은 정밀하게 만든 부품들을 하나의 형태로 만드는 것.
조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실상 조립보다는 끝부분을 미세하게 녹여서 하나의 형태로 합체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염병할! 내 살다 살다 가공하기 힘든 금속은 만져봤어도, 이토록 만들기 복잡한 작품은 처음 만드네!”
신경질을 부리는 구야자는 지금까지 조정해 둔 100여 개의 부품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손과 망치를 움직였다.
약한 힘으로 아주 섬세하게.
이 부품들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만든다.
그 과정은 복잡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애당초 이 과정을 유념하고 부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의수의 형태는 잡았다.
이제 문제는 왼팔에 진(陳)을 새기는 방법과 이를 내 몸에 이식하는 과정, 둘만 남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로군.”
“예, 그렇네요. 그런데 어르신 품에 의수를 내려놓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러다가 쇳독에 큰코다쳐요.“
은을 비롯한 수많은 광물들을 두들겨 만든 의수를 줄곧 품에 안았다.
구야자는 소중한 보물이나 손주를 품듯 의수를 만지작거렸다.
언젠가 내 팔에 붙일 걸 생각하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100여 개의 부품을 다시 하나의 형태로 만들었던 그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못 참을 것도 없었다.
‘어차피 아직 완성된 것도 아니니까.’
이제 겨우 형태를 잡은 것이지.
중요한 내용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이제 막 하드웨어를 조립하고 설치했을 뿐이다.
“안에 각인해 뒀던 신경계 마법들은 잘 작동하죠?”
“그럼 물론이지. 내가 직접 만들고, 직접 세공했는걸.”
“하, 그 마왕이 직접 새긴 마법이라니. 이거 한 사람의 대장장이로서 분에 넘치는 영광이로군.’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
그래, 보수적이다 못해 고대 마법을 부활시키기 위해 주야장천 연구하는 당대 마법의 역사를 100년이나 앞당긴 전설적인 마법사와의 협업이라니.
뭇 대장장이라면 영광이라고 느낄 법도 하다.
다만, 아직 그녀의 마법 세공은 끝난 게 아니다.
본격적인 그녀의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의수 안에 새긴 마법들은 움직임과 신경, 신호에 관련된 것들뿐이야. 이제 바깥에 본격적으로 세공을 해야 되는데, 누구 생명 공학에 관해서 알고 있는 사람 있어?”
“하아? 갑자기 생명 공학은 왜 찾는 거지? 우리가 지금 사이보그를 만드는 것이라면 몰라도, 마법으로 의수를 만드는 것일 뿐인데 생명 공학은 대체……. 아, 그렇군. 대략적으로 알겠다. 의수를 장착하는 과정 때문에 그렇군.”
구야자와 채화의 작업은 여기서 끝이다.
그들은 각자 의수를 만들고, 의수 안쪽에 새긴 마법 신경들을 뇌와 연결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부터는 사제들의 본격적인 차례였다.
“생명 공학은 제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애송이. 네가 이 어려운 걸 다루겠다고?”
“성취도와 공부에 투자한 시간은 어느 정도니?”
“……2주.”
지금으로부터 2주 전.
나는 남화연에게 제자로서 생명 공학 및 인간의 신체에 관련된 지식을 쌓을 것을 명 받았다.
그 탓에 꼬리에 「오행」을 새긴 이후.
도저히 통증이 가시질 않는 몸을 이끌며 독서에만 매진했다.
“고작 2주? 그 정도로 공부가…….”
“충분합니다. 어지간한 논문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그, 그러냐……?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특히 신체에 관련된 공부는 짧게나마 연구도 진행할 정도로 깊이 탐구했다. 육체의 재생과 회복, 특히 결손된 신체에 관련된 학식은 전공으로 삼아도 될 정도였다.
‘전부 선행학습 덕분이지.’
다행히도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 특히 마물의 신체를 몇 번이고 해부해 본 경험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그 시절의 경험이 없었다면 2주 안에 공부를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작업을 시작해 볼까. 승우야 너는 내가 의수 외부에 새기는 문자들의 배열을 유심히 살펴보렴. 나는 절반만 해줄 생각이거든.”
“예, 알겠습니다. 스승의 말에 따르죠.”
의수의 내부를 빼곡히 채운 문자의 나열.
외부에 새기는 것도 그 문자들의 연장선상이었다.
기형적인 문자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법을 통해 문장을 이루었다. 그 문장이 어찌나 긴지 의수 내부에서 시작해서, 바깥을 빼곡히 채우고 나서야 한 문장이 끝났다.
이때 소모된 시간이 1시간.
이 과정을 앞으로 골백번은 반복해야 된다.
“이 문장들을 다루려면 공부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겠군.”
“그야 문자 체계를 처음부터 배움과 동시에 그 속에 내재된 마법적인 묘리까지 깨우쳐야 되니까. 넉넉하게 한 달은 잡아야겠지?”
“한 달로 충분할지 모르겠군요.”
의수의 껍데기를 만드는 데 2주가 걸렸거늘.
하드웨어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족히 한 달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는 상당한 시간 낭비지만.
아무리 나라도 밤을 새우고, 필사적으로 공부한다고 소모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도리가 없었다.
“어머, 네가 이렇게 약한 말을 하는 건 처음 보네.”
“저한테도 도저히 이해하기 벅찬 것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문자 체계까지 시작해야 되니 막막할 수밖에 없죠.”
[스킬, 「요마안」이 ‘오감 문자’를 분석합니다.] [특성, 「마도성」이 육안으로 분석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언어의 체계와 문법을 해석합니다.] [해석까지 약 27일이 소모될 것으로 파악 중.]…….
내 능력마저 약 한 달이 걸린다고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한 달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화연이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깨달음을 내려주기 전까지는.
“승우야, 내 제자야 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려고 들어? 내가 지금까지 봐온 너는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학구열이 불타오르는 성향도 아닐 텐데.”
“그야 은의 팔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오감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자 체계부터 이해하는 것이 당연……!”
“그러니까. 그걸 왜 이해하려고 드는 거냐고. 그냥 너 편한 대로 번역하면 그만이잖아.”
“!!!”
번역.
그래, 모르는 언어가 있으면 번역하면 그만이었다.
남화연이야 오감 문자를 알고 있는 눈치였으나, 오감 문자를 전혀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번역하는 게 최선이다.
여태까지 이 편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니.
“골 때리네.”
아직 여러모로 미숙하다.
특히 발상에서 그렇다.
닥치는 대로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과학, 역사, 문화, 전술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영 꽝이다.
“정말 대단한 스승이야.”
그녀와는 사뭇 다른 배열.
이것은 오감 문자를 알파벳으로 배열하고, 이를 토대로 어느 한 신화의 문구를 번역하는 과정이었다.
영어는 잘 아는 언어였기에 1시간 만에 22개의 문장을 새겼다.
그렇게 10시간.
사람들이 슬슬 잠이 드는 새벽이 다가오자 내 작업은 비로소 막을 내렸다.
띠링!
전자음과 함께 시야가 밝아졌다.
[다른 장인들과 함께 물건을 제작하셨습니다.] [인간이 신화를 모방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입니다!] [포인트를 +70만큼 획득합니다.] [의수, 「아케트라브」의 설명을 열람합니다.]「아케트라브(Airgetlám)」
등급 : 비화
설명 : 켈트의 신왕, 누아다가 썼다고 전해지는 오른팔을 구현한 의수입니다. 당연하게도 신화와 같은 힘은 없으며, 같은 이름과 기원을 부여한 것으로 능력을 덮어씌웠을 뿐입니다. 의수에는 마왕(魔王) 남화연이 새긴 오감 문자로 가득합니다. 이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의수이며, 아는 사람만이 아는 무구로. 이 의수에 얽힌 이야기는 비화(祕話)로써 전승될 것입니다.
*아가트람(Airget-lamh)
은의 팔. 그것은 누아다의 상징이자, 외팔이만 가질 수 있는 도구입니다. 신화와 전승을 그대로 답보한 의수로써, 한없이 원전(原典)에 가까운 힘과 내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은의 팔은 어디까지나 인공으로 만들어 붙인 상지의지(上肢義肢)에 불과하다는 것을.
*놓쳐 버린 클라우 솔라스
일찍이 누아다는 자신의 의수로 태양검을 휘둘렀다고 전해집니다. 태양의 강렬한 열량과 열기에도 의수는 움직여야 했기에, 열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이 아닌 레플리카(Replica)이기에 태양을 쥐고도 끄떡없는 열 내성이 몇 단계 하락했습니다.
*오감 문자(ˈɔɣamˠ)
룬 문자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문자 체계입니다. 지금은 사장된 마법 문자이나, 그 효용은 가장 오래된 마법 문자인 ‘태초의 룬’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의수에 적힌 여러 문자들을 통해, 그 힘을 일부 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은의 팔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여러모로 말도 안 되는 능력들.
아무리 신의 물건을 격화시켰다고는 하지만, 그 원전으로부터 비롯된 힘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 동등한 등급의 장비 중에서는 최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무지막지한 능력들이 붙어 있지.
“……진짜 완성해 버렸네.”
“용케 새벽이 지나기 전에 완성했구나.”
“음……? 저 그런데 그 양반은 대체…….”
오랜 시간 집중해서 만들었더니 몸이 뻐근하고 눈이 어지러웠다.
피곤에 찌든 눈가를 비비자, 남화연과 채화만 이 자리에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구야자 그 양반은 대체 어디 있지?
집에 돌아간 모양이다.
하긴 벌써 새벽이니까.
집에 갈 법도 하지.
그의 작업은 의수를 제작한 시점에서 완료됐다.
물론 내가 착용한 이후 이상이 있다면, 수리 및 보수를 해야겠지만 그건 내일 아침에 해도 충분했다.
그러면 의수에 가장 중요한 이름도 부여했겠다.
슬슬 장착해 볼까.
스르륵, 나는 왼팔의 소매를 걷었다.
그러자 검은 붕대로 감싼 팔이 드러났다.
의수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이 왼팔을 도려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