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88화(18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88화
대리 강의(3)
남화연의 강의에 출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감의 표명이었다.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라면 단 한 명이라도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그 굳센 마음은 정말이었다.
‘모든 좌석에 학생들로 가득하군. 과연 칠성 아카데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강의다워. 아무도 빠지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학생 몇 명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바닥에 앉아서 마력으로 청각을 강화시키고 강의에 임하는 학생들도 몇 명 있었다. 명찰의 색깔과 액면가를 보아하니 2학년이다.
“……쫓아낼까?”
지금은 1학년들의 강의 시간이라고 내쫓고 싶었지만, 때마침 그때 남화연이 목을 풀었다.
마이크는 어디에도 없다.
그녀가 스스로의 목소리가 증폭하기를 원한다면 어디에 대고 말하든, 그곳이 마이크가 되기 때문에.
“오늘 강의는 1부와 2부로 나눠진 것은 모두 알고 있겠지. 미리 말해두건대, 두 강의의 내용을 다르다.”
우선 처음은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남화연이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빼내는 감각으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전에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는 강의.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지식들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그래, 이거면 되겠네.
“마법의 재능이 계승이나 혈통에 따라 정해지는 것과 이에 반하는 예외 사례들. 첫 번째는 이걸로 충분하겠어.”
계수(繼受)에 따른 불문명성.
이는 쉽지 않은 분야였다.
마법을 물려받고, 전해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생물학과 마법적 우생학에 깊이 연관되었기 때문에.
학생 수준에서는 탐구하는 것이 힘들다.
“부모의 형질은 자식이 물려받는다. 위계가 높은 마법, 그중에서도 고위 마법에 대해 공부해 본 적이 있는 녀석이라면 뼈저리게 알고 있겠지.”
마법의 3할은 재능이다.
그리고 그 재능은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다.
“고위 마법과 형질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들도 있을 테니. 풀어서 설명해 주자면, 내 조수 같은 것을 말한다.“
백승우, 이리 나와보도록.
나를 부르는 말에 남화연이 서 있는 거대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든 학생들이 한눈에 보이는 곳.
그곳에 선 내 뒤로 남화연이 움직였다.
그녀의 눈은 여우 귀와 꼬리를 향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재능은 마치 이 꼬리와 귀 같지. 이 부드러움만큼이나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이다.”
스윽스윽.
꼬리를 쓰다듬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허리가 꼿꼿하게 섰다.
돌발적인 행동에 남화연을 노려봤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과 달리, 타인이 쓰다듬어줬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꼬리는 순순히 흔들렸다.
그 차이에서 오는 무언가에 여학생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작은 동물들을 좋아하는 남학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금 뒤의 일이었지만.
그날 양호실은 코피가 멈추지 않는 학생들이나, 묘한 몽롱함을 느끼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 탓에 아카데미의 높으신 분들은 코의 점막을 약하게 만드는 마약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하더라.
“자! 집중하렴.”
짝!
박수소리 한 번에 학생들이 정신을 차렸다.
손뼉을 부딪치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정신에 간섭해, 자신에게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그녀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설명과 예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수식들을 설명하면서 지속되는 강의.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동어의 반복이 일어나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이처럼 재능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지만, 아닌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혈통을 타고나지 못한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재능은 절대적으로 혈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강조하고 싶다는 뜻이렷다.
모든 일에는 확신할 수 없는 불규칙성이 있게 마련.
물론, 그 확률은 천문학적이기에 부모로부터 아무런 형질을 물려받지 못한 자가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그 재능을 썩히면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아마도 그럴 확률이 더 높겠지.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본인이지.’
마법에 아무런 재능이 없는 부모.
타고나지 못한 조건과 재능을 불사하고, 마법 학계의 역사를 앞당긴 그녀야말로 계수받지 못했음에도 스스로의 재능을 꽃피운 불분명한 이레귤러였다.
‘어쩌면 이번 강의의 목적은 자신과 같은 경우의 인재를 발굴, 혹은 그런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려는 취지일지도 모르겠어.’
지나친 과대해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근거는 없었다.
“이에 대한 내용은 프랑스의 S급 마법사이자 연구가인 에클레어가 정의한 수식으로 증명할 수 있지. 다만 이때 사용되는 함수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점이 불명확하다는 단점이 있어. 그야, 기본적으로 계수에 따른 불분명성을 논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감안을 하고…….”
교과서나 유인물이 없는 나조차 알아들을 수 있는 강의.
비록 내용은 1학년 수준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알맹이는 다른 교수가 들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었다. 마법을 배운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배움이 모자란 내게는 무엇보다 달콤한 과실이었다.
그러나.
“야, 저기 교수님 옆에 조교 있잖아. 이름이 뭐였더라?”
“백승우?”
“그래, 백승우. 저 사람 원래 팔 한 짝이 저랬던가?”
“이번에 영상 안 봤어? 내가 SNS에 올려둔 거 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봐. 지금 이어폰 끼고 확인해 봐도 좋고.”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화연의 강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들의 대화 소리는 분명 주변에 앉은 학생들에게는 방해되는 소음이었다.
“……불쾌하군.”
백번 양보하고, 내 욕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하루 이틀 듣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강의에 잡담 따위의 잡음을 섞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이제 내게는 마법사로서 대성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손으로 검을 휘두르지 못하는 내게.
마법이란 유일한 길이자, 가장 확실한 길이 되었다.
그렇기에 마왕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강의를 곁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귀중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귀중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으로도 모자라, 주변에 있는 타인마저 방해하다니.
“주의가 필요하겠어.”
다시는 저러지 못하도록 밟을 필요가 있었다.
아주 지그시.
밟을 필요가.
「일보(一步)」
한 발을 내디딘다.
이 한 걸음으로 천지가 뒤집히거나, 사방의 모든 이들이 혼절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특별한 보법이 아니다.
그저 한 걸음.
앞으로 한 발을 뻗어서 땅을 지그시 누른다.
짓누르는 게 아니라, 아주 조금씩 힘을 가해서 바닥을 밟았다.
“?!”
“!!!”
“!!!!”
이것만으로도 감각이 좋은 학생들은 털이 바짝 곤두섰다.
감각이 무딘 학생들도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그게 어째서 그런지.
무엇 때문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지는 못했다.
“너희들도 방금 느꼈지?!”
“……심장이 짓눌리는 줄 알았어.”
“너희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방금 그 무거운 감각을 못 느꼈다고?!”
“헛소리할 시간에 강의나 열심히 들어. 괜히 이상한 걸로 트집 잡아서, 내 공부 방해하지 마.”
“아니…… 진짠데.”
학생들 간의 웅성거림이 멎고.
다시금 새로운 웅성거림이 강당을 채웠다.
다만, 이번에는 학생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 압도적인 위압감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는 모를지언정.
위압감의 주인이 그들의 잡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기에.
웅성거림은 서서히 멎었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잡음.
덕분에 나는 만족스러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 훌륭했어.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수준의 지식을 무지렁이 같은 나와 학생들에게 맞는 눈높이로 설명할 수 있어야 되려나? 새삼 존경심이 드는군.’
대단한 강의였다.
지식이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모든 강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속의 편린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1주 내내 실험을 해도 모자랄 연구 소재를 얻었다.
도저히 갈채를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완벽한 극본과 연기의 공연을 보는 것과 같은 감동.
짝짝짝─!
나 혼자 갈채를 보냈다.
이에 한두 명이 동참하더니.
짝짝짝짝짝───!!!
모두가 박수를 치는 것으로 1부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교수와 조교들은 모두 강의실에서 나가, 다음 강의에 쓰일 교재를 가지러 갔다. 학생들은 다음 강의를 기다리며 제자리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 * *
이번 강의는 1부와 2부로 나눠졌다.
지난 2주 동안 남화연 교수의 강의 참여율이 저조한 탓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양호실의 채화 교사도 마찬가지였지만, 초인의 회복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아카데미에서 양호실이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탓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너 1부 강의하고 2부 강의에서 뭐 하는지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계획표에 없었잖아. 그러면 원래대로 하겠지.”
“마법에 대해 탐구할 요소와 지식. 이렇게 두 가지 맞지?”
2부 단위의 강의는 흔치 않았다.
그래서 남화연은 사전에 1부 강의에서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할 질문을 던지고, 2부에서는 평소처럼 지식에 대해 알려준다고 했다.
다만, 어떤 지식을 가르쳐 줄지는 교수의 재량이었다.
남화연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교과서의 순서대로 가르치지 않아도 됐다. 아예, 교과서 외의 내용을 가르쳐도 상관없었다.
설령 시험에는 나오지 않더라도.
마법사로서 최고에 도달한 그녀의 강의는 기필코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그 위압감 기억하냐? 난 진짜 손가락도 못 올렸어.”
1부와 2부 그 사이에 있는 20분의 쉬는 시간.
그 짧은 시간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바로 조금 전에 느꼈던 무거운 감각이었다.
“그거 진짜 장난 아니더라.”
“그런데 그거 누가 한 거지? 마력의 파동을 역산하면 조교님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에이 설마, 그 위압감이 백승우가 한 짓일 리가 없잖아. 그 사람이 좀 강하다고 하더라도 고작 발 한 번 뻗은 걸로 우리가 그토록 긴장했다고?”
“그래, 맞아. 백승우가 아니라 교수님 작품 아니야?”
학생들은 떠올렸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던 위압감을.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위압감을 마법이나 스킬이 아닌 다른 요소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선행조건들이 필요하다.
마력만으로 위압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마력 운용에 한해서 전 세계 100명뿐이라는 하이 랭커에 준하는 실력을.
무도(武道)를 갈고 닦은 무인이라면 재능의 영역이라는 초절정, 그 너머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하고.
살기로 이를 이뤄내려면 최소 수천은 죽인 도살자만이 가능하리라.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적어도 학생들이 아는 한, 이 아카데미 내부에 하이 랭커 수준의 마력 운용이 가능한 남화연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는 것은 어려웠다.
설마 저들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무시했던 사내가.
저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고 있으리라고는.
결단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반갑다.”
그리고 그 사내는 돌연 단상 위에서 등장했다.
이제 곧 2부 강의가 시작할 시간.
백승우가 입을 열었다.
“안타깝지만 2부 강의부터는 내가 맡기로 했다.”
그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교수도 아니고.
올해 막 입사한 신입 조교의 강의.
열심히 강의해 봤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아닌 이상, 괜한 시간 낭비라며 자리를 뜨려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다.
승우는 굳이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선택의 개인의 몫.
참고로 그는 지금 가방을 메고, 문을 박차고 나간 학생들이 후회할 결과를 낼 것이었다.
오늘 강의는 남화연이 지난 2주 동안 의수를 만들어준 보답을 하라고 만들어준 자리이기에, 승우는 의수에 대한 은혜와 이에 대한 값어치를 치르기 위해 진심을 다하기로 맹세했다.
“자, 강의를 시작하겠다. 모두 147페이지를 펴도록.”
그리고 마침 2부의 내용은 원소 마법.
승우의 주특기였다.