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87화(18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87화
대리 강의(2)
오래간만의 출근.
딱히 가슴이 떨리거나 감회가 새롭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다시 내 본업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어때, 불편함은 없고?”
“전혀 없습니다.”
“그래, 잘 장착했네. 설마 아침에야 겨우 장착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조립이 잘못된 줄 알았다.”
“걱정 마십시오. 그런 것 같으면 나중에 청구할 테니까.”
출근하기 직전.
방금 전까지 자다 왔는지 머리카락이 잔뜩 눌린 구야자가 망치를 들고 공장에 찾아왔다.
그는 오자마자 내 의수를 살피고는.
완벽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하얀 이빨로 웃음을 보였다.
지금까지 구야자와 함께하며 처음으로 본 그의 상쾌한 미소였다.
“이 싸가지 없는 놈이 재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기는. 네 의수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 말하는 거냐?! 재료비만 수십억 단위에 인건비만 그 백배는 될 거다!”
“하하, 설마 제가 진짜로 청구할까요.”
“너라면 진짜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물론 구야자의 실력이 상상 이하라면 고민을 해봤겠지만, 그의 실력이 점점 물오르는 이상, 청구할 일은 없다.
아직 내가 알고 있는 장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건 보다 다양하고 정교한 물건들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오를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추가적인 의뢰를 맡기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의뢰를 추가로 수주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번에는 또 뭘 의뢰하려고.”
나를 보는 구야자의 시선이 매섭다.
뭔가 이상한 걸 요구하려는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구야자의 눈길을 무시한 나는 입을 열었다.
“사슬 좀 만들어주세요.”
“사슬……? 용도는? 재료와 길이는?”
“재료는 흑철로 충분합니다. 아주 길고 튼튼하게 만들어주십쇼. 그리고 손잡이 없이 날만 기다란 검도 백 자루 정도 있으면 좋겠네요.”
“……너 같이 미친놈이 그것들을 어디에 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좋다. 일단 만들어는 주마.”
사슬은 용도가 따로 있고, 구태여 손잡이가 없는 검을 요구한 것은 더 이상 검을 잡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 몸으로 무기를 활용한 전투는 가망이 없어. 그렇다면 차라리 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마법에만 전념하는 것이 옳다.’
이 기회에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낮춘다.
나는 이를 위해 반지 속 공간에서 태도 한 자루를 꺼냈다.
저주받은 요도였다.
“사슬이나 갑주와 함께 이 도검을 맡기죠.”
“이건……. 내 실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물건인데?”
요도, 「천총운검」은 그날 이후 내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내가 검사로서의 자격을 잃어버리자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능력 대부분이 봉인된 요도.
이 도검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먼 훗날의 성연화나 현 <무림맹>의 주인뿐이었다.
‘특성의 힘을 통해서는 완벽하게 다룰 수 없었어.’
이제 요도는 도(刀)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다른 용도를 고려해야 된다. 후자를 고른 나는 요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구야자에게 검을 건넸다.
“마석을 비롯한 마법 증폭 관련 재료들을 붙여주십시오.”
“너…… 설마 이 완벽한 도검을 완드(Wand)나 스태프(Staff)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냐?”
정답이다.
봉인된 세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지만, 높은 등급의 무기이기에 마력의 전도율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도실(刀室) 위로 마석 같은 마법 증폭에 용이한 재료들만 더하면 강력한 지팡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에 구야자가 노발대발 화를 냈으나.
계속되는 말에 수긍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라 요도.
다음에는 마법 지팡이로 만나자.
“아, 맞다. 2주 동안 바빠서 말 못 했는데, 네가 의뢰했던 무기들 거의 다 만들었다. 앞으로 일주일이면 전부 완성 예정이다.”
“벌써 다 됐습니까?”
“그래, 본래라면 생각보다 진척이 빨라서 미리 얘기해 줘야 했는데. 의수 작업 때문에 말할 겨를이 없었다.”
늦게 말한 건 상관없다.
장인들 중에는 완성된 직후나, 완성되고 한참 후에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에 반해.
구야자는 성실하고 친절한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
의수를 만드는 과정은 워낙 복잡하고 힘들었다.
특히 매일 망치질을 하던 구야자의 피로도는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고대하던 무기가 거의 완성됐다는 소식은 내 정신 집중을 흔들 가능성도 있었으니.
이건 구야자가 사과해야 될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를 도리어 그의 따뜻한 친절이라고 받아들였다.
“조만간 우편으로 보내주마.”
“친절하시네요.”
“친절은 얼어 죽을 친절. 지랄하지 마라.”
친절과는 반대로 입은 험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사람이 어떻게 완벽할 수만 있을까.
나는 내 전에 받았던 의복도 함께 맡겼다.
그 안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으니.
그곳에는 간편화한 술식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소재로 옷을 만들었을 때, 그 술식만 있다면 옷이 찢어지고 불에 타는 일이 있더라도 자동으로 수복된다.
새 옷 같은 완벽한 수준으로.
“그리고 그거 제가 말씀드렸던 원단이 한 필(疋)에 억 단위는 할 테니까. 나중에 청구서 보내주세요.”
“뭐, 뭐라고……? 억? 너, 경제관념이 뒤틀리기라도 했냐?! 이번 작품에만 얼마를 썼는지 알고나 있는 건가?”
“글쎄요. 생각보다 마법을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와 염료가 비싸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컸죠. 거의 100억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돈을 많이 써도 되나?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돈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100억 원.
확실히 큰돈이다.
아마 저게 내 돈이었다면 한 푼을 사용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겠지.
나는 사치스러운 자의 말로를 알고 있다.
절약의 미덕을 몸소 깨달았던 적이 있다.
그 어린 날.
딱딱한 빵 한 조각이 없어서 배를 곯을 때 얼마나 괴로웠던가.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이 아닌, 배를 부여잡으며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흘렸던 피눈물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돈을 흥청망청 사용한다.
가문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할 수 없도록, 최대한 다양한 분야로 돈을 흘려보낸다. 그뿐만 아니라, 이 돈으로 무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구하며 장로들을 향한 비수를 빚으리라.
뭐, 쉽게 말하자면.
100억 원 따위는 시작에 불과하다.
나는 앞으로도 가문의 곳간을 털 마음가짐으로 돈을 사용할 셈이었다.
* * *
늦은 중간고사가 끝난 것도 3주 전의 일이었다.
그사이에 1주의 휴식 기간이 있었지만.
시간은 차근차근 흘렀다.
지금은 6월.
봄이 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며 슬슬 기말고사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이다. 이번 기말고사는 7월 초에 시작한다.
벌써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다음 고사를 준비해야 되나? 귀찮게 됐네. 이번 작업 때문에 진행 중이던 연구를 뒤로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러고 보면 교수님께서는 1, 2, 3학년의 강의를 전부 진행하고 계셨죠. 시험도 남들보다 세 배는 많이 출제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교수들은 슬슬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 달이나 남은 것은 학생들의 사정, 교수들은 시험을 미리 준비해서 안정성과 완성도를 신경 써야 됐다.
그들에게는 2주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래, 단순한 서류 작업은 조교들이 알아서 해주지만. 내가 직접 처리해야 되는 문서도 적지 않으니 골치가 많지. 그런데, 너 말투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런가요? 저는 평소와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응, 전혀 아니야.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
승우는 남화연과 함께 아카데미 부지를 걸었다.
채화는 이미 양호실로 떠났다.
그녀와는 방향이 달랐다.
하는 수없이 스승. 아니, 교수님과 같이 걷게 된 승우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에 명확한 주제는 없었다.
방금 전까지 기말고사와 말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면.
이번에는 마법 전공을 물어보셨다.
“[화염 마법]의 원류인 원소 마법과 [염동력], [언령], [주술] 그리고 이번에 약식으로 배운 [오감 문자] 정도가 있군요.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학문이 있다면 육체의 재생과 마력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승우의 전공은 화염 마법.
나머지는 강해지기 위해 배우는 것들이다.
“제 주력은 언제까지나 [화염 마법]이지만, 보다 높은 경지를 위해서라면 슬슬 다른 학파의 학문도 공부할 필요가 있겠죠.”
“지금 네가 알고 있는 학파의 가짓수는?”
“문헌과 책을 통해서 지식으로 익힌 학파는…… 427종류. 그것들 가운데 직접 익힌 마법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책은 매일 밤을 새워가며 많이 읽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학파의 마법들을 외우고 있었으나, 이는 승우가 해당 학파의 마법을 다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식으로서의 깊이를 위해.
그리고 알고 있는 마법을 주력으로 다루는 마법사가 상대라면 보다 쉽게 제압하거나 죽이기 위해서 익혔을 뿐이지.
‘나는 무엇을 배우던 화염술사겠지.’
파이로키네시스트, 마법사로서 승우의 정체성이다.
그의 주 전공은 언제까지나 [화염 마법]일 터.
그것만큼 친화도가 무지막지한 게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네.”
“가문에서 미움받는 제게 힘이 되어줄 것은 지식이 유일하니까요.”
“그렇겠네. 지식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하지 않지. 단 지식을 허투루 알고 있으면 언제든지 배신당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더 많은 종류의 문헌과 책을 읽어야겠죠. 더 이상 저와 활자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떨어지는 그날을 기점으로 죽을 테니까.
물리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그는 필사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그런데 교수님.”
“왜 그러니?”
“이번에도 저는 교재가 없습니까? 보조 조교로 들어가는데요?”
“지난번에도 안 받았잖아.”
“그렇죠.”
“그러면 없는 거지.”
하긴 조교가 유인물이나 교재가 왜 필요하겠어.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그래도 남화연의 강의를 필기하거나, 교재와 함께 듣는 것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자극. 색다른 깨달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아쉽다.
“교재를 찾는 걸 보아하니 열심히 일하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그보다도 다른 걸 신경 쓰는 게 좋을걸?”
“무슨 말씀이신지…….”
“주변을 둘러봐.”
어느덧 우리는 강의실에 도착했다.
도착할 때까지는 몰랐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다 정확하게는 승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너는 아카데미 최고의 뜨거운 감자거든.”
“뜨거운 감자…….”
전에도 들었던 말 같은데.
아니면 말고.
“시간이 됐으니 바로 강의를 시작하겠다. 나중에 부를 일이 있을 테니, 앞자리 조교 지정석에 앉아 있어라.”
승우와 남화연은 단상 앞에서 헤어졌다.
여기서부터는 교수와 조교의 차이가 드러났다.
아아, 목을 푼 남화연이 말했다.
“나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단상 밑.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은 승우를 향했다.
“오늘부터 강의 보조를 맡게 된 백승우 조교다. 다들 인사로 맞이하도록.”
……뭐라고?
오늘부터?
그 말에 학생들이 크게 당황했다.
신입 조교가 교수의 보조 조교가 되는 경우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
제3자인 학생들도 이렇게 놀랐는데, 본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싶었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오늘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모든 게 미리 얘기됐었다는 눈치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승우 조교는 학생들에게 인사해라.”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당당했다.
또한 그 걸음걸이는 고귀하고, 한편으로는 오만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21세기에서는 보기 힘든 귀족스러움이 물씬 느껴졌고,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는 마치 제왕과 같았다.
그렇기에 오만했다.
[특성, 「경국지색」이 좌중의 시선을 모읍니다.] [스킬, 「매혹」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상대의 정신과 마음을 홀리는 능력이 복합적으로 발동되는 중입니다. 취급에 주의를 요망합니다!]모든 것이 발동된 지금.
감히 승우에게서 눈을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